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28화 (42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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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정 접장은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권총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까지 말이다. 왜 이런 사태가 자신에게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조심을 했건만 지금 신세가 이러하지 않았다.

정 접장은 골목을 돌고, 돌아서 어느 한 구석에 숨었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어서 호흡을 정리한다.

“헉... 헉... 빌어먹을...”

접원인 문광단에게서 보신주의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안전을 추구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신기했다. 설치는 조 외에 자신들을 추격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정 접장은 기억을 더듬어갔다. 자신들을 추격할 이유가 있는지 아니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특별한 이유? 설마...’

정 접장의 얼굴은 말 그대로 일그러졌다. 보통 이유가 아닌 특별한 이유라고 생각하니 뭔가 아귀가 맞는 것 같았다. 박출환, 그 것이 자신의 본명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누군가들에게 추격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이름과 얼굴 고치기 전의 원래 얼굴이 수배서로 내정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1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 있었다. 돈에 미치는 인간들에게서 박출환은 정말이지 불나방이 되고서도 얻고 싶은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 죄목 행위는 적극적인 친일, 그리고 악랄한 공출, 살인, 기타 죄목들이 나열하고 있으니 박출환을 잡는 데에 양심이 꺼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사태를 어느 정도 생각하니 아무래도 자신의 적들은 꼬리를 밟은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이렇게까지 자신의 조를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결국 과거가 지금 자신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대망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핏 들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정 접장은 생각했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제길.’

그렇게 정 접장이 어떻게 여기서 탈출하려 추격에서 벗어날지 생각할 때였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소리가 들려와서 정 접장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드니 하늘에는 요즘 유행이라고 하는 헬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 헬기보다는 작았다. 가끔 돌아다니는 헬기의 반 정도 줄인 것 같은 크기의 헬기가 하늘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그 헬기는 어느 정도 선회하더니 이내 공터 어딘가로 착륙하더니 이내 그 곳에서 소총과 방탄복 등 무장한 인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무장한 인원들 중 트렌치코트를 입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그 인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 주위에 있을 것이다. 찾아.”

그 사람의 목소리에 무장인원들은 순간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다.

-예!-

갑작스럽게 수색에 나서는 인원들의 모습에 정 접장은 순간 긴장한다. 비록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인원이 없는 한산한 곳, 아무래도 자신이 목표라는 것이 높은 확률일지도 모른다. 저 무장한 인원들 수십 명이 자신을 찾는 행동에 두려움이 생겼지만 정 접장은 일단 움직여야 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는 그대로 죽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접장은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어느 한 구석으로 몸을 숙인 채 달려 나간다. 부디 저 인원들의 눈에 띄지 말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말이다.

그렇게 정 접장 아니 박출환이 도망치고 있을 때, 이 곳에서 헬기를 착륙시켜 수색 작업에 나선 고경열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찾고 난리지?”

“......”

고경열의 말에 대답할 고희수가 침묵하자 고경열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목표를 찾고 있었다. 경찰 쪽에서 놓쳤다는 소리에 고경열은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이었다.

일단 박출환을 놓친 경찰관의 말대로 헬기를 이용해 박출환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하다 이 지역에서 박출환의 모습이 없어지자 숨은 것으로 판명, 그대로 헬기를 착륙하고는 내렸다. 그리고 지금 바로 수색에 들어가는데 너무나 잘 숨었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이번 일은 자신들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휘하 부대원들을 이끌고, 이 곳에 도망친 박출환을 수색해야 했다. 여기서 시간을 얼마나 소요할지 예상했기에 고경열은 참으로 고생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색 작업에 시간을 보태자 조금씩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흔적을 쫓으면서 달아날 수 있는 경로에 각 부대원들을 배치한 고경열은 여유롭게 박출환을 쫓기 시작한다.

도망을 치던 박출환은 자신을 향해 포위망을 좁히는 모습에 비로소 저 사람들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박출환은 달려가면서 속으로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저번에는 자신을 쫓는 사람은 경찰관 한 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소총을 든 무장인원 여러 명이었다. 박출환은 이리저리 도망을 치다가 결국에는 포위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출환은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트렌치코트의 두 사람을 보고 억울한지 한 목소리 낸다.

“갑작스럽게 왜 나를 향해 쫓는 것이오? 내가 그리 잘못했소?”

그 말에 고경열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면서 박출환에게 말한다.

“아아. 나와는 잘못이 없어. 고용주와 당신과의 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박출환은 그 말에 머릿속에는 이미 생각이 났지만 그래도 의아한 얼굴을 짓는다.

