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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병원에서 잠시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한 후세 다쓰지는 곧 실내에서 연설을 하기로 하였다. 이미 흉탄에 의해서 방해받은 연설이었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내에 작은 연단을 마련하고, 거기에 서서 자신이 마저 못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후세 다쓰지는 걱정될 것이 없었다. 자신을 향해서 찍고 있는 이 촬영 기기들이 전 한반도에 존재하는 TV에 방영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까 저를 향해 공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의 열정은 여기서 식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유의 기쁨을 맞이하십시오. 지금의 날은 여러분들의 날입니다. 지금 이 곳에 살고 있는 독립의 기쁨입니다. 그리고 저 후세 다쓰지는 여러분들의 독립에 진정으로 기뻐합니다. 그러나 아직 여기서 끝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정 행복하고 잘 살기를 저는 바랄 뿐입니다. 물론 일본인이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이 경멸의 시선을 받지만 저는 담담히 받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살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까지는 그러지 않기를 빌겠습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 역시 당신들의 편입니다. 당신들을 무수히 착취하고 악랄하게 굴었던 사람들은 저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아까 방금 전 저를 암살하기 위해 흉탄을 쐈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의 진정한 적은 바로 그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분들을 다시 사유화시키고, 또 가축화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이에 대해서 또 경계하고 경계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할 말은 독립이 다가 아닙니다. 독립 이후에도 여러분들은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초들은 여러분들이 쌓는 것입니다. 그 기초 기반들 속에서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행복을 꽃피우기를 전 바랍니다. 이상으로 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순간 후세 다쓰지를 향한 박수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 몇 몇 바람잡이들이 박수를 유도한 것도 있지만 지금 그를 촬영하는 촬영기사들뿐만 아니라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의 말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곧 후세 다쓰지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 갔고, 후세 다쓰지는 그 질문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답변해주었다.
그 후에는 황국신민서사탑이 철거된 자리에 후세 다쓰지의 명언이 담긴 비석이 세워졌다.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자신의 신념과 격언이 담긴 비석들이 잘 정리되고 세워지자 후세 다쓰지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흐려진다.
지금 자신이 행했던 모든 말들과 신념들이 이 비석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비석이 독립한 조선의 땅에 세워지고, 후에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보고 간다는 생각을 하니 후세 다쓰지는 자동적으로 눈물이 난다.
현철환은 그런 후세 다쓰지의 모습을 보면서 곧 비석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이렇게 나라는 독립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한창 발전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나라를 독립하기 위해 또 행복하게 하기 위해 발을 걷어준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이 가장 열정적으로 행동했지만 저희들을 위해 행동하시는 분들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분의 말씀대로 우리는 열심히 삽시다. 또 잘못을 저지르지 맙시다. 그리고 저 말씀을 가슴에 새깁시다. 그리고 이 분이 있다는 것에 세상에 축복을 해줍시다.”
-와아아아!-
현철환의 말 한 마디에 군중들은 점차 고양된다. 군중들이 휩쓸리기 좋은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좋은 휩쓸림은 바람직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 우에시바 츠요시와 미유키는 잘 정리된 비석과 하나 하나 정밀하게 새겨진 글자들의 모습에 뭇 감탄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명언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세워지니 기분이 좋군.’
아마 이것에는 병윤의 배려가 담겨 있을 것이다. 병윤의 동협 그룹은 한반도 최고의 기업 집단이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굳이 부탁은 하지 않아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를 해두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것이 정말 고마웠다.
1947년 8월 19일, 결국 후세 다쓰지와 그 일행들의 조선에서의 일정들은 여기서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다시 동일본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배웅하러 갔다. 그들 중에는 손채현 비서와 같이 있는 병윤의 모습이 보였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병윤 앞에 서서 한 마디 말한다.
“괴물이 되어도 이성은 잃지 말길 바란다. 비록 추악한 길로 들어섰지만 인성만큼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후회할 짓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만족했으면 좋겠구나.”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에시바 츠요시에게 말한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지금 제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 제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 선생님도 선생님의 길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에시바 츠요시는 그 말에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난 이대로 후학을 양성하는 삶을 보낼 것이다.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너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면 그 쪽으로 한 번 찾아가보마.”
“예.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 때, 병윤에게 누구 한 사람이 다가온다. 바로 배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후세 다쓰지였다. 그는 병윤을 보고선 반가워 하며 말한다.
“아마 얼굴을 맞대기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후세 다쓰지의 존대에 병윤은 흠흠거리며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하하. 아닙니다. 요즘 이 한반도에서 당신의 소식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경의 재한일본인연맹에 대해 많이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같은 일본인으로써 저는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일본에 당신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일 간의 관계가 적대심으로 가득차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활동을 지지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동협 그룹 쪽에 연락을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그 말에 기쁜 얼굴을 지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하하. 지금은 그리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당신의 활동이 더더욱 왕성해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빌 뿐입니다.”
