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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피가 거꾸로 솟으면 어떤 느낌일까? 가슴이 미어 답답해서 살이 찢기고, 뼈가 녹는 그런 느낌인가? 아니면 더더욱 뭔가 더 고통스러운 그런 느낌인가? 현재 그런 감정과 느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감연이 유일했다. 그의 숨소리는 아까와 달리 거칠어지고, 또 눈은 충혈 되기 일보직전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은 사람들에게 매번 숨기는 그런 짐승 본연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엄청난 분노가 감연의 가슴과 감정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러나 감연 앞에 앉아 있는 병윤은 그런 감연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열 좀 식혀라.”
감연은 그 말에 순간 한숨을 내쉬며 냉정해진다. 아니 냉정해지려고 노력을 했다. 겉모습은 숨길 수 있어도 속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런 감연의 모습에 병윤과 또 여기에 있는 염환균은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해가 된다고 하여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 병윤은 감연에게 간단하게 설득한다.
“야. 네 가족 아직 안 납치당했다. 그러니 진정해라.”
“진... 정 한 거야... 이 자식아...”
감연이 대답하는 말투에서는 분노와 증오를 숨기기 어려웠다. 하기야 자신의 가족을 납치하겠다는 녀석들의 정보를 들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사람이겠는가? 그러나 병윤은 감연의 그런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군.”
감연은 그 말에 감정을 담아 병윤에게 말한다.
“야 이 자식아! 말 해!”
분노와 원망을 담은 눈초리와 함성이 병윤의 귓가에 닿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병윤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감연에게 보여주며 한 마디 말한다.
“10분주지. 진정해라. 진정하지 않으면 시간은 더더욱 추가된다.”
뭔가 항거할 수 없는 그런 병윤의 분위기가 감연에게 쏟아진다. 감연은 그 분위기에 우욱 하고는 이내 강제적으로 감정이 진정된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감연은 순간 조용해진다. 그런 감연의 모습에 병윤은 휴우 한숨을 내뱉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네 가족들을 납치하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정보만 밝혀진 셈이다. 아직까지 네 가족은 무사하니 걱정 마라.”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내 가족들은 납치할 것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잖아.”
“흥. 그거야 모르는 상태에서만 그렇지. 염환균씨 자세한 것을 알려주십시오.”
염환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아는 바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전 현대 동협 그룹 대외 작전부에 활동 중인 부장 염환균이라고 하고, 현재는 북한 정보기관에 잠입하여 활동 중입니다.”
“북한 정보기관?”
“예. 북한의 정보조직에 가입하여 그 쪽에서의 정보를 빼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 쪽에도 어느 정도 신뢰를 얻어야 하기에 넘겨줄 수 있는 정보들을 그 쪽에 넘겨주는 형편입니다.”
감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납득했다. 아마 그런 위치에 있었으니 이번 사태를 알려준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럼. 그 제 가족들을 납치하라는 정보는...”
감연의 물음에 염환균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대답한다.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군부 정보기관에 잠입 중인 제 부하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그 지시는 김일성에서 남일 장군에게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는 통상적인 정보조직에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군부의 정보조직에서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보만을 알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
감연의 얼굴은 대차게 찡그러진다. 다만 이렇게 정보를 알려준 것만으로도 감연은 다행이라는 얼굴을 짓는다. 그래서 염환균에게 감연은 한 번 더 묻는다.
“그렇다면 그 북한군 정보조직에서 파견한 인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 가족들을 납치해올 수 있겠습니까?”
염환균은 그 말에 생각을 하고, 펜을 잡아 빈 종이에 무언가 적으며 생각을 정리하더니 어느 정도 타당한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한 얼굴로 감연에게 대답한다.
“제가 한 번 살펴보았을 때, 현재 송감연 박사님의 아버지와 아내는 보통 사현리 마을에 계시지 않습니까?”
감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아버지야 마을에 떠나기 싫으니 그러하실 것입니다.”
“흠. 제가 만약 이번 일을 실행하게 된 사람이었다면 직접 사현리에 침투하여 납치하기에는 그렇다고 봅니다.”
