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05화 (40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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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깊은 밤, 아이를 챙긴 간성은은 조신혜를 바라보며 소곤거린다.

“제가 지금 바로 떠나면 새언니에게 피해를 입지 않을까요?”

조신혜는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간성은에게 말한다.

“그리 제 걱정을 하십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아가씨의 인생이 어떻게 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마음에도 없는 결혼에 또 사랑스러운 아이와 생이별하는 것은 제 눈과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피해를 받는다고 하면 피해를 받겠지만 그리 염려하지 마십시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금은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할 것입니다.”

조신혜의 말에 간성은은 고마움을 느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새언니가 고마웠다. 조신혜를 믿고, 간성은은 한 가지 말을 한다.

“전 서울로 갈 생각이에요.”

“서울로?”

“예. 서울로 가면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서울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 말에 조신혜는 고개를 젓고는 대답한다.

“아니요. 없어요. 전 문경에 쭉 살아서 아는 이라고는 문경에 살고 있는 친구들뿐이에요.”

조신혜는 간성은의 말에 에휴 한숨을 쉬면서 간성은에게 말한다.

“홀로 그 쪽에 정착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겨울 일이 될 것입니다. 아녀자가 자신의 아이와 같이 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 온갖 잡놈이 아가씨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그 쪽에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라도 있습니까?”

“그 서울은 상당히 발달되었으니 일거리가 있겠죠?”

“쯧.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입니다. 일거리는 서울보다 문경에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곳의 추격을 피하려면 다른 곳으로 가야하니 서울이 적당할 수도 있겠지만. 아가씨의 고생이 훤히 보이네요.”

고생이 훤히 보인다는 조신혜의 말에도 불구하고 간성은의 결심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패물이라도 챙겼으니 어느 정도 재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 다음에 생계수단을 마련해서 내 아이라도 먹여 살릴 것이에요.”

“서울로 가는 기차표는 구했습니까?”

“역 쪽으로 가면 야간 기차표가 있다고 들었어요.”

조신혜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하게 간성은에게 말한다.

“일단 그렇게 결정을 했으면 서울로 가십시오. 그리고 왠만하면 이 쪽으로 발걸음 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에요. 그런데 새언니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일단 저는 잠시 산책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 아가씨가 홀로 산책을 간다고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조금 걷다가 바로 목적지로 가세요. 알겠죠?”

간성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고마워요. 새언니.”

그렇게 조신혜와 간성은은 어느 정도 둘이서 산책을 하다가 간성은은 눈물을 지으며 조신혜와 헤어지게 되었다. 조신혜는 멀어지는 간성은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 역시 슬픈 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가씨. 부디 거기서는 잘 지내세요.’

조신혜는 간성은의 행복을 속으로 빌었고, 계획대로 어느 정도 산책을 하는 척 하다가 저택으로 되돌아간다.

밤이 지나고, 아침 해가 뜨자마자 간씨네 집안은 난리가 났다. 간병철은 벌떡 일어서서 청지기의 말을 얼빠진 얼굴로 들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청지기는 울상인 표정으로 간병철에게 말한다.

“예. 정말입니다. 주인 어르신. 지금 그 사람이...”

간병철은 그 말에 아무런 말을 안 하고 오히려 얼굴이 탈색된다.

“어... 어찌... 이런 일이...”

“지금 하인들을 시켜 찾고 있습니다만.”

“제길. 언제... 언제 떠났느냐!?”

청지기는 그 말에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이야기한다.

“저. 그 것이 작은 주인마님과 아가씨과 어젯밤에 산책을 하러 가다가...”

“그 뒤에는 행방이 묘연하다는 이야기인가!?”

“예... 예. 그렇습니다. 주인 어르신.”

“그걸 말리지 않고, 뭘 했는가?!”

그 말에 청지기는 죽을죄를 졌다는 표정으로 간병철에게 말한다.

“제가. 제가. 주의를 안 기울이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청지기의 죄송스러운 말투에 간병철은 끄응 침음을 흘리며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아마 청지기 역시 급히 사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보고를 하는 지도 모른다.

