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39화 (43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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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강당 안, 마치 오페라 같은 공간 안에서 손님들이 앉아 있는 좌석들에는 오늘 입학하게 된 학생들과 이 대학의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무대에 사람들이 오르고 무대 위에 강단을 세운 후, 한 사람이 서서 오르자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순간 수다를 그만두고, 강단에 선 사람을 쳐다본다.

강단에 선 사람은 중년 남성이었다. 보통 안경을 쓰는 사람들 대다수가 둥그런 안경을 쓰는 반면에 지금 강단에 선 사람은 틀이 딱딱하기 그지없는 뿔테안경을 써서 그런지 마치 특별한 사람처럼 뭔가 달라 보였다. 그런 그에게 수 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는 이미 이런 것을 겪어보기나 한 듯 전혀 떨림이 없었고, 오히려 능숙하게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강단 위에 선 사람에게서 뭔가 분위기 같은 것이 흘러나온다. 엄청난 삶을 살아온 것처럼 마치 연륜과 경험이 넘치는 남성이었다.

아마 세상 경험이 없는 시골 처녀나 세련된 복장을 가진 여성이라면 이 남성에게 충분히 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건 박태식 옆에서 말을 걸었던 나윤미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강단 위에 선 중년 남성에게 홍조를 뛰고 있는 나윤미의 얼굴에도 불구하고, 박태식은 강단 위에 선 중년 남성에게 질투 같은 것이 전혀 나지 않았다. 나윤미는 홍조를 띈 얼굴로 박태식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저 사람. 원래 송감연 박사님과 같이 연구를 하던 사람이었데요.”

나윤미의 말에 박태식은 의아한 얼굴로 나윤미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런 정보를 어떻게?”

나윤미는 그 물음에 마치 실수했다는 얼굴을 짓지만 이내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는 작은 성량으로 대답해준다.

“사실 저에게 언니가 있는데. 언니 덕분에 이 대학에 관련된 것은 좀 잘 알고 다니고 있어요.”

“언니?”

“헤헤. 제 언니가 그 일노촉이라는 여성단체의 간부이거든요.”

박태식은 순간 생각한다. 나윤미가 말한 일노촉이라는 단체의 이름을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일본 위안부에 끌려간 사람들이 돌아와서 협회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사실 박태식에게는 일노촉이라는 단체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낱 남성이 왜 여성단체에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적어도 일본 위안부에 끌려간 가족이 있다면 입장은 달라지겠지만 자신의 여동생들은 이제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였다.

다만 시내 거리를 돌아다닐 때나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어디론가 놀러갈 때, 파출소나 아니면 관청 같은 공공기관의 게시판이나 동협 그룹에서 생산한 TV를 내다파는 전파상에서 홍보 차 내건 TV화면에서 일노촉에 관련된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박태식은 그저 ‘아 동협 그룹이랑 깊은 관계에 있는 여성 단체이구나.’라고 인식을 했을 뿐이다.

아마 일노촉에 알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박태식은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노촉에 관계된 사람이 자신의 옆자리에 있다는 것이 박태식으로서는 상당히 신기할 뿐이었다. 저 나윤미라고 불리는 여성에게 대학에 대한 정보를 알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박태식에게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곧 강단에 선 미중년 남성이 강단에 연결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하고 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과학, 의학 영역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 대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전 이 대학의 총재인 봉필현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대학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저의 눈에 많아 보입니다. 혹시 왜 이 대학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 질문해보십시오.”

봉필현의 말에 좌석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수군수군 거리다가 이내 용기 있는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고, 봉필현은 그 사람과 눈빛으로 대화를 하다가 이내 무대 위에 있는 사람에게 무선 마이크를 저 쪽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마이크를 전달받으며 일어서서 질문을 던진다.

“이 한반도에는 많은 대학교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대학교들 중에는 의예과, 농학과, 기계과, 전기과 등 실물에 유용한 학문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부분에 특화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학교들의 규모를 살펴보면 일반 대학교의 규모보다 배는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규모의 대학교라면 의당 다른 영역의 학문에 진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의 질문에 봉필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마치 예상을 한 것같은 질문을 받아서 일까? 봉필현은 강단에 연결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는 대답한다.