“그런 유토피아적인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조금 비관적인 병윤의 반응에도 후세 다쓰지는 농담으로 여긴 듯 하다. 그 때, 후세 다쓰지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이제 시간이 되었군요. 지금 이렇게 간단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밖에 없다니 조금 아쉽습니다만 나중에 다시 한 번 찾아가 뵙겠습니다.”
“얼마든지 찾아오십시오. 전 환영하겠습니다.”
병윤과 후세 다쓰지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 났고, 그는 우에시바 츠요시와 미유키와 그리고 박열과 같이 다니면서 발걸음을 돌린다. 병윤은 우에시바 츠요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뒷맛이 씁쓸한 구석이 있었다.
‘괴물이라. 맞는 말이겠지.’
추악한 길로 들어선 괴물, 아마 궁리하는 생물이라면 한 번쯤은 걷게 되는 길이었다. 그러가 그 길로 들어서면서 정신을 잃지 않고, 인성을 잃지 않으면 언제든지 원망을 갈구하며 사는 추악한 괴물이 되었다. 아마 우에시바 츠요시는 이걸 염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병윤은 이걸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병윤에게는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같은 시각, 중국 중경의 중경공단 회장실. 진세연은 입술을 깨물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저번 전 회장 병윤의 자리에 앉아 거침없이 자신의 길로 가는 이 사람 덕분에 진세연은 솔직히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수량은 못 맞춘 건가? 자네가 잘 하는 것이 뭔가? 겨우 외국에 유학을 갔다 온 것? 아니면 전 회장이랑 염문설을 뿌린 것인가?”
진세연은 이 말들을 듣자 속으로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인물에 대해서 거침없이 욕을 해댔다.
‘빌어먹을 자식.’
진세연을 바라보는 한 사람, 송자문의 측근이자 친인척 여기서는 또 중경공단의 대리회장을 맡고 있는 송경휴는 화를 내며 말한다.
“지금 나에게 얼마만큼의 화가 쏟아지는 것인지 아는가?!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어?! 지금 자네가 잘 했다면 나에게 이런 사과 따위는 안 해도 되잖아?! 왜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지? 무슨 이유야? 도대체 왜?!”
진세연은 그 말들에 대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렇게 저 사람에게 깨지는 이유 자체가 저 송경휴의 독단으로 인한 결과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병윤이 세우고 발전시킨 중경공단은 처절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주요 인재들이 병윤을 따라 간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무래도 중경공단의 운영을 지금의 회장과 대리 회장이 못 따라간다는 것이 있었다.
거기에 가장 심각한 사항은 병윤이 맡으면서 관리했던 중경공단은 부패에 대해서 어느 정도 피해 없이 맞춰나갔지만 지금은 암종같은 부패로 인해서 전체가 썩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가를 낮춰라. 단가를 낮춰라. 단가를 무조건 낮춰라. 인건비를 낮추고, 재료도 극단적으로 싼 것으로 맞춰라. 그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서 옛날 중경공단의 위세는 잃은 지 오래였다. 진세연을 비롯한 중경공단의 중임들은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 팔을 걷어 부치고 해결하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젠장. 그 송가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빌어먹을 송가놈 자식들. 너네들의 그 정치자금 때문에 지금 중경공단이 썩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네 녀석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이 중경공단이 이 지경으로 된 것을 진정으로 모르냐는 말이냐?!’
진세연은 너무나 억울해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저 송경휴라는 빌어먹을 자식은 자신의 잘못들을 진세연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파렴치한 행동, 속만 빼먹고 나머지는 내팽개치는 이런 비열한 행동 때문에 진세연은 요즘 두통이 심하고, 또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진세연은 여기서 다시 한 번 굴복해야한다. 지금 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중경공단의 대리회장, 그 장개석이 임명한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제발 제대로 좀 처리해. 응? 쉽게 쉽게 살자고? 무능력한 것도 문제군. 문제야. 쯧.”
‘무능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네 놈이야. 이 자식아.’
진세연은 속으로 욕이란 욕을 다 퍼부었지만 겉모습으로는 참한 비서의 모습이었다. 그런 진세연의 모습에 송경휴는 흠흠거리면서 일어나고는 진세연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는 말한다.
“앞으로 잘 하게. 무능한 것도 한 두 번 봐주지 않아?”
순간 진세연은 너무 열 받아서 송경휴를 때릴 뻔 했다.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간신히 끓는 속을 참아낸다. 송경휴가 이 방에서 나가자 진세연은 휴우 하고 한숨을 푹 쉰다.
‘이러려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닌데. 전 회장이 나갔다고 일이 이렇게 지옥이 되는 것인가? 왜지?’
억 명을 먹여 살린다는 억생재와 무능한 이의 차이점은 이렇게 컸나 싶었다. 현재 중국의 보급은 원래 중경공단을 포함한 각 기업들이 책임을 지고 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의 원조와 또 조선에서의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중경공단의 현재는 이미 끝난 지 오래였다.
