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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어르신 이치죠 헤이야는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믿기지 않는 사태에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안 좋은 기색만 보일 뿐이었다. 지금 어르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 그런 어르신의 얼굴을 보고, 자동적으로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조용한 분위기, 오로지 자신의 입만 열리기를 기다리는 부하들의 눈치, 어르신은 자동적으로 이가 갈렸고, 또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의 눈초리는 순간 사이토 이카무라를 향한다.
“사이토.”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부름에 속으로 ‘큰일 났다.’라고 말을 되뇔 뿐이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한다.
“예!”
어르신은 흉맹한 눈으로 사이토를 쳐다보고는 한 마디 묻는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나?”
사이토는 그 물음에 순간 ‘내가 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라는 문장이 그대로 튀어나올 뻔 했다. 그러나 생각을 굴러야 한다. 내가 살 수 있고, 책임을 그나마 덜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야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그의 변명은 자동적으로 튀어 나온다.
“아마 동협 그룹 쪽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습니다.”
“감지했다고?”
“저 역시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네 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그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바짝 고개를 숙이고, 도게자를 취하며 어르신에게 대답한다.
“정말입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어르신은 그 말에 이를 뿌드득 갈더니 이내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소리친다.
“네 놈 덕분에 25만 달러가 날라 갔어. 그리고 실력 있는 기술자들도 한꺼번에 날라 갔어.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냐?!”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연신 죄송하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 탓하는 어르신에게 조금씩 반감이 들었다. 어르신은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손짓을 하더니 말한다.
“네 놈이 알아서 손해를 보충하라!”
“하... 하잇!”
사이토 이카무라의 대답에 어르신의 기분은 조금 풀렸다. 그러나 안 좋은 표정이라는 것은 아직도 역력했다. 어르신은 자신을 바라보는 부하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아주 제법이야. 나를 이렇게 골탕 먹이는 족속들은 처음이군.”
그 말에 부하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본격적인 골탕을 많이 먹었으면서.’
‘왠만하면 그들과 얽히지 않고, 여기에 집중했으면 좋으려만.’
‘제길. 여기도 틀린 것인가? 다른 데를 알아보는 것도.’
‘휴우. 괜한 목표를 잡아서 우리들을 너무 힘들게 만드는군.’
부하들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르신의 말은 계속 되었다.
“앞으로 시모노세키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겠지만 저 길씨 일가의 파멸과 또 조선을 탈환하는 작업은 지속될 것이다. 알겠는가!?”
-예! 어르신!-
일본 어르신 이치죠 헤이야는 헬기 한 대 잃었다고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격을 입은 몸이기에 당분간 자중하기로 결의했다.
1947년 12월 3일, 목포에 위치한 장인어른 차영환의 저택을 김필휴는 오랜만에 방문한다. 저택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사랑방 안으로 들어가 차영환의 환대를 받는다.
“청년사업가가 왔군.”
김필휴는 그 말에 오히려 웃으면서 차영환에게 대답한다.
“제 회사 지원 및 지분들은 다 장인어른이 가지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회사를 이끌고, 여기까지 성장시킨 것은 자네의 수완이지 않은가?”
“하하. 너무 금칠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차영환은 김필휴의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더니 이내 한 마디 묻는다.
“그래. 요즘 사업은 잘 되어 가고 있는가?”
“올해 양산되었다는 검은 매들을 이용하여 운송업을 하니 상당히 좋습니다.”
“쯧. 자네는 기체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는군.”
“그 헬기들을 이용하여 장사하는 사람들이 속속 눈에 보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하기야. 도로가 안 닦이고, 철도도 개판인 지역에 헬기만이 운송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겠지. 다만 이해가 안 가는 점은 역시 헬기의 가격이겠지.”
차영환이 그렇게 말하자 김필휴 역시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아무리 양산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독점체제인 것이 분명한데. 성능에 비해서 상당히 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곳에서는 20만 달러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호오? 20만 달러?”
“반 이상은 관세이고, 원래는 더 싸게 판매하려고 했는데. 미국에 있는 현지 헬기회사들이 로비를 했다고 하더군요.”
차영환은 그 설명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셈이군. 하기야 한국에서 나온 가격대로 판매한다면 미국에 있는 헬기회사들이 망하고 남을 것이지. 어찌 보면 다행일지도 몰라.”
