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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OO식당 안에 들어선 병윤과 감연은 긴장한 얼굴로 가게 안 풍경을 살핀다. 의자들과 접시들, 그리고 장식들과 음식 메뉴들이 써져있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던 장소였겠지만 지금 종업원이라든지 손님이라든지 하는 존재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곳은 어느 세력의 안가와도 같았다. 하지만 병윤은 이런 것을 탓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 역시 똑같은 짓거리를 북한에 하기 때문이다. 아니 국가 혹은 조직 등 모든 세력들이 이런 비밀스러운 안가들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때, 갑작스러운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 곳의 주인들이 찾아온 모양이다. 희미한 웃음을 짓는 둥그런 안경을 낀 사내와 험상궂은 얼굴에 근육질의 사내, 그리고 파리한 인색인 지식인처럼 느껴지는 사내가 보인다. 병윤과 감연은 마치 품평하듯 세 사람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대치시간이 조금 지난다. 둥그런 안경을 쓴 남성이 그 표정 그대로 묻는다.
“무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쪽으로 단 둘이 찾아올 줄이야.”
병윤은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대답을 해준다.
“내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키기에는 뭐해서 직접 왔지.”
병윤의 말에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가 얼굴표정 없이 대답한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세상에 골로 간 사람들 몇 명은 보았습니다.”
“후후후. 그거야 너무 방심해서 그런 것이고...”
그렇게 대답하는 병윤의 얼굴에는 한껏 여유가 느껴졌고, 그런 그의 모습에 험상궂은 사내가 더더욱 얼굴을 구기며 외친다.
“잘 되었군. 군 상층부에서 당신의 목을 노리는 사람이 많더군. 이번에 공을 내가 세우겠어.”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조롱하며 대답한다.
“당신의 그 더러운 목 따위는 필요 없으니 꺼지지?”
그 말에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가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외친다.
“뭐야?! 이 자식이!”
하지만 그는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의 제지에 달려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가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도 병윤과 감연의 얼굴에는 한껏 여유로운 분위기가 난다.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감연을 쳐다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흠.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서 다행이군요.”
감연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면서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한다.
“내 가족들을 납치하여 협박을 하려는 인간들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군. 참으로 모순적인 상황이야.”
감연의 모습에 오히려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가 후후 웃으며 대답한다.
“인연이라는 것은 안 좋게 시작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만. 그 인연을 좋게 풀어주는 것은 양자 간의 노력이 있겠지요.”
“미안하지만 난 그 인연, 꼭 악연으로 유지하고 싶군.”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대답한다.
“뭐 어쩔 수 없군요. 이번 온 기회, 저희들 역시 누려야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총을 꺼내고는 감연을 조준한다.
“머리에 구멍이 나기 싫으면 순순히 우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감연은 권총이 눈앞에 있는데도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한다.
“당신들의 목적이 나의 생포이니 결코 그 총을 쏠 수 없을 걸?”
“글쎄요?”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그렇게 웃음을 짓더니 순간 권총을 옆으로 돌려 병윤을 조준한 뒤 바로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총구에서 빠져나가는 총알은 병윤을 명중시키지 못했다. 그야 당연히 병윤은 그 둥그런 안경의 사내의 손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병윤 역시 속에서 권총을 뽑아내더니 안경을 쓴 사내에게 조준하고는 이내 여유를 부리며 안경을 쓴 사내에게 말한다.
“갑자기 쏘다니. 꽤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군.”
기습적인 총격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총알을 피하고, 권총을 뽑아 조준하는 병윤의 모습에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와 파리한 인색의 사내가 긴장한 얼굴을 짓는다. 그러나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간단한 인사 같은 것입니다. 놀라셨습니까?”
“인사 한 번 거창하군.”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순간 파리한 인색의 사내와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 역시 품속에서 권총을 뽑아냈고, 그와 동시에 감연 역시 품속에서 권총을 뽑아낸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서 조준을 했다. 그런 대치 상황 속에서 세 사람은 여유로운 반면에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와 파리한 인색의 사내의 얼굴에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런 대치 상황 속에서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가 병윤과 감연에게 묻는다.
“흠. 제가 한 번 맞춰보는데. 애초부터 이런 상황을 겪어온 것 같군요.”
