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19화 (41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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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잠시 일을 본다고 비서랑 나왔던 요시다 시게루는 비서에게 막 뭐라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

“지금 뭔가? 무슨 일을 그따구로 해?!”

비서는 그 말에 우물쭈물하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서 무언가 변명을 해야한다.

“저도 이런 사람인지는 몰랐습니다.”

“아니 지금 장난해?! 웬 미치광이를 나에게 소개하고 지랄이야?! 지금 일본의 상황이 어떤지나 알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비서는 그 말에 무조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하기야 자신의 상관에게 소개시켜줄 때만 하여도 이런 사람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알고 보니 대단히 미친 자식이었다.

“쯧. 망한 일본을 다시 제대로 세우겠다고 지금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그래도 조선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잡아놔야...”

요시다 시게루는 그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과 말투로 말한다.

“자네가 직접 그렇게 해봐. 그게 되나.”

요시다 시게루의 말에 비서는 끄응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요시다 시게루는 비서를 보고, 가르치듯이 설명을 해준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다 잿더미로 변해버렸어. 패전하면서 잿더미로 변해버렸고, 일본은 반쪽으로 뚝 잘라졌지. 그런 판국에 경제 세울 설비나 시설들은 폭격으로 다 망가지고, 농업, 산업, 겨우 겨우 미국에게 구걸하면서 지금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있는 마당에 뭐? 조선에 진출하자고? 참으로 잘도 그런 헛소리를 하는군.”

“으음. 그래도 나라를 세울 역량이나 체제도 조선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우리 쪽도 혼란스러우면 저 쪽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판국입니다.”

비서의 말에 요시다 시게루는 따지며 한 목소리 낸다.

“아니 그게 되냐고?! 참으로 잘도 진출하겠다. 조선에 사람을 보내서 그 쪽 분위기 파악하는데. 들어보니 이념 갈라져서 싸우는 것을 초월해서 우리 민족들이 다시 진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있나? 그 쪽이 이념으로 다툴 것 같아? 전부 힘 모아서 이 자식부터 쳐부수고 하자고 선동할 거란 말이야.”

“으음. 그 정도입니까?”

“허. 이 자식 머리 안 돌아가는 인간이네. 지금이 몇 년 전의 일본제국 시절인 줄 아나?”

“그래도...”

“그리고 미국에서 가만히 있을 줄 아는가? 미국이 참으로 잘도 허락해주겠다. 또 저 쪽 조선에서 가만히 있는 호구 새끼인가? 저 쪽에는 군사도 무기도 다 있어. 급하면 저 쪽에서 병력만 모으면 된다고. 지금 우리가 부러워하는 공작기계와 설비, 생산들을 다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직도 모르겠나?”

비서는 그 말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요시다 시게루의 얼굴을 살펴본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요시다 시게루는 아직까지의 비서의 반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한 번 설명해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저 쪽에는 그 사람들이 있다고.”

“예? 그 사람들이라면.”

요시다 시게루는 진지한 표정으로 비서에게 한 마디 말해준다.

“길씨 일가.”

비서는 순간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리고 요시다 시게루가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서 역시 길씨 가족들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다. 아니 정계에 발을 디디면 길씨 일가에 대해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재생치료, 장군, 각종 과학 기술, 그리고 재산까지 중경공단의 회장부터 광복군의 장군, 재생치료의 창시자인 사람들이 저 쪽에 모여 있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지고 있지만 한국은 사건이 터져도 비교적으로 수습을 잘 하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지금 사건 처리도 잘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요시다 시게루는 한숨을 푹 쉬며 비서에게 한 가지 일을 더 설명해준다.

“지난달 조선과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야.”

“아. 그 조선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신형 헬기로 태평양을 횡단한 것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미국놈들이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흥. 미국인들이 그걸 개발했다면 태평양 횡단을 시도했을까? 오히려 유럽 쪽을 중시하는 친구들인데 말이야.”

“서... 설마...”

“그래 맞아. 그 헬기 조선의 동협 그룹에서 양산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라구.”

비서는 그 말에 순간 암울한 얼굴로 요시다 시게루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일본도 만들지 않은 물건을 어떻게 저 쪽에서 만들 수 있는 것입니까?”

