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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저택의 한 야외 테이블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요리들이 들어오면서 술안주로 소모한다. 그렇게 한 명 두 명이 안주거리로 요리를 음미하면서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조봉암은 술로 인해 벌게진 얼굴로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휴우.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조봉암이 그런 소리를 하자 길남효가 의아한 눈초리로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의 한반도는 위기일발의 상황인데 이 곳 사람들은 태평무사라서 그렇습니다.”
김절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또 시작되었군.”
길남효는 그 말에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다가 이내 조봉암이 주정 부리듯 말들을 퍼붓기 시작하자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조봉암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암울하고 또 답답한지에 대해서 주구장창 말하고 있었다.
“이 나라는 광복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나라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걷어차는 나라란 말이요.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난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오.”
길남효는 그 주정에 술을 마시며 그냥 귀로 듣고 있었다. 그러나 조봉암의 주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지금 나라가 발전한다고 TV에서 떠들썩하지만 그건 어둠에 가려진 소식일 뿐입니다. 가축처럼 생활하는 소작농들, 그리고 노동자들. 또 악랄하게 착취하는 인간들, 그리고 해방 전에 있었던 잘못들을 여태까지 반성하지 않는 개자식들.”
조봉암은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을 주먹을 쥐어 망치로 치면서 가슴 속에 가진 울분들을 풀어내며 한 마디 소리쳤다.
“도처에 각지의 개자식들이 있습니다. 그 개자식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전 가만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항하고자 하였지만 이미 여기는 글러 먹었습니다. 더 이상 발전은 없어요. 그래. 다 망해라. 다 망해. 이 자식들아!”
그렇게 외친 조봉암은 결국 폭주하고 말았고, 김절평과 두봉영은 골치가 썩는 표정을 하고선 그냥 조봉암을 냅다 제압해서 더 이상 주정을 부리지 못하도록 막는다. 김절평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사람 역시 가슴앓이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공산주의자로 살다가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배신자로 비난하고, 또 전향한 곳에는 빨갱이였다가 멀리하고.”
길남효는 그 말에 조봉암의 심정에 대해 파악을 했다. 제압당한 채 잠에 빠진 조봉암의 모습을 측은하게 본 길남효는 다시 시선을 김절평에게 둔다.
“그런데 요즘도 건달 짓을 하고 그러는가?”
김절평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이제 건달 생활도 지쳤습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 아니더군요. 저 두봉영이라는 녀석도 원래부터 건달이었고, 반규영 형님에게 속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김절평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쯧. 건달 짓도 못해 먹겠다는 것이군.”
김절평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고, 후회가득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그 말 그대로입니다. 정말이지 못해 먹겠습니다. 요즘은 건달 짓도 이념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건달들도 분파되는 것이 많습니다. 또한 동북청년회라는 조직이 강성해짐에 따라 할 일 없이 노는 인간들은 그 쪽에 많이 간다고 합니다.”
동북청년회라는 단체의 이름에 길남효의 얼굴이 자동적으로 굳어진다. 그런 그의 얼굴에 김절평은 낌세를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묻는다.
“형님 얼굴을 보니까 그들이 여기까지 진출한 것 같습니다만...”
“우리 가족과는 안 좋게 만나서...”
“쯧. 그들도 한물 가버렸군요.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형님네 가족들을 건드리다니. 문경에서 동북청년회 지부가 있어도 왜 설치지 않나 싶었는데. 형님 때문에 그런 것 같군요.”
그 말에 길남효는 씁쓸히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우리 막내가 그 쪽 단체에서 습격을 받은 적이 있네.”
“습격이요? 이야. 진짜 미친놈들이네요. 뭐라고 말하면서 습격을 하던가요?”
“우리에게 자금 지원을 안 해주니 우리들을 보고 빨갱이라고 낙인 찍으려고 했다네.”
김절평을 포함한 세 명은 길남효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짓는다.
“미친놈들이군요. 그래서 조용해진 것인가? 하여튼 잘 되었습니다.”
길남효는 김절평의 그런 반응에 한 마디 묻는다.
