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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연설 준비가 끝이 나고, 곧 단상 위 연단에 후세 다쓰지가 섰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의 눈앞에 촬영기기들을 들고 있는 사람들과 소수 나마 자신을 알고 이 곳에 찾아온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아직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터부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후세 다쓰지는 이 곳에 당당히 섰다. 자신의 신념이 외압에 굴복했다면 이미 여기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길을 뚜렷하게 걸어 나온 그였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마음을 다 잡으며 생각했던 것들을 입으로 통해 말할 준비를 하는 그였다.
“참으로 좋은 날입니다. 참으로 밝은 날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연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인이라고 터부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또 그런 제가 왜 이 곳에 서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전 후세 다쓰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입니다. 일본에서 변호사를 했던 사람입니다.”
순간 여기에 뭔지 몰라 들어온 사람들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단은 들어보자는 분위기였다. 후세 다쓰지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저는 이 땅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했던 이들을 변호했습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이 땅에 재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정당한 항의를 하는 자들을 학살하고, 빼앗고, 입을 틀어 막았습니다.”
순간 사람들의 술렁이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그러나 그럴수록 후세 다쓰지의 목소리는 더더욱 높아져 간다.
“예. 저의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저는 이 땅의 독립운동가라고 불리는 이들을 변호했습니다. 제 생각과 신념에 따라 조선의 독립은 온당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주장을 설파했습니다!”
-와아아아아! 대한독립 만세!-
그러자 자신을 알고 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일어서며 후세 다쓰지를 환호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분위기에 조금씩 휩쓸려가고, 후세 다쓰지에게 집중을 한다.
“이제 조선의 독립이 이루어진지 2년 정도 지났습니다. 이 곳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이 어디에 기인했는지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탄압과 회유, 협박과 굴욕,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그들은 저질렀습니다. 조선인들을 희생시켜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그들의 욕심은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적개심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해방이 이루어지고 난 뒤 그 적개심은 어디로 향해 표출할지 모르는 갈등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지금 일본 내부에서도 아직 일본제국에 대한 향수를 가진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패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단연코 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욕심에 그들이 기만당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그들의 욕심을 위해 희생되어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옳소! 옳소! 맞는 말씀입니다!-
후세 다쓰지는 호흡을 바로 하고, 연단에 놓여진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예. 그들의 욕심으로 인해 제 조국은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제 애국심은 박살이 난지 오래였지만 이미 잘못된 조국은 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고한 이들의 희생과 차별들을 통해 융성하는 나라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걸로 모자라서 당신들을 가축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같은 일본인이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부락민들(일본에서 이야기하는 부라쿠민, 천민의 대우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취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걸로도 모자라 이 땅의 사람들의 모든 것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당신들이 비참해지든 말든 죽든가 말든가 결코 마음 따위는 얻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려 무력으로만 다스리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것은 일본 본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예. 그래서 패전당하고 망했습니다. 권선징악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십니까?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징벌한다는 의미입니다. 제 조국은 그 단어에 의해서 박살이 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고 있죠. 전 그 조국이 다시는 그 악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을 한 뒤 흠흠 거리면서 잠시 호흡을 하고 말한다.
“지금 이 곳을 포함한 한반도는 발전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나라, 자신들만의 나라, 그리고 더 이상 차별 없는 나라. 그런 나라를 여러분들은 만들고 있습니다. 전 이렇게 한 마디 말하겠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전 이 날을 나에게도 자유의 날이라고 여기겠습니다. 그러나 전 한 가지를 바랄 뿐입니다. 제 조국의 뒤를 당신들이 따라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제 조국의 악행을 배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제 조국을 따라간 나라가 만들어진다면 제 신념은 박살이 나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분들은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불차주야 일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이 날을 축제로 맞아서 쉬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땅의 독립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 대한! 독립! 만세!-
그렇게 후세 다쓰지의 연설은 마치 불이 뿜듯 계속 이어져나가며 군중들의 열기를 더해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연설을 건물 지붕 멀리서 지켜보는 한 사람은 얼굴을 구기며 한 마디 읊어낸다.
“쯧.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보들이 환영하는 것을 보면 우리 대일본제국에 안 좋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겠지.”
바로 암살 목표를 후세 다쓰지로 잡은 다나카 고타로가 한 말이었다. 그는 이내 가방을 바닥으로 내려놓고, 가방의 뚜껑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광채를 내며 존재감을 뽐내는 물체가 있었다. 다나카 고타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 물체, 즉 저격총의 부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립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 것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내 선조가 적의 무기를 귀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역시 선조의 말씀은 다 옳구나.”
다나카 고타로는 휘파람을 불며 익숙한 손길로 총의 부품들을 이리저리 결합시키자 온전한 저격총 하나가 완성되었다. KS-47 저격총 0.1MOA의 정밀성을 가진 괴물 같은 놈이었다.
“어디 한 번 불을 뿜을 준비가 되었나?”