“흥.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현실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알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일본인은 고등적인 일을 하도록 하고, 조선인들은 하찮은 노동일을 하도록 설계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넌 아직도 헛된 꿈을 꾸는 건가? 현실을 인정해라. 이 바보 녀석아.”

사실 요시다 시게루의 비서의 조선인에 대한 시각은 아까 말한 것처럼 보통의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가진 시각이었다. 식민지를 지배하면서 자신이 고등민족이라고 그렇게 합리화를 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지금 패전을 하고난 뒤에는 지금은 1등은 미국과 유럽인들, 2등은 우리들, 3등 이하 쓰레기들은 조선인을 비롯한 중국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서는 왠지 충격을 입은 모습이었다. 요시다 시게루는 오히려 그 비서를 보며 쯧쯧 거린다.

“자네가 저 미치광이에게 왜 소개를 시켜주었는지 참으로 알만하구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뭐가 아니야. 그렇게 부정하고 싶다면 저 쪽에 동참해라. 현실이 어떻게 돌아갈 지는 네가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으음...”

“쯧. 시간이 아깝군. 저 쪽에 그만 만나자고 말하고, 우리는 이만 돌아가지.”

비서는 그 말에 우물쭈물한 얼굴을 짓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면서 그 이치죠 헤이야라는 사람에게 다시 간다. 요시다 시게루는 비서의 뒷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무래도 일을 잘 한다지만 잘라야겠군. 저런 새끼가 꼭 사고를 치지.’

요시다 시게루는 불쾌함을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발걸음을 돌린다.

요시다 시게루의 비서가 먼저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사정을 설명하자 어르신 이치죠 헤이야는 고개를 선선히 끄덕이면서 허락해준다. 곧 비서가 방 밖으로 나가자 이치죠 헤이야의 시선은 사이토 이카무라를 향한다.

“자네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생각을 하는 척 하다가 이치죠 헤이야에게 답변한다.

“아무래도 반응을 보니 우리들과의 관계를 끊을 것 같습니다.”

“쯧. 저 인간도 갈 데가 되었군. 대동아 공영권을 이룩할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조선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치죠 헤이야는 그 말에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시일이 지날수록 조선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겨우 현양사의 일원들을 설득해 조선으로 보냈지만 길씨 일가에게 몽땅 이용당한 뒤 붙잡혀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치죠 헤이야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다.

“현재 조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들에게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지금 어르신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상대를 너무 얕봤군.”

이치죠 헤이야의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의 얼굴은 자동적으로 굳어지지만 속으로는 동감한다.

‘이제야 인정하셨군.’

이치죠 헤이야는 시선을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두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상대를 하면 될지 생각을 해보았는가?”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이치죠 헤이야 옆에서 일본도를 붙잡고 있는 전담 경호원인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죽음을 당할까 두려웠다.

“생각은 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 말에 이치죠 헤이야는 끈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마디 묻는다.

“한번 말해보게나. 방법이 뭔지.”

“원래 적의 중심을 치기 힘들면 주변부터 공략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왜 그게 어렵다고 하는 거지.”

“같은 생각을 저 쪽에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아시다시피 어르신을 대범하게 습격할 여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입니다. 아마 이 방법이 좋다고 한들 도박을 거는 심정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듯 싶습니다.”

이치죠 헤이야는 그 말에 주먹을 부르르 꽉 쥐며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건 어떤가? 저 길씨 일가와 경쟁이 되는 상대에게 이간질을 하게 만드는 것을 말이야.”

“흠. 그 것 역시 좋겠지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저 쪽이 순순히 말려들지 고민입니다. 길씨 일가가 아니라 싸움을 붙일 세력 말입니다. 우리말을 순순히 듣는 것이 고민이죠. 그리고 길씨 일가는 조선에서 상당히 세력이 큽니다. 이간 붙일 상대들을 연합하지 않는 이상 그들과 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길씨 일가를 더더욱 키워주니 말입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젠장.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거냐?”

이치죠 헤이야의 일갈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속으로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니. 고민할 것이 뭐가 있어. 그냥 그대로 나둬. 괜히 건드릴 세력을 건드려서 이 난리를 만드는데.’

방법이 별로 없다는 말에 이치죠 헤이야는 씩 씩 거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전담경호원인 마츠나가 요헤이가 이치죠 헤이야에게 살짝 귀를 가져다 방법을 말한다.

“어르신 이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뭔가?”

