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00화 (40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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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9월 4일, 해방 후 짓기 시작한 대학건물들이 완성되었다. 미군정 웨드마이어 사령관과 또 재생치료병원 사무소장 에드워드 시렌은 대학 부속 건물을 찬찬히 살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동협 그룹에서 지어진 곳인지 규모가 상당하군요.”

웨드마이어 장군이 건물의 형태를 살펴보면서 시렌에게 말하자 시렌 역시 감탄을 한 표정으로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이 곳은 남한 최대 의학 연구 시설 및 교육 시설이 될 것이니 그리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의학뿐만 아니라 공학 관련 연구들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학 관련이라? 으음.”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동협 그룹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자신의 조국 측에서 탐낼만한 것들을 지금 연구하고 있었다. 적층식 농업이라든지 신소재 합금, 초축전기의 개량,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의 개발 등 많은 부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연구들이 이 곳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들었다.

“동협 그룹의 역량과 또 현재 재생치료병원의 역량은 상당합니다. 그리고 아마 그들에게 중요한 인재들은 여기서 길러낼 것 같군요.”

시렌 사무소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웨드마이어 사령관에게 말한다.

“그 쪽에서는 중구난방의 연구시설들을 하나로 통합함과 동시에 또 연구인원들과 적합한 기술자들을 길러낸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이번에 재생치료병원의 주요 기자재들과 시설들을 여기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미 의학교류협정에 따르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한미 의학교류협정은 지난번 이승만이 현재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제안한 것을 공식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물론 그 정식명칭 중에서 ‘한’은 정식정부가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것이 정식적인 한국 정부가 탄생하게 되어도 발효가 되는 협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자문의원들 중에는 함부로 협정을 맺었다는 소리가 많았지만 사람들에게는 세계 강대국인 미국의 의료기술들을 한국에 퍼준다는 인식이 꽤 존재해 있었다.

이 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학기술 간에 제휴가 가능하며 두 나라 간 공유할 가치가 있다는 기술에 한해서 서로 공유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따라서 미국의 의사들이 여기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고, 한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의 의학 대학에 유학해서 거기서 일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흠. 우리측 의사들은 언제부터 여기에 들일 생각이십니까?”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물음에 시렌은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을 한다.

“뭐 지금도 우리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파견 규모는 대통령 각하의 결정 혹은 미 의회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것도 맞는 말이군요.”

“그런데 궁금한 점은 아무래도 이 대학의 공학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말에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한다.

“아무래도 공학 부분에 대해서도 한미 의학교류협정처럼 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감시와 또 빼내오기 위해서 그런 것입니까?”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저는 군인이고, 애국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정도라면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거야 그렇지만. 저 쪽에서 허락을 해주느냐가 문제겠지요.”

“우리에게는 이승만이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면 일단 비밀리에 교수와 그의 조수들을 여기로 불러 공동으로 연구개발 할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우리나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군요.”

“이런 것에 뒤처지면 우리는 1류 강대국 국가가 아닌 2류, 3류에 불과한 덩치만 큰 국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은 당연한 조치이겠지요.”

시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웨드마이어 사령관에게 묻는다.

“혹시 그 온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연구하는지 궁금합니다.”

그 말에 걷고 있던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우뚝 멈추고는 이내 시렌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 것을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비밀로 된 내용인 것 같았다. 그러나 시렌의 입담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말을 들으니 비밀스러운 무기 개발 쪽인가 봅니다.”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잠시 침묵을 하다가 대답을 한다.

“무기는 결코 아닙니다. 무기였다면 여기로 굳이 내 조국의 소중한 연구인원들을 파견 보낼 리는 없습니다.”

“끄응. 그 말씀을 들으니 뭔가 중요한데. 아무래도 핵입니까?”

“핵이라. 핵 쪽이라면 이 쪽에서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핵쪽 관련 기술들은 저 쪽에서 비밀리에 연구개발하고 있겠지요.”

“휴우. 그 말들을 들으니 무엇을 연구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후후후 웃으며 대답한다.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뭐 시간이 지나면 시렌 당신 역시 알게 되겠지요. 뭐 힌트를 주자면 국력을 대폭 증대시킬 엄청난 물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물건을 개발한다는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말에 결국 시렌의 의문은 호기심으로 끝이 났다.

