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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394화 (3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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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사실 아이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을 해둔 셈이었다. 그러나 왜 잡지 않고, 이대로 가만히 놔두느냐? 는 고경열의 생각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물을 쳤으니 이제 고기가 올라와야겠지.’

위치를 잡았다는 것은 물고기 떼가 지나가는 물목을 찾았다는 것이고, 그물을 쳐서 기다리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살피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병윤은 더더욱 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쯧. 우리 고용주께서는 더더욱 큰 것을 바라니.’

사실 고경열과 고희수는 당장 저 쪽으로 쳐들어가서 저들을 잡아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고용주가 그러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음모 역시 그대로 지나갈 것이다. 자신들의 고용주 병윤은 이 것을 가리키며 한 마디 말할 것이다.

‘그대로 놔두십시오. 그물에 물고기 한두 마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보다 물고기 떼를 전부 잡는 것이 급우선입니다.’

아마 그렇게 병윤의 말이 고경열의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재생이 된다. 일단 녹음은 해두었으니 이제 저 쪽에서 관심을 끊어버리고, 병윤에게 보고만 하면 된다. 어차피 판단은 저 쪽에서 할 것이다. 사실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에 옮길 적은 아무래도 그 일본의 어르신을 직접적으로 암살을 하려고 할 때였다. 그 때는 아무 말 없이 행동했다가 자신들이 곤경에 처할 뻔했다. 그래서 병윤에게 이 일에 대해서 한 소리를 조금 들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이미 일본의 어르신 관련해서 고경열과 고희수 남매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지금 일을 제대로 해서 다시 신뢰를 회복해나가야 했다. 곧 고경열, 고희수 남매는 녹음된 장치를 가지고 도청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어디론가 발걸음을 돌린다. 그 둘이 신형 헬기를 타고 찾아간 곳은 병윤의 경호대장인 천준환이었다. 천준환은 지금 자신이 쉬고 있는 와중에 찾아온 두 사람에 대해서 마치 기다렸다는 눈빛을 한다.

“건수는 잡혔습니까?”

천준환의 정중한 말투에 고경열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이미 잡힌 지 오래입니다.”

“그 쪽에서는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습니까?”

“대범하게 암살극을 준비해두는 것 같습니다.”

고경열의 말에 천준환은 의아한 얼굴을 지으며 묻는다.

“암살극?”

“예. 암살입니다. 다만 암살 목표는 다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면 회장님을 포함한 회장님의 가족들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까?”

고경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녹음 장치를 틀어준다. 그러자 그 장치에서 다나카 고타로와 니시무라 유헤이의 대화가 흘러나온다. 그 대화를 듣는 천준환의 얼굴은 점점 심각해진다. 곧 암살을 논의하던 대화는 이제 끝이 났다. 천준환은 심각한 얼굴로 고경열에게 시선을 두며 한 마디 말한다.

“말 그대로 대범한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아님 간이 큰 건가?”

“이런. 제가 잘못 말했군요. 대범한게 아니라 간이 큰 것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이 일은 따로 회장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지요.”

고경열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천준환에게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사실 그 쪽에 틀어박혀서 이야기를 듣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천준환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 책상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고경열, 고희수 남매에게 건네준다. 고경열은 천준환이 준 것을 확인했고, 그 것이 휴가 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준환은 정말 순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번에 휴식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 것입니다.”

고경열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면서 천준환에게 말한다.

“휴우. 그 것보다는 돈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일에 돈 받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겠고, 알겠습니다. 그 휴가 권을 받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낫겠군요.”

“돈이 필요하시다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는데.”

“됐습니다. 이 일은 그냥 휴가 권을 받고 끝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일로 돈 받고 하기에는 제 자존심이 용납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휴우. 그러시다면야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이 휴가 권은 비용이 무료인 것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고경열은 그 말에 이미 고개를 끄덕인다. 동협 그룹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경치 좋은 곳에 휴양시설을 만들어서 그 쪽에 휴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비용은 일반고객보다 싸기는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다만 휴가 권의 경우는 전부 공짜라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래서 고경열은 이왕 보고한 김에 이 휴가 권을 이용해서 휴식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 지옥 같은 여름철에 제대로 휴식하려면 이참에 쉬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휴식을 하는 도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을 주십시오.”

