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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결국 5월 최고위 수뇌회의는 서로 간에 빨갱이 다툼으로 끝이 났다. 딘 군정장관은 양민들에 대한 지나친 경찰들의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지만 경찰들의 행동 그 자체를 막지 않았다. 반면 박효영 대령을 비롯한 제주도 주둔 군은 여태까지의 활동을 계속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그러나 분위기를 살펴보니 박효영 대령 대신에 누군가 대신 부임할 것 같았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미군정 쪽에서는 군보다는 경찰 쪽의 편을 들고 있었는데, 그건 자신들에게 있어서 통제하기 어려운 군보다는 통제하기 쉬운 경찰 쪽의 문제가 있었다.
한국의 광복군 같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현재 내전을 치르고 있는 중화민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았지만 한국의 경찰은 미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제주도는 행정상 중국군정 쪽이 아닌 미군정 쪽이었다. 그래서 미군정이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부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중국군정 쪽은 시일이 지나면 그대로 본국으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가니 아무래도 미군정 쪽이 더 영향력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도 중국군정 쪽 역시 다른 쪽에 얕볼 만큼 그리 만만치 않은 구석은 있었다.
그 것은 바로 지금 같은 경우였다. 조병옥은 똥을 씹은 얼굴을 지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군 쪽의 지휘관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지휘부를 파훼했다는 소식을 나보고 믿으라는 소식입니까?-
존댓말로 자신에게 말을 하지만 들리는 말투로는 자신을 혼내고 있었다. 조병옥 경무부장은 얼굴 표정이 어떠하든 간에 말투만큼은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송구스럽게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휴우... 제주도의 강경 진압을 주장하는 쪽이 당신이라고 말을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사태만 길어질 뿐입니다. 이런 나락 같은 사태에 희생은 어느 정도 발생될 수 없습니다. 그 나락의 사태가 짧아집니다. 약간의 희생으로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말 진심입니까?-
조병옥 경무부장의 귀에서 들리는 말투는 뭔가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조병옥은 그 말투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아... 아니... 그게...”
-제가 조국에서의 전쟁을 하고 다닐 때, 민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경무부장님처럼 행동하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아십니까?-
“......”
-기분 나쁠 수는 있겠지만 일이 급박하니 내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에 맨 처음 침투한 일본군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삼광작전이라고 불리는 미친 짓이었습니다. 다 죽이고, 다 태우고, 다 뺏는 미친 짓이었습니다. 물론 그 짓을 통해서 경무부장님처럼의 효과를 거두었는가? 그게 정말 재밌는 것이었습니다.-
“으음...”
-지위에 오른 사람들은 공포로 사람들을 압제하는 방법이 쉽다고들 생각합니다. 아니 착각을 합니다. 공포로 자신들에게 벌벌 떨어야 통제가 쉽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공포의 방향은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은 하나로 통일 됩니다. 그게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단순히 사람들이 저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절박심입니다. 이대로 죽나 저대로 죽나 차라리 저항하다 죽겠다는 심리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절박심이라는 심리가 공포를 이겨냅니다. 제주도의 사태를 보니까 어떻게 돌아갈지 알만합니다. 한 번 저랑 내기라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건...”
-싫으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전 경무부장님에게 뭐라고 할 말한 영향력과 명령을 할 권리 같은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대신... 만약 저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저 역시 골치가 많을 것 같으니 정식 정부가 세워지는 2달 내에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저 역시 방책을 강구해야 되겠습니다.-
“그 말씀은?”
-이 제주도 사태에 대해서 저를 포함한 중국군정 역시 그 쪽에 뭐라 할 영향력은 없지만 욕을 얻어먹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조병옥은 그 말에 짜증보다는 미안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일단 빠르게 사태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는 동북청년단의 심한 활동을 제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휴우. 좋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습니다. 일단 소리를 높인 점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서 며칠 간 머물러 사태를 파악한 뒤 돌아가겠습니다.”
-예. 그럼...-
조병옥은 상대방의 연락이 끊어지자 송수화기를 제자리로 놓고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때, 조병옥 경무부장 옆에서 조용히 서 있는 조효진 총경은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조병옥은 한숨을 계속 쉬더니 이내 시선이 조효진 총경을 향한다. 그러자 조병옥은 얼굴을 대차게 구기면서 조효진에게 소리친다.
“이봐 당신.”
“예... 옙. 경무부장님.”
“당신 말이야 이 계급. 누가 달아주었어?”
“그거야... 경무부장님이 직접 달아주었습니다.”