“그 이들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빨갱이 잡고 설치는데 그 잡겠다고 하는 대상이 무고한 이들까지 포함되어서 문제입니다. 진성 빨갱이나 족칠 것이지. 그 자식들 때문에 우리들이 피해본 것이 많습니다.”
“흠. 그렇군.”
그 때, 진산호가 길남효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형님의 위치치고는 너무 조용한 것 아닙니까?”
“너무 조용하다라? 그게 무슨소리이지?”
“솔직히 그 정도 위치가 되었으면 정계에서나 어디서나 상당한 입지를 닦아놓았을 것입니다. 자금이면 자금. 명성이면 명성, 그리고 실력이면 실력.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서울에 가서도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에 길남효의 얼굴은 흠흠 거리면서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고, 진산호는 그런 모습에 더더욱 추궁하려고 하지만 김절평이 진산호의 뒷통수를 때려서 잠재운다.
“야 이 자식아. 굳이 그런 것을 물어봐야겠냐?”
진산호는 그 말에 억울해하며 김절평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니 형님은 안 궁금하신 것입니까?”
“그래도 그렇지. 형님에게 그런 말씀 하시는 것 아니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길남효는 그런 그 둘의 모습이 무슨 극장에서 보는 상황극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길남효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흠흠 거리면서 사실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생각하는데 내가 굳이 왜 정계나 그 쪽에 진출해야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
김절평과 진산호는 그 말에 눈동자가 커진다. 그 둘의 반응에 길남효는 더더욱 자세히 한 마디 말해준다.
“그래. 자네들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김절평은 그 말에 놀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끄응. 제가 형님의 입장이었으면 서울에서 떵떵거리며 살 것 같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회심의 눈초리를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이 것 하나는 기억해두게나.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자들과 적들이 많아진다네. 아차하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 위로 올라가는 길이야.”
그 말을 하는 길남효에게서 현자 같은 분위기가 났다. 그래서 그런지 김절평과 진산호, 두봉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길남효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런 것을 알면서까지 난 야심이 있는 사나이는 아니야. 난 내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그 것으로 만족하는 인간이지.”
“사나이로써의 야심 같은 것은...”
길남효는 그 말에 흥하며 한 마디 말한다.
“그 사나이의 야심에 도전했다가 죽어나가거나 실패하거나 또 폐인이 된 사람들이 한 두 명인가? 아니 한 두 명이 야망을 이룰 때, 수 백 만 아니 수 천 만의 사나이들이 죽어 나가지. 그저 자신의 가족들을 챙겨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가장 급우선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적어도 가족들을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에 김절평은 왠지 멋있다는 얼굴을 짓는다.
“하. 이 것이 진짜 사나이의 야망이 아니겠습니까?”
“뭐? 가족들 안위 지키는 것? 그 것도 사나이의 야망이겠지.”
그 말 한 마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하하 호호 웃는다. 그러다가 이내 길남효는 지나가는 말투로 김절평, 진산호, 두봉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리고 사실 내 고향친우가 정치계에 도전한다고 하더군.”
“호오. 형님의 친우가요?”
“그래. 내 고향 친우이자. 거의 가족 같은 사람이지. 그가 한 번 그 쪽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하기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어.”
“끄응. 그런 지원 저도 해줄 수 없습니까?”
목소리를 들어보니 주정을 부리던 조봉암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길남효는 조봉암의 모습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일어났는가?”
“예. 추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이거 참 술을 적당히 마셔야지...”
“뭐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형님 친우라는 사람이 정치계에 간다고 하였습니까?”
조봉암이 눈빛을 반짝이며 길남효에게 묻자 길남효는 흠흠 거리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아. 사실은 문경이라는 지역의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고 했어. 굳이 서울까지 와서 정치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했지.”
“서울이 중요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문경도 이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그렇기는 하겠지. 그런데 그 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조봉암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예.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자고로 미끼가 먹음직스러워지면 물고기들이 날아오를 것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중요 도시에서 쫓겨난 이들이 어디로 올 것 같습니까?”
“그 말은 한 마디로?”
“제 생각에는 솔직히 문경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첨단 산업들이 그 쪽으로 몰리고, 기반들도 확실히 잡혔고, 문화시설, 공공시설, 고층건물들. 아마 서울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흠. 그렇기는 하겠군. 하지만...”