“하하. 우리들의 전력을 모르십니까? 정 부족하면 그 쪽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일단은 마음 놓고 쉬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말에 고경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여동생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간다. 그렇게 방에서 나가 복도를 걷는 와중에 조용하고 무심한 성격의 여동생이 한 마디 묻는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의 성격상 저 이의 말을 들으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왜 고분고분 말을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호오? 저 사람의 말을 기분 나쁘게 들은 것 같군.”

“우리들의 자존심을 긁지 않았습니까? 돈 보다는 이 휴가 권을 주면서 말입니다. 그건 한 마디로 우리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흥. 우리 자존심을 생각해서 이 휴가 권을 준 것이니 그리 말할 것 없다. 그리고 내가 꼬리를 내린다는 생각을 하느냐? 좋아. 한 가지 말을 해주지. 서로 맹수끼리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으음... 그건.”

“그래. 서로 맹수끼리 부딪치면 위협을 할지언정 싸움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존심으로 싸우다가 어부지리를 노린 동물들에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 나 역시 맹수이지만 그 역시 맹수이다. 저 정도면 내 자존심을 어느 정도 챙겨두었기에 나 역시 꼬리를 세우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답변을 한 셈인가?”

“경호대장의 실력이 굉장하다는 것을 알지만. 오라버니가 경계할 정도였습니까?”

고희수의 물음에 고경열의 얼굴은 굳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그래. 경계할 정도이지. 만약에 그 이들이 일본의 어르신을 해치우는 일을 했다면 간단히 성공했을 지도 모르지.”

“그들을 높게 평가를 하시는 군요.”

“높게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평가이다. 경호대장의 직책으로 그의 흉폭함을 숨기고 있을 뿐이지.”

“......”

“실력은 그 쪽이 우리들보다 더욱 강하다. 그걸 잊지마라.”

고희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오빠에게 말한다.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렇게 대답하면서 고희수는 뒤로 고개를 돌리며 천준환이 있는 방에게 시선을 둔다. 아무래도 무심했던 고희수의 시선이 천준환에게 꽂힌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고경열은 생각한다.

‘쯧. 남자에 관심이 없던 희수가 그 자에게 마음이 꽂히는군.’

고경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희수를 데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1947년 8월 10일, 우에시바 츠요시와 미유키를 다시 후세 다쓰지 선생이 머무르는 곳으로 보내고 난 뒤, 병윤은 정자에서 천준환에게 한 가지 소식을 듣는다.

“흠. 그 쪽에서 후세 선생님을 암살하려고 한다고요?”

“예. 그대로 그들을 놔둘 생각이십니까?”

“그대로 놔두십시오. 그물에 물고기 한두 마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보다 물고기 떼를 전부 잡는 것이 급우선입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총을 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에게 미끼를 던져주는 것이 낫겠지요.”

“흠. 한 마디로 회장님이 그들에게 몰래 총을 넘겨줄 생각입니까?”

“예. 그게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불량품을 저 쪽에 넘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천준환에게 대답한다.

“처음부터의 불량품은 그들이 의심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새 것의 상태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불량이 되는 것이 좋겠지요.”

“그 말씀은?”

“일단 그들의 시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연설 날 시행할 것 같습니다.”

“흠. 그 쪽이 그리 나온다면 우리 쪽이 일정을 조정하면 되겠지요. 알겠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는?”

“예. 15일 날 그쪽에 넘겨준 총이 조금은 불량이 되도록 재질을 바꾸면 되지 않겠습니까?”

“......”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총을 쏘면 총알이 궤적을 그리며 날라 가는 것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격총의 조준이 사람의 머리를 향하면 정작 총알은 사람의 가슴에 맞히도록 바꿀 생각입니다.”

천준환은 그 말에 놀라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 총이 있겠습니까?”

“조준경을 손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지나 성질이 틀려지는 그런 유리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만들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음. 그들의 행동을 용인할 생각이신 것 같군요.”

“적어도 그런 쇼가 있어야 TV에서의 연설이 더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공염불에 불과한 일을 더더욱 키워나가는 것뿐입니다.”

“회장님께서 진정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이 안 나는군요.”

“여기서 일을 용인하면 전 여러 가지를 얻은 셈입니다. 그 것만 아시면 될 것입니다.”

천준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저는 따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솜씨를 부려서 그 저격 총을 만들 터이니 그 것을 그 쪽으로 넘겨주는 작업을 조금 하십시오.”