진세연은 그런 끔찍한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다. 현재 국공내전의 상황은 일진일퇴였다. 처음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국부군은 현재 지독한 게릴라 전술로 버티고 있는 중국 공산당군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도 중국 공산군 역시 국부군을 몰아내지 못한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진세연은 중국에서의 상황을 생각했고, 여기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들어갔다.
‘만약 전 회장님이 여기에 자리를 잡았으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 그 가정대로라면 지금 저 공산군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가고, 수뇌부들의 머리는 이미 잘려서 효수되고 있을 것이다. 전 회장이 이룩한 것이 있어서 이렇게 대등한 기세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진세연이 예상하기로는 이대로 가다간 중국 국민당 정부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난 힘이 없지.’
진세연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곧 자신의 할 일을 하러갔다. 남이 저지른 일들을 자신이 힘겹게 수습하러 다시 한 번 힘든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진세연은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자신이 머무는 집이 아니라 이번에 자신의 아버지와 백부, 숙부가 있는 진씨세가를 향해서 발걸음을 돌린다.
곧 차량을 타고, 그 저택에 오자 4개 세가의 일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진씨세가의 모습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곳을 그녀는 씁쓸한 미소로 바라보면서 이내 그 안으로 들어간다. 진세연은 저택의 하인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곧장 이 저택의 주인들인 자신의 숙부, 백부를 찾았다. 다만 진입부는 일이 있어서 여기에 없었고, 대신 백부 진과부만이 남아서 진세연을 바라보며 말한다.
“여기엔 어쩐 일이냐?”
진세연은 진과부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앞에 앉아 마주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지긋지긋해요.”
별안간 한 마디를 날린 진세연의 말에 진과부는 잠시 입을 뻐금대다가 한 마디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이지?”
진세연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시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제는 남의 뒷 똥을 닦아주는 것도 지친다는 의미입니다. 백부님.”
진과부는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면서 진세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송경휴 그 자가 중경공단의 대리회장이 되면서 많은 것이 망가졌지. 네가 그 곳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말에 진세연은 진지하게 진과부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백부님.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미 중경공단은 끝장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되살리려고 노력을 해도 백부님이 원하시는 중경공단은 이미 끝난지 오래입니다.”
“......”
“솔직히 제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제 심정도 있지만 이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진과부의 얼굴은 그 말에 흉하게 일그러지면서 진세연에게 묻는다.
“왜지? 왜 그렇게 되었느냐?”
“제 속으로는 그 쪽에 물어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저 치들이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경공단을 일부로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숙련공들을 해고시키고, 재료를 저질로 바꾸면서 얻는 이득을 사적으로 소유화하고, 그 걸 자신들의 배를 채우면서 정치자금으로 뿌리고 있습니다. 백부님. 이걸 용납하시는 것입니까? 아무리 세상이 더럽고 치사하고, 현실이 냉혹하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진과부는 그 말에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다가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그 물음을 기다렸듯 진세연은 결국 폭탄선언을 던지고 말았다.
“백부님. 여기서 제가 운영하는 회사들을 새로 만들어주던지 아니면...”
“아니면?”
“전 제 직위를 반납하겠습니다. 이제는 지쳤습니다.”
“으음...”
진과부는 쯧쯧거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진세연에게 묻는다.
“그래. 네 직위를 그만두면서 할 일은 고작 작은 회사를 맡는 것인가? 뭐 그 것도 좋겠지. 그러나 난 네 뜻이 그런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진심은 무엇이냐?”
진세연은 휴우 한숨을 내쉬면서 이내 눈물을 조금 흘리며 말한다.
“이제 여기는 지쳤습니다. 전 그 사람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 사람? 너랑 사귀는 사람이 없을 텐데? 뭐 이 가문의 위세를 뒤엎고 하는 그런 겁대가리 없는 인간들은 있겠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백부님.”
“사랑의 길이 아니라면... 설마...”
진과부는 무슨 경우를 생각했는지 얼굴에 조금씩 경악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진과부의 생각을 진세연은 확정시켜버린다.
“예. 생각하신 그 것입니다. 전 조선으로 떠나겠습니다.”
진과부는 그 말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진세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세연아. 그 이에 대해서 간절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죄송합니다. 백부님. 전 마음을 정했습니다.”
진과부는 그 말에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등을 대며 한 마디 말한다.
“내 말을 들어봐라. 세연아. 지금은 말이지...”
“설득해도 위협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저를 막고 싶으면 저를 그냥 시체로 만드십시오. 그게 빠릅니다.”
“에휴. 내 팔자야. 내 팔자야.”
결국 진과부는 진세연을 설득하는 것을 접었다. 어릴 적에 진세연을 바라보았지만 저 녀석의 고집은 상상이상이었다. 그녀가 그나마 생각이 있고, 능력이 있어서 다행일 뿐 그 고집은 누구나 막기 힘들었다. 진과부는 결국 진세연에게 항복 선언을 하고는 마음대로 하라고 말을 해버린다. 결국 진세연은 중경공단의 비서실장 직위를 때려치우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약속대로 진세연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때요? 잘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