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26화 (42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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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모택동의 물음에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진다. 아니 모택동의 말에 생각을 하고 있지만 누구도 떡하니 대책을 못 내려놓고 있었다. 그 때, 화국평이 모택동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북한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예. 그 곳 역시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국력상 남한을 탈환할 수는 없지만 견제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화국평의 의견에 회의장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화국평의 말이 의외로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다. 주은래가 화국평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그러니까 화국평 동무의 의견으로는 남한에서 국부군으로의 보급을 북한이 대신 막는다는 이야기이오?”

주은래의 물음에 화국평은 흠흠 기침을 하더니 이내 대답한다.

“특수부대를 북한 쪽에 빌립시다. 그리고 그 특수부대로 하여금 남한의 공장들을 불살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주은래는 그 말에 벌떡 일어서서 화국평에게 말한다.

“그건 미친 짓이오! 만약 그리 된다면 한반도에 주둔한 국부군 12군에게 명분을 줄 수 있소! 만주에서 그나마 선전한 이유가 양분된 전선이 없어서 그러한데. 만약 그런 행위를 하다가 들키면 국부군 12군이 단숨에 압록강을 넘어 진출하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있지 않소?”

주은래의 말에 화국평은 순간 조용해진다. 맞는 말이었다. 국부군 12군은 원래 정예 군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대였다. 현재는 국제 정세 때문에 한반도에서 군정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만약 화국평의 제안처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국부군 12군의 명분은 한껏 풀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 압록강 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군대는 광복군으로 혹시나 모를 국공내전에 한반도가 휘말릴까봐 미국과 소련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를 한 결과물이었다.

모택동은 화국평의 말과 주은래의 말을 생각하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남한과 국부군 사이의 무역관계를 끊으면 될 일 아닌가?”

주은래와 화국평은 그 물음에 한 마디 동시에 말한다.

“그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석 동무.”

“그렇습니다. 애초에 미국이 감싸 돌고 있는데 무리입니다. 주석 동무.”

모택동은 그 말에 답답했는지 한 소리 외친다.

“아니. 이 것도 안 된다. 저 것도 안 된다. 나보고 어찌해야 하는가?!”

그 때, 조용히 있던 팽덕희가 모택동에게 한 마디 말한다.

“주석 동무. 옛날 청나라 홍타이지가 왜 중원 정벌 전에 조선부터 도모했는지 아십니까?”

모택동은 그 말에 뜬금없다는 얼굴을 지으며 팽덕희에게 말한다.

“그 말은 먼저 북한을 도와 한반도부터 안정시키라는 이야기인가?”

“예. 그렇습니다. 남한은 국부군에게 가장 중요한 목숨 줄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그 목숨 줄을 끊게 된다면 맹렬히 저항하고 있는 국부군은 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주은래는 그 말에 팽덕희에게 한 마디 던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참전할 수 있습니다.”

주은래의 한 마디에 팽덕희는 끄응 침음을 흘린다. 하기야 남한을 현재 관리하고 있는 군정에는 중국군정뿐만 아니라 미군정도 있었다. 만약 남한을 끌어들인다면 국공내전은 곧 세계대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미국의 핵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를 조심해야 합니다.”

핵이라는 단어에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사색이 깃들었다. 일본제국을 파멸시킨 핵 두 방은 세계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물론 함부로 핵을 쓸 것이란 보장은 없겠지만 명분이 미국에게 주어진다면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이번 일은 외교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나?”

모택동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북한을 도와 남한을 치다가는 바로 미국이 참전할 수도 있었다. 주은래는 여기서 한 목소리 높인다.

“아까의 정전협정을 국부군이 깨부숨으로써 우리에게 세를 전환시킬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 것을 들먹이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이오?”

“미국에서 국부군의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였는데. 지금 남한이 국부군을 지원하는 것을 미국의 의지냐고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택동은 그 말에 주은래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당연히 그 친구들은 아니라고 대답하겠지. 그리고 남한의 행동은 미국의 의지와 연관이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겠지.”

“그럼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번 일로 한반도까지 전화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만약 평화를 추구한다면 남한의 행동을 억제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주은래의 말에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생각을 하더니 이내 그만두고 주은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주은래의 말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았다. 모택동은 주은래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주은래 동무. 당신이 한 번 미국에 갔다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은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모택동 주석.”

그렇게 주은래는 미국으로의 외교적 방문을 하게 되었다.

