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50화 (45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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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장성환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제 자료를 보면서 이제야 입을 뗀다.

“도로의 확충, 그리고 건설. 미군정은 왜 이런 행위를 할까요?”

장성환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일단 왜 미군정이 직접 도로와 철도 등 교통기반을 확대해나갈까요? 그 것에 대한 대답은 다를 바 아닙니다. 미국에 비해 한반도의 교통기반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문경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도로 건설 등은 하등 쓸데없는 짓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더더욱 부족할 따름입니다.

아까 진중윤 후보님이 주장하신 바는 이렇습니다. 헬기라는 효율적인 수단이 있는데 꼭 교통기반을 만들어야 되겠는가? 교통기반에 쓰일 비용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라.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는 주장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내 구석구석 다니는 도로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헬기 중심으로 교통을 오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헬기라는 것은 속력이 빠르다고 하지만 공중에 띄울 시간과 또 조작이 복잡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맹점은 바로 어떻게 주차를 시킬 것인가? 착륙하고 주차는 다릅니다. 착륙이야 평평한 곳에 헬기를 천천히 하강시키면 그만이지만 주차는 헬기가 차지하는 면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그 때, 진중윤 후보가 손을 번쩍 들더니 말한다.

“이의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에 사용 중인 헬기의 경우는 착륙 후에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데. 주차의 맹점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  없습니다.”

진중윤 후보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장성환의 얼굴에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곧바로 진중윤 후보의 얼굴을 향해 설명한다.

“저 역시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차 상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나 바로 크기입니다.”

“크기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자동차의 크기 역시 크다고 한다면 한 최대 길이 15m 정도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지금 활용되고 있는 헬기의 크기가 크다고 지적하였는데, 동협 그룹에서 그 크기를 반으로 줄인 헬리콥터를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정보들은 전부 사실이겠지만 오히려 한 가지 맹점이 생깁니다. 꼭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헬기만 쓰는 것이 좋겠는가?”

“그렇다고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은 단점이 존재합니다. 헬기에 비해 떨어지는 속력과 그리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끔 만드는 교통기반. 헬기의 경우는 그냥 착륙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헬기만을 이용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전 자동차, 철도보다 헬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 물론 장거리 상에는 그렇게 되겠지요.”

장거리라는 말에 진중윤 후보는 뜨끔한 표정을 짓자 장성환은 후후 웃으면서 촬영기를 향해 설명한다.

“유권자 여러분들 생각해보십시오. 헬기라는 물건은 장거리. 즉 도시에서 도시로 지방에서 지방으로 갈 때, 유용하며 험한 지형일수록 유용합니다. 하지만 그 거리가 걸을 때, 한 시간 정도 안 걸린다 싶으면 과연 번거롭게 헬기를 이용하겠습니까?

아마 그 거리를 헬기로 이용하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자 문제입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헬기의 크기는 거의 30m나 된다고 합니다. 그 거대한 물건을 이끌고, 과연 도시 내에 착륙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을까요?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헬기라는 물건을 그 사람 혼자만 이용할까요?

그리고 가장 큰 핵심인 문경 내에서 교통기반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노면전차 역시 가동되고, 때때로 거리에는 자동차가 눈에 띕니다. 그러면 문제입니다. 이런 곳에서 과연 헬기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만큼 번거로울까요?”

그 말에 후보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침음을 흘린다. 분위기가 자신에게로 흐르자 장성환은 미소를 지으며 외친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바로 다양성입니다. 다양성. 헬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자동차, 그리고 철도, 노면전차 등 교통수단이 하등 쓸데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장성환은 곧 자료를 앞으로 내보이면서 주장하기 시작한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교통기반들이 얼마만큼 효율성 있고, 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파한 것이다. 장성환의 말에 방청객의 귀가 기울여졌고, 장성환은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외친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양성입니다. 다양성. 교통기반을 확충시켜서 도로 위에 달리는 자동차들이 있는 반면에 자동차는 없어도 가고 싶은 지역을 가기 위해 노면전차에 탑승하는 승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중에는 예의 헬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의 조화야말로 문경의 궁극적인 발전에 도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그 후에도 장성환, 진중윤 두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 역시 자신 만의 주장을 펼쳤다. 일단 진중윤을 포함한 네 후보의 경우는 교통기반에 소요되는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의견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는 각 후보마다 갈렸다. 후보들은 자신이 가지고 나온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후보들의 말들이 끝나자 조환진은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예의 촬영기를 보면서 입을 연다.

