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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9월 23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한 집무실 안에서 스탈린은 사람의 영혼을 붙잡는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스탈린이 왜 이 사람들에게 이런 눈빛을 빛내는 이유에 대해선 스탈린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때문에 그렇다. 스탈린은 특히 외무장관 몰로토프에게 시선을 강하게 두었다.
소련 제 1인자의 강력한 기세와 눈빛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한껏 긴장한다. 제발 부디 그대로 넘어갔으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는 이미 깨진지 오래이다.
“몰로토프 외무장관. 이 일에 대해서 말을 해보시게나.”
스탈린의 음성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자신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운에 따라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속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스탈린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한다.
“사실 한반도 미소공위는 이대로 깨지는 것은 서기관 각하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미국 정부 측에서 그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UN총회에 이 문제를 넘겼습니다.”
“그래. 그렇지. UN총회에 넘겼지. 사실 한반도는 신경을 쓰지 않아. 내가 궁금한 것은 왜 일본 문제가 UN에 넘겨줬나는 것이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스탈린의 지적에 침을 꿀꺽 삼키고, 한껏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굴러야 한다. 이대로 스탈린의 신임을 못 받아 자신의 위치가 붕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본 문제에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의 괜한 발악이라는 추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추측?”
“예. 제가 확실히 서기장 각하께 말씀드리지 못한 이유는 정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보안부는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저 쪽에서 숨기는 것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순간 얼굴이 구겨졌고, 그 얼굴을 본 몰로토프 외무장관을 포함한 일행들은 숙청의 두려움에 몸이 자동적으로 덜덜 떨린다. 스탈린은 그들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만족스러운 감정을 가지고는 몰로토프 외무장관에게 묻는다.
“그래서 대책은?”
“일단 무조건적으로 일본의 UN체제 아래 통합선거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리 소련의 국력은 미국과 대등한 존재, 이의를 제기하면 그들에게는 그들의 영향력만 미치는 서 일본의 영역밖에 마음대로 못할 것입니다.”
“흠. 그렇게 잘 이루어질지 걱정이군.”
“염려 마십시오. 스탈린 서기장 각하. 우리 소련의 국력은 강대합니다. 만약 저 쪽에서 허튼 수작을 부리면 우리로써는 유럽에 전력을 집중하면 되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그 쪽이 중요하니 말이죠.”
“일본에 신경 쓰지 못하게 유럽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은 최우선의 방법이겠군. 좋아. 그나저나 한반도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쉬티코프 중장이 한 가지를 알려주더군.”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바로 알아차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 한반도 문경에 위치한 신생 대학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험한 물건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 그런데 보안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물음에 자신의 머리를 맹렬히 굴렀다. 위험한 물건은 아니고, 보안은 만만치 않다.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였다.
“아무래도 그 쪽에서 국력을 신장시킬 중요한 것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국력을 신장시킨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낙후된 국가의 대학에서 하는 것일까? 난 오히려 이 것이 궁금한데. 미국 정부가 아무리 호구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탈린의 말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머리를 굴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떠올리며 스탈린에게 설명을 해준다.
“동협 그룹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가겠습니까?”
“동협 그룹? 그 친구들이라면 이해가 가는군.”
스탈린은 작은 한반도에 웅거한 동협 그룹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스탈린이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고자 그 쪽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 집단의 지도자 때문에 그렇다.
“그 길씨 형제들 중 막내 길병윤이 세운 기업 집단이라면 이해가 가지.”
스탈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길병윤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이 아무리 잘났고,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숙청한다고 하지만 일단 스탈린과 길병윤의 영역이 달랐다. 우선 자신은 정치가이지만 저 쪽은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 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실 그 쪽에서 생산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관심이 깊었기 때문이다. 꼭 소련에서 필요한 설비들과 물품들을 생산하는 기업 집단이었다.
“그 수상하다고 말하는 대학은 동협 그룹이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뜻인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북조선 쪽에서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그 쪽에 송감연 박사가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송감연? 흠. 그 인물도 상당한 인물이기는 하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투입된 프로젝트라. 지금 그 쪽에서 알아보고 있나?”