그는 저격총의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점검을 하기 시작한다. 약실 안의 상태, 총구, 그리고 손잡이를 잡은 느낌, 총을 안정시켜주는 삼각대의 존재, 개머리판에 걸리는 느낌, 철컥 거리는 총의 소리, 조준경의 상태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그는 저격총의 상태를 확인하자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었다. 바로 탄환들이었다. KS-47 저격총의 탄환은 K-46 돌격소총에 사용하는 것과 차이점은 없었다. 다만 다나카 고타로가 조금 신기해한 것은 하얀색 탄피로 감싼 탄환이었다.
‘이게 플라스틱 탄피라고 말을 했던가?’
올 해부터 플라스틱 탄피를 사용한 탄환들이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일반 황동 탄피와 플라스틱 탄피의 차이점은 많이 나지만 플라스틱 탄피의 좋은 점은 바로 무게감이 아닌가 싶었다. 다나카 고타로는 플라스틱 탄피의 탄환을 한 번 만져보니 무게감부터 달랐다. 금속 탄피는 무거웠는데. 이건 가벼웠다. 그러나 그에게는 탄피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일단 총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되면 문제없었다.
“그럼 어디...”
그는 오른쪽 눈을 조준경에 가져다 댄다. 조준경은 기본적으로 십자선이 그려졌는데. 다만 거리에 따라서 조준경을 조금씩 조절해야했다. 바로 조준경에 달인 손잡이가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총알 궤적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거리배율을 조정한다. 자신의 목표물의 머릿통이 조준할 수 있도록 바로 맞힐 수 있도록 말이다. 배율을 조종하니 그의 오른 쪽 눈에 목표물의 머리가 정확하게 보였다.
아직까지 목표물은 홀린 듯 군중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자신을 모르는 최적의 상황, 여기서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좋아. 최대한 몸을 편안하게 해준 뒤.’
몸과 자세가 힘들면 조준점도 많이 흩어진다. 그래서 다나카 고타로는 긴장을 풀고는 다시 조준에 힘을 쓴다. 그리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한다. 방아쇠를 확 잡아당기면 손가락의 힘이 그만큼 총구의 방향을 방해할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보통 방아쇠를 당시면 여러 단계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당긴다. 그리고 거리에 따라 명중률이 엄청 달라지는 저격총인 만큼 다나카 고타로는 손가락 힘을 거의 20단계로 정하며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한다.
저 연설을 하는 배신자 녀석의 대가리를 터뜨릴 수 있도록 만발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연단에 서서 군중들에게 후세 다쓰지는 계속해서 연설하고 있었다.
“이번에 저를 비롯한 사람들을 초청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제 조국의 악행의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대못을 받은 흔적들은 지워 없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은폐가 아니라 여전히 자리를 잡아서 여러분들을 괴롭히는 존재들은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을 괴롭히는 것들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잊으면 안 됩니다. 잊으면...”
-퍼억!-
그 순간 후세 다쓰지에게서 한 발의 총알이 날아왔다. 바로 다나카 고타로가 쏜 총알이 그에게 당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준경에서는 후세 다쓰지의 머리를 조준했건만 정작 총알이 도달한 곳은 폐 부근의 가슴이었다. 총알의 힘이 어찌나 센지 후세 다쓰지는 순간 뒤로 넘어져 갔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단상 위에 있던 경호원들 중 한 사람이 순간 외친다.
“저격이다! 비상!”
순간 경호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경호원들은 후세 다쓰지의 모습을 가려서 그에게 암살 위협이 될 수 없도록 했고, 경호원들 일부는 곧바로 저격을 쐈던 방향을 추리하면서 저격범의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이런 것에 전문적인 경호원들 중 한 사람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외친다.
“저 쪽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순간 경호원들 일부가 권총을 지닌 채 방향이 잡힌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군중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
“몰라. 갑작스럽게 쓰러져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저격이 있다고...”
“뭐? 저격?!”
군중들은 수군거리다가 이내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군중들의 상태를 파악한 경호원들 중 일부로 연단의 마이크에 입을 대며 군중들을 통제한다.
“아 진정하십시오! 여러분. 잠시 소란 사태가 있었습니다. 진정들 하시고, 천천히 또 질서정연하게 해주십시오.”
곧 군중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군중들을 통제해가며 여기서 나가고 싶은 군중들을 이끌어간다. 그렇게 후세 다쓰지의 연설은 단 한 발의 총알에 의해 도중 중단되었다.
한편, 후세 다쓰지에게 방아쇠를 당긴 다나카 고타로는 당황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자신은 분명 머리를 노렸건만 지금 목표물은 가슴에 총알을 맞고 떨어져 나갔다.
‘제길. 빌어먹게도 머리가 아닌 가슴에 맞다니.’
머리에 총탄이 박히면 절명이겠지만 폐라면 혹시 생존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목표물을 끝장내기 위해서 조준경에 다시 신경을 두지만 이미 늦은 지 오래이다. 목표물 주위에 경호원들이 순간 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나카 고타로는 당황하지 않고, 다른 목표를 찾는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지. 그 말고 중요한 목표물이... 없군.’
자신이 쏘기 전만 하더라도 단상 위 의자에 앉아있었던 사람들은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다나카 고타로는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동적으로 이빨이 갈렸다.