그 말에 조병옥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눈에 보인다.
“누가 일을 이따위로 처리를 하라고 했어? 내가 강경진압을 하더라도 정도껏 하라고 했지. 이런 짓거리를 하라고 말을 안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변명은 그 것 뿐이야?”
조병옥의 잡아먹을 것 같은 기색에 조효준 총경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봐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이런 일에 눈 딱 감고, 입 딱 다물면 그냥 넘어갈 것 같아?”
그 말에 조효준 총경은 당황해하며 급히 조병옥에게 말한다.
“아... 아닙니다. 경무부장님. 지금 막 생각이 나서 그렇습니다.”
“그래. 내 보고를 듣기로는 애초에 이 사태가 당신의 제주도 경찰 쪽이 잘못 했다고 되어 있는데. 맞아?”
“그 점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자 조병옥은 순간 책상 위에 있는 서류들을 조효준 총경에게 내던진다.
“지금 장난을 치는 거야?! 뭐야?!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 거라고! 애초부터 당신들이 잘 했다면 이번 사태는 안 일어날 가능성이 크잖아!”
“......”
“그래. 빌어먹게도 말이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지금처럼 무장대의 기반을 약화시켜서 한꺼번에 소탕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문제되는 행동들은 계속 하시겠다?!”
조병옥의 말에 조효준 총경은 변명 어린 말투로 대답한다.
“무... 물론 안 되는 일입니다만.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이대로 갑작스럽게 유화적으로 나선다는 것이 웃기지 않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이번에는 체면 문제가 있는 거야?”
“......”
“지금 잘못하다가는 나야 체면을 엄청 손상당하겠지만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부하들에게는 끝장이라는 것을 명심하게나.”
조효준 총경은 그 말에 이를 악물고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경무부장님.”
“그리고 이번에 심각하게 행동한 토벌대들 중 일부는 알아서 짤라내.”
“예...”
“왜 마음에 안 들어?”
조병옥의 말에 조효준 총경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정 마음에 안 들면 자네의 임지를 바꿔줄 수 있네.”
그 말에 순간 조효준 총경은 혹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제 능력을 믿어보십시오. 얼른 사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한 번 뿐이야.”
“예.”
결국 조효준 총경은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지만 속으로는 온갖 생각으로 가득했다.
‘제길 일이 이렇게 되는군. 하지만 경무부장의 말대로 저들을 잘라내다가는 내가 다칠 수가 있어. 일단 문제되는 인원들 일부만 희생시키고, 진행해야겠어.’
한편 조효준을 바라보는 조병옥 경무부장 역시 생각에 잠긴다.
‘쯧. 빌어먹을. 이번 제주도의 일은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최악의 사태가 될 것 같군.’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예감한 조병옥은 얼굴부터 대차게 찡그러뜨렸고, 조준경 총감은 그 얼굴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얼른 그에게 인사하고 방 밖으로 나간다.
한편 같은 시각, 사단장 집무실 안에서 서류 처리에 한창 중이던 병주에게 전화가 와서 병주는 의아한 눈빛으로 송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건 상대방이 누구인지 묻는다.
“이 곳은 보병 제 10사단 사단장 길병주 소장입니다.”
-병주 선배님이십니까?-
뭔가 절박하기 그지없는 말투와 선배라는 단어에 병주의 눈빛은 순간 휘어지며 하대를 시작한다.
“나에게 선배라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많을텐데...”
-저 제주도에 있는 효영입니다. 선배님.-
“아... 효영이군. 자네랑은 꽤 술자리를 오래 전에 했을 텐데. 그런데 말투를 들어보니 그 곳에 뭔가 급박한 것이 있나보군.”
-예. 제가 부임한 제주도는...-
박효영 대령의 울먹이는 분위기가 느껴지자 병주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뭔가 자네에게 감정이 많나보군. 차근차근 이야기하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선배님.-
“죄송할 것은 없어. 나에게 상담을 주는 것이 어찌 창피한 일인가? 일단 들어는 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결하겠네.”
-예.-
결국 박효영 대령은 제주도에 있는 일들을 병주에게 설명한다. 병주는 박효영 대령의 한 단어 한 단어의 설명에 차츰차츰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박효영의 설명이 끝나자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그런 표정이 되었다.
“그래. 자네가 겪는 제주도에는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죄송합니다. 선배님. 이런 일이 양민들에게 벌어져놓고, 무책임하게 나서는 저에게...-
“아니야. 자네의 행동은 잘 했어. 사람이라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적어도 자네의 군 부대 내에서는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양민 학살에 동조하지 않았지?”
