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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김일성은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남일이 소개해준 소총을 바라본다. 이런 것이 남한 광복군 병사들이 일일이 무장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김일성의 얼굴에는 아까까지만 하여도 조선인민군을 창군했다는 아까의 그 연설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김일성은 휴우 한 숨을 푹 쉬고, 일단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하기로 결정했고, 그는 곧 자신의 앞에 서서 침묵하고 있는 남일에게 말한다.
“이걸 실질적으로 복제할 수 있소?”
남일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김일성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이번 경우는 소련의 도움이 아주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우리 북한의 공업 능력과 또 기술은 이 소총을 복제하는 것이 힘들 정도입니다. 위원장 동무께서 미리 지시하지 않아도 제가 한 번 복제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으음. 왜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오?”
남일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김일성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조병창에서 이런 것을 입수하고, 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미리 방지를 한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일정 수준의 기계 설비나 기술이 없다면 이 소총을 복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아니 그 것보다는 경제성의 문제가 더 큽니다.”
“경제성?”
“예. 한 마디로 우리 공업적 기반으로 이걸 하나 만들 때, 모신나강 100개 만들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남일 역시 군인이니 만큼 무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참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소련군과 독일군의 무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소련에서 미국의 랜드리스 계획으로 공여 받은 미군 무기들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일은 이 소총이 얼마나 복제가 힘든 지 잘 알 수 있었다. 아니 복제는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비쌌다. 그 말은 결국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였다. 김일성은 K-46 소총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남일 장군은 이 소총을 소련에 보내어 연구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오?”
남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아주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방도가 아니겠습니까?”
김일성은 그 발언에 대차게 얼굴을 구기며 결국 욕설을 내뱉는다.
“제기랄...”
그 후 잠시 동안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김일성은 그 시간 동안 생각을 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는지 체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고는 말한다.
“알겠소. 일단 소련에 넘긴 그 검은 매에 대해서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 방향이오?”
남일은 그 말에 우물쭈물한 얼굴을 짓는다. 김일성은 그의 얼굴을 보니 뭔가 일이 잘못 풀린 것을 직감했다.
“그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오?”
남일은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김일성을 보자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번에 소련 측에서 폭탄을 넘겨주네 마네 난리가 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김일성은 그 말에 기억을 더듬다가 어떤 특정 사건을 떠올리고는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을 짓는다.
“그 때, 그 사건을 말하는 것 같군.”
그 사건이라는 것은 지난달 초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 달 어느 날, 소련의 대사가 찾아와서 자신들에게 폭탄을 넘겨주었다고, 우리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냐며 협박을 해온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의 수뇌부들은 난리가 났고, 그래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시켜야 했다. 결국 찾아온 이들에게 최고 미녀를 안겨주면서까지 진정시켰고, 위기는 잘 넘어갔지만 애초에 이 사태를 불러온 이유에 대해서 김일성은 잘 몰랐다.
“그래서 그 헬기와 저번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오?”
남일은 그 말에 고개를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소련의 제 인맥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르면 소련의 기술자들이 헬기를 분해하다가 이만 헬기가 커다란 폭탄처럼 터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김일성은 청천벽력 같은 남일의 말에 벌떡 일어서서 외친다.
“뭐... 뭐요?!”
“저도 아주 최근에 안 사실입니다.”
“왜 그걸 지금까지 숨기고 온 것이오?! 지금 제 정신이오?!”
“그게. 제가 판단하기에는 너무 황당한 사실이라서 알려드리기 너무 민망하여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일에게 말한다.
“아니. 그게 왜 어처구니가 없는 소식이오? 이 사람 이거 안 되겠군.”
“아. 제 판단에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사실을 듣자마자 바로 말씀드려야 되는 것인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위원장 동무.”
남일이 그렇게 말하자 김일성은 더더욱 따지지 못한다. 그는 끄응 침음을 흘리며 자리에 앉지만 그래도 한 마디 경고를 날린다.
