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17화 (41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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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베리야의 설명에 스탈린은 조용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베리야의 사실과 진심이 느껴지는지 스탈린은 별 감정 없이 그에게 한 마디 던진다.

“쯧. 안 되겠군. 안 되겠어.”

그렇게 말하는 스탈린의 모습에 베리야는 아차 했다. 감정이 너무 앞서간 나머지 스탈린에게 할 말과 못할 말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베리야는 이대로 죽기 싫다는 듯 배짱을 믿고 나간다.

“정말 죄송스럽게 말씀드리지만 그들의 설득은 불가능해보입니다. 오히려 미국처럼 연구진들을 파견하거나 아니면 비밀리에 간첩을 파견하여 간접적으로 기술 습득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베리야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면 그렇게 하게나.”

베리야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스탈린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저의 말을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기장 각하.”

스탈린은 그런 베리야의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는 싱긋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베리야가 방 밖으로 나가고, 한참 시간이 지나자 스탈린의 곁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옷과 모자를 이용하여 얼굴과 자신의 피부를 감춘 사람이었다. 스탈린은 그의 모습을 보더니 대뜸 한 마디 말한다.

“지금 베리야의 모습은 어떻던가?”

그 말에 스탈린 곁에 조용히 나타난 그는 스탈린에게 조용히 대답한다.

“베리야의 말들은 전부 진실로 판명난 일입니다.”

“...... 이번에 베리야가 꽤나 간 크게 나선 것 같군. 그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없는가?”

그 말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없습니다. 그는 지금 서기장 각하께 충심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호오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지?”

“일단 반역했다는 증거도 없지만 그가 서기장 각하를 노렸다면 오히려 침착 능숙하게 보고를 올린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감정을 노출시켰다는 행각이 그의 진심어린 충성심으로 보였습니다.”

“흥. 베리야는 머리가 좋은 수하다. 나의 성격과 버릇을 알아차리고, 이번에 목소리를 드높여 틈을 준 것이 틀림없겠지.”

“서기장 각하께서는 이 것이 그의 고도의 술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렇지. 너의 의견대로 이번일은 그대로 넘어가지. 계속 하던 일을 하도록.”

그 말에 그는 스탈린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의 퇴장에 스탈린은 뭔 일 있었냐는 얼굴로 이내 책상 위에 시선을 집중하고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1947년 11월 13일, 문경 사현리 장의 집 안, 길남효는 편안한 복장으로 그 곳에 가서 자신의 친우인 장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씨는 의아한 얼굴로 길남효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내년에 있을 총선거에 내가 한 번 나서는 것이 좋겠다니. 그건...”

“저번에 정치계에 진출하겠다고 자네가 발언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기회가 생긴 것 같더군. 내년 UN에서 한국의 총선에 대해 자기들끼리 결정을 한 모양이야.”

“그 말은... 지금 나더러 제헌국회에 나가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네. 자네도 그 쪽에 진출한다고 이야기를 하였으니 난 한껏 자네를 도울 생각이야. 내 아들들 역시 동의를 했어.”

장씨는 그 말에 야심이 불타는 얼굴을 하고선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역시 나를 도와주는 것은 자네 밖에 없군.”

길남효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장씨에게 말한다.

“그렇지. 우리 마을 역시 정치인 하나는 배출해야 되지 않겠어?”

길남효가 엉겁결에 뱉은 말에 장씨는 괜히 의기소침해진다.

“그런데 그 말했던 것이 국회의원인가? 그 뭔가 하는 직책에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지 않을까 싶네. 즉 날고 기는 능력자들이 그 자리에 도전하고 있을 것 같은데. 내가 그 사람들 상대로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길남효는 장씨의 그 말에 오히려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걱정은 하지 말게. 친우여. 내 아들들을 못 믿는 건가?”

“그건 그렇지만. 난 돌에 계란을 던지는 격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자신감이 없는 장씨의 어깨에 길남효는 쓱 손을 얹고 한 마디 말한다.

“자신감을 가지게.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지 않은가? 그 과정 속에서 실패를 많이 겪어봤지. 이미 실패를 두려워하기에는 우리 둘 다 나이를 많이 먹지 않나 싶은데 말이지. 그리고 자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들 역시 그 불안감을 안고, 도전을 한다네. 다만 그들보다 우리가 유리한 조건은 아주 많아.”

