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60화 (46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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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5월 20일, 북한의 김일성이 단상에 서서 한 가지 선언을 발표한다.

-북쪽의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에 단전, 단수한다는 남쪽의 정치인들의 결정에 내 김일성은 무척이나 유감을 표시합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이제 잔악한 일제의 압제에 벗어난 지도 3년이 지났습니다. 허나! 저 남쪽의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죽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3년이 지났고, 또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재건의 발돋움을 하고 있는 이 실정에서! 저들은 우리들의 재건을 방해하고자 단전, 단수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입니까?! 3년 전만 하더라도 일제의 압제에 벗어나고자 우리 민족들이 발버둥을 쳤는데, 다 같이 잘 살자고 말을 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전, 단수를 해버리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입니다.

현재 저 무도한 남측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에 우리 인민들은 겨우겨우 가동하고 있는 공장들이 멈춰서고 있고, 어렵사리 이용하고 있는 물들 역시 귀하기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저 냉혹하기 그지없는 남쪽의 사람들은 모두 다 과거를 잊은 모양입니다.

…… 중략 ……

그래서 이 김일성은 우리 인민들을 위해 주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남쪽의 인간들에게 소리치겠습니다. 이 무도하기 그지없는 조치들을 당장 중지하라. 지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민족들을 죽이고자 하는 너희들의 조치는 이미 금수의 영역에 들어섰다.-

TV에서 연신 떠들어 대고 있는 김일성의 모습에 김구와 김규식은 얼굴이 굳어간다. 옆에서 오물오물 고기 한 조각을 먹는 병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볼 뿐이다. 김구는 그런 병윤의 모습에 소리친다.

“지금 음식이 입에 넣어 가는 기분인가? 자네는.”

그 말에 병윤은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놓고, 음식물을 식도에 삼킨 뒤 김구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저런 놈의 말을 깊이 듣는 것입니까?”

김구는 그 말을 하는 병윤의 적대감 어린 말투에 흠흠 기침을 하고는 말한다.

“이번 조치에 대해서 자네의 의중이 들어간 셈인가?”

“전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결정한 것은 우남 할아버지의 결정이 아니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침음을 흘리며 병윤에게 말한다.

“우남이 그럴만한 권리를 손에 넣었는가?”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얼마나 따르는지 잘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일반 대중들과 관료의 입장은 다른 법이니 말입니다.”

“왜 우남이 이런 일에 결정하였는지 알 수 있나?”

“제가 사실을 알아듣기로는 저 쪽에서 전기 사용료와 물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또 쓰기는 얼마나 많이 쓰는지 참.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화딱지가 나서 끊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난 번 사건 때문에 저 이에게 적개심을 품었군.”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TV화면 속 김일성의 연설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비릿하게 웃고는 김구에게 대답한다.

“제 친구의 가족까지 납치하려고 한 인간입니다.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저들은 이미 저에게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턱을 매만지며 병윤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그렇군. 휴우. 알겠네.”

김구는 착잡하다는 얼굴로 TV 화면을 지켜보더니 이내 옆의 사람을 시켜 TV화면의 채널을 돌리도록 했다. 김일성의 연설 화면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쇼 프로그램을 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김구는 이미 TV에 신경을 끈 채 병윤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묻는다.

“그나저나 자네가 밀은 그 장성환이라는 친구 말이야. 어떻게 입장을 정했나?”

병윤은 그 말에 조용히 김구를 지켜보다 대답한다.

“그 사람의 행동은 그가 결정할 사항입니다. 제가 지원을 했을 뿐, 그의 행동은 그가 결정합니다.”

“그 무슨 소리인가? 그냥 지원만 해주고 땡이라는 소리인가?”

“사실 그 사람의 지원에는 제 의사도 있지만 가장 강력하게 제 아버지의 의사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침음을 삼키고는 한숨을 쉬고 말한다.

“알고 보니 이 한반도의 주인은 자네 아버지인가 보군.”

순간 김구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흠칫 거리며 김구의 표정을 바라본다. 병윤 역시 김구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김구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아아. 농담일세. 농담이야.”

