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8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8월 23일, 중국군정 사령관 신유철은 지금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을 바라본다. 상당한 미모에 재색이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리고 신유철은 이 여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신유철은 여성을 바라보며 한껏 머뭇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으음. 여기로 온 이유가...”
여인은 그 말을 하는 신유철을 바라보면서 한 숨을 쉬면서 하소연을 한다.
“더 이상 못 버티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사태를 일으킨 사람을 따라가서 따지려고요.”
신유철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여인에게 말한다.
“어차피 내 동생이 어쩔 수 없는 사태에 휘말린 것은 잘 알지 않소?”
그 말에 여인은 쌍심지를 뜨고는 외친다.
“그래도 한 번 세웠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남자 아니겠어요?”
“물론 그 것이 당연하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결심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겠소? 불가항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나야 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 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인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신유철은 여성을 보면서 한 마디 이야기 한다.
“대충 이야기를 들었소. 그 쪽은 그 쪽대로 난리라고 말이오.”
여인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신유철에게 말한다.
“이젠 중경공단은 희망이 없어요. 그 곳은 이미 정치자금을 양성하기 위한 장소로 변질되었을 뿐. 부패한 세력들이 자기 돈을 만들기 위해 지옥으로 변한 지 오래에요.”
여인의 말에 신유철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라의 흥망성쇠들 중 망하는 것 일 순위가 바로 만연한 부패였다. 부패는 나라의 성장을 깎아먹고, 나라의 기강을 해치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가장 악질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전부 관례로 쉬쉬대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중경공단 내부에서는 부패를 합리화하기 위한 관례들이 횡행하고 있을 것이다.
“총통 각하께서는 당신을 이 쪽으로 보내지 않으려던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이 쪽으로 오셨소?”
신유철이 여인에게 그렇게 묻자 여인은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한다.
“나 혼자서 중경공단을 어쩔 수 없는 것을 총통 각하께서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에요. 사실 중국의 보급은 미국의 원조와 그리고 그나마 돌아가는 중국 내 기업들, 그리고 조선에서의 수입으로 겨우 끼워 맞추는 현황이에요.”
그 말에 신유철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시일이 지날수록 조선에서의 대중국 수출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그런 이유였다니 신유철은 암담한 기분이 얼굴에 드러났다. 여인은 그런 신유철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정말 모든 것이 한심스러워요. 어떻게 이런 썩은 곳에서 그 잔악한 일본군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 신기할 지경이에요. 휴우...”
신유철은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중국군정의 철수는 장개석 총통에 의해서 번번이 막혔다. 신유철은 군대를 이끌고, 국공내전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군정을 운용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신유철의 상념을 퍼뜩 깨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죠?”
그 물음에 신유철은 곧바로 여인에게 대답을 해준다.
“병윤은 동협 그룹의 회장으로 지내고 있소.”
“동협 그룹이라. 휴우 그 치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 집단, 역시 조선에서의 물자들은 그가 책임지는 구조군요.”
신유철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시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 악화된 상황 속에서 지금 내전이 일진일퇴하는 것은 조선에서의 수출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소.”
그 말에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철의 말에 공감한다.
“하기야 그 치의 능력이라면 그게 당연할 지도 모르네요.”
여인의 말에 신유철은 한심스럽다는 얼굴과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실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진세연. 당신이 예상하기에 조국의 내전은 어떻게 흘러갈 것 같소?”
여인 즉 진세연은 그 말에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정리하고는 신유철에게 한 마디 딱 이야기한다.
“제 생각이지만 잘 하면 분단, 못하면 아예 공산당의 승리일 것 같네요.”
암담한 결과를 말하는 진세연에 대해 신유철은 화가 내는 것보다 오히려 그 말을 통해서 지금 자신의 조국의 상황을 유추해낸다.
‘그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이야기군.’
신유철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진세연을 바라보며 묻는다.
“잘 하면 분단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오?”
진세연은 그 말에 생각을 하고 정리한 뒤 대답을 해준다.
“아마 운이 너무 좋거나 중국 공산당군이 양면 전쟁을 벌이면 그렇게 변할 것 같네요.”
