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96화 (39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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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같은 시각, 연설이 저격으로 인해 완전히 중단되었고, 저격에 맞은 후세 다쓰지는 끄응 거리며 상체를 든다. 저격에 맞고 총탄의 충격으로 뒤로 자빠졌는데도 자신은 부상 하나도 없었다.

“......”

후세 다쓰지는 지금 자신의 복장 안에 있는 것을 살핀다. 연설 전에 공윤기 기획자가 준 방탄복이었다. 그 때, 그를 향해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우에시바 츠요시와 그의 제자인 미유키였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손을 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난 괜찮다네.”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다행이라는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날 좀 일으켜 줄 수 있겠나?”

흉탄의 충격 때문인지 다리가 풀린 후세 다쓰지가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일으켜달라고 부탁을 하자 우에시바 츠요시는 후세 다쓰지의 손을 잡고, 힘을 주어 일으켜 세운다.

후세 다쓰지는 간신히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자신도 이제 노인에 가까운 나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우에시바 츠요시는 후세 다쓰지를 부축해주며 한 가지 물었다.

“선생님을 쏜 개자식은 누구일까요?”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씁쓸한 웃음을 남기며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글쎄. 난 아직 모르겠네. 다만 연설 전에 공윤기 기획자가 나에게 방탄복을 입히더군. 연설 도중에 암살의 위협이 있다고 말이야. 중요한 것을 분명 숨기고 있을테지.”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 역시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저 쪽도 선생님을 이용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럴 테지. 그래도 만족스러운 연설이었어. 적어도 내 진심을 설파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 거래가 아닌가 싶은데?”

“......”

후세 다쓰지는 뭔가 억울하다는 우에시바 츠요시의 얼굴에 한 마디 한다.

“너무 얼굴을 그렇게 짓지 말게나. 난 추측만을 했을 뿐이야.”

“휴우.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그 녀석이 가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우에시바 츠요시의 말에 후세 다쓰지의 눈이 커지면서 묻는다.

“그 녀석이라면?”

“옛날, 12년 전에 제가 조선으로 무술수행을 한 것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거기서 한 아이를 가르쳤는데, 그 아이가 동협 그룹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대단한 인연이군. 그런 위치의 사람이라면 이 일에 대한 진상 또한 알고 있을 테지.”

그 때, 갑자기 경호원들이 후세 다쓰지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경호대장 천준환이 후세 다쓰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한 마디 말한다.

“죄송합니다. 연설 도중 이런 흉악한 일이 발생하게 했습니다. 우리 경호원들이 방심을 하는 바람에 선생님께 큰 누를 끼쳤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천준환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끄응.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한 몸 무사했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천준환은 그 말에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선생님을 병원에 데려다 주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후세 다쓰지는 곧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시선을 두었고, 우에시바 츠요시는 갑작스런 사람들의 모이는 시선에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미유키에게 시선을 두며 말한다.

“미유키. 선생님을 잘 부탁한다. 난 어디론가 갈 곳이 있다.”

미유키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사부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후세 선생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미유키의 실력이 병윤과 우에시바 츠요시보다 부족해서 그렇지. 미유키 역시 무술가였다. 아마 일반 사람들을 충분히 때려눕힐 수 있는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우에시바 츠요시에게는 미유키에게 자동적으로 신뢰가 갔다. 그러나 우에시바 츠요시가 바라보는 동협 그룹의 경호원들에게서 보이는 분위기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특히 저 천준환이라는 사람의 경우는 자신 역시 맞붙기에는 만만치 않은 자였다. 그들 역시 뭔가 있겠지만 그 아이 병윤보다는 알지 못하리라 생각했기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곧장 어디론가 발걸음을 돌린다.

경호원들은 미유키와 후세 다쓰지를 호위하면서 병원으로 걷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천준환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저 이를 감시하지 않으셔도 괜찮겠습니까?”

“아. 저 치를 말인가?”

