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11월 30일, 대동신문이 동협 그룹에 대한 흑색선전의 성과는 참패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의혹은 가려지고, 동협 그룹의 주장들이 되풀이되었고, 동시에 이종형이 이끄는 대동신문은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니시무라 유헤이는 방 안에 설치된 TV에서 한국에 관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오히려 피식 비웃는다. 하기야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이 자신에게 상당히 이득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이토 히데츠구는 의자에 앉은 채 기분이 완전 바닥으로 내혀앉은 얼굴을 지을 뿐이었다. 참패였다. 아니 효과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협 그룹이 오히려 이 일을 가지고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
-뿌드득-
사이토 히데츠구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세상을 너무 쉽게 본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이 공들였던 일들을 저들은 너무나 간단하게 풀어 헤치고, 이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토 히데츠구는 순간 속으로 냉정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분노를 일으켜봤자 대책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감정은 잊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냉정해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가슴이 상당히 답답한 감이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에 동협 그룹 법무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 의혹을 두고, 해명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방 안 설치된 TV에서는 보도자가 설명을 하던 장면에서 동협 그룹 관계자가 걷고 있는 장면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동협 그룹 법무대책위원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호영 이사는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이번 의혹에 대해서 동협 그룹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동신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식량들을 주로 거래하는 밀상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웃음을 주고 싶습니다. 확실한 증거와 증언 없이 그저 상대방을 협박하는 승냥이 같은 무리들이 돈이 필요해지자 저지른 일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 때, TV 화면은 바뀌며 기자들 중 기자 한 사람이 일어서서 그 장호영 이사에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번 대동 신문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 전혀 거짓이라는 주장을 할 생각이십니까?-
. 그야 물론 일정 부분 사실이 있기는 합니다. 완전 거짓은 아니지요. 하하하. 그러나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은 국민 여러분들에게 결코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 그런 부분을 곡해하는 것이 동협 그룹 측에서는 바로 잡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던져주니 감사히 잘 먹는 것도 기업의 책무가 아니겠습니까?-
장호영 이사의 조리 있는 말에 기자회견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어댄다. 그 때, 아까의 그 기자가 장호영 이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P군에 대한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입니까?-
-사실 동협 그룹 내부에 우리 회사 물건들을 몰래 빼돌려서 팔아치우는 사람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 P군이라는 사람에게 물건들을 팔아 넘겼고, 그 이들은 P군에게 우리 그룹이 중요하게 취급하는 물건들을 다시 그룹에 되팔아 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럼. 그 인원들은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
-문제가 생기니 바로 흔적을 지우고, 도망을 치더군요. 제가 알아보니 동협 그룹에 첩자들을 파견하여 우리 그룹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에 중점적으로 두었습니다.-
-첩자들을 판별하기 위한 그런 조직이나 기술이 없었습니까?-
-아 물론 있습니다만. 그 둘의 존재는 전부 막아낼 수 없고, 대부분 막아낼 수 있을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P군의 의혹은 그렇게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십니까?-
장호영 이사는 그 말에 오히려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한다.
-사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상당히 심려를 끼쳤다고 생각하니 동협 그룹의 입장에서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조직을 정비하고, 감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장호영 이사에 대한 소식은 마무리가 되었고, 다음 소식으로는 이번 일의 의혹을 터뜨린 대동신문의 차례였다. 대동신문의 사장 이종형에 대한 것들이 낱낱이 까발려지며 반민특위의 구멍에 대해서 보도가 되고 있었다.
니시무라 유헤이는 피식 웃으며 TV화면을 지켜보다가 이내 화면을 꺼버린다. 그 때, 바로 책상 위에 전화기가 울려 퍼진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니시무라 유헤이는 짜증을 내면서 자신이 직접 일어나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받았다. 송수화기 너머 전화를 건 당사자의 목소리는 매우 급했다.
-저 상당히 큰일 났습니다.-
“아. 대동신문의 사장 이종형씨가 아니십니까?”
-약속을 지키기를 저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들먹이는 이종형의 말투에 니시무라 유헤이의 얼굴에는 비웃음만이 가득했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아니. 계약서에 지장까지 찍지 않았습니까?-
“아아. 그 계약서 말입니까?”
-예. 도와주십시오. 지금 이 곳은 난리가 아닙니다. 제가 지금 죽게 생겼다고요오오오오!!!-
“대일본제국을 위해 충심을 다 바치겠다는 맹세를 한 이종형씨가 왜 이렇게 목숨을 구걸하시는 것입니까?”