“예.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형님의 세력들이 꽉 잡고 있지요. 사실 문경의 발전에는 그 지역 위정자들과 유지들의 결정도 있지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준 것이 다름 아닌 형님의 아들들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아마 위정자들로써는 그 곳만큼 매력적인 입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흥. 그래 봤자 이지.”
자신만만한 길남효의 말에 조봉암은 조금 안도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뭐 그 이들이 그 쪽에 새로 시작한다고 하여도 왕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난관이 있다는 것을 저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군.”
“요즘은 여운형 선생도 이 곳에서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여운형 선생이라.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그 이를 묻는 까닭은?”
“제가 들었던 소식으로는 여운형 선생을 살려준 사람은 형님의 장남이라고 들었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라는 얼굴을 짓는다.
“내 아들이 결정한 사항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저는 형님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 감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조봉암이 그렇게 말하자 길남효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한다.
“아 그랬군. 좌우합작위원회에 참여를 했던 사람이...”
“예. 저 역시 그 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운형 선생이 총격을 당하고 잠정 은퇴를 하니 그 위원회 역시 시들시들해지고 있습니다.”
“흠. 그렇구만.”
길남효의 반응에 조봉암은 조금 실망한 얼굴을 지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너무 지나가는 말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대해 길남효는 술을 한 잔 마시면서 조봉암에게 말한다.
“글쎄. 내가 굳이 정치에 관련해 열렬히 참여하기라도 바라는 것인가?”
조봉암은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이내 한 마디 하는 것을 그만둔다.
“정치 사회 분야에서는 난 그리 뭐라고 말하고 싶지 않군. 그 부분에 있어서 내 아들들에게 상담받는 것도 좋겠지.”
그 말에 조봉암은 흠흠 거리면서 길남효에게 말한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실언을 하였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까지 할 것이야 있나? 일단 정치 사회 이야기는 그만두고, 술판이나 계속 하자고.”
결국 길남효의 술판은 새벽 넘어서 계속 되었다.
1947년 11월 17일, 일본 시모노세키 어느 한 주택 안에 있는 접대실에서는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이와 또 새로운 한 명이 서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치죠상. 다시 한 번 정한론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펼쳤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까?”
그의 말에 어르신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한다.
“일단 일본이 두 개로 나눠졌으니 다시 탈환하기 위해 국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잃었던 자국 영토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국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르신의 말을 들은 노인, 즉 전 일본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르신을 쳐다본다.
“지금 그 것이 입으로 내뱉을 소리입니까?”
“저는 국력을 회복시키겠다는 우국충정의 발언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요시다 시게루는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어르신에게 말한다.
“지금 서 일본의 국력 상 조선을 다시 집어삼키는 일이 용납되리라 봅니까?”
“그거야. 명분상 자치령이라던지...”
“그리고 그 것보다 우리를 점령한 미국이 이 일을 용납할 수 있으리라 보는 것입니까?”
그 말에 일본의 어르신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진다.
“끄응. 계책을 꾸며서 다시 조선을 병탄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요시다 시게루는 한숨이 절로 나오며 일본 어르신에게 말한다.
“지금 저 쪽에는 인재들이 있어요. 그리고 군대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규군에 필적할만한 전력도 있습니다. 명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재산을 찾기 위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일본 어르신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요시다 시게루에게 말한다.
“아니 우리의 꿈인 대동아 공영을 포기한다는 말씀입니까?”
“흥. 대동아 공영이든 뭐든 우리 서 일본이 부흥하고 이룰 목표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대동아 공영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 물론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오겠지요. 마음대로 하시오. 난 굳이 이 일에 협조하지는 않겠소.”
일본 어르신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조선을 병탄시켜야했다. 그래야 자신의 기반들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한과 복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지만 열등한 조선인들이니 금방 진압되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건 그만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요시다 시게루는 이치죠 헤이야라는 노인을 보면서 속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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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원역사 일본 GHQ시절에서도 다시 한 번 한국을 병합하겠다는 일본 어르신의 유형인 사람들이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