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45화 (44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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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시간이 지나자 비서는 곧 누군가를 데리고 이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양복을 입은 중년남성은 그 누군가의 얼굴을 살펴본다. 전체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30대  남성이었다. 다만 눈빛에는 어느 정도 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중년남성은 그를 지그시 살펴보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자네가 그 동북청년회의 제주도 지부장이라고 들었네.”

그는 그 말에 중년남성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찾아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유해진 지사님. 전 동북청년회 제주도 지부장인 함청박이라고 합니다.”

“함청박... 꽤나 특이한 성씨를 쓰는군.”

유해진 지사의 말에 함청박이라고 불리는 30대 남성은 헤헤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들에게 협조해주겠다고 하더니만.”

유해진의 말에 함청박의 얼굴은 일그러지더니 한 마디 말한다.

“예. 우리 가족들을 남쪽으로 몰아낸 그 빨갱이 녀석들을 보면 치가 떨립니다. 고향에 순조롭게 평화롭게 사는 내 가족들. 내 땅을 잃게 만든 녀석들. 그런 녀석들이 여기에 날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함청박이 그렇게 말하면서 짓는 얼굴은 유해진 지사가 보기에 진심으로 느껴졌다. 빨갱이에 대한 강한 적개심. 그리고 그에 대한 협조들. 유해진 지사는 싱긋 웃으면서 함청박을 대한다.

“우리 자유 대한민국에 협조해주겠다고 하니 정말로 고맙네. 군경의 토벌대로 활약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예. 비록 부족한 몸이지만 악랄한 빨갱이 하나 때려잡는데,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구원받는다는 생각을 하니 빛들이 저에게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함청박의 ‘빛’이라는 단어에 유해진 지사는 흠흠 기침을 한다. 얼핏 함청박의 모습을 보니 빨갱이에 대한 적개심이 광신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부족한 전력에 자네들이 도와준다니 고맙기 그지없군.”

함청박은 그 말에 머리를 조아리며 유해진 지사에게 대답한다.

“부디 제 동지들을 이번 일에 끼어들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토벌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그 때까지는 기다리게나.”

함청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함청박은 이제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유해진 지사가 함청박을 갑작스럽게 부른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군.”

함청박은 그 말에 고개를 유해진 지사에게 돌리며 묻는다.

“지사님의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어떤 궁금증입니까?”

“자네들. 그 동협 그룹이라는 곳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순간 함청박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는 이마에 흘리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유해진 지사의 말에 대답한다.

“하하. 우리 단체 내에 어처구니없는 인원들이 들어와서 감히 그 사람들을 건드린 것뿐입니다. 다행히 그 비적 같은 놈들은 자체적으로 처리를 하였으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흠.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네. 휴우 나가보게나.”

“수고하십시오. 지사님.”

함청박은 유해진 지사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 밖으로 걸어 나가 작게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유해진 지사의 비서는 그런 함청박의 모습을 보고, 동협 그룹과 동북청년회 간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구태여 묻지 않았다. 이제 저들은 우리와 같은 편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병윤은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제 유지들이 이렇게 지지를 표했으니 아저씨께서는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아마 큰 변수가 없으면 아저씨는 무난하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입니다.”

장씨 아저씨, 즉 장성환은 그 말에 쑥스러운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하... 내가 국회의원이라...”

병윤은 그 말에 장성환에게 미소를 지으며 살가운 말투로 말한다.

“이건 아저씨가 결정한 사항입니다. 저는 아저씨를 도와드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혹시 못 믿기시는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까?”

병윤의 말에 장성환은 정곡을 찔렀다는 얼굴이었다. 하기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기 위해 소작농을 했던 신세인데 말이다. 장성환에게 있어서 지금의 일이 꿈과 같았다.

“네가 도와주는 만큼 나 역시 열심히 해야겠지. 병윤아.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그 때, 병윤은 자신 옆에 앉아서 조용히 있었던 청년에게 눈길을 준다. 청년, 즉 사현방송국의 사장인 연형칠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장성환에게 말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저씨. 일단 국회의원에 당선되려면 많이 알려져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아저씨를 알릴만한 무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장성환은 연형칠의 말에 궁금해 하며 한 마디 묻는다.

“무대?”

“요즘 TV에서 보면 소식을 내보는 방송뿐만 아니라 ‘내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담화 방송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 걸 원형으로 투표 한정으로 아저씨의 이름을 알리는 방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으음. 그 ‘내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말이냐?”

“정확히는 아저씨와 같은 국회의원 후보들을 모셔놓고, 각자의 공약을 두고 토론하는 방식입니다.”

“그 말은 곧...”

