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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413화 (4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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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조동호는 진지한 얼굴을 지으며 여운형에게 한 마디 묻는다.

“역린이라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말이야.”

여운형의 말에 조동호는 아리송한 얼굴이 되었다.

“너무 나를 가지고 놀지 말고, 좀 가르쳐주면 덧나나?”

여운형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조동호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끄응. 자네는 사람 참 재미없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군.”

“남의 재미를 위해 내가 희생되는 것을 사양한다고 생각하지.”

“그래. 그렇지. 사실 역린이라는 요소는 해방 전과 연관이 되어 있었더군.”

“해방 전이라면...”

“그래. 그 당시 그 친구들이 살았던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뿔뿔이 흩어진 데에는 사연이 있지. 그 마을에 있었던 면서기라는 사람이 있었지.”

그렇게 말한 여운형은 태연하게 그 면서기에 대한 행적들을 말한다. 그 행적들을 들은 조동호는 화가 나는지 얼굴을 붉히고 만다.

“쓰레기 같은 녀석이군. 온갖 악행을 자행하다 결국에 도망을 치는 그저그런 추악한 녀석들이 아닌가?”

“그래. 맞지. 인성을 저버릴 정도로 말이야.”

“과연 그런 인물이 집중적으로 길씨 일가를 노렸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아마 그라면 길씨 일가 쪽에서 이성을 잃고 달려들 미끼가 되지 않겠나?”

“자네... 설마?”

여운형은 그 말에 희미하게 웃을 뿐이다.

“그런 인물을 적당한 세력 안에 포섭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저 길씨 일가가 공산당을 싫어하게 된 계기에는 김일성의 도발도 있지만 그 인원을 저 쪽에 속해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자네. 꽤나 위험한 생각을 하는군.”

“아무래도 그들을 우리 쪽에서 끌어들이기 위해선 그런 미친 짓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조동호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원래 여운형이라면 불문곡직하게 찾아오고, 끊임없이 찾아와 설득을 하겠지만 그런 행동이 통하질 않자 방법을 바꿔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여운형의 모습에 조동호는 왠지 거북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이 일에 걸린다면 그 쪽에서 자네를 증오하게 될텐데 그래도 괜찮은가?”

조동호의 말에 여운형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아마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나 역시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 것을 선택했을 거야.”

조동호는 그런 여운형의 말에 휴우 한숨을 지으며 말한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겠군. 그럼 이 폭탄은 누구에게 건네줄 생각인가?”

“이번 일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네. 무려 몇 년씩이나 소모하는 일이지.”

“자네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면 상당히 계획이 거창한 것 같은데.”

“사람 인식이라는 것은 확 바뀔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적어. 아마 정공법을 택하려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천천히 진행해야지. 개구리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바로 뜨겁다고 뛰쳐나가지만 물의 온도를 천천히 올려주면 개구리는 그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익혀지지.”

여운형의 말에 조동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으음. 그럼 폭탄을 넘겨줄 지는 아직 결정 못했다는 말이군.”

여운형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래. 안타깝게 말이야. 하지만 폭탄을 넘겨줄 유력한 쪽은 이승만 박사로 목표를 삼지 않을까? 라는 추측이 떠오른다네.”

“그런데 이승만은 상상이상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일세. 그런 사람이 폭탄을 받을지는 모르는 일이야.”

“물론 이승만 박사의 경우야 그렇겠지. 하지만 주변 사람은 어떨까?”

“흠. 장수를 노릴 수 없다면 말을 노린다는 의미인가?”

“목적을 잊지 말자고, 우리는 길씨 일가를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야. 폭탄을 이승만 박사 본인이 받든 그 주위가 받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야.”

조동호는 그 말에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이 계획에 최대 난점이 있어. 과연 이승만의 세력과 멀어진 길씨 일가가 과연 자네에게 올 것인가? 라는 거야.”

여운형은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짓고는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그래도 이 방법을 쓰는 것이 나에게 있어 좋은 상황을 만들 발판이라는 거야. 하지만 적어도 그 방법이 성공한다면 길씨 일가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겠나?”

