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09화 (40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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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10월 8일, 문경의 한 공터, 그 곳에서는 한 검은 기체가 서 있었다. 문경 헬기 공장에서 바로 최종 생산한 양산 형 검은 매였다. 평소에 많이 봐왔던 기체이니만큼 지금 이 헬기를 몰 조종사인 체이스 중령은 익숙한 눈길로 헬기의 모습을 바라보지만 지금 그의 얼굴을 보면 한껏 긴장감이 보였다.

사실 평상시대로 헬기를 몰면 이런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평상시대로 헬기를 모는 것이 아니었다. 헬기로 태평양 횡단, 그 것이 진정으로 가능한가? 아니면 불가능한가? 를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고, 또 이루고 싶어서 그런지 체이스 중령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해지고 있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그리고 체이스 중령의 상태 역시 만발일전이었다. 순항속도는 450km/h, 그리고 최대비행시간은 무려 48시간, 그러나 더더욱 걱정할 것은 없는 것이 또 비상용 연료가 있으니 연료 면에서는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리, 무려 만 Km나 되는 거리를 횡단해야했다.

물론 하와이라든지 괌이라든지 혹은 무인도라든지 잠시 착륙해서 정비할 곳은 충분했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이 헬기 안에 비상용으로 생존할 수 있는 짐들을 실어 날랐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체이스 중령 자신의 의지만이 남은 것이다.

체이스 중령은 거침없이 헬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일단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자신에게 일만 달러라는 거금이 주어진다. 그 것도 세금을 떼고 나서 준다. 그러므로 자신에게는 무려 몇 년치 연봉이 공짜로 생기는 것이었다.

헬기 안으로 탑승한 체이스 중령은 곧 익숙한 조종석으로 향한다. 원래 조종석은 두 개였지만 한 명으로 충분히 몰 수 있는 기체였다. 아마 나머지 하나는 다른 조종사가 주조종사를 보조해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체이스 중령이 혹시나 모를 사고를 당할 수 있을까봐 미리 다른 조종사를 섭외해왔다. 그러나 그는 비상시에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평상시의 역할은 그저 헬기에 탑승한 관람객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그리고 체이스 중령과 그 섭외한 부 조종사만 탑승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현방송국에서 이번에 체이스 중령의 태평양 횡단에 대해 촬영할 하나의 촬영조가 편성이 되어 탑승하게 되었다. 또 UP기자 헨슬리가 이번 일에 참석하게 된다. 아마 횡단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미국 본사로 바로 달려가 기사를 쓸 것이다. 이미 본사와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에 헨슬리는 별 걱정이 없었다.

조종석에 안착한 체이스 중령은 곧 고개를 뒤로 돌린다. 그의 시선 끝에는 이 안으로 들어오는 촬영조와 UP기자 헨슬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정도 안에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는 이내 체이스 중령은 촬영조의 조장에게 한 마디 묻는다.

“혹여 뭐 준비를 안 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체이스 중령의 말에 조장은 조원들에게 물어보고 점검을 하고는 이내 확인이 다 끝나자 체이스 중령에게 보고한다.

“이상 무입니다. 출발하셔도 좋습니다.”

그러자 체이스 중령의 시선은 UP기자 헨슬리를 향해 돌려진다. 아무래도 똑같은 질문을 할 것 같아서 UP기자 헨슬리는 체이스 중령을 바라보며 단답한다.

“저 역시 이상 없습니다. 출발하셔도 무방합니다.”

체이스 중령은 그 말에 얼굴을 진지하게 해놓고 뒤에 있는 인원들에게 한 마디 더 말한다.

“이번에 출발하면 다시는 여기에 못 옵니다. 횡단 도중 후회하지 말고 잘 점검하십시오.”

촬영조의 인원들과 UP기자 헨슬리는 체이스 중령의 답답하게 구는 말에 속으로 신경질이 났지만 그의 말은 옳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점검하고는 체이스 중령에게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출발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러자 체이스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조종 장비로 시선을 돌리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비를 조정한다. 그리고 통신장비를 향해 전문적인 용어로 이제 곧 출발하겠다고 말을 한 다음 곧 제자리 비행을 시도한다.

체이스 중령과 UP기자 헨슬리, 그리고 사현방송국의 촬영조가 탑승한 헬기 검은 매가 위로 오르자 공터 주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조금 불안과 기대를 가지고 수군거린다.

“과연 제대로 횡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

“그러게. 헬기로 태평양 횡단이 진짜 가능할가?”

“최대비행시간이 48시간이라고 하지만 혹여 모르지.”

“부디 무사히 횡단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렇게 사람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사현방송국 사장 연형칠은 자신 옆에 서 있는 공윤기 총 기획자에게 한 마디 묻는다.

“과연 잘 횡단할지 모르겠군.”

“제가 저번에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도박이라고 말입니다.”

“그래. 일단 성공적으로 횡단한다면 좋겠지만...”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공윤기 총 기획자의 말에 연형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맞는 말이야.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야겠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말이야.”

한편, 헬기가 뜨는 모습을 지켜보던 또 다른 인원들이 있었다. 바로 이승만 박사와 그 비서진들이었다. 이승만은 의아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동협 그룹 회장 병윤을 바라보며 묻는다.