“과학. 그 것은 모든 것입니다. 현재 지금 여러분들이 앉고 있는 이 좌석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물질들을 가공하고, 조합하고, 또 기술로 만들어 지금 이렇게 여러분의 엉덩이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시대는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라고 말해도 과반이 아닙니다. 감히 질문을 던져봅니다. 왜 조선, 아니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망했는지 말입니다. 그 멸망에는 무수한 원인들이 있을 것이고, 또 그 원인들 중에는 중요한 여러 가지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거 한 가지로 답변하겠습니다. 과학에 무지했다는 죄목으로 말입니다.

선비, 그들 역시 중요합니다. 그들은 국가의 행정체계를 만들어 내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농부 역시 중요합니다. 그들은 지금 우리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식량을 만들어 내가는 사람들입니다. 상인 물론 중요합니다. 그들은 한 곳에서만 그득히 쌓여있는 한 가지의 물자들을 전국으로 유통해줍니다. 인간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술자. 당신들에게 물어보겠습니까? 아니 당신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과연 중요합니까?”

봉필현의 질문에 그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제가 생각하는 교수님의 답변으로는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봉필현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한다.

“예. 맞습니다. 사농공상 모두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질서는 차츰 왜곡되어 갔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편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농부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술자는 그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보았고, 또 상인들은 그 재물들을 옮기는 것으로 큰 대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세상은 어떻게 답변하였습니까? 당연한 대답입니다. 바로 일제가 우리 조선 아니 한국을 멸망시키게 만든 이유가 그런 왜곡된 인식에 있었습니다. 서방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들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각 뭐 했습니까!?

은을 잘 뽑아내는 기술? 그건 천것이나 만든 기술이라고 해서 천하게 여겼습니다. 옻칠하는 가구들? 그 것 역시 부유한 이들의 사치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망했습니다. 그래서 멸망했습니다. 편견은 곧 세상 멸망의 지름길이었고, 해방 전까지 우리 조선 사람들은 남에게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 중에는 자신의 가족들이 징용당하거나 성 노리개로 끌려간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 가혹한 착취에 너무 배고파서 나무껍질을 먹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왜 우리가 이런 비참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는가? 그 것은 바로 편견입니다. 깨어지지 않는 편견이야말로 그런 고통을 만들게 한 원흉입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그런 세상을 거부하고는 편견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세상을 접하지 않는 이상 편견은 깨어지지 않습니다. 과학,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 편견이야말로 우리를 고통에 빠뜨린 원흉입니다.

현재도 그 편견에 깨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지금 우리가 볼 수 없는 사이에도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미국인이 동협 그룹의 헬기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것이 바로 과학과 기술이 왜 중요한가를 역설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우리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손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헬기는 곧 상인들의 손에 이용되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유학에서 통용되는 가르침 중요합니다. 유학에서 강조하는 내용들 역시나 우리 인간들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이 만약 회사 사장이라면 공자왈 맹자왈 떠드는 사람을 고용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물건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습니까? 아니 더 나아가 어떤 강대국이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그들은 누구를 더 간절히 원합니까? 현재 그들 역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경성에 활동하고 있는 위정자들 역시 과학의 중요성에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을 양성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들은 왜 이 곳에 왔습니까?

지금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 왜 이 대학에 왔는가? 아마 반 수 이상은 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동협 그룹에 입사할 수 있다고 답변할 것입니다. 물론 그 대답 역시 정답입니다. 이 동현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잘 따르고, 의문을 품고, 자신의 것들로 만들어나가 졸업하면 당장 동협 그룹은 당신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베풀 것입니다.