“무슨 정보인가에 따라 그런 정도의 정보를 숨기지 말고 나에게 과감 없이 말하시오. 앞으로 그런 일이 있다면 나 역시 당신을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오.”
남일은 그 말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김일성의 경고를 달게 듣는다.
“예. 예.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무의 말에 적극적으로 따르겠습니다.”
김일성은 휴우 한숨을 내뱉고는 이내 남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사태를 타개할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게 되겠군.”
“예? 방법을 생각하셨습니까?”
김일성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남일에게 대답한다.
“지난번에 우리 북한의 공작원이 그에게 접근하여 권유 의사를 물어본 적이 있었던 적이 있소?”
“예. 그거야 당연한 말씀 아니겠습니까? 다만 그는 인맥 상 동협 그룹과 상당히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 위원장 동무께서 고까워하는 동협 그룹의 회장과 고향 친우입니다. 아무래도 그 쪽을 구슬리는 것은 어려울 듯 싶습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눈빛을 바로 세우고 단호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겠군. 그를 납치하시오.”
남일은 그 말에 놀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일성에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남일이 알아듣자 김일성은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남일에게 말한다.
“그 쪽에 우리 쪽으로 건너올 생각이 없으면 빼앗거나 죽이는 수밖에...”
그렇게 말하는 김일성의 얼굴에는 강박관념이 가득했다.
1948년 2월 13일, 문경의 한 식당 안, 두꺼운 외투를 착용한 세 남성이 식탁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중 둥그런 안경을 낀 사내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위에서 내린 정보는 알고 있습니까?”
그 물음에 두 사람은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중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한 사람이 그 안경을 쓴 사람에게 묻는다.
“임 접장님. 어떻게 임무를 달성할 생각이십니까?”
임 접장이라고 불리는 안경 쓴 사내는 험상궂은 사람의 질문에 희미한 웃음을 띠면서 대답한다.
“황유현 접원. 그를 직접 납치하는 것보다는 주변을 노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말에 황유현이라고 불리는 험상궂은 사내는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접장님의 생각은 이렇지 않습니까? 목표의 호위가 두터우니 그 목표의 주변을 이용하라고 말입니다.”
임 접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황유현을 칭찬해준다.
“맞습니다. 요즘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우셨군요.”
“살아남으려면 공부는 필수 아니겠습니까?”
그 때, 조용히 있던 파리해 보이는 남성이 두 사람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그 목표에 대해 주변이 될만한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요?”
임 접장은 그 말에 아까의 희미한 웃음이 진해지면서 대답한다.
“그거야 그의 가족이지요. 그의 부모도 좋고, 아내도 좋습니다. 특히 그의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미끼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김이결 접원.”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그가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 북조선에 대해 상당히 악감정을 남길 것으로 보이는데...”
그 말에 황유현 접원이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저 쪽이 거절을 하는데. 우리 쪽은 친절하게 대우해줄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돌아간다면 저 쪽에서 협조 안 해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 말에 임 접장은 아까의 웃음을 지으면서 김이결에게 말한다.
“김이결 접원. 그거야 잘 조절하면 되는 일입니다. 원래 반감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십니까? 마구 때리고, 구타하고, 인격을 모독합니다. 처음부터 말이죠.”
“......”
“그런 다음에 조금씩 제한을 풀어주면서 대우를 좋게 해줍니다. 그가 더더욱 성과를 낼수록 대우를 점점 더 좋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잘 되지 않을까 싶은데. 김이결 접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이결은 그 말에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저 역시 이견은 없습니다.”
김이결이 납득하자 임 접장과 황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간다. 임 접장은 황유현을 보면서 말한다.
“우선 목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현재 목표는 문경 농암면 사현리라는 마을에 있다고 합니다만...”
“뭔가 말을 끄는 군요. 안 좋은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런데 그 곳에는 동협 그룹 회장의 가족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쪽 마을에는 경계가 삼엄하다고 합니다.”
임 접장은 그 말에 순간 웃음을 접었다가 이내 평상시의 얼굴을 짓는다.