“이 방송을 지켜보시는 유권자 여러분. 현재 여러분들의 판단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다섯 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후보들이 말하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후보에 마음이 끌린다, 즉 이 후보의 말이 나에게 이가 된다고 생각하게끔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기위해 이런 방송을 마련한 것입니다.

일단 후보들이 주장한 가운데 여기에 참석한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러자 조용히 이 방송에 참석하여 이야기를 듣던 방청객들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다가 이내 한 청년이 마이크를 들고 일어나 말한다.

“전 진중윤 후보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진중윤 후보는 그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청년을 향해 집중을 한다.

“말씀해보십시오. 유권자분.”

“아까 후보님이 이야기를 하기로는 교통 기반에 쓰일 예산으로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후보님이 예를 든 것이 교육기관, 공공기관, 상하수도 건설 및 발전소등 건설을 들었습니다. 이 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진중윤 후보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잘 질문하셨습니다. 원래 그런 시설들의 건설은 전적으로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떤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가? 그 것만큼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따로 계획하고 결정하기 위해 만든 학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도시공학이라는 학문이죠.

각 건물들뿐만 아니라 시설, 기관, 상업단지, 주택단지 등 효율적으로 구역을 설정하고, 유기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하는 것 역시 이 지역에 당선된 국회의원이 하는 일들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지역에 무슨 건물을 짓는가? 어떤 시설을 짓는가? 에 대해서는. 자료가아... 여기 있군요.”

진중윤 후보는 후후 웃으면서 자료를 보면서 아까 질문을 던진 이에게 하나 하나 답변해나간다.

“먼저 저는 국회의원 후보에 등록하기 전에 각 지역의 고충을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전기를 이용할 수 없다. 물이 부족하다. 또 흉년이 드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진중윤 후보는 그렇게 말하고는 구체적으로 지역의 고충들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며 설명해갔고, 어느 정도 중요한 점을 다 이야기하자 진중윤 후보는 물 한잔을 마시고는 설명을 끝마친다.

“제가 만약 국회의원 후보에 당선된다면 이 고충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할지 알고 있으니 빠르게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그 말에 질문을 던진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제 질문에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년이 다시 자리에 앉자 곧 이어 방청객들 한 명 씩 한 명 씩 일어나서 각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져 나간다. 물론 장성환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많았지만 장성환은 여유롭게 답변해나간다. 방청객들의 질문이 끝나자 조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촬영기를 향해 입을 연다.

“방청객들의 질문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유권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22일 정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들의 후회 없는 선택만이 지금 기다립니다.”

그렇게 조환진은 말하고는 곧 두 번째 주제를 각 후보들에게 던지면서 방송을 진행해나간다.

같은 시각, 문경 사현리 마을회관 안에서 한복을 입은 마을사람들이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연씨는 TV의 한 화면을 보고는 기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성환이 녀석. 저기서 펄펄 나는군.”

그러자 마을사람 한 명이 그 말에 동조한다.

“그러게 말이야. 장성환이가 저렇게 말을 잘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기야 저런 말 빨이 있어야 저렇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지 않을까?”

마을사람들은 어느새 장성환에 대해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한 부부만큼은 조용히 TV화면을 지켜보았다. 바로 장성환을 정치판으로 떠민 길남효-김민숙 부부였다. 특히 김민숙은 TV화면에 비치는 장성환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워 하며 자신의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저 이가 제가 알던 사람 맞아요?”

“아 그렇다니까. 저 녀석. 이 자리에 나서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 했는지 알기나 해?”

“그게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서.”

“쯧. 그냥 지켜보기만 해봐.”

김민숙은 그 말에 조용히 TV화면을 지켜본다. 한편, 동협 그룹 본사 회장 집무실 안에서 역시나 TV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병윤은 침음을 흘린다.

“으음...”

같이 TV를 봤던 감연은 그런 병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냐?”

“아니 생각보다 아저씨가 잘 해주고 있어서 말이야.”

“그래? 나 역시 같은 생각인데.”

병윤은 그 말에 감연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여기 앉아서 TV봐도 괜찮겠냐?”

감연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며 대답한다.

“내가 일의 노예냐? 지금까지도 일만 하고 다니게?”

“지금 휴일이 아니잖아.”