-예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조선인임을 거부하고, 우리 대일본제국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 몸과 마음을 그 쪽에 다 바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미친! 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하하. 뭐 이런 것입니다. 왜 억울하십니까?”
-야 이 쪽바리 새끼들아. 네 놈들의 요구를 내 옛정을 생각해서 오냐오냐 받아주었더니 날 감히 차?! 네 녀석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당신 같은 사람은 도구에 어울립니다만. 언제든지 폐기처분할 수 있는 그런 도구 말입니다.”
-웃기지마! 네 녀석들이 책임 져라! 책임을 지라고!-
“너무 급할 것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동협 그룹에서는 당신을 그나마 신사적으로 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빌어먹을... 감히 날 이렇게 이용해?! 내 살아나면 어떻게 네 녀석들을 요리할지 두고 봐!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 난 네 녀석들에 대해 다 불거다!-
이종형의 발악같은 협박에 오히려 니시무라 유헤이는 비웃으며 대답한다.
“부시던가요. 동협 그룹 측에서 이번 일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사실들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처리할 것입니다.”
-뭐?! 뭐... 이 자식들! 그럼 날 무슨 일로 끌어들인 거냐?!-
“아직도 모릅니까? 당신은 폭탄입니다. 폭탄. 뻥하고 터지는.”
-네 녀석들을 끌어안고 자폭해주겠다!!!-
“뭐 행운을 빕니다.”
그렇게 말한 니시무라 유헤이는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놓는다. 그 때, 사이토 히데츠구는 니시무라 유헤이를 보고 한 마디 묻는다.
“무슨 전화인가?”
“그냥 도구로 이용된 버러지가 살려달라고 하던 소리입니다.”
사이토 히데츠구는 그 말에 킥하고 웃는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니시무라 유헤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이 일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다려야지.”
순간 니시무라 유헤이의 얼굴에는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드러났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못 들었어? 기다려야 된다고.”
“허참. 지금 우리가 노리고 있는 적들은 당신의 계책으로 더더욱 성장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뻔뻔하게 나가는 것입니까?”
“그래서 우리의 피해는 있던가?”
니시무라 유헤이는 그 말에 얼굴이 찡그러진다.
“이번 일로 인해서 우리와 협조적인 조선인들의 세력은 상당히 줄어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이렇게 나오는 것입니까?”
사이토 히데츠구는 오히려 그 말에 히죽 웃으며 대답한다.
“어차피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질 무리들이야. 당신도 생각하고 있잖아? 시일이 지나면 그들이 숙청당하고, 결국에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고. 그리고 이번 일로 잘 되었지.”
그 대답에 니시무라 유헤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잘 되었다고? 이 무슨 개소리야?!’
니시무라 유헤이의 표정을 보고, 사이토 히데츠구는 웃는 낯으로 그에게 계속 설명을 해준다.
“도구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을 배신할 수 있는 박쥐같은 무리들. 그 이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상당히 해악이 되는 존재들이야.”
“그렇다고. 우리와 연결된 끈들을 다 버리실 작정입니까?”
“하하. 그들도 우리 어르신을 배신한 녀석들이 아닌가? 버리든 말든 끝장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치는데.”
니시무라 유헤이는 그 말에 대답을 못하고, 오히려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다. 그런 강렬한 눈빛에 사이토 히데츠구는 담담한 표정으로 받을 뿐이다.
같은 시각, 어느 한 밀실 안에서 병윤과 그 의혹의 당사자인 P군 즉 박철건이 자리에 앉으면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박철건은 병윤을 보면서 한 마디 묻는다.
“일단 일이 이렇게 터진 이상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수습은 이미 끝이 났습니다. 수확할 때입니다.”
“수확할 때라면? 아아. 그 흑색선전을 역이용한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철건에게 대답한다.
“시기적절하게 터져서 그나마 이득을 많이 본 셈입니다.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에 대한 관심을 더더욱 증폭시켰지요.”
박철건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병윤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런데 이번 의혹을 터뜨린 이종형이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찾다보니 일제시기 밀정이라고 하더군요. 원래는 반민특위에서 주요 인물로 다뤄지던 인물이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갔습니다.”
“허... 그런 나쁜 놈을 그냥 내버려두는 셈입니까?”
“하지만 그런 놈도 개 버릇 주지 못하고, 결국 일을 저지른 셈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업자득이지요.”
“으음.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 것보다 의혹이 나와서 그러는데.”
박철건은 그 말에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알고 있습니다. 전 어디에 숨으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 것보다는 아예 정식으로 무역업체로 탈바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흐음. 그러나 헬기 판매의 경우는...”