“지금 우리 쪽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고, 북조선 측에서 간첩들을 모아서 투입시키고 있지만 아무래도 국가보안부가 투입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몰로토프 외무장관의 제안에 스탈린은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면서 속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제안에 따른다는 것으로 저울이 기울였다.
“자네의 제안은 여전히 소련에 대해 충성스럽게 다가오는군. 국가보안부 투입은 내가 알아서 하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리고 자네는 일단 공식적으로 일본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방해해봐.”
“예. 그 말에 따르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렇게 말한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스탈린에게 인사를 하고 일행들을 데리며 스탈린이 명한 일을 하러 간다. 방 안에 남은 스탈린은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면서 곧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국가보안부 위원장 라브렌티 베리야입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서기장 각하이십니까?-
“그렇다.”
-무슨 일이십니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이 쪽으로 찾아오게. 전화로 하기에는 조금 복잡해서 말이지.”
-예.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 말을 한 뒤 뚜뚜 전화 연결음이 끊어졌고, 스탈린은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놓은 뒤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탈린의 앞에 라브렌티 베리야를 포함한 국가보안부의 인원들이 서 있었고, 스탈린은 베리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참으로 흥미로운 정보를 들었네.”
“서기장 각하가 원하시는 정보라면 얼마든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런 자신감이 자네를 더더욱 신임 받게 하는 요소이지. 한반도에 있는 한 대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나?”
스탈린의 물음에 베리야는 머리를 굴린다. 그러다가 이내 스탈린이 말한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예. 한반도 문경에 위치한 신생 대학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몰로토프 외무장관이 그 쪽으로 국가보안부 인재들을 투입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낙후한 국가의 기술력이 필요하신 것입니까?”
“낙후한 국가에 있다고 하지만 그 국가 안에 있는 한 기업은 특별하지.”
“동협 그룹을 말씀하시는 군요.”
“그래. 국력을 신장시킬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이 직접 그 대학에 투입하면서 연구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낱낱이 파헤치길 바란다.”
베리야는 그 말에 속으로는 괜한 삽질을 한다고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겉으로는 스탈린에게 충심을 담은 얼굴로 그 지시에 수락한다.
“알겠습니다. 인재들을 그 쪽으로 대거 투입하여 서기장 각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야. 또 물어볼 것이 있다네.”
“말씀만 하십시오. 서기장 각하.”
스탈린은 진중한 표정으로 베리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원자핵에 대한 것은 어찌하고 있나?”
“지금 소련에 충성스러운 과학자들이 총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지?”
“2년 뒤면 무난하게 실험할 것으로 보입니다.”
“2년 동안 미국에 존재하는 핵들로 우리 소련이 벌벌 떨어야 하는 것이군.”
베리야는 순간 속으로 당황했지만 곧바로 침착하고 냉정하게 생각하고는 스탈린을 응시하며 대답한다.
“곧 2년입니다. 2년 뒤면 소련은 미국의 핵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나가보게나.”
“예. 서기장 각하.”
그 말을 한 베리야는 곧 인원들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스탈린은 그 뒷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서류처리에 전념을 다한다.
같은 시각,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안에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자신의 앞에 있는 부통령 해리 S.트루먼이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트루먼 부통령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 비밀스러운 연구에 대해서 어떻게 진척이 되었나?”
“이미 부품에 대해서 완성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그 쪽에서 그 장비들을 돌릴 운영체제의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쪽에 투입되는 방첩 인력들은?”
“신생 해외정보 담당기관인 CIA(미국 중앙 정보국)의 요원들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인원들이 그 쪽에 투입된 것을 보면 소련에서 알아차릴 것이 분명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얼굴이 구겨지면서 말한다.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군. 빌어먹을 빨갱이 자식들.”
루스벨트 대통령은 냉전이 시작되면서부터 소련에 대한 적개심이 점차적으로 높아져갔다. 사실 그의 적개심은 독일에 대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으로 비롯되었고, 또 전 세계에서 소련과 맞부딪치게 되자 어쩔 수없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최고로 중요한 과학자들을 그 쪽에 파견해도 괜찮겠습니까? 굳이 그 쪽의 인원들을 우리 미국 쪽으로 불러놓고는 해도...”
“그 대학은 동협 그룹 쪽이 맡고 있네. 그 쪽의 기술력을 온전하게나마 흡수하기 위해서는 그런 모험도 필요하지.”