같은 시각, 문경 사현리에 있는 송동호의 집 안, 송동호는 아들 송감연과 강칠혜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뭐? 너희 둘이 결혼을 한다는 말인가?”

철없고 유치한 행동을 많이 하는 감연이었지만 이럴 때는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 지금까지 같이 일을 하다가 정분이 났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송동호는 그 말에 자신의 아들 감연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쯧. 내가 무엇을 허락하고 거부할 여력이 되겠는가?”

“그 말씀은 허락해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것보다는 저 아가씨의 집안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 아가씨라는 송동호의 말에 강칠혜는 고개를 들어 깜짝 놀란다.

“예? 제 집안이라니. 아버님. 그게 무슨 소리인지...”

“결혼이라는 것은 두 가문의 결합이다. 나야 상관이 없겠지만 이 쪽의 의사도 확인을 해봐야지.”

감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동호에게 한 마디 설명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네가 그 쪽에 방문이라도 했다는 말이군.”

송동호의 날카로운 눈빛에 감연은 베일 것 같지만 이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예.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명문가였습니다.”

“명문가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송동호의 물음에 감연은 어느 정도 설명을 해준다. 저 강칠혜라는 집안이 상당히 부잣집에 명문이라는 것과 또 어느 정도 정치계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을 한 마디 알려준다.

“흠. 그 정도 가문이라니. 그런데 우리 집안은 상당히 한미한 집안인데.”

“뭘 한미한 집안입니까? 저를 보십시오. 이 아버지의 우람한 것들을 타고난 저를 보십시오. 제가 가문을 이끌어왔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감연이 자뻑을 하자 송동호는 곧바로 감연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퍼억!-

발차기로 인해 뒤로 나뒹구는 감연을 보고 송동호는 쯧쯧 거리며 말한다.

“이 싸가지 없는 놈이 누구보고 이런 말을 지껄이는 거냐?! 이 자식. 몸만 컸지. 에휴. 내 팔자야.”

감연은 그 말에 몸을 벌떡 일으키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님. 이 귀하신 아들을 때립니까?!”

“귀하신 아들은 무슨 귀하신 아들이고?! 흥. 내 회초리를 들고 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으으. 그건 적반하장입니다.”

“시끄럽다. 몸만 큰 철없는 불효자식아.”

강칠혜는 감연과 송동호의 대화를 들으면서 눈동자를 굴릴 뿐 아무런 말을 못한다. 몇 번 송동호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기는 했지만 그 때는 감연의 비서라서 몇 마디 말을 하다가 말았다.

감연은 송동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제가 다 집하고 가구하고, 뭐든 걸 해드릴게요.”

“흥. 그 쪽은 네 친우인 병윤이 다 해주는데 무슨 소리냐? 잔말말고 알아서 결혼이나 해라.”

“끄응. 아버지. 이러시기입니까?”

“뭘 이러시기는 뭘 이러시기야? 하여튼 결혼한다고 하였으니 잘 됐네. 상견례 때만 나를 부르고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

감연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자신의 아버지를 지켜볼 뿐이다. 하여튼 결과론적으로 감연과 강칠혜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1947년 9월 8일, 대구의 미군기지 공항에 어느 한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했다. 그 비행기가 브레이크와 또 바퀴와 땅바닥의 마찰에 의해서 속력이 점점 줄어들고 정지를 하자 곧 이동식 계단이 비행기의 문에 가져다 댔고, 문이 열리자 어떤 사람들이 문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문 밖의 풍경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두 번째 방문이군.”

대학 교수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한 마디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곧장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그렇게 걸어 나가자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과 제자들을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폰 노이만 교수님. 반갑습니다. 미군정 사령관 앨버트 코디 웨드마이어 중장이라고 합니다.”

중년의 남성 폰 노이만 교수는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인사에 화답한다.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이런 일은.”