“그걸 노리고 진행한다는 이야기군.”

“그래. 또 하나의 효과도 있어. 만약 그런 인물을 태연하게 받아서 쓴다는 정치적 공세에 이승만의 세력은 약화될 것이 분명해.”

“민심을 잃게 만든다는 이야기인가? 자네 진짜 많이 치사해졌군.”

여운형은 그 말에 자조적으로 웃으며 조동호에게 말한다.

“대표는 꼭 착한 짓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선과 악을 적절히 조절하며 사용하지. 나 역시 이번 건으로 많은 것을 알았어. 세상은 꼭 착하게 돌아가지는 않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가슴 속에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더군.”

조동호는 여운형의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여운형과 조동호는 잠시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여운형은 조동호가 말한 소식에 씁쓸한 얼굴을 짓는다.

“그래. 그 좌우합작위원회가 점차적으로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각 군정들 사이에서는 좌우대립이 골칫거리로 여긴다고 하지만 남한에서는 이미 우익들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결정한 것 같군. 반대로 북한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이야.”

“휴우. 이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헛수고였나?”

“이 것이 다 강대국들이 용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마 길씨 형제들도 이 것을 미리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한 것 같군.”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일단 쉬어야지.”

“하기야. 맞는 말이야. 이런 때에 괜히 입장을 내세웠다가는 암살당할지 모르겠어. 요즘 좌우합작위원회의 죽적(김규식의 호) 역시 난감한 분위기야.”

“죽적이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는 있지만 그에게도 한계는 있군.”

“냉전의 가속화로 이렇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운 현실이지.”

“예전 자네였다면 그런 현실에 발벗고 나설텐데 말이야.”

“자네는 예전, 예전 이렇게 말을 하니까 내가 다시 활동하기를 바라는가?”

조동호는 그 말에 실수했다는 얼굴을 짓고는 여운형에게 사과한다.

“실언이 나왔군. 미안하네. 더는 말을 하지 않겠네.”

“......”

여운형은 뭐라고 하는 대신 옛 생각에 젖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며 마음속이 타들어가는 감정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당장 동포들을 모아서 자신의 생각을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운형은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

조동호는 그런 여운형의 모습을 느끼고 있었다. 조동호 역시 알아차린 것이다. 여운형이 얼마나 쉬는 것을 그만두고 싶은지 말이다. 아무래도 그의 천성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여운형은 자신의 본심을 억누르며 은인자중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며 말이다.

같은 시각,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건물 안 김일성의 집무실에서는 골치가 아프다는 꼴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 검은 매라고 불려진 헬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이다?”

남일은 단호한 얼굴로 김일성을 바라보며 한 마디 대답한다.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그 것이 없다한들 우리 병력이 남한을 탈환하기에는 전력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김일성이 노려보는 데도 남일은 할 말을 했다는 얼굴이었다. 남일의 그런 태도에 김일성은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한 마디 말한다.

“남일 장군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가 없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무.”

“그럼 남한을 탈환하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오?”

남일은 그 질문에 순간 대답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 남일의 얼굴에 김일성은 답답함을 느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질문한다.

“남한을 탈환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오? 장군.”

남일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김일성에게 절망적인 말을 한다.

“저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지금의 격차를 점점 벌리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은 결국 남한을 탈환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오?”

“지금의 상황으로써는 그렇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말입니다.”

“지금 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강조하는군. 그럼 남한을 탈환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 것이오?”

남일은 그 말에 속으로 휴우 안도감을 짓고는 김일성에게 설명을 해준다.

“지금 남한은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하다고 하지만 그건 말뿐인 상황입니다. 현재 우익 세력의 주도 하에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거기에 동협 그룹이라는 반동분자들이 자리를 잡는 한 경제 기반 역시 탄탄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남한의 광복군은 대대적인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 남한을 칭찬하지 말고, 대책이나 내놓으시오.”

“그러니까 제 말씀은 남한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해야 합니다. 우리 쪽 간첩들을 대거 투입하여 견제를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 일은 박헌영이 알아서 하고 있지 않소?”

