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65화 (46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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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이 박사는 ‘김추용’에 대해 집중을 하다가 이내 다시 김구에게 묻는다.

“내 동생의 말을 들어준다고 하였으니 상공부에 이 사람을 선정할 생각이기는 한데. 흠. 일단 이 신상명세서에 나온 내용대로 가면 적절하지만 역시 그에 대해서 잘 모르겠군. 설명을 조금 해주겠나?”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그는 현재 경성에서 사업을 벌이는 사업가이자 동시에 중국군정의 경제 고문이기도 합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자신 앞에 있는 신상명세서에 집중을 하더니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김구에게 말한다.

“꽤 재밌는 사람이군. 그런데 자네와의 인연은 어떻게 된 건가?”

“예전 해방 전, 중국에 있을 때, 우리 임시정부를 후원해준 사업가입니다.”

“임시 정부의 자금 지원은 그가 대다수 한 것으로 아는데...”

“그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김추용’ 이 사람 역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거기에 산업과 경제에 대한 식견 역시 그리 만만치 않은 사람입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김구를 쳐다보며 말한다.

“흠... 동협 그룹과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인가?”

김구는 그 말에 잠시 이 박사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중국에 있을 때, 그가 말하기를 병윤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또 현재는 사업상 동협 그룹과 협력 관계에 놓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흠. 어째 자네가 선정한 사람들 중에는 길씨 형제들의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이 없어.”

김구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이 박사에게 말한다.

“그들의 영향력이 배제된 사람들 중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 박사는 김구의 그 말에 깊이 공감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켰군. 그들에 대한 견제 세력을 만들어야. 그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군.”

김구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킨다. 그들을 견제한다라... 아니 그 것보다 그들을 견제하겠다고 손수 나서는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 박사는 김구의 표정을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자네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형님께서 그들을 괜히 적으로 돌렸다가 큰 곤란을 당할까봐 그렇습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흠칫 얼굴을 굳힌다.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은 맹렬히 돌아간다. 이후 이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헛말이 나왔군. 내 말을 잊어주게나.”

“내 형님을 위해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그들에 대해서 적으로 삼으면 곤란하다는 사실입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손사레를 치면서 대답한다.

“아까 방금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헛말이 나왔다고 말이지. 휴우... 나도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군.”

김구는 이 박사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이 박사는 그런 김구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야 그 형제들 중 큰 형만을 알고 있어서 그러는데, 자네는 그 병윤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군.”

김구는 그 말에 얼굴이 굳으면서 이 박사에게 말한다.

“그 녀석은 그리 순순히 당할 아이가 아닙니다.”

“순순히 당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김구는 이 박사를 응시한 채로 바라보며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 녀석이 그 거대한 중국 대륙에 그 거대한 중경 공단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으음... 조금 궁금하군. 설명을 해주겠나?”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박사에게 중국에 있을 당시의 병윤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시시각각 변해가는 이 박사와 그 주위의 측근들 얼굴이 굳어져간다. 이 박사는 설명을 다 듣고, 결국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으음... 그 녀석... 적어도 자기 것을 지킬 줄은 아는 아이인 것 같군.”

“예. 정치, 또 모략에 대해서도 팽팽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입니다. 그리고 또 상대를 가지고 놀아버린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지고 논다라. 한 마디로 맹수가 사냥감을 가지고 놀다가 잡아먹는다는 뜻인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군요.”

“......”

김구는 이 박사를 응시한 채로 한숨을 짓고는 한 마디 말한다.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는 편이 좋겠군요. 괜히 건드리다가는 오히려 잡아먹히게 만드는 인간입니다.”

“흐음. 골치군. 그렇다면 그 녀석이 괜히 난리를 친다면...”

“적어도 자기 분수는 잘 알고 있는 아이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기야. 그렇겠군.”

이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의 말에 동의한다. 이 후에도 정식 정부 내각에 대해 한창 토론하며 시간을 보내다 이내 모든 이야기를 거의 끝마쳤다. 이 박사, 김구 두 사람 모두 꽤 긴 토론을 하느라 얼굴에 지친 것이 눈에 보였다. 이 박사는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으음. 이제야 끝냈군.”

“휴우. 맞는 말씀입니다. 국가 기틀을 만드는 것이 예상외로 힘든 일입니다.”