양면 전쟁이라는 말에 순간 신유철의 생각은 뭔가 잡히는 것 같았다.
“중공이 닿는 경계선은 몽골, 소련, 그리고 우리 중화민국, 그리고 북한과 남한일 텐데. 어이없게도 북한이 난을 일으켜야 우리 중화민국이 사는 것이오?”
신유철의 그 말에 진세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예측으로는 중국의 분단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는 북한의 김일성은 자신의 야욕을 위해 소련의 서기장 스탈린에게 매번 전쟁을 하게 해달라고 청원을 하고 있어요.”
신유철은 그 말에 결국 한 마디 말한다.
“미친 놈 같으리라고. 아니 오히려 우리 조국의 입장에서 보면 고마운 사람인가?”
이 모순된 상황에 진세연 역시 어이없는 얼굴을 하면서 말한다.
“잔악한 예상이지만 우리 중화민국이 살려면 이 쪽이 전쟁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굳이 공작은 안 해도 이미 여기는 전쟁의 기운이 느껴져요. 전쟁의 참화가 이 쪽에도 나오겠죠.”
그 말에 신유철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한다.
“여기에 있는 위정자들도 그렇게 다들 예상은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진세연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역시 머리가 장식으로 달리지 않는군요.”
그렇게 한반도의 위정자들에 대해 평가를 한 진세연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북한의 전력과 국력을 비교해봤을 때, 아무리 중공과 소련에게 지원을 받는다한들 남한을 뛰어넘을 수는 없어요. 오히려 자신들이 잡아먹히겠죠.”
신유철은 그 예상에 한 가지 예상을 더 한다.
“그 말은 결국 중공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서 어쩔 수없이 양면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군.”
“예. 그래서 제가 분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이에요. 이 쪽에 괴물들이 있으니 이 쪽에 지원하게 된 중공군들은 전부 죽은 목숨일지도...”
그 말에 신유철은 생각해낸다. 이 쪽에는 억생재라 불리는 인재들과 군부 쪽에서 병주를 대표로 유능한 사람들이 있었다. 거기에 미국의 지원, 그리고 재생치료로 대표되는 의학수준. 하지만 그러고도 남한의 전력으로도 중공군을 홀로 못 당해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은 명분 싸움이었다.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치지 않는 이상 미국은 한반도에 끼어들 것이 분명하다. 아마 그렇게 되면 중공은 버거운 양면 전쟁을 치를 것이고, 끝내 중국은 분단될 지도 모른다.
“이래라 저래나 우리 조국은 암담한 상황뿐이군. 하아...”
신유철이 그렇게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암울한 생각을 하지만 진세연은 이미 그 쪽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말한다.
“제가 생각한 것은 여기까지 에요. 물론 철없는 여인네의 생각일 수 있어요.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요. 그럼 그 치의 위치까지 알려졌으니 전 이만 그 쪽으로 가볼게요.”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세연을 보고 말한다.
“알겠소. 그 쪽으로는 내가 연락을 해보겠소. 아마 당신이라면 병윤도 난감해하다가 환영해줄지 모르겠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신유철 중국군정 사령관님.”
진세연은 신유철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방 밖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홀로 남게 된 신유철은 진세연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또 암울한 조국의 상황에 마음이 심란한 얼굴로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진다.
동협 그룹 본사 병윤의 집무실, 병윤은 신유철에게서 온 전화를 받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신유철의 깜짝 정보에 병윤은 벌떡 일어서서 말한다.
“예? 그 사람이 이 쪽으로 온다고요?”
-왜 놀랐느냐?-
신유철의 말에 병윤은 수긍을 하며 말한다.
“으음. 전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마 너를 잊지 못해서 이 쪽으로 오는 것 같다.-
“휴우. 알겠습니다. 그녀가 오면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 되겠군요.”
-그래. 아마 너라면 믿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럼 부탁한다.-
신유철이 당부의 인사를 하자 병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형님. 고생 하십시오.”
-고생은 무슨. 네가 더 고생을 하지.-
그 것으로 신유철과의 전화가 끊어졌고, 병윤은 휴우 한 숨을 내쉬면서 이내 손채현 비서를 응시하자 손채현 비서는 자신의 얼굴에 뭐 묻었나 싶어서 묻는다.