“흥. 휴일도 반납하고 일을 한 사람이 나야. 오늘만큼은 땡땡이를 치야지.”

“원래 너 연구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을 강의하지 않아?”

감연은 그 말에 결국 성질을 부리게 된다.

“야. 너는 날 쥐어짜지 못해서 안달인 것 같다?”

“흥. 시간 엄수라도 하고 그런 말을 하지?”

“닥쳐. 이 압착기 같은 자식아.”

“정답. 나 압착기 같은 녀석이야.”

감연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고는 한 마디 말한다.

“내가 말을 말지. 아오. 내가 말을 말어.”

“그래서 지금은 한껏 여유를 부릴 정도로 시간이 남아 도냐?”

“그래. 이제 컴퓨터에 관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끝이 났으니 말이야.”

“호오?”

“뭐가 호오냐? 한 달 전에 끝마쳤다. 한 달 전에.”

“한 달 전에?”

“흥. 원래 이런 연구에는 다 꼼수가 있는 법이지.”

“넌 좀 조여야 되겠다.”

“네가 너무 나를 쪼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 요즘 학생들 가르치지. 연구하지 얼마나 바쁜지 아냐 모르냐? 한 가지만 맡겨라. 한 가지만.”

“지금 형편에 너만한 인재가 어딨냐?”

“너 만한 인재라는 단어가 너 만한 노예 새끼라고 들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감연의 말에 병윤은 한숨을 푹 쉰다.

“옛날 순수했던 내 친한 친우는 어디에 가고, 저렇게 현실에 찌들었을까?”

병윤의 그 말투에 감연은 어이가 없는 말투로 한 마디 한다.

“이게 다 네 녀석 책임이라고 생각 안 하냐?”

“그래서 처음부터 인성 교육을 했어야 하는데...”

“말만 잘 듣는 노예 교육이겠지.”

“야. 나만큼 대우 후하게 해주는 인간이 어딨냐?”

“얼씨구? 그렇게 나온다 이거냐?”

“흥. 내가 너에게 해준 것만 해도 어디인데.”

“더 쥐어짜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다른 곳에 가봤자 나보다 심한 인간들 천지일걸?”

“아니 오히려 너보다 더 후하게 해주는 인간들도 존재하는데.”

“헛된 희망이자 현실이야.”

“그 말 되돌려주지.”

병윤과 감연의 눈빛 사이에 번개가 치밀어 오른다. 진세연 비서실장은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한 마디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변하지 않았네.’

그리고는 진세연 비서실장의 시선은 다시 TV를 향한다.

1948년 4월 28일, 제주도 주둔 광복군 연대의 연대장 박효영 대령과 이번에 사건을 일으켰던 무장대의 사령관 김달삼은 곧 건물 안 한 방 안에서 자리를 잡아 서로 대면하게 된다. 김달삼은 박효영 대령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말하는 것은 무장대를 해산하고 사건을 끝내자는 그 말인가?”

“바로 그렇소. 좌우익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날뛰면서 생기는 희생자들이 무고한 사람들이오.”

김달삼은 그 말에 혀를 차며 대답한다.

“원래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당신들에 있다는 것 알고 있소?”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 간의 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오.”

“흥. 이번 일이 나타난 원인이 바로 작년 3월 1일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겠소? 당신들이 애초부터 잘 했다면 이번 번거로운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겠지.”

박효영 대령은 그 말에 한껏 얼굴을 찌푸리고는 대답한다.

“그래서 당신이 이 자리에 앉은 것은 나를 희롱하기 위함이오?”

“시비를 따지는 것이오. 시비를.”

“시비를 따지겠다는 말은 곧 나와의 회의를 그만둔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알고 있어도 되겠소?”

김달삼은 그 말에 혀를 차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궁극적인 목적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사태로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강을 건넜지. 그러나 힘들더라도 되돌릴 길은 존재하오. 일단 양 세력 간에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지 않겠소?”

“으음...”

“당신이 이 일을 거절한다면 나 역시 어쩔 수 없소.”

김달삼은 그 말에 침음을 흘리고, 얼굴을 찡그리고는 대답한다.

“어쩔 수 없군. 그럼 3일 간 휴전하도록 합시다.”

박효영 대령은 김달삼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일단 날뛰는 분위기를 가라 앉혔다는 것에 그나마 안도했다.

============================ 작품 후기 ============================

아오 덥습니다. 더워 쩌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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