1947년 12월 15일, 동현대학교 입구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아할 때, 잘빠진 양복부터 헤어진 평복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단 하나였다. 바로 이번에 이 곳을 방문하게 된 환자와 그 가족들이라는 것이었다.

동현대학교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비원들이 이 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매번 검문을 하며 인적사항을 적어낸다. 그건 간첩을 가려낼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공민증이었다.

검문원이 어떤 한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공민증.”

그 말에 그 사람은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검문원에게 건네준다. 바로 플라스틱 재질로 된 공민증이었다. 공민증의 얼굴과 이름을 적고는 검문원은 한 마디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 생년월일은?”

“1905년 2월 18일입니다.”

“여기서 표시되는 것은 틀린데?”

“음력입니다.”

검문원은 그 말에 옆에 있던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이 달력 가져와봐.”

그 사람은 그 말에 후다닥 1904년에서 1905년 사이의 달력을 가져온다. 검문원은 달력을 받더니 이내 그 것들을 살펴보면서 이내 미소를 짓는다.

“꽤나 고단수로군. 어이 이 자식 첩자인 것 같다.”

순간 무장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공민증을 넨 사람을 체포해간다. 그 사람은 억울했는지 검문원에게 항변한다.

“아니. 음력 2월 18일입니다.”

“그래. 음력 2월 18일이라고? 참나. 음력기준으로 공민증의 달력을 세기지 않는다고.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거지. 그리고 양력에서 음력으로 변환하면 1월 15일이야.”

“으윽!”

결국 체포된 이는 고개를 숙인다. 아무래도 검문원이 말한 것처럼 첩자가 맞았다. 공민증까지 위조한 것은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공민증의 내용까지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았다. 사실 동현대학교에 첩자들이 많이 침투하려고 하는 실정이었다.

다만 공민증 덕분에 첩자들이 가려지고 있어서 검문원의 입장에서는 좋았다. 물론 이 동현대학교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짜증이 너무 난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검문원은 한 마디 외친다.

“다음!”

결국 다음 사람이 검문원에게 가서 공민증을 제출하고, 검문원의 질문에 대답을 한 뒤 들어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동현대학교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 동현대학교 대학병원의 한 강의실에는 병재가 강단에 서서 의자에 앉고 있는 의사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여기서 당뇨병이라는 것은...”

병재는 당뇨병에 대한 세세한 것들을 칠판에 써내려 간다. 당뇨병이 어떤 형식으로 악화되는 지에 대해서도 그려준다. 의자에 앉은 의사들은 그 것을 받아 적었다. 세상에 명성을 떨치는 사람이 가르쳐주는 지식이었다. 거기에 합리적이었기에 받아 적고 있었다.

병재의 설명은 시간이 갈수록 열정에 불타올랐고, 그에 맞춰 강의를 듣는 의사들 역시 불타오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병재의 강의시간은 마치 여름날 아이스크림이 녹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더욱 강의를 요구했지만 병재의 성향을 알고 있는 의사들은 긴말 않고, 자리를 뜬다.

병재 역시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답변을 해주고는 곧 자리를 뜬다. 그 때, 다음 강의를 하려고 오던 사람이 병재를 보고 반가워 한다.

“자네의 강의시간이 드디어 끝이 났군.”

바로 병재의 절친한 동료 의사이자 교수인 정필중이었다.

“너무 늦게 끝나서 아쉽습니까?”

“하하. 아니야. 나 역시 자네의 가르침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일찍 찾아왔는데. 끄응 너무 늦었군.”

“정 형께서도 다 아시지 않은 내용이지 않습니까?”

“하.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네 강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안다고 하여도 듣고 싶은 그런 강의라서 말이지.”

병재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는다. 정필중은 병재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하여튼 자네의 일이 경감되어서 기분이 좋군.”

“예. 자잘한 환자들은 이 대학에 있는 의사들이 진료하고 치료하니까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잘못 치료하여 병세가 악화된 환자들이나 아니면 일반 의료진들이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을 치료하면 되니 일이 조금 널널한 편입니다.”

“하기야 자네가 가르친 사람들이 많고, 또 체계를 잘 잡아놓아서 이렇게 강의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겠군.”

“정 형도 저와 같은 입장이 아닙니까?”

“하? 나? 나는 뭐 자네 뒤치다꺼리를 하는 편이지.”

병재는 그 말에 미처 몰랐다는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끄응. 정말이십니까?”