“고용주?”

그 말에 고경열은 가증스럽다는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모를 리는 없을 텐데? 동협 그룹이라고 하면 알 수 있으려나?”

박출환은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들이 자신을 이토록 추격하게 만든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

“빌어먹을... 제기랄...”

고경열은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면서 박출환에게 겨누고는 한 마디 말한다.

“너무 원망하지는 말라고. 세상은 인과응보인 법이야.”

박출환은 그 말에 고경열을 노려보면서 한 소리를 외친다.

“인과응보 좋아하시네. 한낱 노예새끼들이 주인을 물어?!”

그 외침에 고경열은 어이가 없었다. ‘원래 여기서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정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외침으로 인해 고경열은 마음에 거릴 것이 없었다. 물론 살려달라고 빌어도 무조건적으로 생포할 것이지만 말이다.

“이걸로 확실히 판명 되었네. 박출환.”

박출환은 그 말에 으드득 이를 갈며 이 상황에서 끝까지 빠져나가려고 했다. 고경열은 그런 박출환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포기를 모르는군.’이라고 가엽게 여긴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대치 상황이 지나고, 고경열, 그리고 무장인원들이 소총을 박출환에게 겨누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박출환의 고개는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박출환이 잡혀가기 일보직전의 때였다. 그 순간 다른 목소리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 들린다.

“이봐. 민간인을 핍박하면 안 된다네.”

고경열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장교의 얼굴과 군복에 새겨진 이름표가 있었다. 이름표의 이름은 ‘김지회’라고 되어 있었고, 계급은 중위였다.

고경열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군인들의 모습에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을 짓고는 한 마디 말한다.

“당신이라도 우리의 행사를 방해할 수는 없소.”

그 말에 김지회 중위는 흥하고는 한 목소리를 낸다.

“국가에서 허용되지 않는 무장 세력이 한 사람을 핍박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보라고?”

김지회 중위가 그렇게 말하자 고경열은 비웃으며 묻는다.

“무고한 민간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소?”

“그거야 우리가 조사해보면 알 일이지.”

고경열은 그 말에 뿌드득 이빨을 갈았다.

“여기서 군인들과 전투를 벌여도 괜찮을 것 같군.”

고경열이 그렇게 위압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꾸자 김지회 중위는 순간 긴장한 얼굴을 지으며 침음을 흘린다.

“우리들에게 저항하다가는 국가에게 반역죄가 된다.”

그 말에 고경열은 오히려 비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흥. 사실을 모르는 애송이 군인이군.”

고경열이 그렇게 자세를 바꾸자 김지회 중위는 골치가 아팠다. 여기서 난리를 일으키다가는 자신의 신분이 들킬 수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고경열이 무장인원들을 이끌고, 핍박하고 있는 한 사람 역시 중요했다.

“양보해 주시오. 조사해보고, 연락을 해주겠소.”

고경열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며 김지회 중위에게 말한다.

“아무리 말을 하든 저 자식을 포기할 수 없소.”

김지회 중위는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고경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저 사람 역시 군에 추격을 받는 이라서 그렇소. 나와 내 부대원들이 비밀리에 저 녀석을 추격하고 있어서 말이오. 만약 이 인간을 체포하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이 녀석들까지 기나긴 고생에 대한 보답을 못 받는다오.”

김지회 중위의 말에 고경열은 끄응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고집을 부렸다가는 동협 그룹에 어떤 해가 미칠지 몰랐다.

“휴우. 좋소. 다만 저 녀석을 체포한 뒤에 경찰 쪽으로 인원을 넘겨주시오.”

“그 말을 들으니 경찰의 특수부대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고경열은 아쉽다는 얼굴로 박출환의 얼굴을 쳐다본다. 박출환은 이런 상황에 엄청 얼떨떨하다가 이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군장교의 이름을 보고 속으로 경악한다. 바로 자신과 접선하기로 했던 그 장교였다. 그 장교가 어떻게 여기를 알고 찾아왔는지 몰랐지만 기회는 기회였다.

박출환은 상황파악에 대한 눈치가 있던 지라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히 따라온다는 시늉을 했다. 그런 모습에 고경열은 속으로 짜증이 났다. 그렇게 박출환에 대한 추격을 여기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김지회 중위와 그 부대원들에게 이끌려 가다가 이내 조용한 곳으로 간 박출환은 자신을 풀어주는 김지회 중위의 손에 휴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이거 상당히 고맙소.”