그 말을 들은 트루먼 부통령은 속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낙후한 국가에 그런 인재들을 섣부르게 투입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정에 사실 트루먼 부통령은 불만이 있었다.
“아마 우리 쪽 인원들이 그 쪽에 투입하지 않았으면 그 미니 컴퓨터에 대한 중요한 기술들을 입수하지 못했을 것이야. 그 가치가 얼마만큼 대단한지는 자네 역시 잘 알고 있겠지?”
트루먼 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중요 기술들을 그 쪽에 개발한다는 정보들도 있습니다.”
“우리 미국이 계속 위대해지려면 그 기술들을 정기적으로 확보해야 되네. 내 뜻 이해가겠지?”
“물론입니다. 대통령 각하.”
미국이 계속 위대해지는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인원들이 동의한 문제이다. 다만 방법이 틀려서 논쟁을 벌일 뿐이다. 문경에 위치한 과학대학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이제 다른 문제로 넘어갔다.
“UN 총회 문제가 있군. 소련의 반응은 어찌 생각하는가?”
트루먼 부통령은 어렵다는 얼굴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아무래도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봅니다.”
“쯧. 일본에 주력할 것을 너무나 후회스럽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미 동 일본을 선점한 소련에게 있어서 한반도보다는 동 일본에 대해 관심을 둘 가능성이 놓습니다.”
“젠장. 서 일본을 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인가?”
“......”
“그리고 또 장개석의 중국은 뭐 이리 요구하는 것이 많은가? 이 무능한 자식들 같으리라고.”
트루먼 부통령은 중국을 생각하자 자동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녀석들은 지원받은 것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악질적인 녀석들이었다. 전에 같이 대등하게 싸웠던 국가였는지 다시 한 번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쪽 공작이 너무 성공적이라서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두 억생재가 중국 쪽 문제를 가려주었군.”
“예.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중국보다는 한반도 쪽에 신경을 써야 되겠는가?”
“그건...”
트루먼 대통령은 연신 어렵다는 얼굴을 한다. 사실 중국과 한반도 간에는 어마어마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경제규모, 인구, 또 발달, 잠재력, 모든 것이 차이가 났다. 일제가 한반도를 발전시켰다는 이야기는 반만 들어맞았다. 설비는 지었지만 우민들이 넘쳐났다. 물론 그런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백악관 안 두 사람에게 있어서 불만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쪽이야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지겠지. 우리는 한반도 쪽으로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군.”
“그 말씀은 유럽 쪽은 내버려두자는 말씀입니까?”
“내 말을 곡해해서 듣지 말게나. 유럽은 현상유지 하되 남은 전력을 한반도에 투입시키자는 것이야.”
“이해했습니다. 대통령 각하.”
“소련 측이 한반도에 대해서 양보를 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지.”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트루먼 부통령은 바로 이해를 하고 대답한다.
“곧 남한 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그래. 그 것이 좋겠지.”
“현재 UN총회로 한국 문제에 대해서 이관한 것은 이미 마친 상황이니 11월 달에는 명목상 남북한 UN총선거 안을 가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소련 측이 거부를 하겠고. 알겠네. 진행시켜주게나.”
트루먼 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대통령 각하.”
“그리고 미스터 트루먼.”
“말씀하십시오. 대통령 각하.”
“대통령 직은 자네가 이어주는 것이 좋겠군.”
그 말에 트루먼 부통령은 깜짝 놀라며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미 결심을 한 얼굴이었다.
“대통령 4선까지 했으면 충분히 했지. 이제 쉬어야겠어.”
============================ 작품 후기 ============================
휴우. 막장인 전편과 전전편을 넘어 이번에는 국제정세에 대해서 다뤄 봤습니다. 여러 번 여러분들에게 어그로를 끄는군요. 평상시 말했던 어그로를 끌겠다는 것을 달성했습니다만. 이런 어그로는 아무래도 자제를 해야겠지요. 사실 그 전편, 전전편을 만든 이유는 원래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즉 애초부터 간성은이 도망친다는 것으로 이야기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그래야 중요 인물인 박출환의 아들에 대한 성장배경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혼상대를 병주로 잡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그 것에 대해 여러 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