“예. 무대라는 것은 혼자만의 독무대를 가질 수 없지요. 만약 아저씨를 위한 무대만을 만든다면 저 쪽에서 큰 건 하나 잡았다고 흑색선전을 벌일지 모릅니다.”

흑색선전이라는 말에 장성환은 긴장했다. 흑색선전이라는 것은 체면을 깎아먹는 일이었다. 말로만 잘하는 인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힌다면 국회의원 후보직을 그만둘지 모르는 사태까지 온다.

“그래서 그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저씨의 실력입니다. 상대방 후보들의 말을 설득하거나 반박하면서 아저씨만의 특색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내보여야 합니다.”

장성환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장성환이 나서고 있는 문경 을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들은 장성환까지 합쳐서 총 5명이었다. 그러나 장성환을 제외한 네 명의 경우는 가문이나 배경, 지위가 만만치 않은 구석들이 있었다.

저번에 병윤이 말했던 경성에서 밀려나 문경에서 새로 시작된다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명문가에 어느 외국에 유학을 갔다는 경력, 그리고 사람들을 홀릴만한 언변, 그리고 자리에 맞는 사람들을 앉혀야 한다는 대중들의 인식. 그 사람들에 비교한다면 장성환은 상당히 불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오히려 콧웃음을 칠 것이다.

‘웃기고 있네. 온갖 배경을 뒤에 업고, 나서는 인간이.’ 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장성환을 제외한 후보들은 장성환의 뒤에 서 있는 배경이 동협 그룹을 비롯한 유력한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은밀히 네 명이 공조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내 특색이라.”

연형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성환에게 말한다.

“아저씨의 특색은 공감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표를 주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옛날 아저씨와 같은 농민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그 것이 강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을 알아봐주는 것은 농민밖에 없다고 말이죠. 더군다나 아저씨는 지금껏 인생 살면서 농민들의 처지에 빠삭하게 알고 있지 않습니까?”

“으음...”

연형칠은 그 말을 하면서 이내 병윤 앞에 있는 서류들을 한 손에 쥐고, 장성환 앞에 내려놓으며 외친다.

“그리고 이거 한 방이면 아저씨는 문제 없을 것입니다. 자기들 땅 준다는 공약, 실행 가능성에 아저씨 찍을만한 사람들이 없겠습니까? 더군다나 농민들이 아니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 그 사람들은 저기 있는 병윤과 그의 형님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양심 있다면 아저씨를 찍어주지 않겠습니까?”

병윤은 연형칠의 자신만만한 말에 냉정하게 제지한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그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에서 아저씨를 확실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저씨가 내건 공약들을 부담없이 실행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이 확실히 도와야한다.”

연형칠은 그 말에 오히려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어차피 아저씨 뒤에 네 녀석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거기다 우익인사의 거물로 불리는 백범 선생님이나 우남 선생님이 배경에 있는데 여차하면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겠냐? 그 분들이 너에게 받은 것이 얼마인데 양심이 있다면 도와드리겠지.”

병윤은 그 말에 민망한 얼굴을 지으며 흠흠 헛기침을 하고 말한다.

“그 것은... 어차피 내 사업들이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바른 윤활유 같은 것이야. 세상은 정직하게 살아야 하지만 정직하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야.”

“쳇 말은 잘해요. 아저씨. 한 번 저희들이 무대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이라고 치고 한 번 유세를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세를?”

“예. 여러 번 점검을 받아야 막상 무대에서 잘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연형칠의 말에 장성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한 얼굴로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내 서론부터 시작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국회의원 후보 기호 2번 장성환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어려움,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이 장성환이 직접 나서서 발걸음을 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같은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지주 밑에서 소작을 지내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고충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고충을 들어드리고자 제가 나섰습니다. 전 여러분들의 일꾼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활을 하기 원하십니까? 지금까지 가난한 삶을 살고 싶습니까? 하루하루 가족들의 식량 걱정에 불안해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까? 저는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위해서 그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공부도 했습니다.

토지 개혁. 요즘 저잣거리를 떠나는 거대한 소식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설레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중요한 일이 묵묵부답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전 그런 사태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 장성환을 당선되게 해드리면 여러분들에게 마음 걱정 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땅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장성환은 이내 자신 앞에 있는 서류를 집더니 앞에 열변을 토한다.

