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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4월 30일, 동북청년단 제주도 지부 단장 함청박은 자신의 앞에 있는 부단장 박일렬의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자네 말은 전략촌을 공격하자는 것이냐?”
함청박의 말에 박일렬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휴전 분위기는 우리에게 있어서 안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그냥 제주도에서 철수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함청박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린다.
“으음... 그래서 전략촌을 공격하자는 것이고?”
전략촌이라는 곳은 군경을 포함한 우익 세력들이 지정한 마을 같은 곳이었다. 즉 이 마을은 자신들의 세력 범위 내이니 더 이상 건들지 말라는 피난 촌 같은 곳이었다. 다시 말하면 우익 세력을 따르는 마을로 볼 수 있었다.
“적어도 화해 분위기는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잘못하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 들통나면 어쩌려고 그러지?”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에게는 뒤가 있지 않습니까?”
“뒤라. 크크크. 내가 그걸 생각 못했군. 좋아.”
그렇게 말한 함청박의 얼굴에는 저번에 사람들을 학살했던 당시의 그 광기가 서려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함청박의 얼굴에 꺼림칙함을 느끼고, 그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부단장 박일렬 역시 보통 미친 것은 아니었는지 함청박보다는 못해도 그의 눈빛 속에는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일단 목적을 잡아두었으니 이제는 목표를 잡을 때였다. 함청박의 그 광기어린 눈빛이 박일렬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그래. 어디가 좋을까?”
“전략촌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역시 이 곳이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단장 박일렬이 오른손 검지로 가리킨 지도상의 위치에는 ‘오라리’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이었다. 함청박은 매우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짓고는 박일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잘 되었군. 일단 혹시 모르는 일이니 한 번 조효진 총경님을 찾아가봐서 한 번 허락을 받아야겠지.”
“하하. 이렇게 세심하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제가 단장님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흐흐흐. 되도 않는 아부를 하지 말게나. 일단 애들 준비는 해둬.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몸부터 풀어야지.”
“예. 단장님.”
힘차게 대답하는 박일렬의 눈빛 속에는 어서 빨리 지난 번 있었던 그 쾌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 동북청년단을 포함한 토벌대 본부와 제주도 경찰 지부와는 상당히 가까웠다. 그래서 함청박은 금세 제주도 경찰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조효진 총경을 만날 수 있었다.
조효진 총경은 지금 자신을 찾아온 함청박을 보고 바로 박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함청박의 눈빛 속에서 일렁이는 광기를 보고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자네가 찾아온 이유가 뭐지? 제안이 있다고 하던데.”
함청박은 그 물음에 즉시 조효진 총경에게 예의를 갖춘다.
“사실 저희들이 일을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조효진 총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자네들이 내 허락을 언제 받았다고? 일단 건수가 주어지면 바로 달려 나가는 것이 자네가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허락이라니?”
그 말에 함청박은 조금 당황하다가 하하 웃으면서 조효진 총경에게 말한다.
“사실 지금 이 제주도의 상황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까?”
“불만이라...”
조효진 총경의 얼굴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 그런 모습이었다. 그 얼굴에 함청박은 더더욱 의지를 다지고, 의견을 낸다.
“사실 무장대에 적극적으로 행동을 안 하면서 공은 자기들이 세우는 군의 모습에 불만이 없습니까?”
조효진 총경은 그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감정을 참기 힘들었는지 갑작스럽게 자신 앞에 있는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면서 함청박을 노려보며 말한다.
“함부로 말하지 말지?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열 받아 죽겠는데 말이야.”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조효진 총경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함청박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그를 향해 구슬린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면, 판을 엎어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뭐? 판을 업어? 그게 무슨 말이야?”
조효진 총경이 함청박의 말에 넘어갈듯한 모습을 보이자 함청박은 쾌재를 부른다.
“아아. 사실 전략촌이라고 아십니까?”
“전략촌? 설마...”
“예. 그 설마입니다.”
조효진 총경의 얼굴은 상당히 복잡하기 그지없다는 얼굴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엄청난 갈등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함청박은 끈기있게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마치 물고기를 끝내 낚고 말겠다는 그 낚시꾼의 인내를 보였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조효진 총경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그걸 증명하는 것은 간단했다. 조효진 총경의 얼굴에는 한없이 무감각하게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청박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좋아. 자네 말을 자세히 들어보지.”
넘어갔다는 확신이 든 함청박의 속내는 그야말로 축제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결국 함청박은 자신의 계획에 대해 조효진 총경에게 자세히 말한다.
조효진 총경은 함청박에게 들은 계획을 생각하더니 한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 자네의 말로는 잘 할 수 있다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좋아. 대신 너무 일이 커지면 난 자네들을 돕지 않겠네. 하지만 웬만한 것들은 내가 막아주지.”
