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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6월 18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실,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벌떡 일어서서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
“그게 사실인가? 지금 소련이 서독의 모든 물자 진입을 봉쇄했다고?!”
루스벨트 대통령 앞에 서 있는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예! 그렇습니다. 각하! 현재 소련은 모든 물자들을 서 베를린으로 운송하는 것을 불허한다고 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성에게 묻는다.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서 베를린에서 마르크화가 유통된다는 것을 이유로 삼고 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말에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떠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자 운송을 거부한다고 한다면...”
“서 베를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아사할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말에 벌떡 일어서서 말한다.
“제길. 그런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하네. 외교 채널을 총 동원하여 소련의 행동을 압박하고, 또 그 쪽으로 물자를 보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빨리.”
대통령 앞에 있는 남성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급히 대답한다.
“예.. 예! 대통령 각하!”
곧 남성은 부리나케 방 밖으로 나가 대통령이 말한 명령을 수행하러 간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홀로 방 안에 남아 의자에 기대더니 한 마디 중얼거린다.
“이 무슨 고생인가? 이 임기 막바지에...”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더더욱 골치가 아파온다. 어찌 자신의 임기 내는 그냥 급히 출렁거리는 파도와도 같은 모양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숨을 푹 쉬고는 생각한다.
‘소련의 의중을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루스벨트 눈에는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한편, 영국의 수상관저 역시 미국의 백악관처럼 어수선했다. 수상 클레멘트 애틀리는 큰 골치라는 표정으로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에게 말한다.
“그게 정말인가? 소련이 서 베를린에 대한 봉쇄조치를 취했다고?”
그 말에 애틀리 수상을 바라보는 영국 외무장관 어네스트 베빈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현재 소련의 외무장관이 그렇게 발표합니다. 서 베를린에 대한 모든 운송을 통제한다고 말입니다.”
애틀리 수상은 그 말에 이빨을 갈았다.
“이런 제기랄...”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애틀리 수상은 어네스트 베빈 외무장관을 보고 한 마디 묻는다.
“혹여나 방법이 없겠나?”
베빈 외무장관은 고개를 저으면서 애틀리 수상에게 말한다.
“우리 영국의 재건에 쓰일 물자들도 부족한 상황에서 서 베를린에 보탤 물자들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보낸다한들 소련에 다 뺏길 것입니다.”
애틀리 수상은 침음을 흘리며 일단 베빈 외무장관을 쳐다보고 대답한다.
“일단 이렇게 발표하게나. 우리 대영제국은 어떠한 방법을 강구해서든 서 베를린 봉쇄 조치에 대해 반대를 하고, 또 서 베를린의 물자 운송을 할 것이라고 말이야.”
베빈 외무장관은 그 말에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수상 각하. 그렇게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애틀리 수상은 한숨을 푹 쉬고는 일단 베빈 외무장관을 물리고는 방 안에 홀로 남아 생각을 한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냐는 말인가?’
재건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지금 이 상황에 대처하기에 부족한 지금의 현실에 애틀리 수상은 무력감을 느낀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생각한다.
‘일단 할 수 있는 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애틀리 수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생각을 궁리한다.
이번 베를린 봉쇄 조치에 대해서 각 유럽 국가는 꽤나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유럽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소련의 야욕에 대해서도 어느 한 분면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한편, 아시아 극동 서 일본 역시 난리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서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GHQ 사령관인 더글라스 맥아더는 눈에 띄게 얼굴이 굳어진다.
“그게 사실인가? 지금 동일본에 주둔 중인 소련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그 말에 맥아더 앞에 있는 군복을 입은 남성이 불안한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현 시각에 소련의 한 개 여단 규모이지만 기계화 사단이 전진 배치되었습니다.”
맥아더는 그 말에 자신이 물고 있던 옥수수 파이프 대를 잠시 내려놓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 마디 말한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현재 소련군의 행동에 대해 대처할 부대가 있는가?”