“그런데 의문인 것은 왜 이렇게 싸게 판매할까요?”
차영환은 그 말에 곰방대의 연기를 흡입하고 내뱉으며 대답한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내가 그 쪽 관계자인 것도 아니고 말이야. 다만 그 쪽에 상당히 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이번에 운수업 쪽이 대호황이라는 말이지.”
“그런 셈입니다. 그 때문인지 각 지역마다 헬기 착륙장이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평평한 곳 아무 곳에 세우면 되겠지만 착륙장이 있어야 착륙의 안전에 이상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20대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하하. 대수가 많을수록 돈은 더 많이 벌립니다. 외국의 물건들뿐만 아니라 장인어른이 운영하고 있는 종이공장의 물건, 그 외 타 회사가 만들고 있는 각종 생필품들을 판매하니 이득이 어마어마합니다.”
“요즘은 중국 쪽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다고 들었네.”
“아무래도 거리도 있지만, 전쟁 와중이라 물자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저 역시 중국에 물건들을 납품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생겼습니다.”
차영환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사위 김필휴를 바라보며 한 마디 대답한다.
“뭐 그 것도 적당한 방법이겠지. 다만 대규모 납품 거래는 아무래도 동협 그룹 쪽이 꽉 잡고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아예 그 쪽의 요청을 받아서 외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군.”
“장인어른이 저에게 적절한 방법을 가르쳐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차영환은 그 말에 기뻐하며 김필휴에게 한 마디 말한다.
“뭘 그런가? 그리고 이건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아무래도 해상 부두라는 것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알고 있는가?”
“해상 부두 말씀이십니까? 그건.”
차영환이 언급한 해상 부두라는 것은 별 거 아니었다. 항공모함에서 착안하여 해상의 어느 지역에 배를 정박해두고, 그 곳으로 헬기들을 이용하여 물건들을 옮기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큰 배를 접안하고 하역할 부두들이 부족하다 보니 이 방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다만 이 신선한 방식 덕분에 부두가 부족하여도 하역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해상 무역업이 아닌 해상 중개업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였다. 즉 물건을 실은 선박이 해상의 어느 지점에 정박하면 그 곳을 향해 헬기들이 모여 물건들을 사고파는 형식이었다. 헬기의 빠른 기동성과 선박의 거대한 적재량이 만나 생긴 현상이었다.
“해상 부두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주역으로 쓰일 형식은 아닙니다. 부산을 포함해 각 항구들마다 부두들이 확장 공사를 하니 말입니다.”
“흠. 시간이 지날수록 무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니 그건 당연한 현상이겠지.”
“예. 아무래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요즘은 필리핀과 한국 사이에 공중교역이라는 것도 생겨났습니다.”
“공중 교역? 아. 한 마디로 헬기를 통해 무역을 하는 방식인가?”
“아무래도 적재성이 뛰어나다 보니 그런 형식이 나온 것 같습니다. 거기다 한국에는 헬기의 연료가 싸지 않습니까?”
“규소 연료가 일반 석유보다 배는 싸니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
“정말이지. 규소 연료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갑니다. 그 것이 그냥 생각만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김필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차영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을 푹 쉬며 대답한다.
“그러니까 동협 그룹이 더더욱 대단한 것이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발명한 후, 그걸 대량생산하고 상용화할 기술과 설비들이 그 쪽에 있으니 말이야.”
그 말을 들은 김필휴는 자신 역시 공감을 하면서도 자신의 장인어른 차영환에게 이렇게 한 마디 말한다.
“요즘은 문경에 새로 생긴 동현대학교에서 동협 그룹의 많은 인재들이 파견 갔다고 합니다. 내년에 학생들을 받을 생각인 것 같은데. 우리 역시 그 쪽에 회사 사람들이나 인재들을 투입하여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들을 양성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것도 좋겠지만 더욱 좋은 것은 그 대학 관계자를 포섭하는 것이겠지.”
“물론 맞습니다만 동협 그룹에서 그런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입니다.”
차영환은 그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그렇겠지. 그 동현대학교라는 곳은 길씨 일가와 그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역량을 집중시키는 곳이니 말이야.”
차영환의 말에 김필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 쪽에 학생들을 투입시키는 것에 대해 각 세력들이 생각을 궁리할 것 같습니다.”