장씨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정치계에 도전한다는 말을 한 뒤로 그 쪽 분야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분야였다.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에 걸 맞는 명성은 물론이고, 민심, 공감능력, 그 외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 길남효의 아들들이 직접 나서 가르치고 나선다. 하지만 정치라는 분야는 아시다시피 조직을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상당한 역량이 필요했다. 장씨는 한 번도 남들 위에 서보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물론 병재, 병주, 병윤은 그런 것을 알아차리고, 조직 운영에 대한 핵심을 가르치고 있었다.

“일단 공부를 해서 한다지만 이미 조건을 완성시킨 자와 이제 조건을 갖추려고 하는 자는 차이점이 심하지 않나 싶은데.”

그 말에 길남효는 피식 웃으며 장씨에게 한 마디 말한다.

“흥. 그 차이점 금세 메꿀 방법이 있어.”

“뭐? 그게 뭔가?”

장씨가 궁금해 하며 묻자 길남효는 장씨에게 시선을 두며 한 마디 말한다.

“문경에 구호소는 잘 알고 있지?”

“구호소? 아. 문경 시에서 빈민이나 부랑인들을 모아 교육을 미끼로 직업교육을 해주는 곳이 아닌가?”

구호소란 해방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몰리고, 또 그 속에서 부랑자들이 많아질 때, 전격적으로 실시한 문경만의 정책이었다. 일단 일자리는 많으니 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 때문에 문경의 각 지역마다 임시 학교를 건설하여 그들을 수용 배치시키고,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교육을 이수받았다는 증명을 받으면 이수표를 주는데. 그 이수표를 가지고, 생필품들을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즉 교육을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이수표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것은 교환이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교육을 마치고, 이수표들을 각자 나눠주면 아예 이수표에 자신의 지문을 찍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수표들을 갈취하거나 아니면 훔치던가 하는 일은 다 소용이 없었다.

물론 그러면 빈 이수표들을 훔쳐서 자신의 지문을 찍으면 어떻게 되는가? 에 대한 의문도 다 교육을 한 선생들이 출석부에 자신의 도장을 찍기 때문에 훔쳐도 소용없다. 출석부와 일일이 대조하면서 만약 틀리게 된다면 그 이는 더 이상 구호소를 다닐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정말 생활에 이상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구호소에 다니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우호도 하지 않았다. 구호소에 쫓겨나는 즉시 곧바로 자신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구호소의 운영과 체제에는 동협 그룹과 또 전진한 선생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전진한 선생의 경우는 자신의 사상에 적합한 운동이었고, 동협 그룹으로써는 양질의 인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에 부랑인들을 줄여서 문경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도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부랑인들이 많아지면 범죄도 많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일을 못 구한 부랑인들은 범죄를 저질러서 자신의 가족들을 먹여 살리거나 아니면 온갖 궂은일을 행하며 환경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들을 수 있는 부랑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문경 시의 구호소 정책은 꽤 잘 이루어지고 있고, 부랑인들도 이에 많은 협조를 해서 문경의 정착을 잘 해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연히 문경의 토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씨는 이 구호소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나에게 그 구호소 일을 소개시켜주려고 하는 것인가?”

“민심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이력을 남기는 것은 차후 있을 선거에 굉장히 유리한 요소나 다름없네.”

장씨는 그 말에 흐음 소리를 내며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하여도 믿어야지.”

그 말에 길남효는 섭섭하다는 얼굴로 장씨에게 한 마디 말한다.

“흥. 내가 자네에게 그렇게 보였던가?”

“하하. 농담일세. 이 친구야.”

“그런가? 으하하하.”

그렇게 길남효와 장씨는 친한 친우답게 술을 마시며 놀다가 오늘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1947년 11월 14일, 길남효의 생가에 사람들이 방문했다. 바로 서대문 형무소에 같이 감옥에서 지냈던 사람들이었다. 길남효는 이들을 반겨워 하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들이 여기에는 어쩐 일인가?”

그 말에 김절평이 길남효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저희들이야 형님이 보고 싶어서 달려 나왔습니다.”

“내가 자네들을 너무 잊고 살았군. 미안하이.”

그 말에 진산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게 말할 것은 없습니다. 형님이 경성에 찾아갈 때마다 저희들을 만나주시지 않습니까? 저희들 역시 이번에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감옥 동기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가? 이렇게 온 이상 손님들을 대접해드려야겠군. 효혜야.”

마침 생가에 효혜가 쉬고 있던 찰나에 자신의 아버지의 부름에 곧장 길남효에게 달려들어서 대답한다.

“예.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이번에 내 오랜 친우들이 찾아와서 그러는데. 혹여 대접할 것들은 있나?”