“좋아. 이번 큰 거래에 대해서 자네의 뜻을 존중해주지.”

“대통령 선거에 대해 제가 형님을 전적으로 밀어드리겠습니다.”

이 박사는 김구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자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내 든든하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 있군.”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김구의 그 물음에 이 박사는 바로 대답한다.

“한국민주당.”

“아. 한민당이라면. 으음. 형님의 입장 상 꽤 골치가 아프게 생겼군요.”

“그래. 자네와의 결합을 추진하기 전에 발을 맞추던 세력이었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역시 그들을 내칠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말하는 이 박사의 눈빛은 매우 진지하고, 또 날카로웠다. 김구는 그런 이 박사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다. 이 박사는 그런 김구를 보고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후후. 정치란. 때로는 아주 비정한 법이지. 어차피 미국 측에서 봉건적인 농업 구조를 개혁하라고 말들이 나왔으니. 지주 층들을 날려버릴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된다면...”

“내가 꽤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는데. 자네가 잘 아는 동협 그룹 측에서 꽤나 신기한 기술들이 개발되었다고 하더군. 이른바 적층 농업이라 뭐라나.”

김구는 그 말에 흠칫 얼굴이 굳어지며 한 마디 말한다.

“적층 농업이라면. 저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문제점이 있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공개를 할 생각이라고 그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과연 문제점이 있어서 그럴까? 내 생각에는 아마 지주층과 또 소작농 문제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생각을 해보게나.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적층 농업 방식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김구는 그 말에 손가락으로 턱을 집고는 생각에 빠지다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놀라며 한 마디 말한다.

“설마... 그래서... 차일피일 뒤로 미루는 것인가?”

“자네도 눈치 채는 것이 있군.”

“이미 완성이 된 시점에서 발표를 미뤄두는 것은 흠. 이 상황에서 발을 담그기 싫다는 의중이겠군요. 쯧. 약아빠진 녀석 같으리라고.”

이 박사는 그 말에 큭큭 웃으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나나 자네나 그 녀석에게 돈을 받으니 이제 그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는가?”

“흠... 그 것도 그렇겠습니다. 농림부에 그 죽산(조봉암의 호)을 선정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겠군요.”

“그래. 조금 나와는 안 맞는 자이지만 지주층들을 날려버리기에는 적합한 인물이지. 더군다나 부담 없는 것은 지주층들 사이에서 떠도는 분위기들이 지주에서 사업가로 갈아타자는 입장이니 말이야.”

“호오. 그래서.”

“농지 개혁이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 바라온 것이니 민심 잡기에는 그만한 일이 없지 않겠나? 큰일에는 작은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이 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린다.

1948년 6월 27일, 독일 서부 니더작센주 하노버의 한 공군기지, 그 곳에서 미군 군복을 갖춘 한 사람이 짐들을 옮기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본다. 그 옆에는 영국군 군복을 갖춘 한 사람이 흠흠 거리며 그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여기서 그 공수작전을 실시할 생각입니까?”

그 물음에 미군 군복을 입은 사람은 과묵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무래도 서 베를린에서 가장 가까운 공군기지이자 또 미국,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모이는 물자들을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으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대답에 영국군 군복을 입은 사람은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으음. 그런데 활주로를 사용하는 것보다 그 ‘블랙 팔콘’들을 전적으로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말에 과묵한 얼굴의 사람이 말한다.

“수송기들도 이용할 생각입니다. 다만 ‘블랙 팔콘’은 활주로가 필요 없으니 이번 공수 작전에 주로 선정된 것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과묵한 표정의 사람은 영국군 군복을 갖춘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빨갱이 녀석들이 서 베를린을 가뒀다면 우리는 하늘로 그 장벽을 뚫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군 군복을 갖춘 사람은 그 말에 기가 질린다는 얼굴을 짓는다. 이번 소련의 베를린 봉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정한 미국의 방법은 매우 단순하고도 또 특정한 조건이 필요했다. ‘서 베를린 무제한 공수 작전’이라고 명명되는 이 작전은 대규모의 ‘블랙 팔콘’들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무려 1000여대나 달하는 ‘블랙 팔콘’들을 동원하여 서 베를린에 필요로 하는 물자들을 공수하는 것이었다.