“무슨 일이시기에 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십니까?”
병윤은 이내 생각을 하다 결심을 했는지 그녀에게 사정을 들려준다.
“으음.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손 비서 당신의 선배가 오는 것 같군요.”
선배라는 말에 손채현 비서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한 사람을 떠올린다.
“으음. 그렇다면 전 비서직에서 물러나는 것입니까?”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손채현 비서에게 말한다.
“그건 아니고, 비서 단을 만들 생각입니다.”
“비서 단이라.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의 역할은 그 사람이 맡는 것이군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능력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 분은 회장님이 초창기에 같이 일했던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분이 합류한다면 동협 그룹의 성장세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비서실장에 있는 것은 몇 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씀은?”
“아무래도 중국의 진출을 모색하는 편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는 병윤의 눈빛은 빛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 신유철이 말한 그 진세연이 동협 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병윤의 집무실에서 오랜만에 곽 상무를 비롯한 중진들이 모였다. 곽 상무는 진세연이 온다는 소식에 기대 반 골치 반이었다.
진세연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집무실 안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는 병윤과 또 중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세연은 싱긋 웃으면서 병윤 앞으로 또각또각 다가오며 한 마디 말한다.
“오랜만입니다. 전 회장님. 아니 동협 그룹의 회장님.”
병윤은 이내 진세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전 중국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 말에 진세연은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 부탁은 저도 안 드리고 싶군요. 전 다시 회장님 곁에 일하러 이 곳까지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진세연은 곧 자신에 대한 서류들을 병윤에게 넘긴다. 병윤은 서류들을 차근차근 바라보다가 이내 책상 옆으로 치우고는 한 마디 말한다.
“세연 씨에 대해서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진세연은 그 말에 역시라는 얼굴로 싱긋 미소를 짓는다.
“좋습니다. 저도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진세연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곽 상무를 포함한 중진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중진들은 중국에 있을 때, 진세연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상당히 유능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곽 상무는 진세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결국 동협 그룹에 하나의 날개가 달리는 건가?’
사실 뼈대를 만들고, 전체를 만든 것은 병윤이었지만 자잘한 것들을 채운 것은 진세연이었다. 진세연은 병윤을 몇 년씩이나 보좌하면서 중경 공단을 키운 핵심인재 중에 인재였다. 병윤은 자신을 응시하는 진세연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저 쪽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예. 그러죠.”
쇼파에 앉은 두 사람은 이윽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연씨. 당신은 여기에 안 올 줄 알았습니다.”
병윤이 그렇게 먼저 말을 열자 진세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답변한다.
“중국에서 책임질 것이 있으니 말입니다. 누구처럼 도중에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지키려고 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쪽에서 결정한 일을 저 혼자만의 고집으로 꺾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 때, 솔직히 고집을 부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예. 그런데 중경 공단은...”
그 말에 진세연은 씁쓸한 얼굴을 하고,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중경 공단의 상황을 말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순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하기야 자신이 세운 중경 공단에 대해 애착이 갔던 것은 병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중경 공단은 부스러기 일보 직전이라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 그에 대해서 할 말이 없군요.”
“예. 그게 당연한 것입니다. 회장님이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중경공단의 파멸은 이미 예상한 것이었습니다. 저로써는 중과부적이더군요.”
“......”
“직접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더욱 체감이 될 것입니다.”
“그럼 그 쪽은 이제 없는 셈 쳐야겠군요.”
진세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쪽에 희망이 없더라구요.”
“......”
“휴우. 이런 선택을 한 저 역시 제 스스로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건물에서 애착을 가져 그대로 있다가 죽기는 싫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뭐라 할 수 없겠지요. 당신의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회장님이라면 미리 예상을 하지 않았나요?”
“알겠습니다. 당신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진세연은 그 말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그렇게 진세연은 병윤 옆에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착각하고 계시는 것이 있는데. 진세연과 병윤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사업 동료입니다. 기업에서 사장과 경리가 결혼할 확률과 같습니다. 알겠습니까? 병윤의 히로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 히로인 소개는 아무래도 100여편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까 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