감연은 그 말에 오히려 여유롭게 대답한다.
“내 어릴 적에 혼란한 중국 대륙에서 방랑하는데 이보다 더 한 상황도 겪었지. 날 과학자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거 아닌가 싶은데.”
“이런 모습을 보니, 직접 납치하는 것은 역시나 금물이군요. 뭐 대화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요?”
순간 그렇게 말한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의 눈알은 흉신악귀 같은 눈빛으로 자신이 쥔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댄다.
-타탕! 탕! 타탕! 탕!-
그러나 그가 쏜 총알은 병윤과 감연 두 사람을 명중시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방아쇠를 당긴 징후를 본 순간 바로 발걸음을 떼면서 자동적으로 엄폐물을 찾아 숨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병윤과 감연 두 사람 역시 자신이 쥔 권총으로 공격해나간다.
-타탕! 탕! 탕탕! 탕!-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해본 두 사람의 총 다루는 솜씨는 일발필중이나 다름없었다. 총탄들이 세 사람의 무릎이나 어깨, 발, 손 등을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와 또 파리한 인색의 사내가 총탄을 맞고 신음소리를 낸다.
“큭!”
“윽!”
두 사람 모두 갑작스러운 총격에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총탄을 맞지 않아서 그런지 병윤과 감연 두 사람이 숨은 엄폐물에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철컥! 철컥!-
그러나 이내 둥그런 안경의 사내가 쥔 권총에는 총탄이 다 떨어졌고, 그런 그에게 한 목소리가 흘려 나온다.
“흠. 이런 상황을 장군이라고 말하는 건가?”
바로 병윤이 엄폐물에서 나오고, 둥그런 안경을 쓴 사람에게 조준하면서 한 소리였다.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대답한다.
“뭐 운이 없어서 총탄이 다 떨어진 것뿐입니다.”
현재 그가 쥐고 있는 소련제 권총 토카레프는 장탄수가 8발 밖에 없었다. 다만 재장전하기 위한 탄창은 그의 옷 속에 있었다.
“흠. 총은 내려주어야겠어. 저 쓰러진 두 사람처럼 부상당하기 싫으면 말이지.”
“......”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그 말에 가만히 있다가 이내 천천히 양 손을 들어올리고, 권총을 바닥으로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 병윤에게 달려든다. 갑작스러운 돌격,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여 총탄을 못 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돌격하는 그 둥그런 안경의 사내에게 총탄이 하나 발사된다.
“큭!”
총탄이 어깨를 훑어가자 그는 신음소리를 내지만 이내 그 고통을 참고는 병윤을 쓰러뜨려 이 상황을 호전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때문인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병윤은 여유롭게 권총을 쏘려다 도리어 권총을 집어넣고는 이내 그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의 돌격을 작은 움직임으로 옆으로 피함과 동시에 발로 정강이를 걷어찬다.
-퍼억!-
“으윽!”
자세를 유지하는 하체의 힘이 병윤의 공격으로 흩어지자 둥그런 안경의 쓴 사내의 돌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땅바닥으로 쓰러진다. 병윤은 그런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장군이군.”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대답한다.
“당신 그냥저냥 한 사업가가 아니군요.”
그 말에 병윤은 가볍게 대답을 해준다.
“나 역시 지옥을 겪었지. 이런 상황은 평화적으로 해결한 거야.”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가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당신들이 저희들을 얕본 것이 아니라 저희들이 당신들을 얕보았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네 오른 손이 날붙이로 가져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둥그런 안경의 사내는 그 말에 순간 움직임을 우뚝 멈춘다.
“이런 알고 계셨습니까?”
“눈에 보이거든.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죽임을 당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쳇...”
둥그런 안경을 쓴 사내는 희미한 웃음을 지우며 완벽히 포기한다. 감연은 여유롭게 엄폐물에서 나오며 병윤에게 말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일을 겪는 것도 마지막이다.”
병윤은 그 말에 가볍게 그에게 대꾸를 한다.
“그거야 상황 봐서 더 껶는가? 마는가? 를 결정하는 것이지.”
감연은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미친 놈. 역시 넌 미친놈이야.”