효혜는 그 말에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 생가에서는 손님들 대접하기는 그러는데. 저택에서 대접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저택이라. 알겠다. 넌 들어가 있거라.”

“예. 아버지.”

효혜는 생가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김절평을 포함한 일행들은 길남효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저 형님. 저 아이는?”

길남효는 그 말에 간단하게 대답한다.

“내 딸이야.”

“아 그렇군요.”

“여기서는 대접할 것이 없으니 아무래도 저택에 모여서 먹는 것이 낫겠어.”

“저택이라니 그 무슨 뜻입니까?”

“원래 이 생가는 나와 내 아내가 같이 살기로 한 집이라서 허물지 않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내 아들들과 딸들이 살만한 저택을 지었지.”

김절평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박에 이해를 했다.

“아. 형님의 막내아들이 그 유명한 동협 그룹의 회장이니 오히려 그게 맞는 소리일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네. 이왕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 쪽으로 가는 것이 낫겠지.”

김절평을 포함한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남효가 말한 저택으로 길남효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저택에 도착한 길남효는 저택의 집사인 손본규에게 지시를 내려 저택에 있었던 요리사들이 손님 대접할 요리들을 만들고 있을 동안에 그들은 저택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서로를 향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절평은 길남효를 바라보며 한 마디 으쓰대며 말한다.

“역시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모르는 일입니다. 그저 감옥에서 죽지 않을까 생각했던 우리들이 이렇게 대접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모르는 일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한다.

“그 소리 좀 하지 말게나. 난 꿈속에서 그 왜인 간수 녀석들이 날 잡아서 고문한 경험이 생생하다네.”

길남효의 말에 김절평은 흠흠대며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언을 하였군요.”

“아니야. 나만이 알고 있는 일을 자네가 어찌 알겠나?”

김절평을 비롯한 진산호와 두봉영은 감옥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자동적으로 의기소침 한다. 그야말로 희망이 없었던 암울한 시기, 아니 그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에게 있어 감옥의 삶은 악몽 같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들은 끈끈하게 유대를 해왔다. 살기 위해서 뭉쳤다. 뭉치고 보니까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겨났다. 길남효와 김절평 일행들은 그런 관계였다.

길남효는 김절평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죽산(조봉암의 호)과는 아직도 안 만나고 있나?”

김절평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그건 아닙니다. 형님. 오늘 같이 오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 모양입니다.”

“그래? 허어. 말을 들어보니 죽산과는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그 말에 김절평은 조금 부끄럽다는 얼굴로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주 만나고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쪽이 좌익 쪽에서 빠져나온 경향이 있던 지라 만나는 것이 쉬웠고, 시간이 날 때마다 죽산과 만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이어 두봉영이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우리 반규영 형님이 죽산과 만나는 것을 꺼려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빨갱이들과 얽힌다고 싫어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쯧. 그 이에게 내 너무 무심했군.”

“그래도 형님이 죽산에게 어느 정도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김절평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나 역시 직접적으로 만나기는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이나 물건을 보내는 실정이야. 그냥 가족들 먹여 살리라고 말이지.”

그 때, 제 말하면 호랑이가 찾아오듯 한 중년남성이 효혜의 안내를 따라 이 곳에 오고 있었다. 바로 죽산 조봉암이었다. 길남효와 김절평, 진산호, 그리고 두봉영은 여기에 있다고 손을 흔들어댔고, 조봉암과 효혜는 그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장 그 쪽으로 다가온다.

조봉암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가 좁아질 때, 길남효가 일어서서 조봉암을 반긴다.

“여. 오랜만이야. 죽산.”

길남효의 반가운 인사에 조봉암 역시 인사를 한다.

“저 역시 형님을 오랜만에 만나보는 군요. 지금 보니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어 보이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하. 아니야. 사회 지도자라는 것이 꽤 많이 바쁘지 않은가?”

길남효가 이해를 해주며 말을 하자 조봉암은 자신 역시 기뻐한다.

“예. 그렇지요. 많이 바빠서 이렇게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그래. 자네를 위한 자리를 준비했네. 앉게나.”

조봉암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시선을 저택 주위를 살펴보며 자리에 앉더니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이런 저택을 만들고 대접하니.”

“내가 이렇게 만들었나? 다 아들들 덕분이지.”

길남효의 아들 자랑에 조봉암은 왠지 부럽다는 얼굴을 짓는다.

============================ 작품 후기 ============================

죽산 조봉암 선생. 정말 오랜만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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