“나 역시 대비를 해야지. 내 친인척들 중 적당한 연령의 아이들을 그 쪽에 입학시키려고 하고 있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장인어른.”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아이가 어른에게 칭찬받는 느낌이군.”
“제 무례한 발언에 사죄드리겠습니다.”
김필휴가 차영환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차영환은 손사레를 치며 말한다.
“아니야. 농담 한 거야. 뭘 또 그러는가?”
김필휴는 그 말에 미소를 짓는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회사에 대한 운영방침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같은 시각, 문경 사현리 생가에는 경사가 났다. 길남효는 자신의 장남 병재와 그의 아내 메리를 보면서 그의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정말로 태기가 있다는 말인가?”
길남효의 떨리는 물음에 병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제가 의사이니 제 집사람이 태기가 있는지 없는 지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길남효는 그 대답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소리친다.
“으하하하. 경사로구나. 경사일세.”
그렇게 외친 길남효는 소리로는 부족했는지 벌떡 일어서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의 아들을 병재와 또 아이를 임신한 메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흐른다. 길남효는 그렇게 기뻐하다가 이내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한 마디 말한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이걸 동네방방곡곡에 알려서...”
그 말에 병재는 화들짝 놀라며 아버지를 제지한다.
“꼭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병재의 한 마디에 길남효는 이내 진정을 하고는 메리를 보더니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아기는 언제 출산할지 생각이 되는가?”
병재는 그 물음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대답한다.
“아마. 10월 중순에 출산할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는 제 아내에게 휴가를 줄 참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드디어 손주를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쁠 뿐이야.”
길남효의 그 말에 메리는 후후후 웃으면서 자신의 시아버지에게 말한다.
“걱정 마세요. 제 곁에 신의라고 불리는 남편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병재는 그 말에 되게 쑥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 때,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바로 병주와 병윤이었다. 두 사람은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병재와 메리 부부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형수님도 축하드려요.”
“큰 형수님이 드디어 아이를 가지게 되었네요. 형수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큰 형님도 축하드려요.”
병재는 자신의 동생들인 두 사람의 축하에 오히려 한쪽 눈동자를 치켜들면서 두 사람에게 말한다.
“너희 둘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여기까지는...”
병주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병재에게 대답한다.
“하하. 그게 중요한 일입니까? 우리 가족에 경사가 났는데. 그리고 염려하실 것 없이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서 제가 잠시 방문한 것입니다.”
“저 역시 작은 형님과 의견이 같습니다. 일이야 제 사람들이 대신 해주기로 하였으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
병재는 두 사람의 그 대답에 못 말리겠다는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끄응. 일터와 집이 가까워서 이런 일이 생기는군.”
병재의 말에 병주와 병윤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 때, 길남효가 갑자기 방문한 병주와 병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네 녀석들. 형님보고 축하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너희들도...”
그 말에 병주와 병윤은 무슨 기운이라도 감지했는지 병재와 메리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는 혼잣말을 하면서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병주는 생가를 나가면서 하는 소리가 이러했다.
“아 맞다. 작전 계획서를 검토해야하는데...”
작전 계획서라는 말로 중얼거리며 병주는 군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고, 병윤 역시 병주 따라 생가를 나가면서 소리가.
“진 비서가 해달라고 하는 것이 뭐였더라...”
진 비서 타령을 하며 병윤은 일에 집중하는 척 말을 중얼거리고는 생가를 빠져나간다. 길남효는 그런 둘의 모습에 ‘에잉. 쯧쯧’ 소리를 내며 툴툴 거린다.
“이 자식들. 내 잔소리에 벌써 꽁무니를 빼는 것을 봐라.”
병재는 그 말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저 녀석들도 나이가 차면 결혼하게 될 겁니다. 아버지. 저 녀석들이 노총각으로 살만한 녀석들인가요? 저희들을 보면서 화 푸세요.”
길남효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더니 병재에게 말한다.
“그렇지. 맞는 말이다. 지금은 축복해야할 때이지.”
병재는 그 말에 미소를 짓는다. 결국 이 소식은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축복이라는 축복을 다 받게 되었다. 다만 이 일 때문에 메리는 간호사직을 휴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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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병재-메리 부부 사이에 아이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