공군기지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블랙 팔콘’을 본 과묵한 표정의 사나이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속으로 생각한다.

‘이럴 때, 이런 물건이 나와 주니 다행인가?’

거대한 수송기와 맞먹는 적재량과 또 속력, 항속시간을 자랑하는 괴물 중에 괴물이라고 말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활주로를 필요치 않으니 지형에 상관없이 공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르메이 장군에게 있어서 이 ‘블랙 팔콘’을 보며 한 가지 불만이라는 점은 역시 그 것밖에 없었다.

‘쯧. 이런 물건이 미국 본토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그 극동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이라니. 하아...’

르메이 장군은 백악관에서 ‘블랙 팔콘’을 주로 이용하여 공수 작전에 이용하자고 주장한 만큼 ‘블랙 팔콘’들에 대해서 또 그 것들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회사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을 그 때, 르메이 장군이 쳐다보는 ‘블랙 팔콘’ 곧 양 옆에 달린 날개 안 덕티드 팬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곧 제자리에서 부상하기 시작한다. 영국군 군복을 갖춘 사람이 이 모습을 보고 르메이 장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약 100피트(30m)의 거대한 물체가 제자리에서 비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하니. 왜 우리 본국에는 저런 물건이 없나는 생각이 듭니다.”

르메이 장군은 그 말에 심란한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뭐 이 걸 만드는 회사는 떼돈을 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영국군 군복을 입은 사람이 흠흠 거리며 대답한다.

“부럽군요. 그 회사.”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부상한 ‘블랙 팔콘’은 곧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 것 하나 뿐만이 아니라 수 백 대의 ‘블랙 팔콘’들이 동시에 이륙하여 비행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장관으로 다가왔다. 저 수 백 대의 헬기들은 곧바로 서 베를린에 향한 뒤 착륙한 후 곧바로 물자들을 운송할 것이다.

같은 시각,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 서기장실에는 꽤나 심각한 분위기가 흘러 들어간다. 서기장 스탈린은 이 보고를 보고는 속에는 심한 분노를 느끼지만 겉으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미국이 주축으로 그 ‘블랙 팔콘’인가 하는 헬기로 봉쇄한 서 베를린에 지속적으로 물자들을 운송하고 있다고?”

그 말에 서기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면목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그... 그렇습니다. 서기장 각하...”

스탈린은 그 말에 ‘끄응’ 곤란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대처 방법은 없는가?”

“아무리 저들에게 위협적으로 말을 한다한들. 듣지 않을 것입니다.”

“쯧. 제길. 그렇다고 그 ‘블랙 팔콘’들을 비행기로 이용해 추락시킬 수가 없고. 진퇴양난이군.”

그 말에 스탈린 앞에 서 있는 남성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스탈린은 속으로 분노가 차오르지만 지금 앞에 있는 남성을 뭐라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대신 오기에 찬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

스탈린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의 앞에 선 남성은 한 마디 되묻는다.

“네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서기장 각하.”

그 말에 스탈린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답한다.

“알 거 없네. 봉쇄는 그대로 유지한다. 누가 한계를 맞이하는지 치킨 게임을 벌이는 것도 꽤나 좋겠군.”

그 말에 그는 흠칫 놀라다 이내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래. 나가보고, 또 몰로토프를 불러보게.”

그 말에 그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렇게 말한 그는 스탈린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홀로 방 안에 남은 스탈린은 검지로 책상을 툭 툭 튕기며 생각에 잠긴다.

‘흐음. 내가 괜히 그런 지시를 내렸나? 아니야. 우리가 손해볼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한 스탈린은 곧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살펴보고, 결제하기 시작한다. 몰로토프가 올 때까지 스탈린은 밀린 서류들을 처리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스탈린에게 인사한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서기장 동무.”

“그래. 내 할 말이 있어서 자네를 불렀어.”

“무슨 말씀인지 들어보겠습니다. 동무.”

스탈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할 말을 꺼낼 준비를 한다.

============================ 작품 후기 ============================

원 역사에서는 이 박사의 세력들은 한민당과 공조 체계를 갖춘 후 내각을 임명할 시점에 이 박사가 그들을 배신하고 쫓아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한민당을 날려보낼 때 썼던 방법이 바로 농지개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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