“그 태평양을 횡단했다는 헬리콥터에 대해서 들었습니까?”

이치죠 헤이야는 그 말에 순간 냉정해지며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말한다.

“방법이 있다는 얼굴이군. 한 번 설명해봐라.”

“일단 저 쪽의 기술들을 훔쳐서 이 쪽의 기반을 갈고 닦는 것이 급우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

이치죠 헤이야는 마츠나가 요헤이의 말에 생각을 하고 있었고,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런 제안을 건넨 마츠나가 요헤이를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이치죠 헤이야는 순간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헬기를 입수할 방법은 있는 건가?”

“예. 있습니다. 밀상 박철건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밀상? 아아. 그 조선인 밀상들 말이군. 작년에 식량을 그 쪽에 넘긴 밀상들 중 하나인가?”

그 말에 마츠나가 요헤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어르신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그는 그런 밀상이 아닙니다. 동협 그룹 쪽의 물건을 횡령해서 팔아넘기는 밀상입니다.”

“그런 인간이라면 상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겠군. 안전한가? 그리고 믿을 수 있겠는가?”

마츠나가 요헤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의 물음에 대답한다.

“조선인 밀상 치고는 상당히 신용이 괜찮습니다. 저번에 동협 그룹 물건을 입수하라는 명령을 어르신이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건 훌륭하게 수행했지.”

“예. 그 물건들 대다수가 그 쪽에서 나온 것입니다.”

“흠...”

“다만 밀상인지라 상당한 가격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르신 이치죠 헤이야는 그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눈빛을 빛내며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한 마디 묻는다.

“엔화는 안 받겠다고 하던가?”

“아무래도 미화를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흥. 요보 주제에 미화라니. 분수도 모르는 녀석이군. 그 쪽에서 미화를 원한다면 넘겨줘야지. 단...”

“말씀하십시오. 어르신.”

“단, 진짜 미화를 건네줄 생각은 없지. 위화로 준비하게나. 정교한 것으로 말이야.”

그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어르신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저 쪽은 밀상입니다. 밀상이 위화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는 멍청이들은 아닐 것입니다.”

사이토 이카무라의 충고에 마츠나가 요헤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이토 상의 말이 맞습니다. 괜히 밀상이 아닙니다. 거기에 간 크게도 동협 그룹의 물건을 전문적으로 빼돌리는 밀상입니다.”

두 사람이 말리자 어르신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자네들 약 먹었나? 멍청한 조선인들 주제에 위화를 감별할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가 한 마디 더 충고를 던진다.

“조선인은 멍청하다고 하지만 밀상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 범죄자들이 과연 자신이 손해 볼 수 있는 일들을 그대로 넘길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어르신은 그 말에 으으으 얼굴을 부르르 떨다가 마츠나가 요헤이에게 한 마디 말한다.

“미화 100만 달러. 일단 위화로 권유를 해보고, 안 통하면 진짜 돈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겠지.”

마츠나가 요헤이, 그리고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속으로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사실 밀상이라는 세력은 꽤나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 일단 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적이었고, 마츠나가 요헤이가 파악한 그 중개상 박철건의 세력 역시 순순히 제압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알아보니까 무장 병력들까지 대동하고 다니는 녀석들이라고 들었다.

그런 이들에게 어설픈 위화는 통하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아마 그들이 위화를 받을 때는 위화가 현실적으로 쓸모가 있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위화의 존재는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것들이었다.

어르신은 마츠나가 요헤이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묻는다.

“그나저나 그 쪽에서 물건을 주는 것은 확실한가?”

“밀상 치고는 상당히 신용도가 괜찮습니다. 얼마 전에는 북한에 그 물건들을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호오. 진짜 간이 큰 작자들이군.”

“북한에서 별 말이 없다고 들으니 신용만큼은 확실한 것입니다.”

“그래. 그 말을 들으니 물건은 확실히 전해주겠군. 그 쪽으로 진행하게나.”

“예 어르신.”

마츠나가 요헤이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자신이 제안한 일을 하러간다. 결국 박철건과 그리고 병윤이 합작한 낚시에 드디어 원하던 고기들이 걸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병윤 : 월척이구나!

아오. 요즘따라 너무 덥군요. 더운 것은 문제가 아닌데 습합니다. 그래서 글 쓸 의욕이 박살이 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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