미리 이 사태에서 발을 빼는 조효진 총경의 모습을 보자 함청박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자신들의 계획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함청박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총경님.”
“하지만 군 쪽에서 알아버리면 골치가 아프니까 철저하게 하게나.”
“예. 총경님께 곤란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조효진 총경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휴우... 좋아. 잘해 보게나. 일단 뒤는 봐줄테니까 말이야.”
“예!”
조효진 총경의 허락을 받자 함청박의 눈빛에는 그 광기가 대거 서려 있었다. 조효진 총경은 그런 눈빛에 꺼림칙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나에게 엄청난 실이 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지만 이미 조효진 총경은 결정을 내렸다. 고대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는 말했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조효진 총경은 그 카이사르 장군과 같은 심정이었다.
1948년 5월 1일, 차량들을 통해 동북청년단이 목표로 선정한 전략촌 오라리로 향했다. 원래는 헬기들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자신들의 뒤를 봐주겠다는 조효진 총경이 거절했다. 헬기는 우익 세력에게 있어 상징물이라 다름없어서 만약 이것을 통해 이동한다는 것이 발각되면 그 즉시 군 쪽에 들통 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차량에 탑승하여 일을 치르기 위해 준비해두는 동북청년단의 인원들의 얼굴에는 불만사항들이 없었다.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병사처럼 그들은 각자 가진 무기들을 점검해나갔다. 지금 자신이 집은 99식 아리사카 소총은 원래 해방 전에 일본군이 주둔했던 제주도 병기창에 있었던 것들이었다. 자신들이 이 무기들을 집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광복군에 새롭게 배치되는 신형 소총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한 번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간절하게 바라지는 않았다.
인원들을 태운 차량은 어느 길 한복판에 정차한다. 그러자 차량에 탑승했던 동북청년단 단원들은 곧바로 차량에 하차하기 시작한다.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했던 함청박이 차량에 내린 단원들의 모습을 보고 한 마디 소리친다.
“집합!”
그러자 단원들은 순식간에 함청박 앞으로 오와 열을 맞춘다. 함청박은 저 무시무시한 무기를 든 청년들이 자신의 말에 행동하는 모습을 보자 이 것이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의 맛에 취해야할 때가 아니었다.
“좋아. 어제도 들었지만 이번 일은 신중을 가해야 한다. 혹시 나중에 모를 일이지만 철저하게 행동해야 우리들이 안전하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단원들의 우렁찬 대답에 함청박을 괴소를 내지른다.
“크흐흐흐. 좋아. 좋아. 계획은 어제 짰던 대로 돌아간다. 시작해라.”
-예!-
그렇게 함청박을 필두로 한 동북청년단은 곧 목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오라리로 들어간다. 오라리에는 한라산 중턱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곳 안에는 역시 경찰관과 5월 10일 총선으로 인해 선거관리사무소의 인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에는 항상 비밀을 요구해온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함청박을 비롯한 동북청년단의 얼굴에는 복면이 씌워져 있었다. 부단장 박일렬은 함청박을 향해 묻는다.
“여기에는 경찰관들과 사무관리소 인원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합니까?”
“조효진 총경님이 이미 그 인원들을 빼놓고 대피시켜 놓았을 거다. 하지만 빼놓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그 말씀은?”
“그래.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 중에 군경의 가족들이 있다고 한들 모조리 빨갱이로 치부하고, 처리한다. 알겠지?”
“흐흐흐. 단장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박일렬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단원들 중 일부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한다. 이미 어제부터 약속했던 행동이었기에 함청박은 곧 남은 단원들에게 외친다.
“준비는 끝났지?”
-예.-
“좋아. 시작하자고.”
곧 함청박을 필두로 한 동북청년단원들이 전략촌 오라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 오라리 마을 안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있었는데 함청박이 어제 조효진 총경의 말을 들었던 대로 이미 철수하고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껏 일을 저지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오라리에 있는 마을사람들은 어제 갑작스럽게 철수한 경찰들과 사무관리소 사무원들, 그리고 오늘 당당하게 보부를 들어 마을에 입성한 복면을 쓴 함청박을 비롯한 정체불명의 사람들. 오라리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엄청나게 불안했고, 그 불안은 결국 적중하고 말았다. 함청박은 자신의 옆에 있는 무장대원들에게 외친다.
“시작해라.”
-예!-
소총과 죽창, 쇠좆매를 든 단원들이 곧 마을사람들을 잡아가기 시작하고 어딘가로 몰아간다. 그리고 두 세 사람은 횃불을 들고, 마을의 집들에 방화를 했다. 순식간에 마을의 집들이 불에 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 그 중 마을 이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노인이 함청박에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무... 무슨 일입니까?”