그 때, 가게 안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아무래도 천준환 경호대장이 몰래 붙여준 경호원들인 것 같았다. 경호원들은 순간 병윤에게 다가가더니 한 마디 말한다.
“괜찮습니까? 회장님?”
그 물음에 병윤은 털레털레 옷 가짐을 바로 하고는 대답한다.
“전 괜찮으니 이 안에 있던 사람들이나 포박하십시오.”
-예!-
대답과 동시에 경호원들은 일사분란하게 땅바닥에 쓰러진 세 사람을 수습한 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상황이 끝나자 감연은 연 불만스러운 말투로 병윤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이런 일을 시킨 자식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거야 보복해야지.”
그렇게 말하는 병윤의 얼굴에는 위험한 기운이 흘러 넘친다. 감연은 그런 병윤의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말한다.
‘어지간히 열 받았군. 나 역시 열 받았지만 말이야.’
1948년 2월 19일, 문경에서의 일이 끝나고, 하루가 지났다. 문경에서의 일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일성은 이제 막 잠을 자려던 시간에 침대 옆 탁자 위에 수상한 물건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청소부가 이걸 갖다 주었나?”
그러나 이 건물 안에 근무 중인 청소부들은 함부로 물건들을 만지는 경향이 없었다. 그래서 김일성은 더더욱 수상한 얼굴을 짓는다. 그 때, 그 물건 옆에는 하나의 접은 쪽지가 있었다. 김일성은 궁금한 얼굴로 쪽지를 펼치고 내용을 살핀다.
-친애하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위원장 김일성 동무에게 이 선물을 드립니다. 요즘 따라 많은 일들과 고생들이 당신에게 쏟아지는 것 같군요. 그런 심정을 저희들 역시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저희들의 마음을 응원하고자 침대 옆에 녹음기를 두고 갑니다. 꼭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일성은 그 쪽지의 내용을 보고, 침대 옆에 있는 수상한 물건을 바라본다. 한 눈에 봐도 이질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녹음 장치인 것 같았다. 김일성은 호기심에 녹음 장치를 켰다. 약간의 잡음이 시작되다 이내 어떤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려 들어간다.
-이거 선물을 받았군요. 위원장 동무.-
호의적인 말투가 아닌지라 김일성은 당연히 불쾌한 얼굴을 짓는다. 그러나 녹음 장치에서 흘려오는 목소리는 계속 진행되었다.
-아 참. 그 쪽에서 주는 선물을 잘 받았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다시 돌려주는 것도 한민족의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선물을 남깁니다. 만족스럽게 생각하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한 후, 녹음장치에는 간단한 잡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쿠콰아아앙!-
녹음장치에서 불빛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김일성의 오늘 마지막 생각과 기억은 여기서 끝이 났다.
1948년 2월 24일, 김일성은 간신히 눈을 뜨고는 껌뻑인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동생인 김영주였다. 김일성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본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형님.”
순간 김일성의 눈빛은 갑작스럽게 커졌고, 김영주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5일 전에. 형님의 방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순간 김일성은 마지막 빛과 폭발이 기억났던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일성의 입에는 자동적으로 욕설이 흘러나온다.
“빌어먹을...”
그런 김일성의 모습에 김성주는 울먹이며 한 소리 말한다.
“전 형님이 죽은 줄만 알고,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여 형님이 죽는다면...”
그 말에 김일성은 기분이 나쁜지 자신의 동생에게 일갈한다.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등 하지마라.”
김일성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간신히 상체에 힘을 주어 일으킨다. 자신의 팔과 배 부분을 살피니 붕대로 감아있었다. 아무래도 폭발로 인한 부상이 심한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온 몸에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느껴진다.
“크으윽...”
김일성이 고통으로 신음하자 김영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아직 이 김일성 안 죽었어.”
김일성의 호기로운 대답에 김영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시고는 자신의 친형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 폭발은 도대체... 누구의 소행입니까?”
김일성은 그 질문에 뿌드득 이를 갈고는 대답한다.
“동협 그룹의 짓이다.”
그 대답에 김영주는 놀라워하며 소리를 낸다.
“예에?”
“빌어먹을 개자식들. 이번 일은 철저히 되갚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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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에게 폭☆8을 선물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