“미 8군 사령관인 월튼 워커 중장을 연결시켜 드릴까요?”
맥아더 사령관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한다.
“아니야. 내가 한 번 직접 전화 연결을 하겠네.”
그렇게 말한 맥아더 사령관은 자신 앞에서 보고한 남성을 물리고는 곧바로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연락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기는 미 8군 사령부인...-
“아. 여기는 GHQ 사령관인 더글라스 맥아더이다. 현재 월튼 워커 중장은 안에 있는가?”
-연락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기다린 맥아더 사령관의 귓가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 바꿨습니다. 미 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워커 중장. 지금 큰 일 났네.”
-큰 일? 무슨 큰 일입니까?-
“지금 자네에게 보고가 아직 안 왔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습니까?-
“제길. 아직 거기까지 소식이 안 나왔군. 현재 동 일본에 주둔 중인 소련군 기계화 여단 하나가 서 일본 - 동 일본 경계 쪽에 전진 배치했다는 보고가 왔네.”
순간 맥아더 사령관의 귓가에 워커 중장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그 빨갱이 녀석들이 무슨 속셈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 쪽에서 한 개 기계화 여단을 전진 배치시켰으니 우리 역시 그에 대응하고자 하는 병력이 필요해.”
-으음... 저 쪽은 기계화 부대라고 하셨습니가?-
워커 중장의 말 속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든 맥아더 사령관은 자동적으로 얼굴이 찌푸려지며 워커 중장에게 묻는다.
“혹시 대응할 병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에 전화기 너머 워커 중장의 한숨 어린 말투가 들린다.
-지금 골치가 아프게도 현재 우리 쪽에는 해병대는 있어도 기계화 부대는 없습니다.-
“뭐야?! 그게 사실이야!?”
-현재 우리 쪽에는 해병대와 주둔군이 전부입니다. 미 본토 쪽에서 군비를 축소시킨다고 하는 바람에 원래 가지고 있던 기계화 부대를 해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제기랄! 그럼 저 쪽의 행동을 눈에 뻔히 보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럼. 전력은...”
-휴우. 이런 말씀을 드리기 송구하지만 우리 쪽은 보병 사단이나 해병대가 전부입니다. 기계화 사단이 주둔한 곳은 한반도쪽에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거기는 또 왜 그렇게 배치를 했지?”
-아무래도 그 쪽은 내륙 쪽으로 공산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편이라서 제 윗대가리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습니다.-
“으음. 알겠네. 미안하이.”
-저도 답답합니다. 저 머리에 똥만 찬 의회 녀석들이 그저 예산 아깝다고, 무작정 군비를 축소시키니까 이런 좆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아 알았어. 끊게나.”
일부로 뚝 끊은 맥아더 사령관은 지금 속내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이내 다시 송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연결을 시도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여기는 한반도 미군정 사령관인 웨드마이어 중장이다. 귀하는 누구인가?-
“귀하는 누구? 흠 흠. 나 GHQ 사령관 맥아더 더글라스요.”
맥아더 사령관이 신분을 밝히자 전화기 너머 상대방의 말투가 바뀐다.
-죄송합니다. 맥아더 사령관이십니까?-
“그렇다네. 지금 그 쪽에는 보고가 안 들어왔겠지?”
-지금 이 쪽에 벌어진 일만 하더라도 정신이 아예 없습니다.-
“쯧. 농담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 쪽에 기계화 부대가 있는가?”
-기계화 부대라면? 전차와 장갑차를 가진 혼합 부대를 말씀하십니까?-
“그래. 지금 이 쪽에 긴급히 필요해서 말이야.”
-무슨 일이라도 발생했습니까?-
“지금 이 시각에 동 일본 소련 기계화 여단이 경계 쪽으로 전진 배치를 하였네. 그에 대응하고자 기동 방어 부대가 필요해.”
