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08화 (40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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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연형칠이 전화를 건 곳은 다름이 아니라 그 곳 하나밖에 없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보세요?-

“아 병윤아. 나 형칠인데.”

자신의 상대방이 연형칠인 것을 확인하자 전화 너머 병윤의 말투는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네가 여기에 웬일로 전화를 줬냐?-

“당연히 일 때문에 그렇지. 뭐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을 하냐?”

-으음. 그렇다치고, 무슨 일 때문이냐?-

병윤이 직설적으로 묻자 연형칠은 흠흠 거리면서 용건을 꺼낸다.

“이번에 미스터 체이스라는 미군정에 배치된 공군 중령이 방문하였는데. 글쎄 이 사람이 검은 매로 태평양을 횡단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고 한다더라.”

-으음.-

“너도 참 어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겠지? 난 오죽하겠냐?”

-아니야. 어이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신하다고 생각하는데?-

“허? 참신이라고? 끄응. 네 녀석의 관점은 다른가 보구나.”

-솔직히 우리 제품을 알리는데 그 것만큼 기막힌 방법이 더 있겠냐?-

“미친 놈.”

-흥. 상술이라고 하는 거다.-

“알겠다. 네 의견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이야기지?”

-그래. 그런 일로 이렇게 전화를 주었냐?-

“어. 주었다. 왜 불만이냐?”

-아니. 잘 했다고. 혹여나 그 일을 맡을 생각이면 이번에 우리 동협 그룹에서 완성된 헬기 공장 있잖아.-

“계속 말해봐. 그래서?”

-헬기 공장에서 생산된 양산형 검은 매를 시험해보았으면 좋겠다고.-

“흠. 지난 번 것과는 별 차이가 없겠지?”

-야. 당연한 거 아니냐? 양산 형과 초기 형은 가격만 틀린 것뿐이야. 물건은 다 똑같아.-

“흠. 네가 그렇게 말을 한다면 알겠다.”

-어. 네가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우리 헬기를 세상에 알려야 되지 않겠냐?-

“미친 놈. 그렇게도 헬기 팔아먹고 싶냐?”

-사현방송국의 회사 돈은 어떻게 조달하더라...-

“아오. 알겠다. 끊어. 이 징글징글한 돈 귀신 놈아.-

그렇게 병윤과의 전화 연결이 끊어지자 연형칠은 휴우 한숨을 쉬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는 생각한다. 마지막 병윤의 말이 귓가에 계속 울려 퍼진다. 일단 이 사현방송국의 경영주체는 자신이 맞았지만 최대주주는 동협 그룹이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그 쪽에 진 부채는 천천히 갚아나가고 있으니 이제 이 방송국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때 이후부터도 동협 그룹과의 협조는 계속할 예정이었지만 말이다.

“제길. 자금구조 생각하니까 조금 암울하네. 빨리 벌어서 떨쳐버려야지 원.”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린 연형칠은 곧 일에 대한 의지로 불타올랐다.

한편, 동협 그룹 병윤의 집무실 안, 병윤은 책상 위 전화기에 송수화기를 제 자리로 내려놓고는 앞에 서 있는 비서실장 진세연을 바라보자 진세연은 의아한 얼굴로 병윤에게 묻는다.

“뭐 제 얼굴에 무언가 묻었습니까?”

“비서실장 쳐다볼 수 있는 것 왜 그러십니까?”

진세연은 병윤의 농담조에 피식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제 얼굴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남자들이 다 쳐다보는군요. 회장님도 남자인가 봅니다.”

“전 원래 남자이고, 비서실장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쳐다본 것은 아니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왠지 그 말을 들으니 섭섭하게 생각이 납니다만.”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이내 진지한 얼굴로 진세연을 쳐다보며 말한다.

“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사현방송국에서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미군정에 속한 한 비행사가 우리 검은 매를 이용하여 태평양을 횡단하고자 하는 의뢰를 제안했습니다.”

병윤의 말을 들은 진세연의 눈빛은 순간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아주 좋은 제안이군요. 만약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우리 양산형 헬기 검은 매를 홍보할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세연의 말에 동의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일단 양산형 검은 헬기를 그 쪽에 제공할 필요가 있겠지요. 거기에 판을 키웠으면 합니다.”

“판이라고 한다면?”

“사현방송국은 물론 외신들도 끼어서 촬영하는 것입니다.”

“외신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UP통신을 말하는 것입니까?”