“박헌영 동무가 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것이 많습니다. 더더욱 그 쪽으로 전력을 붙여야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요?”

“그래도 남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일성은 남일의 답변에 결국 폭발하고는 남일에게 말들을 쏟아낸다.

“흥. 어렵다! 어렵다 말을 하지 말고. 대책을 내놓으시오. 대책을!”

남일은 속으로 왜 자기한테 성질이냐며 김일성에게 욕을 하지만 일단 자신의 상관인 입장에서는 답변해야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지들을 끌어 모아야 합니다.”

“동지? 혹시 북한에 있는 우리 동무들이라는 썰렁한 농담을 할 생각이오?”

남일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일성에게 대답한다.

“그 것이 아닙니다. 위원장 동무. 국적과 민족이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훌륭한 동지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공산주의국가의 맹주 소련이 있기는 하지만 소련은 미국과의 직접 대결을 싫어하지 않소?”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련을 제외하고, 중국 공산당군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중국 공산당군? 그 이들은 지금 내전 중 일 텐데?”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공은 자신의 상대편에게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으니 만약 중국의 내전상황이 중국 공산당에 유리하다 싶으면 그 때 행동을 개시하는 것입니다.”

“그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겠군. 하지만 남일 장군의 요지를 알겠소.”

“하지만 멀지는 않았습니다. 해봤자 몇 년 내로 내전은 끝이 날 것입니다.”

“으음... 지금은 꾹 참아야 되는 시간인가?”

남일 장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김일성에게 말한다.

“예. 그래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쉰다. 자신들의 전력으로 남한을 탈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순간 절망을 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남일이 진지한 얼굴로 김일성에게 말한다.

“그 것보다도 일단 우리 측에 급히 입수할 물건이 있습니다.”

“물건이라는 것은 무슨 말이오?”

“그 검은 매라고 불리는 신형 헬기 말인데. 우리 측이 몰래 가져다가 생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쪽이 꼼꼼하게 감독하는데. 과연 가져올 수 있겠소?”

“박철건이라는 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박철건? 아. 그 친구 말이군.”

“그 친구라면 그 물건을 구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일성은 남일의 제안에 타당하다고 여기는지 한 마디 대답한다.

“알겠소. 그 박철건에게 접선해서 검은 매를 입수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런 기술이라면 의당 입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오.”

“맞는 말씀입니다. 위원장 동무.”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물건을 최대한 복제해서 사용하는 편이 우리에게 상당히 이롭지 않겠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남일의 대답을 들은 김일성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이 난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며 남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리 민족에게 공산혁명을.”

남일 장군은 김일성의 그 말에 화답한다.

“우리 민족에게 영원한 평화와 낙원을.”

그렇게 두 사람은 구호를 외치고, 결의를 다진다.

한편, 어느 비밀스러운 집 안에 있는 방 안, 병윤은 홀연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윤의 뒤에는 이런 일에 의례 참가하는 고경열, 고희수 남매, 그리고 병윤을 경호하는 경호대장 천준환과 그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누구 한 사람이 방 안에 나타난다.

바로 김일성과 남일에게 주목을 받았던 밀상 박철건이었다. 박철건은 여유로운 얼굴을 하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를 말한다.

“미끼를 물은 것 같습니다.”

병윤은 순간 미소를 지으며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떤 미끼입니까?”

“바로 북한의 김일성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내심 아쉽다는 얼굴을 하고는 박철건에게 말한다.

“끄응. 걸리라는 고기는 안 걸리고, 엉뚱한 고기가 잡혔군요.”

“낚시라는 것이 고기와 상관없이 낚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미끼를 문 이상 저 쪽에서 우리 쪽 의도를 상상치 못할 것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흐흐 웃으며 박철건에게 한 가지 말한다.

“알겠습니다. 밀상으로 당신이 나서줘야겠습니다.”

박철건은 그 말에 진지한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작품 후기 ============================

병윤 :  미끼를 확 물어부렀네.

터보님 소재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흑흑 그 소재 감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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