-우리는 군법을 준수하되 우리 대대만의 특색 있는 규칙을 말하겠다. 셋 째, 절대 민간인을 해치지 말아야한다.-
“잘 알고 있군.”
-선배님이 설명하신 규칙에 대해서는 제 신념을 삼고 지키고 있습니다.-
“휴우... 그래. 미안하다. 갑작스럽게 이걸 물어봐서 말이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동기들 역시 이 규칙에 대해서 자신의 신조처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 상황에 대해서 방법이 없겠습니까?-
“일단 양민 학살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측이 토벌대라고 말을 했지?”
-예. 그렇습니다.-
“으음. 하필이면 토벌대는 동북청년단이라고 하고 말이야.”
병주는 뭔가 생각에 빠진다. 간단하게 제주도의 동북청년단을 배제하고,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하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동북청년단은 이런 행위를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의 뒤에 든든한 배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곤란하군. 동북청년단이 우리들에게 그다지 뭐라 할 만한 영향력은 없다고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남 선생이 있다고 들었어. 이걸 어떻게 하지? 으음.’
병주는 생각을 거듭하다가 이내 송수화기에 귀를 가까이 대고는 전화기 너머 박효영 대령에게 말한다.
“아 그리 걱정은 하지 말게나. 일단 자네는 자네가 하던 대로 행동을 계속하게나. 조금은 방도를 찾은 것 같으니 말이야.”
병주의 그 말에 순간 전화기 너머 박효영 대령이 놀라며 대답한다.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어느 정도 방향을 찾았어. 다만 완벽한 것은 아니야.”
-으음...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방법을 찾았다는 소식에 역시 선배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언제까지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병주는 심각한 얼굴은 하고선 말해준다.
“언제까지 일을 마무리할지는 몰라.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 일에는 시일이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에 박효영 대령이 곤혹스러운 말투로 되묻는다.
-선배님의 영향력으로 이번 일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걸립니까?-
병주는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지으면서 그에게 설명해준다.
“아무래도 자네가 알고 있는 정보들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합치니 제주도에 펼쳐지고 있는 지옥도는 그리 간단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야.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네. 나를 포함한 내 형제들, 지인들과 연락을 해봐서 해결방법을 찾아서 행동하겠네.”
부족하지만 그래도 희망 있는 설명에 박효영 대령은 감사를 표한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야. 이번 일을 알려줘서 자네에게 상당히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군.”
-만약 일이 잘 풀린다면 제가 선배님께 술을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나라면 군인 월급으로 뭘 사겠나? 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렇게 말을 한다면 자네 체면이 있겠지. 알아서 하게나.”
-예!-
결국 병주에게 온 전화는 이 대답을 끝으로 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진다. 하지만 병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에 시선을 두고 한숨을 내쉰다.
“휴우... 일이 어찌 이렇게 돌아가나?”
그 때, 방 안에서 누군가 들어간다. 병주는 고개를 내려 문 쪽을 살펴보니 전속부관 김장표 중위였다. 예전 전속부관 이단일 중위의 경우는 2달 전에 승진과 동시에 타 사단 중대장으로 부임한 지라 새로운 전속부관으로 그가 왔다. 전속부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병주의 절친한 부하이자 후배인 고호윤 중령의 소개로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김장표 중위는 병주를 보더니 한 마디 말을 한다.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참으로 패기있고, 좋군. 자 받게나.”
병주는 김장표 중위에게 자신의 책상 위에 처리한 서류들을 그에게 건네주며 한 마디 말한다.
“서류 윗부분에 어디로 제출하라는지 써져 있을 거야. 그걸 차례대로 전달해주면 되겠네.”
그 말에 김장표 중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서류들을 가지고, 방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다시 방에 홀로 남게 되자 병주의 얼굴은 참으로 심각하게 돌변한다. 그는 급한 대로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 시도를 한다.
============================ 작품 후기 ============================
4.3 사태는 원역사와 똑같이 처리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이야기를 쓰고 보니까 원역사와 달리 처리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4.3 사태가 원역사와 똑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면 빨리라도 끝냈으면 좋겠습니까?
사실 전 4.3 사태에 대해서 여순사건이 벌어진 이 후 제주도로 파견되는 병주가 확실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제 생각대로 했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면 병주가 확실히 처리하지 못해도 무슨 수를 써든 간에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습니까?
여러분들의 댓글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