한반도에 찾아오는 외국 기자들은 많았는데. 특히 사람들에게 알려진 외신들로는 많이 있었지만 그들 중 UP통신이 대표적이었다. UP통신은 1907년 6월 19일 뉴욕에서 E. W. 스크립스(E.W.Scripps)가 UP(United Press)라는 이름으로 속도와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대중의 인기를 끌어 이득을 얻으려는 선정성으로 경쟁사 AP와 격심한 경쟁을 벌였으며, 제1·2차 세계대전 중의 보도활동을 통하여 본격적인 국제통신사로 성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발전을 이룩하였고, 지금은 보도거리를 찾아서 전 세계를 활보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한반도를 찾은 것은 그냥 찾은 것이 아니며 그들의 관점에서는 한반도는 아무래도 노다지나 다름없는 볼거리였다. 현재 한국방송국에서도 UP통신과 긴밀한 협조를 가지며 서로 교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향 상 좋다고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군요. 현명하신 방안입니다.”

“그들의 일간지에 떡하니 ‘헬기 새 시대를 열다.’라고 적혔으면 좋겠지만 그건 제 바람이겠지요?”

“뭐 그들에게 돈을 준다면 그런 문구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흐흐. 그렇게 말씀해준다니 일단 접촉을 해서 한번 일을 만들어보십시오. 그리고 횡단에 성공한다면 그 문구를 딱 집어넣도록 뇌물을 주든 접대를 하든 하세요.”

진세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임원들에게 그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헬기와 UP 통신에 대해서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한 뒤 그만두고는 이번에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병윤은 자료들을 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흠. 전국 각지에 병원들이 설립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무슨 의미입니까?”

“일단 우리 동협 그룹의 직원들이 한반도 전국을 활보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그 지역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쪽에 투자를 하여 이득을 얻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병원 관련해서는 저보다는 형님에게 한 번 문의를 해보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작은 병원 건설이라든지 시설물 건설은 우리 동협 그룹이 하고, 실력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 기타 인력 파견과 또 병원 운영에 대해서 그 회장님의 큰형이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것도 그렇군요. 일단 인구가 되는 지역부터 병원 건립을 하면 좋겠지요.”

“인구가 별로 되지 않는 쪽은 어떻게 합니까?”

“일단 작은 진료소 규모로 만들고,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진료소마다 양산형 검은 매를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좋은 방안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상주의 유지들 층에서 공장을 운영할 때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오염정화시설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진세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전해주십시오. 만약 그 것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공장을 운영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는 자금을 대어 주어서 그 쪽 관련 법규를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굳이 환경오염을 막을 필요가...”

병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진세연을 향해 설명한다.

“환경오염은 내버려두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또 그 것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이 정도 방책을 마련하고 환경오염을 처리하는 것이 비용 적이나 효율 적으로 상당하다는 말씀입니다. 미래에는 각 나라들이 환경오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먼저 선임을 하는 것뿐.”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전해드리고, 경성의 위정자들에게는 자금을 대어서 환경관련 법규를 만들라고 권유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와 피해에 대해 경각심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병윤은 그 제안에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은 방안입니다. 제 친구 연형칠에게 그렇게 한 마디 말씀하겠습니다.”

“저의 제안에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무슨 말씀을. 이제 다른 일 쪽으로 처리를 해보는 것이 좋겠군요. 제가 한 번 기업들을 살펴보았는데. 전체적인 흑자세로 돌아가서 기쁘군요.”

“회장님의 용병술로 이건 당연한 성과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여기시는 것입니까?”

“전 회장님이 처음 중경공단을 만들 때부터 같이 지냈던 사이였습니다만?”

“휴우. 비서실장님은 저를 과대평가하시는 경항이...”

“과대평가가 아니라 적절한 평가입니다. 저를 빼놓고, 회장님을 싫어하시는 송자문 2대 회장도 지금의 회장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 양반이 말입니까?”

“그 양반도 회장님 따라 중경공단을 경영해보니 장난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괜히 황금알 낳는 거위를 잘랐다고 후회를 합니다.”

“......”

“뭐 자업자득입니다. 욕심 많은 사람의 최후가 그런 것입니다.”

“끄응.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 마음이 엄청 찔리는군요.”

“찔릴 것 하등 없습니다. 그냥 회장님은 여기에 집중하여 중경공단처럼 키우고는 나중에 중국에 공장들을 세워서 도와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말한다.