“흠. 그렇게 된다면 그 쪽으로 가는 것도 무리인 것 같군요.”
“예. 우연치 않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임 접장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이렇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군요.”
황유현과 김이결은 임 접장을 순간 쳐다보며 그의 입을 바라본다. 임 접장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을 진하게 짓는다.
“하하. 금방 말하면 조금 재미가 없군요.”
임 접장의 말에 순간 두 사람의 열기는 수그러진다. 그리고 속으로는 ‘또 시작이군.’ 이렇게 수군거린다.
“또 저희들이 임 접장님의 계획을 맞춰야 합니까?”
그 말에 순간 임 접장의 미소는 더더욱 진해졌고, 두 사람은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한창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이내 김이결이 조심스럽게 임 접장에게 말한다.
“사현리에 갈 수 없다면 그 가족이라는 사람이 그 곳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 수밖에 없겠습니다.”
임 접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정확하군요. 정답입니다.”
두 사람은 그 대답에 휴우 한숨을 푹 쉰다. 그 때, 황유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임 접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럼 어떻게 그들을 밖으로 끌어올릴 생각이십니까?”
임 접장은 그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쪽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입수한 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실행에는 계획에 틀린 변수들이 많이 생기지만 우선 계획을 세워나야 그 줄기에 따라 일의 성과가 더더욱 쉬워진다. 일단 뼈대를 세웠으니 그 뼈대에 살들을 채워 넣으면 되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식당의 주인아주머니가 주신 국밥들을 다 먹었지만 자신들이 세운 계획으로 인해 엉뚱하게 자리만 차지했다.
같은 시각, 동협 그룹의 회장 집무실, 그 방 안에서 병윤은 자리에 앉아있는 감연과 또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연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으로 병윤을 향해 묻는다.
“그래서 나에게 해줄 말은 뭔데? 이 썩을 자식아.”
병윤은 그 말에 턱짓으로 감연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자 감연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병윤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남성에게 말한다.
“저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외 작전부의 부장 염환균씨.”
두 사람의 대화에 감연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염환균은 감연의 얼굴을 쓰윽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당신이 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다는 그 과학자 송감연이라고 합니까?”
감연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런 기운이 남들에게 보입니까? 그렇다면 제대로 맞췄습니다! 제가 바로 세계 제일의 과학자 송! 감! 연! 이라고 합니다.”
감연의 소개에 염환균은 피식 웃었고, 병윤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감연을 쳐다보았다. 병윤은 그런 감연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지금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우 심각한 거야. 이 자식아.”
감연은 그 말에 지지 않는다는 듯 병윤에게 대답한다.
“그래. 네 구닥다리 같은 얼굴을 보는 것이 아주 심각한 문제겠지.”
감연의 말에 병윤은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짓더니 이내 염환균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환균씨께서 저 철부지에게 사실을 들려주십시오.”
염환균은 그 말에 얼굴을 고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감연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잘 들으십시오. 송감연님. 현재 당신의 가족을 납치하고자 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 말에 순간 감연의 얼굴은 아까의 장난스러운 얼굴에서 한껏 진지한 얼굴로 바뀐다. 그리고는 강한 눈빛으로 염환균에게 말한다.
“휴우. 제가 장난이 너무 지나쳤군요. 자세한 것을 말씀해보십시오.”
갑작스럽게 심각한 이야기를 듣자 감연은 진지하고, 또 긴장한 얼굴과 시선으로 염환균을 바라본다. 염환균은 갑작스럽게 활활 타오르는 감연의 시선에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가 하니 그의 눈에는 뭔가 모를 엄청난 증오와 분노가 서려 있었다.
“북한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원래는 당신을 납치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송감연님. 당신이 잘 아실 것입니다.”
그 말에 감연의 얼굴과 눈빛은 더더욱 심각해졌다.
============================ 작품 후기 ============================
감연은 평상시에는 장난스럽지만 분노하면 굉장히 냉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