감연은 그 말에 의아해하며 염환균에게 대답한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원래. 마을 사람이랑 도시 사람이랑은 조금 틀린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감연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염환균을 쳐다보자 염환균은 후후 웃으면서 그의 호기심을 풀어준다.
“바로 오지랖입니다.”
“오지랖?”
“통상 시골 마을사람들의 유대는 도시사람들보다는 끈끈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하냐면 그건 바로 마을의 규모와 사람이 인지하는 범위 때문이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야 옆에 있는 사람이 사라지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만 시골은 그렇지 않지요.”
감연은 그 말에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린다.
“아... 시골에서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사람이기에 없어지면 뭔가 큰 일이 났다는 식으로 알 수 있겠군요.”
염환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연에게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수상한 인물들이 마을에 나타난다면 마을의 사람들은 순간 배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한 마디로 수상한 외부인이 우리 마을사람들의 삶에 위해가 오는지 판단하기 앞서 그런 행위를 저해하고자 하는 본능 같은 것입니다.”
“으음. 그렇다면 그 납치 조의 일행들이 행동하기에는 쉽지 않겠군요.”
“대다수의 가능성은 그렇게 보이지만 방심은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으으음...”
“그렇다면 제가 만약 납치 조의 사람들이라면 직접 사현리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겠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바로 숨어있는 상대방을 꾀어내는 것입니다. 명분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어차피 목적은 대상을 끌어내는 것 뿐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는데 제가 대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제 가족들을 노린다는 말씀입니까?”
“생각해보십시오. 누구를 납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습니까? 대상을 그냥 쏙 납치하기에는 송감연 박사님 호위가 탄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감연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하기야 그렇다. 자신을 그냥 납치하면 목적을 달성하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 주변의 호위는 많았다. 아마 자신이 납치조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대상을 바꿨을 것이다.
“으음... 그렇다면...”
“여기서 해야 할 것은 박사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경계를 하게 만들던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염환균의 다른 방법이라는 말에 감연은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다른 방법이라면...”
염환균은 흠흠 거리면서 뭔가 말하기 주저하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이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감연 본인이 알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자신에게 말하기 꺼려할 방법은 아무래도...’
순간 감연의 얼굴에는 심각하게 변해간다. 아마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저 사람 역시 생각한 지라 말을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로 그 방법은 자신의 가족들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감연은 고개를 병윤에게 홱 돌리며 말한다.
“야 이 호로 자식아. 너 나에게 이런 방법을 소개하려고 지금 나를 초대한 거냐?!”
감연은 병윤의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병윤은 감연의 행동에 에휴 한숨을 내뱉으며 감연에게 대답한다.
“난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뭔 생 쇼를 하고 난리냐!?”
“뭐가 아니야. 야 이 자식아. 넌 내가 그런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잖아. 내 말 틀려?!”
“그래서 결론은?”
순간 병윤의 말에 감연은 턱하고 막혔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감연은 끄응 침음을 흘린다. 감정이 먹먹했다. 병윤은 아까 감연이 멱살을 잡혀서 구겨진 양복을 바로 하고는 말한다.
“선택은 네 몫이야. 네 친구라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넌 내가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비밀리에 하하호호하며 보호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제기랄.”
“네 감정이 어떠하던 간에 정보는 사실이다. 난 네 친구라서 이런 걸을 알려주는 것이고. 어떻게 할래?”
감연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하기야 그는 선택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그대로 가족들을 조심시키기에는 하루 앞날을 불안에 살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가족들을 미끼로 하여 납치 조의 일당들을 검거하게 하는 선택을 한다면 아무래도 그 과정 속에 가족들의 안위는 확실히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감연은 이런 초조한 상황에서 금방 판단은 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그는 병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묻는다.
“넌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거냐?”
“난 가족들을 미끼로 거는 수로 하지.”
병윤의 단호한 대답에 감연의 얼굴은 찡그려지지만 이내 묻는다.
“그 선택을 종용하는 이유는?”
