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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스탈린은 몰로토프 외무장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한다.
“자네가 지난번에 입안한 동구권 지원 방안에 대해서 말이야.”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긴장된 얼굴을 지으며 스탈린의 입에 집중한다. 그의 속은 지금 혹시 자신이 입안한 계획이 잘못 되어서 숙청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는지 스탈린에게 들린 목소리는 다른 의도였다.
“동구권 지원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진행한 상태인지 물어보고 싶네.”
그 말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곧바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입안한 계획이었으니 그 계획의 진행 상태에 대해서는 당연히 꾀고 있었기에 그의 설명은 자신만만했다.
“대전 직후 우리의 영향력에 들어선 동유럽 국가들은 현재 공산주의 집권 하에 재건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 소련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일단 교통기반을 만들고, 또 필요한 중장비를 대여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흐음’ 소리를 내고는 몰로토프 외무장관을 쳐다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이번에 자네의 귀에도 한 가지 소식이 들렸을 거야.”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설명하다 말고, 침을 꿀꺽 삼키며 스탈린의 얼굴을 바라본다. 스탈린은 그의 모습을 무미건조하게 쳐다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오늘 서 베를린 봉쇄 건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서 유럽 세력들이 행동을 개시하였네.”
“행동을 개시했다는 말은 아무래도 그 쪽에서 공수작전을 실시했다는 말입니까?”
스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로토프 외무장관에게 말한다.
“잘 알고 있군. 육상으로 봉쇄하니 그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중을 통해 생필품들을 낙하시키고 있네.”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 것들을 건드린다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겠군요.”
“그래. 그렇지. 대전이 끝난 지 3년 정도 지났네. 사소한 오해로 또 대전을 지속하는 일은 없어야 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자존심을 순순히 접어들 수는 없는 일이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말에 한창 생각을 하더니 스탈린에게 말한다.
“만약 그 공수작전에 동원되는 기체들을 가지고 한 번 트집을 잡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스탈린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뭐로 트집을 잡을 거지?”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그 물음에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만약 그 공수작전에 동원되는 기체에 기관총을 비롯한 무기들이 달려 있다면. 웬만큼 트집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 쪽에서도 그걸 모를 리는 없을 거야.”
스탈린의 말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으음’ 침음을 흘린다. 듣고 보니 그럴 수 있었다. 소련 쪽에서도 전쟁이 터질까 고심하고 있다면 저 쪽 역시 전쟁이 터질까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소련에서도 미국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게 조심한다면 저 쪽 역시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동을 제지시킬 만한 방법은 없습니다. 약하게는 우리 동맹국의 방공을 침범한다고 항의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것 역시 서 베를린 시민들의 지원하는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답변한다면 그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쯧’ 혀 차는 소리를 내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군. 그럼 그냥 그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군. 그건 그렇고, 이번 서구권 지원 방안을 보고는 뭔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네. 그 것이 지금 자네를 부른 이유야.”
“말씀해 보십시오.”
“아까 공수작전에 동원되는 기체들 중에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헬리콥터라는 물건도 이용한다고 들었네.”
“아. 그거라면...”
“그래. 팔레스타인 쪽에 발생된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유태인 국가가 그 ‘블랙 팔콘’이라는 헬기로 보급을 한다고 들었네.”
“무슨 말씀을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입안한 동구권 지원 방안에 대해서 그 ‘블랙 팔콘’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방법에 대해 찾으라는 것입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그건 아니지. 현재 그 ‘블랙 팔콘’에 근접한 헬기의 개발에 성공하였는가?”
그 물음에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 건에 대해서 전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아마 그 것에 대해선 베리야 정보국 장관이 잘 알 것 같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자신의 카이저 콧수염을 만지며 말한다.
“그럴 수 있겠군. 알았네. 자네는 일을 하러 나가보게나.”
“예. 서기장 각하.”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스탈린에게 그렇게 인사하고는 곧바로 방 밖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홀로 남은 스탈린은 곧바로 책상 위에 있는 전화의 송수화기를 들어 베리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여기는...-
“베리야 안에 있지?”
-아! 서기장 각하님이시군요. 현재 장관님은 안에 계십니다.-
“그럼 이 쪽으로 오라고 전달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 연락이 끊어지자 스탈린은 자신의 카이저 콧수염을 만지며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소련 군복을 입은 한 사나이가 스탈린이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한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서기장 동무.”
스탈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베리야에게 말한다.
“지난번에 내가 자네에게 말한 것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야.”
“지난번에 지시한 것들 말입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지금 성과를 듣고 싶군.”
“예. 즉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신형 돌격소총 개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게나.”
그 말에 베리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의 기억들을 바로 끄집어내며 스탈린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재 이즈마시 조병창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조가 개발하고 있는 신형 소총 AK-47에 대한 현재 현황에 대해서 이제 완성되었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호오. 완성되었다고?”
베리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예. 그 신형 소총에 대해서 무리 없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 소총에 대해선 내년에 양산할 생각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기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잘 되었군. 현재 돌격소총에 대한 개발 국가는 독일과 또 우리 소련뿐인가?”
“꽤 인지도 있는 국가라면 그렇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제가 파악하기로 또 하나의 돌격소총을 개발한 국가가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얼굴이 굳어지며 베리야에게 묻는다.