여기서 배우는 학문이 그저 천한 기술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곳에서 배울 것은 없습니다. 우리 역시 억지로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강권하기는 싫습니다. 편견을 가진 채 교육을 받게 된다면 필시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왜 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교육에 흥미가 없고, 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억지로 이 교육을 배우게 한다는 것 자체가 전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 의학의 수준은 잘려나간 팔 다리를 재생시키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한 기기를 이용하여 거대한 태평양을 하루 만에 건너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그런 것을 만들어 주는 기초들을 여기서 배웁니다. 강철들을 대량 생산하고, 그 거대한 배와 비행기가 돌아다니며, 철로에 기차들이 다니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하늘에 다가가는 거대한 건물까지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저 옛날로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해방 후에 퍼진 TV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걸으면 며칠씩이나 걸리는 지방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해주는 물건입니다.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 과학입니다. 물론 세상에 일장일단이 있는 것처럼 부작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거대한 핵의 폭발,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일시에 죽어나가는 무기들의 개발. 그 것들 역시 과학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그 것들이 두렵다고 과학에 대한 영역에 발걸음을 두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됩니다. 많은 지식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지식들을 발굴하는 것은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현재 여러분들은 그저 이 대학이 거쳐 가는 시설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인생, 그리고 선택을 주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십시오. 많은 것을 듣고,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익히십시오. 그 후에 당당히 여러분들은 선택하십시오.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자신의 지식들을 쓰던가? 아니면 그 지식들을 활용하여 사회에 보탬이 되거나 그 것도 아니라면 그 지식들을 활용하여 돈을 벌어 가난을 떨쳐버리거나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 약속합니다. 여기서 배우는 학문들은 결코 쓸모가 없다고 말입니다. 전 확신합니다. 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제 의견에 이견이 있다는 사람이 있습니까? 자신 있게 손드십시오. 사람 생각이라는 것은 제각기 다른 법입니다. 저의 생각과 다른 사람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손을 들어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대학 총재 봉필현의 연설에 압도당해서 그런지 어떤 사람들은 잘 선택하였다고 중얼거리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설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사람이 없자 봉필현은 오히려 얼굴을 구기더니 손망치로 강단을 내려쳤다.

-쾅!-

그리고 봉필현은 화난 얼굴로 마이크에 입을 대고 외친다.

“이런 쓰레기들 같으리라고!”

갑작스런 봉필현의 태도 변화에 순간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깜짝 놀라기 그지없었다. 봉필현은 계속해서 분노의 일갈을 퍼붓는다.

“지금 현재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같으리라고! 지금 이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겁쟁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는가?! 다 겁쟁이라고! 그저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진실로 생각하며 의문조차 품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 앉아 있으니 전부 겁쟁이들이지! 내가 마지막에 한 마디 말했습니다. 전 사람의 생각은 전부 다 다르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십니까?! 당신들은 지금 다 자라껍데기에 목을 숙이고 벌벌 떠는 동물들입니까?! 현재 당신들은 인간입니다. 인간!

다른 사람들이 한 말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그 의문에 대해 타당한 이유를 대며 제기할 수 있는 인간들입니다! 그저 남의 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은 전 꼭두각시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묵묵히 참고 있는 사람들은 전 호구라고 부릅니다. 물론 사회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나. 여기서는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당신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의문을 제기하십시오! 왜 이것이 이렇게 나왔는지 의문을 제기하란 말입니다!

여기서는 다 같은 대학교에 있는 사람입니다. 가르치는 것에 그대로 수용하는 학생들은 꼭두각시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사람입니다. 알겠습니까?!”

그 말에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선동이 되듯 한 소리로 외친다.

-예에!-

그리고 봉필현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직까지 서 있는 사람이 봉필현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꼭두각시라고 말을 하니 무척이나 기분이 나쁩니다.”

봉필현은 그 사람에게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제 말에 드디어 제대로 들었던 사람이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당신은 빨리 적응하였습니다.”

그 말에 서 있던 사람은 한 소리를 들을 각오를 했던지 봉필현의 칭찬에 어리숙한 얼굴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아까 저 청년의 말처럼 의문을 던지십시오. 학생 여러분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던지란 말입니다. 제가 지금 학생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사실을 축약해서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첫 째, 편견을 깨라!

둘 째, 과학은 무시 받을 만큼 천한 것이 아니다!

셋 째, 이 교육을 받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여러분의 인생을 선택하라!

마지막, 의구심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질문을 하고, 의문을 제기하라!

이 것으로 제 연설을 끝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 곳에 입학한 여러분. 환영합니다.”