“정말 횡단이 가능한가?”

병윤은 그 말에 이승만 박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대답한다.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군. 하지만 이 횡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다시 보게 될 것이야.”

그 말에 병윤은 속으로 한 마디 중얼거린다.

‘과연 그렇게 이루어질까? 일단 이것을 이용할 관계 당사자들은 횡단에 성공하게 된다면 상당히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말이야.’

“쯧. 이 횡단에 나서는 비행사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타국의 사람이라서 상당히 아쉬운 감이 드네.”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는 이승만의 발언에 병윤은 끄응 침음을 흘릴 뿐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때, 이승만 박사의 비서진들 중 하나인 이기붕이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길 회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횡단의 성공 실패 여부를 묻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전 성공하는 쪽에 걸겠습니다.”

이기붕은 그 말에 호오 놀라워 하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원래 내기는 실패할 쪽도 거는 사람이 있어야 성립이 되는 법이기는 하겠지만 자네 판단이 영특하니 어쩔 수 없겠군.”

병윤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안고, 체이스 중령이 모는 헬기 검은 매는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하고 있었고, 이내 방향을 틀어서 날아간다. 그 모습들을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은 검은 매의 모습이 한 점이 되어 사라지자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자기 할 일을 하기 위해 나선다.

이제 막 비행한지 2시간이 조금 지나자 헬기의 위치는 이제 막 일본 쪽에 있는 태평양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드넓고 끝없는 바다의 모습이 보이자 체이스 중령은 이제 조금은 긴장은 풀리게 되었다. 그 때, 체이스 중령 뒤에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 외친다. 바로 부조종사로 발탁된 사람이 체이스 중령에게 한 소리였다.

“체이스 중령님. 지금 사현방송국 촬영 조가 인터뷰를 하고자 합니다.”

체이스 중령은 그 말에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전방을 바라보며 대답을 한다.

“보조 조종석을 앉고, 인수인계를 한 뒤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그 말에 부조종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체이스 중령의 말대로 보조 조종석에 앉아 체이스 중령이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사람 간 전문적인 용어들이 섞인 대화를 하면서 인수인계를 끝마치게 되자 체이스 중령은 바로 조종실에서 빠져나가 이 헬기에 탑승한 관객들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체이스 중령이 헬기 안에 마련된 좌석에 앉자 곧 촬영조에 속한 보도자 전형일이 체이스 중령에게 곧 인터뷰를 시작한다.

“전 사현방송국에 속한 보도자 전형일이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미스터 전이라고 부르시면 되겠습니다.”

체이스 중령은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전형일을 바라보며 말한다.

“예. 얼마든지 질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쪽으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체이스 중령은 그 질문에 진지한 얼굴로 한 마디 대답한다.

“이제 막 초입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있는 이 위치에서 목적지라 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따져서 8600km나 다름없습니다. 중간에 기착 없이 가면 정확하게 계산해서 19시간 10분이나 걸릴 것입니다. 물론 여유를 잡고 한다면 대략 20시간이 소모될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20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인 만큼 많이 지루해질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보십니까? 오히려 이 기체가 대단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비행기로도 순항거리 450km는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최대비행시간을 따지면 아무래도 비행기로 가는 것보다 이 헬기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정도입니다.”

“말투를 들어보니 이 헬기를 아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전형일의 질문에 미스터 체이스는 싱긋 미소를 짓고 대답을 한다.

“그렇게 보이신다면 정확하게 본 것입니다. 이 기체를 처음 본 순간 저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더군요. 남들은 다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느끼는 설렘을 저는 이 헬기를 통해서 느끼거든요.”

“이 헬기를 생산하는 동협 그룹 회장 길병윤씨가 좋아할 만한 발언이군요.”

“이 정도면 뭇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도 충분한 기체입니다. 오히려 제가 그 쪽에서 이런 물건을 만들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하. 그렇게 여기신다면 한 번 이 기체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 말에 인터뷰 내용의 핵심을 적고 있던 UP기자 헨슬리와 체이스 중령이 풋하고 웃는다.

“하하. 이 것을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돈으로 산다면 얼마든지 사겠습니다.”

전형일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체이스 중령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이거 미화로 500달러 밖에 안 할 것입니다.”

순간 헨슬리와 체이스는 얼이 빠진 얼굴을 짓는다. 5만 달러를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전형일 보도자가 얄궂게 체이스 중령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이거 가격이 500달러입니다.”

“예에?! 그게 사실입니까? 왜 이렇게 싼 것입니까?”

전형일의 말에 체이스 중령은 너무나 놀라서 되묻는다. 전형일 보도자는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사실 이 물건은 원래 한화 만 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금 환율이 20원 당 1달러니. 500달러가 맞겠지요.”

“허 참. 이런 무시무시한 녀석을 겨우 500달러에 팔다니. 왠지 전 모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 말씀에 대해선 아무래도 이 헬기를 개발하게 된 동협 그룹 쪽에서 이렇게 말씀해달라고 하십니다. 그만큼 이 헬기를 세상에 대중화시키고 싶다고 말입니다.”