“이 서류들이 보이십니까? 저는 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 서류들은 그 사람들의 땅문서입니다. 이 서류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이 서류의 내용에는 내가 당선된다면 이 땅문서를 저에게 기증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 이 땅문서를 가지고, 지주 노릇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현재 옆에 있는 수행원이 이 말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참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말을 제가 어긴다면 언제든 이 녹화장치를 저의 귀에 들려주십시오. 제가 당선된다면 저는 여러분들에게 공정한 땅들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오롯한 자기 땅, 자기가 관리하여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땅을 드리겠습니다. 전 이런 것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 땅들을 여러분들에게 드리기 위해 이렇게 서류로 작성한 것입니다. 저 장성환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여기에 나섰습니다. 전 여러분들의 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선이 된다면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저를 지켜봐주십시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저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들의 가족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가족들이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고 여긴다면 저를 찾아주십시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제 사비를 대어서라도 식량을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여러분들에게 이 것만 공약하는 것이 않습니다. 전 문경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큰 불편함 없이 지내도록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곳 문경은 한반도에서 가장 발전적으로 나서는 곳입니다.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시내 한 복판에서는 노면전차들이 돌아다녀 여러분들의 발걸음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건물들이 하나 둘씩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번영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더욱 크게 만들지 제가 미리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장성환은 문경의 발전에 대한 모든 전반적인 공약들의 내용을 읊었다. 내용을 읊는 와중에 들리는 장성환의 목소리에는 대중들을 이끌릴만한 패기와 설득력이 있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병윤은 몰라도 연형칠의 얼굴은 장성환의 연설에 시간이 갈수록 변화하고 있었다. 마치 장성환에게 홀려 있다고 해야 하나? 장성환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하나같이 문경에 중요한 문제로 화두 되고 있는 것들이며 방법은 현명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 방법대로 일이 안 풀릴 때,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 때, 조용히 듣고 있던 병윤이 장성환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장성환 후보의 말을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그 방법들을 실행시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당신에게 그만한 재력이 있습니까? 당신은 전에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은 몇 년 전에 소작하던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당신에게 이 문경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할 만한 처지와 입장이 되지 않는군요. 이에 대해서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윤이 찌른 의표에 장성환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병윤이 말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장성환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생각을 거듭했지만 병윤이 말한 것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는 침묵을 했다. 그 때, 병윤이 박수를 친다.

-짝!-

박수 소리는 방 구석구석까지 들렸다.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장성환과 연형칠은 정신을 차리고, 그 둘의 시선은 순간 병윤을 향한다. 병윤은 장성환을 보더니 한 숨을 푹 쉬고는 대답한다.

“아저씨 전반적으로 다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와 맞붙게 되는 후보들은 이런 것을 찌릅니다. 아저씨가 말한 것이 아무리 훌륭하다한들 합리성과 증거가 없다면 그저 허성으로 들릴 것입니다.”

장성환은 그 말에 굳은 얼굴로 으음하고는 침음을 흘린다.

“제가 함부로 어른에게 충고를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여기에 아저씨의 인생이 담아있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아저씨가 직접 원하고 나아가는 방향입니다.”

“알겠다. 그러니...”

“그리고. 이럴 때는 제 이름 정도는 적극적으로 팔아주십시오.”

장성환은 그 말에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아니 그렇게 된다면...”

“어차피 후보들 역시 아저씨 뒤에 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노리는 것입니다. 아까 말문이 턱 막힌 것은 그럴만한 것을 실행할 지위와 또 영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오히려 연형칠이 병윤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다른 후보들이 너와 아저씨에 대한 관계에 대해 흑색선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흑색선전이라는 것은 체면 싸움이야. 적어도 나라는 배경은 껄끄러워도 별반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없잖아.”

병윤이 말한 뻔뻔한 말에 연형칠은 얼굴을 구기며 대답한다.

“지가 지 잘났다고 이야기를 하는군.”

“지 잘난 것은 둘째 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후보들이 이렇게 공격할 텐데? 아저씨는 동협 그룹의 꼭두각시라고 말이야.”

“그런 말을 한다면 지들 뒤에 감춰 둔 어둠을 폭로시키면 되는 일이지.”

연형칠은 그 말에 흠칫 놀라며 병윤을 쳐다본다.

“너어...”

“흥. 상대방이 칼을 들고 치켜드는데, 전국시대 송양처럼 정정당당하게 나선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 안 그러냐?”

“하지만 병윤아. 그렇게 된다면. 너까지 피해를 입지 않겠는가?”

“이런 것을 알고도 저는 아저씨를 투자했습니다.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전 아저씨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크게 간섭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것만큼은 제가 약조해드릴 수 있습니다.”

병윤의 말에 장성환은 크게 감동을 먹은 얼굴을 짓는다.

============================ 작품 후기 ============================

다음 편에 대해 제주도 민간인 학살극에 대해 묘사를 하는 것은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에게 정말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시킬 것입니다. 이 소제목의 명칭을 떠올려주십시오.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굳이 소제목을 말하면서 이 상황을 써내려가는 것을 정당화하기 싫지만 그러나 이걸 보면서 그 때 당시 그분들에게 어떤 고통이 있었는지 부디 알아주십시오. 천하의 관심종자인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그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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