병윤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짓고는 김구에게 말한다.

“참으로 간 떨어지는 농담이었습니다.”

“진담으로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김구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오만하다 한들 앞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감히 그렇게 하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싱긋 미소를 짓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우리들에게는 달콤한 말이겠지만 그건 다시 말하면 야심은 차후에 미뤄두겠다는 말이군.”

“제 나이 이제 23살입니다. 아직까지 정치의 영역에 발을 뻗기에는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쓰게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정치와 나이는 관계가 없네.”

“그 것보다 멋모르고, 정치하겠다는 애송이들이 더 거슬리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호오. 그 말도 맞는 모양이군. 하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뜻인가?”

“사업에는 나이 없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김구는 자신 앞에 있는 그릇 위에 놓인 사과를 젓가락으로 찍어 자신의 입에 가져다 우물우물 거리고는 이내 꿀꺽 삼킨 뒤 병윤에게 말한다.

“이제 슬슬 나도 도전을 해봐야겠지.”

병윤은 흠칫 김구의 얼굴을 쳐다보며 묻는다.

“도전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

“후후. 내가 우남 형님에게 밀리는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겠지.”

김구의 말에 김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킨다. 그 때, 김규식이 김구를 향해 말한다.

“백범 형님.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뭐를 말인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통일 사업회를 말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턱을 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이미 북한 쪽의 진심을 듣지 않았는가? 슬슬 그 사업도 접어들어야겠지.”

김규식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말한다.

“형님만큼은 그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사람은 현실에 변하지. 저 쪽이 태도를 결정했으면 우리 역시 마땅히 태도를 결정할 수밖에 없어.”

“그 것보다 우남이 이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쓰게 웃으며 말한다.

“우남 형님은 경쟁자를 제거하는데 앞장서겠지. 자신의 동료라고 하더라도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지 칼을 겨누는 사람이야.”

“글쎄요. 아무리 우남이라고 한들 형님에게 타협을 하지 않겠습니까?”

“뭐라고 타협을 하겠나?”

“국무총리 직을 주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납득이 가는 듯 안경을 바로 고쳐 쓴다.

“그럴 수도 있겠군.”

“우남 역시 형님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일 것입니다.”

“험험. 그렇게 되나. 그 것보다 자네는 어떻게 입장을 결정할 생각인가?”

그렇게 말하는 김구의 시선에는 어느새 병윤에게 꽂혀 있었다. 병윤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김구에게 대답한다.

“저야 별 일이 있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혀를 차며 병윤에게 말한다.

“자네만큼 속 편한 인간이 없겠군. 나나 우남 형님에게 둘 다 동시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저야 장사치 아니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하기야 자네 이익에 자네가 결정하겠지. 그나저나 자네를 포함해 자네 형제들이 제주도 쪽에 시선을 둔다고 하더군.”

“별 거 없습니다. 그 쪽에서 뻗친 그물이 우리들을 옭아맬 뿐입니다.”

“허참. 쯧쯧. 그런 일에는 이미 관심을 두지 않고, 피해가야 하는 법 모르는가? 정의 놀이가 하고 싶은가?”

병윤은 그 말에 흠흠 기침을 하면서 김구에게 대답한다.

“선생님의 시선에서 정의 놀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이 것 하나만큼은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사상이든 어떤 이념이든 신념이 되었든 간에 적어도 거기에는 인정이 필요합니다.”

“......”

“정의 놀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전 솔직히 더러운 일을 막고 싶을 뿐입니다.”

그 말에 김구는 병윤을 쳐다본다.

“우남 형님이 이 말을 들었다면 격분하고도 남았으려나...”

김규식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남 형님께는 그 동북청년단 인원들을 팽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흠...”

김구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병윤 역시 아까 멈춘 젓가락질을 다시 시작한다.

1948년 6월 5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 서기장실, 방 안에 책상에 자리를 잡은 스탈린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심복 베리야를 쳐다보고는 말한다.

“서 베를린을 봉쇄하자는 것인가?”

“예. 서방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또 우리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일입니다.”