“뭐. 내가 오히려 하고 싶은 뒤치다꺼리니 신경 쓰지 말게나. 오히려 다른 의사들이 이걸 알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흠.”

“그런데 자네를 향한 애호가들이 찾아왔나봐.”

병재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 사람들 말입니까?”

“자네가 직접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이야. 그런 행동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네.”

여기서 정필중이 말한 애호가들은 병재의 치료를 받은 뒤 활동하고 있는 어느 단체였다. 사실상 죽을병이나 아니면 불치병, 난치병에 걸려서 죽을 날만 기다리다가 병재의 치료 덕분에 생명을 이어나가던 사람들이다. 그 단체원들 중에는 그 환자의 가족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단체의 이름은 ‘생명을 구한 이들을 위한 단체.’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거창한 편이라서 병재는 단체의 이름에 대해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그 이름을 줄이면 어느 정도 들어줄만 했다. 바로 ‘생구단.’이라고 말이다.

생구단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병재의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편이었다. 또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고, 규모 면에서 거대한 편이었다. 거기에 외국까지 연계를 하면 사실상 생구단은 병재의 팬클럽의 한국 지부라고 부를 수 있었다.

“흠. 알겠습니다. 만나봐야겠지요.”

“그래. 여유시간을 조금 즐기고 그래.”

병재는 그 말에 피식 미소를 흘릴 뿐이었다.

동현대학교의 어느 휴게실에서 병재는 생구단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병재를 보자 마치 사랑하는 임을 만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요즘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생구단의 단체장인 ‘탁병준’이라는 사람이 병재를 보고 인사하자 병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탁병준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역시 탁병준 씨가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탁병준은 그 말에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탁병준이라는 사람은 집안이 부유하고, 권세도 있었지만 불치병이라고 불리는 췌장암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가족들이 그를 치료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백방이 무효였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시간이 흐르자 병재가 귀국하게 되면서 재생치료병원을 열게 되었다. 탁병준의 가족들은 재생치료병원에 마지막 심정으로 방문했고, 거기서 탁병준은 기적적인 치료를 받게 되었다. 탁병준은 그 때를 회상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나에게 있어 두고 볼 수 없을 법한 기적이야. 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삶을 살아왔지. 그런데 그 곳에서 선생님을 보게 된 거야. 그 이가 말하더군. 아직 생은 길다고 말이지. 그리고 그 말대로 그렇게 되더라.’

몇 년을 괴롭힌 췌장암은 병재의 치료를 받자마자 금세 수그러들었다. 탁병준은 지금 상당히 건강하다. 건강이 악화되면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탁병준은 지금 병재의 말을 들으며 건강을 챙기고 있었다. 그 탁병준이 주축으로 되어 결성된 단체는 일명 병재를 위한 단체나 다름없었다. 불치병, 난치병, 그리고 장애 등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갈 수 없거나 비참한 삶을 살다온 사람들에게 병재는 그야말로 빛이었다.

평생을 앉은뱅이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서게 만들어주고, 절름발이들에게는 정상적으로 걷게 해주고, 청각장애인인 사람들에게 소리를 알게 해주고,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빛을 보게 해주었다. 그런 전설적인 일화를 남기면서 생구단의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불어지고 있었다.

거기다 생구단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생구단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단체들이 있다고 전해지자 생구단은 세계와 협력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병재의 치료를 받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기억하는 탁병준으로써는 병재의 명성이 얼마만큼 드높은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에서 나온 자랑스러운 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 일전에 말씀드렸던 일들에 대해서 말인데. 요즘 따라 선생님을 비방하는 무리들이 있다고 합니다.”

“비방이요?”

병재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는 탁병준에게 말한다.

“예. 죽일 놈들입니다. 선생님의 명성을 듣고, 질투나 하는 멍청이들입니다.”

“단순한 비방이면 무시하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다만 거기에는 선생님이 잘 아시는 인원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잘 아는? 그게 누구입니까?”

탁병준은 그 물음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병재에게 하나의 사진을 꺼낸다. 병재는 사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의아해한다.

“이건?”

“이름은 정무봉, 그리고 원래 이름은 박출환이라고 합니다.”

순간 병재의 눈동자는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탁병준을 향해 말한다.

“지금 그 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병재의 반응에 탁병준은 조금 놀라지만 이해했다. 사실 박출환은 생구단에 있어서 필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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