함청박의 입가와 코는 복면에 가려서 노인에게 보여 지지 않았지만 광기가 서린 눈만큼은 보였다. 함청박은 웃으며 노인에게 말한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야. 영감.”
“예에?”
“오늘은 참으로 좋은 날이라고.”
그렇게 말한 함청박은 자신이 쥐고 있는 권총을 들어 순식간에 노인의 미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 털썩!-
노인은 갑작스러운 함청박의 총격에 뭐라 말을 할 새 없이 줄 끊긴 인형처럼 그대로 쓰러진다. 갑작스러운 죽음, 마을사람들은 곧 자신들이 어떤 사태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가진 청년과 중년 남성들이 갑작스럽게 단원들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단원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경험했는지 소총을 든 단원은 달려드는 남성들에게 조준을 하고는 방아쇠를 당겼고, 죽창을 가진 단원은 찔렀으며 쇠좆매를 가진 단원은 마구 패기 시작한다.
“악... 억!”
마을사람들의 저항이 삽시간에 사라지자 이제 남은 사람들은 저항할 힘도 없는 여자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뿐이었다. 단원들은 그런 이들을 보자 광기에 찬 표정으로 웃더니 말한다.
“흐흐흐. 단장님에게 좋은 것이 있다고 말씀드려야겠군.”
그렇게 말한 단원은 곧바로 함청박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한다.
“저 단장님.”
“뭐야?”
“빨갱이 놀이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빨갱이 놀이? 흐흐. 꽤 재미있군. 해봐.”
“감사합니다. 단장님.”
곧 그 내용을 건의한 단원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포박한 마을사람들을 끌고 가서 어느 공터에 사람들을 앉혀 두고는 두 사람을 선정한다. 바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였다.
“어이 너희 둘. 이리로 와봐.”
상투를 튼 노인과 더벅머리의 어린 남자 아이는 갑작스러운 말에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그러나 저항할 새도 없이 단원이 그 두 사람을 끌고 온다. 그리고 두 사람을 부른 단원은 광기에 찬 얼굴을 하고선 한 마디 말한다.
“너희들 얼굴을 보니 잘 농익은 빨갱이 새끼들이군.”
빨갱이란 소리에 노인과 아이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원은 그 두 사람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자고로 빨갱이를 잡기 위해서는 빨갱이 놀이가 제격인 법이지. 어이. 빨갱이 노인네와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 너희 둘 중에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들어보겠나?”
그 말에 노인과 아이는 공포스럽다는 눈빛만을 내보일 뿐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 둘에게 말한 단원은 그 눈빛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짓더니 자기가 알아서 입을 연다.
“방법은 간단해. 한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때리는 거야. 노인네 한 번, 꼬맹이 한 번, 여기서 둘 중 하나가 쓰러진 쪽은 빨갱이로 죽는 거고, 살아서 서 있는 인간은 빨갱이가 아닌 셈이지. 어때? 흥미롭지 않아?”
“으으으...”
“하기 싫다면 두 사람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권총을 들고, 노인과 아이에게 조준한다. 그러자 두 사람은 결국 낙심한 얼굴을 짓고는 결국 그 단원의 말대로 빨갱이 놀이에 참여한다. 단원은 아이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그러자 아이의 얼굴에는 불안과 초조만이 있을 뿐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그 단원은 자신이 가지고 온 권총과 발길질로 아이를 마구 때린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자 갑작스럽게 용기라도 생긴 것인지 그 단원에게 말한다.
“그만하시오. 그만...”
그 말에도 불구하고 단원은 영 불만족스럽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어이 영감. 이거 어떻게 되려나? 재미가 없어지는데? 그냥 둘 다 죽이고, 다른 사람을 부르는 수밖에.”
노인은 몸이 부들부들 떨면서도 자신 앞에 있는 손자에게 외친다.
============================ 작품 후기 ============================
제주도 토벌대원 셋이 한동안 심심했다
담배꽁초를 던졌다
침 뱉었다
오라리 마을
잡힌 노인 임차순 옹을 불러냈다 영감 나와
손자 임경표를 불러냈다 너 나와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손자는 불응했다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경표야 날 때려라 어서 때려라
손자가 할아버지 따귀를 때렸다
세게 때려 이 새끼야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세게 때렸다
영감 손자 때려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때렸다
영감이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다
이놈의 빨갱이 노인아
세게 쳐
세게 쳤다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와 손자
울면서
서로 따귀를 쳤다
빨갱이 할아버지가
빨갱이 손자를 치고
빨갱이 손자가 빨갱이 할아버지를 쳤다
이게 바로 빨갱이 놀이다 봐라
그 뒤 총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임차순과
손자 임경표
더 이상
서로 따귀를 때릴 수 없었다
총소리 뒤
제주도 가마귀들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다.
[출처] 오라리 / 詩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