“예. 그가 어릴 적 회장님을 가르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 말고. 이 일이나 잘했으면 좋겠군. 어차피 저 자의 몫은 회장님이 알아서 할테니 말이야.”

“미리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회장님이 그 정도 생각을 못할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가? 모르고 있는가? 우리가 지금 할 일은 회장님과 저 치의 만남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보다 후세 선생님을 안전하게 호송하고, 혹시나 모를 상처에 치료할 수 있는 것이 급우선이다.”

“괜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대장님.”

천준환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 시선은 우에시바 츠요시가 걷는 방향으로 돌린다.

‘그 치가 그 쪽으로 간다고 해서 별 걱정은 없겠지.’

우에시바 츠요시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천준환 자신이 맞붙기에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호각과도 같은 경지였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노면전차에 탑승하여 동협 그룹 본사를 향해서 곧장 바로 갔다. 그 곳이 평소 병윤이 일하는 곳이라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사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서 곧 건물 옥상에 있는 병윤의 집무실을 찾았다.

-끼이익!-

집무실 안에 있는 병윤은 오늘 떨어진 할 일들을 처리하면서 간간이 코코아를 마실 뿐이었다. 그런 집무실에 우에시바 츠요시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굳은 얼굴을 하면서 병윤에게 다가오며 한 마디 묻는다.

“넌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 말에 병윤은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묻는다.

“무엇을 말입니까? 선생님?”

“아까 전 저격 사건을 말이다. 무슨 이유였지?”

그 말에 병윤은 싱긋 웃으면서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대답한다.

“그 일이라면 전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러나 후세 다쓰지 선생의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넌 그 선량한 이를 추악하게 이용했다. 그걸 아는가?!”

병윤은 그 말에 똑바로 고개를 들어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대답한다.

“추악하게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제 말로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보다 이게 적당하겠군요.”

병윤은 그 말을 하면서 서랍 안에 녹음 장치를 꺼내고는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거기에는 니시무라 유헤이와 다나카 고타로의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대화를 듣다가 경악을 금치 못한 얼굴이었다. 패전 후에도 아직까지 그런 망상을 가진 이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

“이제 조금 의문이 풀렸습니까?”

“아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좋습니다.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은 답해드리겠습니다.”

“경우에 따라 답은 안 해주겠다는 말을 하는군. 그럼 묻겠다. 왜 이 사실을 알고도 미리 저격을 막을 생각을 안 한 것이지?”

병윤은 그 물음에 코코아 한 잔을 마시면서 대답한다.

“물목에 있는 물고기 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이지?”

“이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 배경을 설명할 이유가 있겠군요.”

병윤의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는 아리송한 얼굴이 되었다.

“설명을 해봐라. 무슨 배경사실인지 들어봐야 겠다.”

“좋습니다.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요.”

병윤은 곧 일본의 어르신에 대해서 슬슬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의 어르신 이치죠 헤이야가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생각을 품었으며 지금까지 한 행동들에 대해서 또 이런 일을 꾸민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해주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이야기에 대한 감상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한 마디로 망상에 찌 들은 노인네군. 그런데 그 노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 물목에 물고기 떼를 발견해서 그물을 놓는다는 말은 무슨 소리이지?”

“흠. 정확히 말하면 일본 어르신에 대한 비밀리에 키우고 있는 세력들을 한꺼번에 잡아서 낚아 올리기 위함입니다. 저런 이들은 뿌리 한 가지만 주면 다시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과도 같은 세력입니다.”

“그래서 후세 선생님을 이용했다는 것인가?”

“글쎄요. 전 유도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자의적으로 후세 선생님을 암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이 녹음 장치에 증명이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걸 알고서 그 선생의 안전을 위해 방탄복을 입힌 것에 불과합니다.”

“......”

“이 모든 것이 추악하다고 느껴지십니까? 아마 선생님께서는 제가 순수한 선의에 가득 찬 인간이라고 느껴지시는군요. 미안하지만 전 다 컸습니다.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인간입니다. 이 경우보다 더 뻔뻔하고 잔혹하고 오히려 울부짓는 상황까지 다 본 사람입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허탈하게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괴물이 되었구나. 너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이 위치까지 오기위해서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괴물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쯤 저는 저 세상에 가겠지요.”