“물론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와 같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으음. 하기야 그들과는 두 번째 만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그들과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세기를 앞서나갈 물건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할 것입니다.”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저렇게 말을 하는 것 보니. 그 두 사람의 위명은 헛되지 않았군.’

“일단 그 쪽 대학이 건설되고,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며 대답을 한다.

“그리 조급할 것은 없습니다. 이미 준비는 다 해놓았습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마음만 급해서...”

“그만큼 그 연구를 간절하게 바란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곳에서의 체류는 얼마정도 있을 예정입니까?”

그 말에 존 폰 노이만 교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 것을 개발하고 난 뒤에는 1년 정도 더 머물다가 제 자리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노이만 교수의 말에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순간 헉 했다.

“예? 1년씩이나 체류를 한다는 말입니까?”

“뭘 그리 놀라고 그러십니까? 전 오히려 너무 짧아서 불만입니다.”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여긴 냉전의 최전방입니다. 그런 위험한 곳에 1년씩이나 더 있다니. 거기에 그 물건의 개발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개발은 그리 어려울 것 없습니다. 어차피 기초는 나의 이론들과 저쪽에서 이미 만들어놨습니다. 아마 제가 그 곳에서 하는 일은 미완성된 부분을 완성하고 한동안 개량에 힘쓸 것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다만 경호를 위해 대학 주변에 군부대 배치는 용납해주기를 바랍니다.”

노이만 교수는 그 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군 쪽에서 경호만 해준다면야 저도 좋습니다만...”

웨드마이어 사령관은 노이만 교수의 말을 잘라버리고 대답한다.

“그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존 폰 노이만 교수와 동료들과 제자들은 결국 미군에 배치된 신형 헬기를 통해서 대학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존 폰 노이만 교수는 신형 헬기를 보자 조금은 뭔가 감정을 하는 얼굴로 헬기의 모습을 관찰했다. 노이만 교수의 행동에 웨드마이어 사령관이 묻는다.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교수님?”

“이 헬기들은 미군부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인데...”

그 말에 웨드마이어 사령관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을 해준다.

“사실 우리 미군정 측에서는 한국 기업의 생산품들을 일부로 사는 편입니다. 한국 기업의 성장에 조금 퍼주는 편입니다. 이것도 그런 정책의 일환으로 구입한 기체입니다.”

“호오? 이런 기체를 여기서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교수님도 잘 아실 사람의 기업에서 만든 기체입니다. 아마...”

“동협 그룹 그 쪽에서 만든 기체이군요. 알만 합니다. 아마 이런 기체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 그 쪽밖에 더 있겠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대구에서 문경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렇게 헬기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간단하게 갈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노이만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미군 병사를 따라 헬기 안으로 탑승해 들어간다. 헬기 안에서 어느 정도 자리에 앉은 노이만 교수는 헬기의 구체적인 형체 및 그에 들어가는 기술들에 대해서 추측하고 있었는데. 그 때 옆에서 자신에게 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 정도라면 그 연구 개발에 대해서 알 것 같습니다.”

노이만 교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자신과 같이 데려온 동료들 중 하나인 리처드 파인만 조교수였다.

“세상을 변혁시킬 기술들은 많겠지만 우리가 연구하는 것도 그 기술들 중 하나겠지. 자네가 순순히 여기로 온 것이 궁금하군.”

리처드 파인만 조교수는 그 말에 오히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럼 노이만 교수님은 여기에 왜 오셨습니까?”

“뭐 자네가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그 쪽에 있다고 말을 해두지.”

“그 미스터 송과 미스터 길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 쪽에서 만들고 계획하는 것이 우리의 주목을 끌지 않겠는가? 아인슈타인 박사도 그 쪽에 왔다갔다고 이야기를 들었네.”

“그 박사님도 갔다 왔습니까?”

“정확히는 핵융합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지만.”

“으음. 그런 쪽도 연구개발을 진행하다니. 여기 역시 만만치 않겠습니다.”

“만만치 않기는 난 오히려 대등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말이야.”

리처드 파인만 조교수는 그 말에 깜짝 놀라고 만다.

============================ 작품 후기 ============================

예. 병윤의 수라장 대신 감연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이히히히히. 이렇게 어그로나 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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