“끄응. 그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대중화가 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크기도 그러니 아무래도 개인용으로 판매하기에는 소형화가 충분히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거야 헬기를 만드는 기업집단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

500달러라는 가격에 체이스 중령의 얼굴은 충격을 연신 먹은 표정이었다. 전형일 보도자는 그런 체이스 중령을 바라보며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주제를 돌린다.

“일단 초입이니 만큼 계획을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전형일 보도자의 말에 체이스 중령은 정신을 차리고 인터뷰에 응한다.

“준비한 것을 살피면 그냥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갈 생각입니다.”

“중간에 기착할 것 없이 쭉 그래도 갈 생각이군요. 알겠습니다. 다시 질문을 바꾸어서 만약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하고 싶습니까?”

“하하. 이대로 이 헬기를 몰고, 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바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가족들이 아칸소 주에 있거든요.”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다면 제가 상부 쪽에 특별히 아칸소 주를 횡단할 수 있게끔 연락을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형일 보도자의 충동적인 발언에 체이스 중령은 농담으로 들었는지 미소만을 짓고는 대답한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리되면 저야 좋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 후로도 두 사람 간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고, 인터뷰를 마치자 체이스 중령은 헬기 안에 설치된 냉장고에서 물과 간식들을 꺼낸 뒤 그 것들로 잠시 배를 채우고, 기분을 푼 뒤에 다시 한 번 조종석으로 향한다.

UP기자 헨슬리는 지금까지 들은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어떻게 기사를 쓸 것인지 대충 짜내고 있었다. 물론 이것 역시 횡단에 성공하게 된다면 될 일이겠지만 말이다.

조금 있다가 부조종사가 다시 촬영조의 인원들과 UP기자 헨슬리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부조종사가 주조종사인 체이스 중령에게 인수인계를 해준 것 같았다. 촬영조에서 부조종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행하고는 끝낸다.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헬기는 별 무리 없이 가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촬영조에서는 2개조로 찢을 생각을 했다. 20시간을 버티면 되는 일이었지만 온전하게 촬영하려면 쉬는 조와 일하는 조가 번갈아가면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것 역시 횡단하기 전에 미리 짜놓은 계획들 중 하나였다. 일단 체이스 중령을 주로 인터뷰할 사람으로는 전형일 보도자로 내정이 되었지만 전형일 보도자가 잠이나 휴식을 취할 때를 대비해서 한 사람 더 보도자로 선정해야 했다. 그 역할을 할 사람으로는 전형일 보도자의 후배이자 촬영조의 막내로 내정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헬기 안에 탑승한 사람들의 시야는 온통 바다뿐이라서 그런지 심심한 기색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때쯤 창가를 보던 한 사람이 촬영조에게 한 마디 외친다.

“돌고래 떼다!”

순간 쉬고 있던 사람들이 촬영장비를 들고, 돌고래 떼를 본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곧 돌고래 떼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것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료했던 시간 속에서 돌고래 떼의 발견은 사람들의 뭇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촬영 장비를 들이대면서까지 돌고래 떼를 촬영하는데 성공하자 촬영조의 사람들은 득의양양한 얼굴이었다. 그 뒤로도 허공을 나는 세 때나 또는 특이한 지형을 발견할 때마다 촬영조의 사람들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하기 시작한다.

대략 10시간이 지나자 이제 거의 저녁이 다 되어갔다. 사실 출발을 아침 9시에 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은 저녁 9시 30분이 되었다. 촬영조에서 2개 조로 나뉘어 쉬기로 한 조는 미리 좌석에 담요를 덮고 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머지 1개 조는 혹여나 모를 사태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또 무료하게 지나갔다. 해가 지고, 빛이 없어지자 바다는 생명이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아니라 마치 지옥을 끌고 갈 것처럼 무시무시한 검은 바다가 되었다.

같은 바다인데 낮인가 밤인가에 따라서 생명이냐 아니면 죽음이냐를 연상케 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할 정도였다. 죽음의 검은 바다 모습을 보면서 인원들을 태운 헬기는 계속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밤의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곧 어둠이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광경들을 촬영조는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런 신비한 광경을 자신들만이 보기에는 아까운 것 같았다. 정말이지 놀라운 직업정신들이었다. 같은 영역에 속하는 UP기자 헨슬리 역시 자다가 도중에 깨서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 역시 들고 있는 카메라로 바다들을 찍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다가 곧 일출이 시작되었다. 바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해가 떠오르니 지평선은 붉어졌다. 촬영조는 촬영장비로 곧장 그런 상서로운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해가 완만하게 뜨고, 죽음의 검은 바다는 다시 생명이 넘치는 푸른 바다가 변신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리다가 이내 헬기 안에 탑승한 사람들 눈에 무언가가 발견하기 시작한다. 바로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지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그들의 눈앞에 보인 것이다. 그런 장면은 지금까지 집중하며 조종했던 체이스 중령을 감동이라는 감정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결국 무리없이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습니다. 도중에 악천우를 만나서 심장을 쫄깃하게 하고 싶은 묘사를 하고 싶었지만 제 필력이 너무 딸려서 그건 불가능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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