“젠장. 며느리를 데리고 와!”

“예. 예! 주인 어르신!”

청지기는 부리나케 간병철의 방 안을 나가고, 간병철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아파서 이마에 손을 댄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란 말이냐? 어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간병철은 애초부터 그 아이를 그 개잡놈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후회를 했다. 물론 그 때는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으로써 완창 후회를 한다. 간병철은 이를 갈았다. 솔직히 자신의 소작농이 지금 한반도에 위세를 떨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 집안과는 별 유감이 없었고, 또 그 집안에서 자신들을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길남효를 어느 정도 설득을 해서 이번에 엄청난 기회를 잡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하늘이 이를 시기한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는...’

사실 상대방에게 어떻게 사과를 하는 가가 중요한 문제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가문의 체면까지 손상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간병철은 이 일이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발걸음 소리들이 들리더니 이내 방 안으로 간성호, 조신혜 부부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청지기가 같이 데려온 모양이다. 간성호와 조신혜는 갑작스러운 간병철의 부름에 의아해 한다.

“아버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으음. 지금 집 안이 난리가 난 것을 아느냐?”

간성호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하인들이 수군거리기로는 성은이가 사라졌다고...”

“그래. 그 거다. 너라면 이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 수 있겠지?”

간병철의 말에 간성호의 얼굴은 하얗게 탈색되었다.

“지금이라도 사람을 풀어서 성은이를 찾아야겠습니다.”

“이미 조치를 취해두었으니 그리 허둥지둥할 것 없다.”

그 말에 간성호는 순간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간병철의 시선은 조신혜에게 두면서 강렬한 눈빛을 내고는 묻는다.

“어젯밤에 네가 내 딸과 산책을 하러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신혜는 그 말에 일이 닥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침착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예. 아가씨의 기분이 많이 상한 것을 보고는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같이 산책을 떠났습니다.”

“산책을 떠났다고?”

“예. 같은 여자로써 아가씨가 안 되어 보였습니다.”

“계속 말을 해봐라.”

“어느 정도 길을 걷다가 아가씨는 홀로 산책을 하며 마음 정리를 하겠다고 말씀을 하더라구요. 저는 선선히 허락해주었습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얼굴이 구겨지면서 조신혜에게 말한다.

“그 것이 정말이더냐?”

“전 이 말을 하면서 하나도 거짓이 없습니다. 아가씨의 마음 정리를 위해서 저 먼저 저택에 들어갔습니다.”

“......”

간병철은 조신혜의 말을 듣고는 조신혜를 끝까지 노려본다. 그러나 조신혜는 침착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거짓이 없는 것처럼 당당한 기색이었다. 간병철은 흠흠 거리면서 조신혜에게 말한다.

“어찌 그리 무모한 짓을 하는가!? 지금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기나 하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시아버지. 저 역시 아가씨가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이를 업으면서 마음 정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시아버지.”

간병철은 순간 자신의 주위에 있던 물건을 잡고 조신혜 주위로 던진다.

-쨍그랑!-

“나가봐! 꼴 보기 싫다!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

조신혜는 그 말에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서서히 일어나서 방 밖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간병철은 조신혜의 모습을 보고 씨익씨익 거리더니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는 것인가? 왜 왜...”

간성호는 그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말이야 있겠지만 말도 사람과 분위기 봐가면서 해야 한다. 지금은 말 할 시기가 아니었다. 간병철은 간성호를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성호야. 내 아들아.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간성호는 그 말에 고개를 바짝 숙이면서 간병철에게 말한다.

“제가 그 쪽 일가들에게 말해보겠습니다.”

“휴우...”

“분명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낸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

“으으으. 이걸 어찌하면 좋을꼬...”

“일단 나가서 제가 해결해보러 가겠습니다.”

간병철은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면서 절망에 빠진 얼굴을 한다. 간성호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하고는 곧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간성호가 문을 열고 방밖으로 나가니 자신의 아내 조신혜가 기다리고 있었다. 간성호는 심각한 얼굴로 조신혜를 바라보며 한 가지 물었다.