“음. 중개상 박철건을 이용해야겠습니다.”

“그러십시오.”

천준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병윤에게서 물러난다. 병윤은 정자에 앉아서 싱긋 웃고는 생각한다.

‘이번 쇼를 위해서 준비를 해둬야겠지.’

병윤이 말한 것들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니시무라 유헤이는 다나카 고타로에게 한 가지 저격총을 건네준다.

“다나카상. 이건 너무 어렵게 받은 물건입니다. 조심해서 다뤄주십시오.”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니시무라 유헤이가 건네준 저격총을 이리저리 보면서 싱긋 웃음을 짓는다.

“이게 그 요보들이 만든 저격총이라는 말이지. 쯧. 이런 총이 전쟁 때 사용되었다면 우리 대일본제국이 순순히 패망하지 않았을 것인데.”

“너무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다나카상. 일단 이것을 이용하여 목표를 암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나카 고타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 말한다.

“그렇지. 일단 이것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겠지.”

그러면서 다나카 고타로는 저격총의 상태를 확인한다. 일을 치르기 위한 중요한 방비였기 때문에 그는 꼼꼼히 점검한다. 사실 다나카 고타로가 이 총에 대해서 격찬을 하게 된 이유는 사실 이 총의 성능 때문에 그렇다.

최대 사거리는 2455m나 되면서 정밀성은 대략 0.1MOA였다. 즉 100m의 거리에서 총을 쏘면 대략 0.254cm 안의 탄착군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것만 보면 얼마만큼 정밀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볼트액션이 아니라 반자동형식이었다.

“이걸 구하려고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알 수 있겠군.”

“정말로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쓸데없이 경계를 많이 하더군요. 그나마 돈 필요한 인간은 있었습니다. 그 박철건이라는 인간에게 겨우겨우 이거 하나를 구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물건이니 만큼 준비도 완벽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이 것을 시험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한 가지 묻는다.

“그렇게 하지. 그리고 암살일정은 잡혔나?”

니시무라 유헤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8월 15일에 연설을 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가증스러운 녀석들입니다.”

“흥. 우리들을 조롱하는 날짜에 하는 것을 후회스럽게 해주지.”

그렇게 말하는 다나카 고타로의 눈빛은 살기로 번뜩인다.

1947년 8월 15일, 광복절 2주년 행사가 시작되었다. 경성에서야 조선인 지도자들은 물론 각 군정 사령관이 이번 광복절을 맞아서 연설을 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광복을 맞아 축제가 열리면서 분위기는 더더욱 활황을 띈다. 그리고 이 때를 맞이해서 후세 다쓰지와 그 일행들 역시 이 날을 기해 연설을 하기로 한다. 사현방송국에서는 이 날을 아예 생방송으로 잡아두었다.

그렇게 연설을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 무렵, 후세 다쓰지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공윤기 기획자를 보고 한 마디 묻는다.

“이건 뭡니까?”

“방탄복입니다. 선생님.”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의아해 하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런데 이걸 왜 저에게 건네주는 것입니까?”

“일단 입고 다니면서 연설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연설을 하는 사람을 목표로 암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일본인이지 않습니까? 선생님을 암살하며 명성을 얻고자 하는 미치광이들이 많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군요.”

후세 다쓰지의 말에 공윤기 기획자는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

“휴우. 알겠습니다. 제 생명을 염려해서 하는 말씀이니 듣는 것이 좋겠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까?”

그 말에 공윤기 기획자가 대답을 한다.

“예. 선생님이 오기 전에는 여운형 선생이 총격을 당했습니다.”

“몽양 선생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흠. 그가 총격을 당할 정도면...”

“선생님을 걱정하시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것을 입고, 연설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그런 미치광이들이 없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할 수 없다는 듯 방탄복을 속에 입기 시작한다. 사실 방탄복을 건네주는 공윤기 기획자 역시 이 일에 대해서 잘 몰랐다. 상층부에서 그저 자신에게 방탄복을 건네주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다고 말을 할 뿐이다. 아무래도 공윤기 기획자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미 방탄복까지 준비해둔 것을 보면 오늘 뭔가 일어나겠군.’

공윤기 기획자는 얼굴에 긴장으로 가득 차며 부디 안 좋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빌 뿐이다.

============================ 작품 후기 ============================

음모는 더더욱 깊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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