-뿌드득-
“혹시 모르지. 그러나 살아난다면 다시 한 번 총알을...”
“아. 그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을 걸?”
자신의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순간 다나카 고타로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던 찰나 그 한 목소리가 또 들린다.
“미안하지만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좋지 않는 행동이야.”
그리고 자신의 뒤통수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진다. 지금 다나카 고타로는 완벽하게 뒤를 잡혔다. 그는 이 금속의 정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자신의 생명을 해칠 무기라고 생각했다.
“누구지?”
“안주머니에 손은 빼놓고 고개만 돌려봐라.”
다나카 고타로는 완벽히 된통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얼굴 표정이 한껏 구겨져 있었다. 그 때, 다시 한 번 그 목소리가 나타난다.
“흥. 양 손을 하늘 위로 올리시지? 뭐 배짱 좋게 그냥 고개를 돌리려면 돌리던가? 머리에 바람구멍이 안 나려면 말이야.”
“크으윽!”
다나카 고타로는 양손을 머리 위로 하고는 천천히 고개와 몸을 돌린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살펴봤을 때는 자신을 향해 소총으로 조준하는 사람 두 명과 또 아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에 대는 것을 확인했다.
“너희들은 누구지?”
그 말에 권총을 잡은 이는 싱긋 웃으면서 그의 질문에 대답한다.
“꽤 잘 움직여 줬어.”
순간 그 말에 다나카 고타로는 무언가를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연상시키자 답이 한 가지 나온다.
“완벽한 함정이군.”
그 말에 권총을 든 사람이 그 말에 대답해준다.
“맞췄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이미 네가 한반도로 오기 전부터 다 알고 있었지.”
순간 다나카 고타로의 얼굴은 더더욱 구겨지면서 말한다.
“그 소리는... 그럼 너희들은?”
순간 권총을 잡은 이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면서 대답한다.
“동협 그룹의 경호대장 천준환이라고 한다.”
다나카 고타로의 얼굴은 더더욱 구겨진다. 지금 이 외통수를 잡은 이들이 동협 그룹이었다니. 순간 동협 그룹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길씨 일가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 무대 자체가 길씨 일가의 함정이었다는 결론이 난다.
‘제길.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 대로였던 것이냐?’
그러나 다나카 고타로는 한 가지 궁금해졌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서 왜 자신의 행동을 저격까지 용납했는지 말이다.
“왜 저격을 한 뒤에 나를 붙잡는 것이지?”
“그 의문을 풀고 싶으면 얌전히 지내고 항복하는 것이 좋을 걸?”
그 말에 순간 다나카 고타로는 기합을 내며 외치고는 몸을 움직인다.
“헛소리!”
곧 다나카 고타로가 머리를 밑으로 숙인 뒤, 바로 천준환에게 달려들었지만 천준환은 이미 이런 것을 예상했었는지 뒤로 뛰면서 이내 갑작스럽게 목표물을 잃은 권총의 조준점을 어느 한 곳에 잡고는 방아쇠를 당긴다.
-탕!-
권총의 총구에서 발사된 탄알은 곧 궤적을 그리며 다나카 고타로의 어깨를 향한 뒤 이내 관통한다. 결국 다나카 고타로는 갑작스럽게 어깨에 총상을 입고, 고통에 순간 옆으로 쓰러진다.
“커억!”
그 뒤에 천준환은 쓰러진 다나카 고타로를 밟으며 한 목소리로 말한다.
“왜노 새끼가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회장님 손바닥 안이지.”
다나카 고타로는 왜노라는 말에 어깨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뜨고 천준환을 노려보지만 천준환은 오히려 그를 하찮다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흥. 눈깔이 재수 없는 편이군. 뽑는 편이 낫겠어.”
눈알을 뽑는다는 표현을 평상시처럼 말하는 천준환의 모습에 다나카 고타로는 얼굴이 구겨지면서 대통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소총을 잡은 두 경호원이 다가가 다나카 고타로를 결박시킨다. 완전하게 몸의 자유를 잃은 다나카 고타로가 할 수 있는 것은 눈과 입의 움직임 뿐이었다.
“한 가지 묻지. 얼마만큼 알고 있지?”
천준환은 그 물음에 잔혹한 미소를 짓고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너라는 인간이 현양사 쪽의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리고 그 쪽의 사람들이 일본의 어르신이라 불리는 이치죠 헤이야의 세력에 편입되었던 것도 말이야. 우리가 그 모든 정보를 알면서 왜 가만히 두는지 아는가?”
“으으으...”
“후후후. 어부가 물고기 떼를 낚을 때는 물목부터 찾지. 물목을 찾은 뒤에는 그물을 치는 것이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이 파닥거릴 때 이제야 그물을 올리는 것이지.”
“그 말은 우리들은 이미 그물 속의 물고기 떼 신세라는 것이냐!?”
천준환은 그 물음에 대답대신 그에게 잔혹한 미소를 내보일 뿐이었고, 그 미소를 보자 다나카 고타로는 오한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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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상당히 더운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지옥같은 여름철이 슬슬 시작되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