“맞는 말이군요. 유철이 형님이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가시니 그 형님에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드려야겠습니다.”

“그게 정당한 방법입니다.”

그 후로도 병윤과 진세연 비서실장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1947년 10월 6일, 카메라를 든 UP기자 헨슬리는 한반도에 파견을 간 사람이었다. UP기자는 전 세계로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파견했고, 전 세계 중 한반도만큼이나 기사거리를 뽑아낼 수 있는 곳이 없기에 그 쪽으로 기자들을 적극적으로 보냈다.

UP기자 헨슬리는 지난 9월 말에 미국과 한국, 그리고 UN에 대해 기사를 낸 사람이었고, 그만큼 그는 한반도에 공부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렸다.

“흠. 그러니까 사현방송국에서 헬기로 태평양 횡단이 가능한가? 에 대해 적극적으로 촬영할 예정이라고요?”

헨슬리가 든 전화기 너머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니까. 한 번 알아보라고.”

“으음. 알겠습니다. 국장님.”

“그리고 대도록 이면 그 쪽에 협조를 해. 만약 헬기로 태평양 횡단이 가능하다면 그 것만큼 기사거리는 없을 것이니 말이야.”

헨슬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국장에게 대답한다.

“한 번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나.”

그렇게 자신의 국장과 전화연결이 끊어지자 헨슬리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이내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내려놓고는 한 가지 생각에 빠진다.

‘오랜만에 문경으로 가겠군.’

사실 한반도에서 파견나간 기자들에게는 문경만큼 흥미로운 기사거리는 없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기사들은 많이 나지만 문경만큼 역동적으로 변하는 지역은 없었다.

해방된 지 겨우 2년이 지났건만 공장들이 그 쪽에 우후죽순으로 건설되고, 도로가 깔리고, 병원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하나 둘 고층 건물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뭇 사람들에게 감탄을 불러 놓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헨슬리는 동협 그룹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사한 바가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아마 이번 태평양 횡단은 그 쪽에서 만든 것이 높겠군.’

헨슬리는 그렇게 생각하니 관심이 자동적으로 생겼다. 그는 곧 외출복을 입고, 바깥으로 나가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한다.

헨슬리가 문경을 향해 출발할 시점에 사현방송국 사장의 집무실 안에는 기쁜 표정을 짓는 백인 남성이 쇼파에 앉아 있었다. 입이 귓가에 걸리면서 연신 기뻐한다. 연형칠은 그런 백인 남성을 보자 속으로 생각한다.

‘하여튼 백인들이란...’

이런 희한한 짓을 저지를 사람이 저 사람이란 것에 대해서 연형칠은 신기해한다. 그러나 대놓고 뭐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연형칠은 이에 대해 동의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형칠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백인 남성 미스터 체이스를 바라보며 말한다.

“다만 당신이 몰 기체는 동협 그룹에서 제작한 양산 형 검은 매라는 것을 유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기뻐하던 체이스는 그 말에 순간 얼굴을 바꾸며 연형칠에게 묻는다.

“혹시 초기 형과 양산 형과는 차이점이 심합니까?”

그 말에 연형칠은 고개를 저으면서 체이스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그건 아닙니다. 두 형의 차이점은 판매되는 가격일 뿐 성능은 동일합니다.”

“흠. 성능이 같다면 저야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동협 그룹 쪽에서 당신이 성공적으로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성공하면 만 달러를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예? 만 달러 씩이나 말입니까?”

미스터 체이스에게는 몇 년 치에 해당하는 연봉이었다. 그만한 돈을 주겠다는 동협 그룹의 제안에 미스터 체이스는 놀라며 연형칠을 바라본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그 쪽에서 그만한 돈을...”

“그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우리들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 사람을 공짜로 쓸 생각은 없다고 말입니다.”

미스터 체이스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연형칠에게 말한다.

“그 쪽에서 그만한 돈을 주겠다고 말을 하니. 저 역시 힘이 나는군요.”

“아. 그리고 이번에 우리 쪽에서 촬영하는 것도 있고, 조금 있다 UP기자가 찾아오니 그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스터 체이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형칠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혹여 언제 비행할 수 있는지는...”

“아무리 늦어도 모레 정도에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형칠의 대답에 미스터 체이스는 하루빨리 헬기 검은 매를 이용하여 태평양을 횡단하고 싶었다.

============================ 작품 후기 ============================

과연 검은 매는 태평양 횡단에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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