“뭐 그 건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단 폭탄을 넘겨주었으니 언제든 시기적절하게 이용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하. 그 놈들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자신들이 산 것이 폭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바보는 아닐 테지요. 분명 헬기를 뜯어서 기술력을 얻을 것입니다.”
“분해하다가 폭탄이 일찍 터질 뿐입니다.”
“예에? 그게 무슨...”
“아마 그 쪽에서 한 대를 분해하려고 시도하겠지요. 물론 그 결과는...”
그 말에 박철건은 침을 꿀꺽 삼켰다.
1947년 12월 1일, 일본 시모노세키의 어느 비밀스러운 장소에서는 기술자들이 헬기 한 대를 분해하고 있었다. 이번에 입수한 헬기의 기술력을 훔치고, 비슷한 것들을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것 한 대가 25만 달러라는 소리에 기술자들은 천천히 헬기를 분해시킨다.
25만 달러면 금으로 202.5kg(브레튼우즈 체제로 금 1온스(28.35g)의 가격은 35달러로 고정되어 있음.)의 가격이었다. 그 정도의 금액이면 상당히 비싼 축에 속했기 때문에 기술자들의 얼굴에는 항상 긴장만이 가득했다.
일단 헬기의 주요 부품들을 떼어내고 있었다. 조종부, 연결부, 동력부, 그 외 각종 부품들을 차례차례 떼어내며 역설계하려고 했다.
기술자 중 한 사람은 헬기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흑마 엔진을 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한 가장 큰 비밀은 저 속에 담겨져 있었다. 저 엔진이야말로 그 무거운 헬기를 뜨게 만들고, 순항속도 450km/h에 최장비행시간을 48시간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기술자들은 흑마 엔진을 두고 수군수군 거린다.
“조심해서 이거를 떼자고.”
“그래. 이 것의 비밀을 밝혀내서 기술들을 축적시킨다면 우리 일본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겠지.”
“조선에서 이런 엔진을 발명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그러게 말이다.”
기술자들은 차근차근 움직이며 흑마 엔진과 헬기의 연결부분을 떼어내고는 이내 흑마 엔진의 모습들을 낱낱이 스케치하면서 흑마 엔진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낸다. 일단 스케치가 끝이 나자 기술자들 중 경험이 많은 한 명이 천천히 흑마 엔진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한 부품을 떼어낼 때였다.
-삐... 삐... 삐......-
흑마 엔진에서 그런 소리가 나더니 이내 흑마 엔진에서 거대한 빛들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거대한 화염들이 순간적으로 주위를 향해 돌진한다. 바로 흑마 엔진이 터진 것이었다.
-쿠콰아아아앙!-
흑마 엔진의 폭발력은 상당히 위대했다. 해체하는 건물도 실내 운동장만큼이나 큰 곳인데. 그런 곳의 지붕을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건물 주변도 폭발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물론 그 안에서 헬기 해체작업을 하던 기술자들과 그 외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폭발은 건물 주위를 돌아다니던 행인들에 의해 발견되고, 곧 소방서에 신고를 하게 되었다. 소방차가 사고현장에 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시모노세키의 어느 한 저택의 방 안에 일본 어르신이 자리에 앉으며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런 장소에 갑작스럽게 한 사람이 문을 벅차고 들어온다. 어르신은 자신의 휴식을 갑작스럽게 깨는 인원에 대해 짜증을 내며 말한다.
“왜 이런 소란들이냐?!”
그 말에 갑작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온 인원은 곧 어르신을 발견하고는 그 쪽으로 급히 달려 나와 목소리를 더듬으며 보고를 올린다.
“저 어... 어... 어르... 르신... 지... 지금... 큰... 큰일 났습니다.”
“뭐? 무슨 큰 일.”
“지금 헬기 해체를 하던 건물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그 말에 순간 어르신의 눈은 앞으로 튀어남과 동시에 손을 테이블에 대며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어르신의 얼굴에는 너무 놀란 나머지 조금은 하얗게 탈색 된 얼굴로 아까 보고를 올린 이를 쳐다보며 묻는다.
“갑자기 폭발이 왜!?”
“저... 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폭발이 생겼다는 것만...”
순간 어르신은 너무 충격에 빠진 나머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으으으... 빠... 빨리... 빨리... 이 일의 원인을 찾아. 당장!!!”
“예에!”
어르신의 일갈에 보고를 올린 이는 순식간에 방 밖으로 나간다.
============================ 작품 후기 ============================
폭☆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