순간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홀려 있는 얼굴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강당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그 박수소리를 들으며 봉필현은 강단에서 무대로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연설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과 그리고 자신 있게 연설한 자신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봉필현은 과거를 생각했다. 현재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은 바로 자신의 아들 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연이었다. 조선인으로써 보탬이 되고자 그 사람 밑에서 일을 했을 뿐인데 배운 것은 많았다.

‘그러니까 이런 수학 공식은 이렇게 도출됩니다. 그리고... 으음... 그런데 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 독학으로 배운 놈입니다. 독학으로 배운 사람에게 여러분들은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학문은 의문으로 시작합니다. 전 당신들의 스승이 아니라 선택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그 때, 봉필현은 감연에게 배운 것이 많았다. 기초적인 수학부터 과학까지 말이다.

‘그런데 총괄장님. 왜 이런 부분은 이렇게 되는 것입니까?’

‘휴우. 귀찮지만 배우는 사람이 있으니 어쩔 수 없군요. 왜 이렇게 되냐면...’

그와 같이 일하면서 봉필현은 배웠다. 그리고 그가 가르쳐준 지식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생각하여 배워나가고, 이해해나갔다.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아직 그에게서 배울 것이 많지만 자신은 이제 후학들을 양성할 자리에 왔다.

사실 그 이유는 엉뚱했다. 이 대학의 최대 후원자라고 볼 수 있는 동협 그룹의 회장 병윤이 봉필현을 불러 말한다.

‘봉필현씨. 당신이라면 이 직책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병윤은 봉필현에게 대학 총재 임명서를 건넨다.

‘이건...’

‘제가 면밀히 생각했을 때, 당신이 여기에 상당히 적합합니다. 당신이라면 이 대학을 잘 운영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대학에 상당히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왜 저를 뽑았습니까?’

그 질문에 대해 병윤은 대답을 해주었다. 여러 사람들을 살펴보았지만 당신 같은 적임자가 없었다고, 하지만 당신이 거절한다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마 봉필현은 그 제안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제안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나고 병윤에게 대답한다.

‘이 한 몸이 필요하다면 전 이 일을 수행하겠습니다.’

‘의문은 없습니까?’

‘의문이 있다면 이 자리에 갈 생각이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저 고민이 더 길어지지 않게 되었군요.’

그 후, 대학 총재에 취임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문경에 위치한 재생치료병원의 이전, 중구난방 존재한 동협 그룹 연구소 및 개인 연구들의 통합, 행정체계 마련까지 봉필현 자신이 하는 일들은 많았다. 그리고 지금 봉필현은 회상에 깨어났다.

이제 이 대학은 한국에서 중요한 시설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기술들은 충분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핵개발을 하던 과학자들까지 여기에 파견하여 중요기술들을 공유 개발하고 있었다. 그 몫은 현재 교수진들과 그 조교들의 몫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몫이 될 것이다. 자신은 그 과정을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고, 관리감독하면 되었다.

‘그래. 이 것도 인생이지.’

봉필현은 미소를 짓는다. 무지렁이로 태어났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서 지금 자신의 위치까지 인생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의 생애에서 놀란 경험들이 많을 것이고, 새로운 것들도 많을 것이며 기쁨과 행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기가 있을 것이고, 또 절망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봉필현은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걸어 나갈 것이다. 그는 아까 연설했던 내용들이 자신에게도 포함된다고 생각했고, 그는 다음 일을 하기 위해서 행동한다.

한편, 박태식은 봉필현의 연설을 듣고, 뭔가 의식이 뒤바뀐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충격과 다름없었다.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그저 단순한 사람의 연설인데도 지금 보이고 있는 광경이 달라 보인다. 옆에서 걷고 있는 나윤미가 박태식에게 물었다.

“그 대학 총재님. 연설 끝내주지 않았어요?”

박태식은 그 말에 대답 없이 그저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나윤미는 그런 박태식의 얼굴에 싱긋 웃을 뿐이었다. 두 사람, 아니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어느 한 건물로 걸어 나간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건물은 전기전자공학과라고 써져 있는 곳이었다.

============================ 작품 후기 ============================

-박태식과 나윤미는 공돌이로 전직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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