-으음. GHQ 쪽에는 경계를 막을만한 병력이 없습니까?-
“내가 그럴 병력이 있으면 자네에게 전화를 했겠나?!”
-알겠습니다. 일단 될 수 있는 대로 한 개 기계화사단을 그 쪽으로 보내겠습니다.-
“한 개 기계화사단? 그 쪽에 그런 병력이 있었나?”
-아시다시피 한반도 쪽에 공산국가와 맞닿아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소련 국경과 상당히 가까워서 더더욱 배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한반도 쪽에 군비 예산은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제길. 내가 오죽하면 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장비들로 그런 부대를 만들었습니까?! 의회 놈들에게 뭐라고 욕을 퍼붓고 싶습니다.-
“으음...”
-솔직히 그 쪽에서 자조하기로는 엉터리 기계화 부대라고 칭하긴 하지만 일단 그거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
“엉터리 기계화 부대?”
-한반도에 군수물자들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구입한 장비들로 만들어진 기계화 부대입니다.-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군. 휴우 알겠네. 그거 하나라도 보내주게나.”
-예... 예...-
그렇게 더글라스 맥아더 사령관은 미군정 웨드마이어 중장과의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미 본토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연락을 취한다.
한편, 맥아더 사령관과 연락을 한 웨드마이어 중장은 송수화기를 제자리에 갖다 대고,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을 짓는다. 앞에 서 있는 딘 군정장관이 그를 보고 묻는다.
“무슨 일이라도 발생했습니까?”
웨드마이어 중장은 딘 군정장관을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미군정에 보유 중인 3개 사단 중 기계화 사단을 일본 쪽에 보내라는 맥아더 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네.”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동 일본에 주둔중인 소련 기계화 여단이 전진 배치하였다고 우리 쪽 병력을 빼돌릴 셈이지.”
“일단 본국에 연락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딘 군정장관의 말에 웨드마이어 중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명목상 미군정은 GHQ 사령부의 아래에 있네. 실질적으로 국무부의 명령을 듣지만 군 지휘에 관해서 저 쪽에 가지고 있어. 또 미 의회 쪽에서는 일본을 중시하겠지. 여기를 중시하겠나?”
“으음... 어쩔 수가 없겠군요.”
“현재 그 엉터리 기계화 사단을 이끌고 있는 사단장은 누구지?”
“아멜 애버튼 소장입니다.”
“애버튼 소장?”
“예. 원래는 유럽 쪽에서 활약하던 친구였는데, 재작년에 여기에 부임했습니다.”
“아. 그렇군. 내 깜빡 잊고 있었어.”
그렇게 말한 웨드마이어 중장은 곧바로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기는 제 11기계화 사단의 사단장 아멜 애버튼 소장입니다.-
“난 이 미군정 사령관인 웨드마이어라고 하네.”
자신을 소개하자 전화기 너머 들리는 말투가 확 바뀐다.
-어쩐 일로 여기에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아 급히 자네의 부대가 파견 보낼 일이 생겨서 그렇다네.”
-파견이라면?-
“서 일본의 GHQ 맥아더 사령관이 이 쪽으로 기계화 사단을 보내달라고 해서 말이야.”
-으음... 이 엉터리 기계화 사단으로 말입니까?-
“자네들이 광복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장비들을 전량 이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엉터리라는 말을 하기에는...”
-하하. 그건 그냥 농담이지 않습니까? 일단 우리 쪽에 배치된 장비들은 전부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우리 쪽에 붙여진 별명들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렇군. 일단 그 쪽으로 파견갈 수 있는가?”
-그야 물론입니다. 일단 우리 사단 병력들이 주둔할 건물들이 있으면...-
“그 쪽 문제는 GHQ 사령부에 문의해보게나.”
-으음. 그렇다면 장비면에서는...-
“그거야 수리할 장비들을 한반도 쪽에 다시 보내고 교체하면 될 일 아닌가?”
-하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파견준비를 해야 합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말에 전화기 너머 상대방이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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