“그래서 세상이 너를 바꿨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병윤은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면서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말한다.

“선생님은 괴물이 된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군요.”

순간 우에시바 츠요시의 얼굴에는 난감하다는 감정이 번져 나가기 시작한다.

“선생님도 후회할 짓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너도 같은 길을 걸어 가려고 하는 거냐?”

“죄송하지만 이미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매우 더럽고, 추한 길임에도 세상이 저를 그 쪽으로 인도를 하는군요.”

“흐흐흐. 너와 나는 결국 괴물이 될 운명이었어.”

“이것으로 궁금한 것은 다 푸셨습니까?”

“너는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좋아. 너도 어른이 되었군. 어른은 자신이 불리한 질문에 침묵을 하니 말이야. 하지만 이 것 하나만큼은 기억해두어라. 후회할 짓은 애초부터 안 하는 것이 좋다.”

“세상은 후회할 짓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자의적으로 그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

“사람은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심연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 하하. 맞는 말이다.”

“적어도 이번 일에 후세 다쓰지 선생을 이용했다는 것에 대해서 죄송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렇게 말을 하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선생에 대해서 사과를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말에 우에시바 츠요시의 기분은 조금 풀어지며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알겠다.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성실하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사과할 계획이라고 말을 하니 난 더 이상 너에게 볼 일은 없다. 그러나 후회할 짓을 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이라고 너는 생각하느냐?”

“자의 반 타의 반입니다.”

“알고는 있군.”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을 듣고, 병윤의 집무실에서 발걸음을 돌린다. 병윤은 의자에 앉으면서 창가를 바라본다. 창가너머에 있는 문경의 풍경은 화창하고 또 밝았다. 이런 씁쓸한 일들이 있지만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밝았다.

문경 재생치료병원, 후세 다쓰지는 그 곳에서 어느 정도 건강검진을 받고는 총격으로 인한 부상은 없다고 판명이 났다. 다만 지병이 있어서 그는 그 곳에서 이번 일에 대한 보답으로 무료로 그 지병들을 치료받게 되었다.

‘총격 한 번 맞았다고 내 지병까지 온전하게 치료할 줄이야 정말 여러번 얻어 먹는 것 같군.’

그 때, 그를 돌보던 의사인 병재가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조금 푹 쉬시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그 때, 후세 다쓰지는 병재의 눈길을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휴우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하하 아닙니다. 이번 흉악한 일에도 불구하고 무사하신 모습을 보이시니 다행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병재의 밝은 웃음이 후세 다쓰지에게 감정을 건네주는 것 같았다. 병재의 치료를 받으니 후세 다쓰지는 몸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굉장히 실력 좋은 의사로군. 젊고 또 강단 있는 사람이군.’

후세 다쓰지는 병재를 처음 본 순간 그렇게 판단을 했다. 그러나 병재가 숨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평가는 쓰레기통에 집어 던질 것이다. 그 때, 병윤과 이야기를 한 우에시바 츠요시가 후세 다쓰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치료하던 병재와 눈을 마주친다.

‘역시 만만치 않아. 그 아이의 형제들도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군.’

병재는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조심히 인사를 하고는 간호사 메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후세 다쓰지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한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선생님?”

“걱정할 것 없네. 오히려 총격 맞은 전보다 몸이 편안해진 것 같아.”

“으음. 건강에 무리 없다고 말하니 다행입니다. 선생님.”

“그래. 자네가 듣고 싶은 것은 다 들었는가?”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남기며 대답한다.

“듣기는 다 들었습니다. 휴우...”

“원치 않는 진실을 들은 모양이군. 서양 격언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던데. 자네의 경우가 그러한 모양이야.”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 후세 다쓰지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약이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세상 탓과 자신의 탓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비율이 얼마정도인지가 얼마만큼 괴물이 되는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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