“그 거야 저 쪽에서 일이 잘 풀어간다고 인식하면 일은 쉬워지는 법이니 말이야.”
“으음... 그 선택을 하게 된다면 뭔가 방법이 있겠군.”
“하지만 전자의 선택 역시 장점은 있지.”
감연은 짜증을 내며 병윤에게 소리를 친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데?! 이 자식아!”
“난 두 가지 다 선택을 하지.”
그 말에 감연과 염환균은 의아한 얼굴을 짓는다. 병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가? 그래서 염환균은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 이유에 대해선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거야 적들의 경계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계심?”
“자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적들이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으음...”
“한 번 쯤은 적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일이 너무 잘 풀린다고 말이죠.”
순간 염환균은 아차! 했다. 적들이 계획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들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아마 납치조의 사람들의 경계심이 강하다면 일을 치르는 와중에도 위화감을 느낄 것입니다. 자신이 계획을 세웠어도 일이 잘 풀린다는 것에 말입니다. 왜 경계가 허술할까? 또 왜 이렇게 일이 잘 풀릴까? 이건 함정이 아닐까? 라고 말입니다.”
염환균은 그 말에 으음 하고는 자신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치르는 와중에도 느끼는 위화감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회장님은 그런 것까지 파악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까 가족들에게 정보를 알려준다는 이야기는...”
“예. 그 위화감을 지우기 위해서입니다.”
“......”
“그리고 그 위화감을 지운 상태가 바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적절한 상태이지 않겠습니까?”
염환균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만약 자신이 납치조였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저 쪽에서 정보가 알려진다 한들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상대방이 그런 조치를 한 것이 오히려 당연하니 우리는 계획대로 가면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위화감을 지워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때가 바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휴우. 상당히 무섭습니다. 만약 제가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었다면 저 역시 일을 치르다가 망할 판입니다.”
“백도화지에 검은 색 물감을 칠하는 것입니다.”
“으음...”
염환균은 생각을 거듭한다. 아무래도 염환균에게 있어서 병윤의 조언은 무언가 자신에게 있어서 새로운 방식이나 다름 없었다. 그 때, 감연은 얼굴을 구기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뭐긴 뭐야. 저 쪽을 속이는 일이지.”
“제길. 그렇게 말하면 덧 나냐?”
“그냥 떡하니 그렇게 말해주면 넌 이유를 묻잖아.”
병윤의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감연은 휴우 한 숨을 내뱉으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난 너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병윤은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감연에게 대답한다.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게 만들어주지.”
“잘 해라. 내 가족들의 생사가 걸려있다. 그 사람들이 네 가족들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치러라. 안 그러면...”
“걱정마라. 이 자식아.”
감연은 그러고도 아직 불안한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1948년 2월 16일, 문경의 한 공원 안 의자에서 세 사람은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세 사람 중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성이 말한다.
“이거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요즘 따라 사현리의 경계가 강화되는 군요.”
그 말에 둥그런 안경을 쓰고, 희미하게 웃고 있는 남성이 한 마디 말한다.
“흠. 오히려 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남성의 말에 험상궂은 남성이 의아해한다.
“예에?”
그러자 둥그런 안경을 쓴 사람이 그 남성에게 설명해준다.
“우리 쪽의 행동이 저 쪽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저 쪽은 우리 상부를 몇 번이나 방해해왔던 존재입니다. 이런 것이 더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파리한 얼굴의 한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임 접장의 말씀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 남성이 둥그런 안경을 쓴 남성의 말에 동의하자 험상궂은 얼굴의 남성은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큰 일이 아닙니까? 저렇게 경계한 이상...”
임 접장이라고 불리는 둥그런 안경을 쓴 남성이 험상궂은 남성에게 말한다.
“잊으셨습니까? 우리는 저 쪽에 잠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쪽을 꾀어내야 합니다.”
“......”
험상궂은 남성은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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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제가 초한쟁패기의 한신, 삼국지의 제갈량이 아니니 뭔가 계책 관련한 것을 못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