“흐음...”

스탈린은 서류를 보고는 생각에 잠긴다. 현재 베를린은 동독 내부에 있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베를린을 독일 전체를 쪼개듯 쪼갠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영역과 소련 영역으로 말이다. 스탈린은 베리야를 보면서 말한다.

“봉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쪽에서 물자들을 지원해주다가는...”

베리야는 그 말에 흠흠 기침을 하면서 스탈린에게 말한다.

“물론 그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일단 서독과 동독 간의 경계를 끊는다고 하면 저들 역시 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포함한 기차들까지 끊는다 말인가?”

“예. 거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 베를린에 그만한 물자들을 공수할만한 양은 없을 것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그 외 기타 유럽 국가들이 이제야 전쟁에서 벗어나 재건의 발걸음을 하고 있는데, 굳이 서 베를린에 신경 쓰겠습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콧수염을 만지면서 대답한다.

“그렇군. 말이 되는 군. 알겠네. 그럼...”

스탈린은 곧 인주를 열어 베를린 봉쇄에 대한 서류에 도장을 찍고는 그걸 다시 베리야에게 넘겨준다. 그러다가 스탈린은 베리야를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생각을 해보니. 일본은 어떠한가?”

베리야는 단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일본의 동경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 쪽은 간토 지방으로 둘러싸여서 우리가 봉쇄할 건덕 지도 못 됩니다. 그리고 또 문제점은 동경은 바다와 상당히 가깝습니다.”

현재 일본은 완벽하게 나뉘어졌다. 혼슈의 도호쿠 지방과 다른 지방과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독일의 상황과 다르게 일본의 수도 동경은 현재 미국의 영역 안에 완벽히 들어와 있었다. 스탈린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콧수염을 만지고는 베리야에게 말한다.

“그럼 일본 쪽은 압박할 방법이 없는가?”

“동유럽에 진출한 군대들을 극동 쪽에 돌리겠습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콧수염을 만지는 손을 우뚝 멈춘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며 베리야에게 말한다.

“잘 말해주었군. 혹여 모르니 한 번 동 일본에 주둔 중인 소련군사령관에게 한 번 서 일본 쪽을 찔러보라고 지시하게나.”

“성동격서이군요.”

“그래. 아무리 미국이라도 유럽과 극동 쪽이 동시에 신경 쓰기는 어려울 터이지. 그나저나...”

스탈린은 얼굴을 찡그리고는 베리야를 향해 묻는다.

“그 모택동 쪽이 지원을 많이 요청하는군.”

“아무래도 중국 쪽에 정예화 된 군사가 많지 않습니까? 아무리 모택동이라 한들 그 쪽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말에 스탈린은 흐흐 웃으면서 베리야에게 말한다.

“아주 잘 됐군. 모택동이 상당히 우리 신경을 많이 거스르지 않았던가?”

“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지원 요청에 대해서는 거절을...”

스탈린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그건 아니지. 일단 보내줘. 거의 폐기에 가까운 PPSH 기관단총이 있지 않나? 그거라도 보내주라고. 그냥 보관하기에는 비용이 들었는데. 잘 되었군.”

베리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래. 아참 모택동에게 그 것들을 넘겨주면서 나의 한 마디를 전하게나. 자네의 꿈을 기원하겠다고 말이야.”

베리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반드시 서기장의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베리야는 스탈린에게 공손히 인사하고는 자신의 할 일을 하러간다. 방 안에 홀로 남은 스탈린은 자신의 카이저 콧수염을 아까처럼 만지면서 이내 서류에 집중하더니 이내 그만두고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 것보다 잠깐. 뭔가 위화감이 드는 군.’

스탈린이 위화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은 아무래도 베를린 봉쇄 쪽이었다. 비록 자신이 결제를 하였지만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일을 하느라 신경이 무척이나 예민해졌군.’

스탈린은 곧 아무 일도 아니겠지 하면서 위화감을 애써 무시한다.

============================ 작품 후기 ============================

아직까지 천조국을 깨닫지 못한 스탈린...

이제 2연참이다! 2연참만 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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