“이 일 당신이 꾸민 거야?”

조신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간성호에게 대답한다.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꾸민 것이 아니면 결국 성은이의 행동을 방조하거나 도와주었다는 말이군. 당신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이라도 했소?!”

“죄송해요. 아가씨가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조신혜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표정을 짓자 간성호는 얼굴을 구기지만 더 이상 뭐라고 말을 못한다. 지금은 조신혜를 꾸짖는 것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나 한 마디 말은 해야 했다.

“작은 동정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해악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간성호는 곧장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조신혜는 두 사람의 말에 오금이 저리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난 옳은 일을 한 거야. 옳은 일을...’

조신혜는 그나마 일이 여기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길남효 김민숙이 살고 있는 생가 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신부가 도망을 치다니.”

간성호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길남효에게 사죄의 인사를 드린다.

“면목이 없습니다. 우리 집안이 잘 행동해야하는데 우리 측 신부 쪽이 그만 가출을 하고 말았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가슴이 답답한지 가슴을 치며 말한다.

“이 일을 어이합니까? 우리 병주를 보고 결혼할 여자가 도망갔다는 소리가 들린다면 병주의 혼인은 어찌합니까?”

“절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부디 용서를 해주십시오.”

길남효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병주를 위해 이번에 자신이 무리하게 결정을 내렸는데. 이렇게 일이 돌아가다니. 만약 이 소리가 전국에서 들린다면 자신과 병주는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결국 길남효는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혼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그만 둡시다.”

간성호는 그 말을 묵묵히 들었다. 이미 예상한 바였다. 아마 자신이 길남효의 입장이 되더라도 이해가 되었다. 아니 길남효가 더더욱 화를 내 뭐라고 소리를 칠 줄 알았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

“휴우. 병주에게 짝을 맺으려고 했는데. 하늘이 무심하군요.”

그렇게 말을 할수록 간성호는 바짝 고개를 숙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쪽에서 자신들에게 원망의 눈초리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저 쪽에서 일을 덮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생기지만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면 자신들 쪽이 다행이었다. 곧 간성호의 추측은 맞았다.

“이 일은 나와 또 그대들의 비밀로 끝냅시다. 다행히 마을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내 아들에게는 잘 말을 할테니 그 쪽에서도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간성호는 얼굴이 밝아지면서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결코 이 소리가 우리 쪽에서 새어나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 정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됐어요. 나가보세요.”

길남효의 명백한 축객령에 간성호는 자존심 따질 것 없이 바로 길남효의 말을 들었다. 일단 일은 잘 풀렸다. 미리 준비한 일들을 안 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 역시 체면이 손상되었다는 것을 잘 알았다.

‘휴우. 일단 일은 봉합했는데.’

자신의 가문의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여기서 끝난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간성호는 씁쓸한 얼굴을 지으면서 일단 발걸음을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간성호는 걸으면서 생각을 한다. 일단 상황은 두 사람 간의 혼인이 무산되었으므로 일단 제 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결국 간성은을 굳이 찾아서 데려오는 것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분명 아버님이 불호령을 내리시겠지.’

자신의 아버지 간병철이 노발대발하거나 아니면 충격을 받으시는 모습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를 맞아서 간성호는 최대한 설득할 것이다. 일단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얼마든지.’

이미 자신의 가문은 제 자리 걸음이지만 다른 가문들은 오히려 내리막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가문을 보면 오히려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유지를 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간성호는 생각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간성은이 망쳤지만 분명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일단 자신이 동협 기계의 이사직이지 않은가? 그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간성호는 좋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속으로 이번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아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간성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되돌아간다.

============================ 작품 후기 ============================

많은 분들이 전편을 무리수라고 말을 하군요. 그래서 무산시켰습니다. 휴우. 이거 잘못 이야기를 잡았군요. 끄응. 죄송합니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그로를 끈다고 했는데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발암을 너무 많이 심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놓친 떡밥이나 아니면 소재거리를 던져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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