김지회 중위는 그 말에 의아한 얼굴을 지으며 박출환에게 묻는다.

“저 이들은 누구이오?”

박출환은 그 말에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사냥개들이오. 아까 당신이 말한 특수 경찰부대는 결코 아니오.”

김지회 중위는 그 말에 놀라워한다.

“예에? 그렇다면 누구란 말입니까?”

그 물음에 박출환은 바로 대답한다.

“동협 그룹.”

“동협 그룹? 으음...”

김지회 중위는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을 짓는다. 사실 김지회 중위 역시 동협 그룹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다. 남한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 집단이자 군에 납품하는 군수업체, 그 외 중공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들과 어떤 연관이 있었기에...”

박출환은 그 말에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김지회 중위에게 간단히 말한다.

“과거에 나와는 악연이 있었던 자들이오.”

박출환은 자세한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자 김지회 중위 역시 궁금했지만 자세한 것은 캐묻지 않았다.

“그렇소?”

박출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저들은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같소. 아무래도 북한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소.”

“남한에서 당신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 같으니 그게 가장 적당할 것 같습니다.”

박출환은 그 말을 듣고, 은근히 걱정스러운지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만약 나를 풀어주면 당신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오?”

김지회 중위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박출환에게 대답한다.

“그 일이야 상층부에게 뇌물을 바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박출환은 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말하는 김지회 중위에게 위험하다는 말을 순간 할 뻔 했다. 일단 이렇게 자신을 구출했으니 자신은 이제 북한으로 돌아가고, 저 이들과 관계를 끊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아는 길씨 일가는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 이렇게 자신을 구출한 김지회 중위부터 적극적으로 추격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래도 북한군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군.’

박출환은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마음속으로 결정한다. 김지회 중위가 길씨 일가에게 추격을 당하고, 정체가 밝혀지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한편, 박출환을 어쩔 수 없이 풀어준 고경열은 헬기 안 통신장비를 통해 병윤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통신장비 너머 병윤의 말투는 심상치 않았다.

-예에? 그 김지회라는 군인들에게 박출환을 넘겨주었다고요?!-

고경열은 자동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병윤에게 자초지종 설명했고, 통신장비에서 들려오는 병윤의 목소리는 그리 탐탁지 않았다.

-쯧. 일이 그렇게 되었군요. 다만 그 상황에서 냉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만 그들에게 넘겨주지 않으면 동협 그룹과 군 간에 마찰이 일어날까봐 그렇습니다.”

-제 작은 형님이 사단장입니다. 광복군에서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정도 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은폐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김지회 중위에게서 그 박출환의 혐의를 조사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요. 일단 돌아오십시오.-

“예. 회장님.”

병윤과의 연락이 끊어지자 고경열은 휴우 한숨을 내쉰다. 역시 한 소리를 들었다. 그나마 병윤이 너무 열 받아서 자신을 내친다는 그런 목소리는 없으니 다행일지도 모른다.

고경열은 곧 헬기조종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돌아간다.”

“예!”

고경열, 고희수 남매와 무장인원들을 태운 헬기는 그렇게 방향을 틀고, 문경으로 날아간다.

한편, 두 사람과 통화를 한 병윤은 끄응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병윤의 표정 변화에 진세연 비서실장이 한 마디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

그 물음에 병윤은 한숨을 푹 쉬고는 대답한다.

“겨우 잡은 미꾸라지를 놓치게 생겼습니다.”

그 대답에 진세연 비서실장은 의아한 얼굴을 지으며 묻는다.

“미꾸라지요?”

“예. 아주 악질적인 미꾸라지입니다. 언제 다시 고개를 내밀지는...”

그렇게 말한 병윤의 표정에는 연신 아쉽다는 얼굴과 또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생겨났다. 겨우 박출환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하늘이 박출환의 생명을 붙들려 메는 것 같았다.

‘그래. 어디 끝까지 해보자고. 박출환. 나와 내 형제들, 그리고 가족들은 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내 기필코 너를 잡아서 내 죄를 인정하지 않고는 못 베길 것처럼 만들고야 말겠다.’

병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의 실패에 대한 울분을 참아낸다. 아직 시간과 기회는 많이 남았다고 정신승리를 하면서까지 말이다.

============================ 작품 후기 ============================

박출환이 처벌받으려면 10년 더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 내년 이후에는 며칠 씩 끊어서 진행하기보다는 몇 달씩 훌쩍 넘기겠습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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