“그 곳이 어디지?”
“안타깝게도 미국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는 국가인 남한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콧수염을 만지며 베리야에게 조용히 묻는다.
“그 곳에서 개발한 돌격소총은 어떤 편이지?”
베리야는 그 말에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우리 AK-47과 비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 곳에서 이미 양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능이 우리가 개발한 소총과 비견된다라. 그걸 만든 인간들이 누구인지 딱 보아도 알겠군.”
“예. 현재 남한의 동현대학교에 있는 미스터 송이 개발했다고 합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베리야에게 말한다.
“극동에서 그런 소총이 개발되었다면 남한과 북한 간의 차이점은 더더욱 심해지겠군. 현재 그 소총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나?”
“현재는 남한과 또 중화민국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쯧’ 혀를 차는 소리를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어쩔 수가 없군. 그렇다면 그 우리가 개발한 신형 소총을 극동으로 보내야 하는가? 하아...”
서 유럽에 신경을 쓰는 스탈린에게 있어 지금 극동으로 소련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이 못마땅했다. 베리야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현재 북한 측에서 현대 무기들을 지원해달라고 청원하고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영 골치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쯧. 바보 같은 인간들이군. 지들 주제를 잘 알고 있어야지. 현재 중국 쪽의 상황은 어떤가?”
“그게 일진일퇴입니다. 현재 전선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그 중화민국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편입니다.”
“호오. 그게 무슨 말이지?”
“제가 그 쪽을 살펴보니 중화민국은 현재 내부적으로 썩어서 무너지기 일부 직전입니다. 현재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그 남한 쪽에서 중국 쪽으로 수출하는 물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군은 가을에 중국 국민당군과 대회전을 벌일 생각이라고 합니다.”
“대회전? 그 말은 결판을 낸다는 뜻인가?”
“예. 그들은 이 것에 대해 도박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으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알겠네. 일단 북한 쪽이 무슨 요구를 하든지 간에 무시하고, 중국 쪽에 무게를 두게나.”
베리야는 그 말에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스탈린에게 말한다.
“북한 쪽에서 뭐라고 항의할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겠습니까?”
“흥. 그 쪽을 지원해주다가 그 쪽이 괜한 짓을 벌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중국 쪽의 상황이 결정된다면 북한 쪽을 지원해보겠다고 말을 하게나.”
베리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또 그리고... 내가 몰로토프 외무장관에게 듣기로는 자네가 그 우리 측의 신형 헬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들었네. 그건 어떻게 되었나?”
그 말에 베리야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현재도 그 규소연료 양산 기술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쪽에 쓴 돈만 하더라도 꽤 될 텐데 성과가 없나?”
“현재 파블로프 박사 팀이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전혀 없다고 말을 합니다.”
“파블로프 박사가?”
베리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얼굴의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예.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촉매 면에서 막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으음. 그래서 그 파블로프 박사는 뭐라고 하던가?”
“그가 말하기로는 개발하려면 수 십 년은 더 걸린다고 말을 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양 손을 머리 위로 들고, 그대로 주먹을 쥐더니 책상을 내리치며 감정을 터뜨린다.
-콰앙!-
“그런 말을 하다니. 그 박사 베짱도 좋군.”
베리야는 그 말에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저를 포함한 정보국 직원들이 그를 쪼았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가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대신에 석유를 이용한 헬기의 개발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린다.
“이제야 독립한 한 국가에서는 잘도 그런 연료를 만드는데, 세계에 초강대국인 우리 소련이 그런 연료를 못 만들다니. 우리 소련의 위신도 많이 죽었군.”
그 말에 베리야는 침을 꿀꺽 삼킨다.
“현재 우리 정보국 직원들이 그 남한에 배치되어 정보를 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는 언제까지 캘 생각인가?”
베리야는 그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스탈린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검지로 책상 위를 두들긴다.
“그럼 말을 바꾸지. 통상적인 헬기 개발은 진척되고 있는가?”
“현재 밀 설계국에서 MI-1 하레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럼 그 성능은?”
베리야는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스탈린은 그런 베리야의 표정에 짐짓 화난 목소리로 묻는다.
“한 마디로 말하지. 그 MI-1 하레가 그 ‘블랙 팔콘’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베리야는 그 말에 얼굴이 굳어지며 대답한다.
“서구권에서 개발하고 있는 헬기에 대해선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 ‘블랙 팔콘’에 대해서는 부족하기 그지없습니다.”
스탈린은 콧수염을 만지면서 베리야에게 말한다.
“그럼. 그 것들을 산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겠는가?”
“군사용, 전술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산업용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헬기 같은 경우는 전장도 전장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항속거리가 그 괴물 같은 ‘헬기’보다 못하다는 점입니다.”
“쯧. 좋다 말았군. 그럼 ‘블랙 팔콘’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되었나? 잘 되고 있나?”
“밀 설계국에서 최대한 연구하고 있지만 알다시피 보안 체계 때문에 어렵습니다. 기체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 부분을 분해하려고만 하면 폭발하기 일 수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끄응’ 얼굴을 구기며 말한다.
“빌어먹을. 그 보안 체계의 해체는 언제 이루어지는가?”
“......”
“대답이 없는 것으로 보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군.”
“죄송합니다. 서기장 동무.”
“나가보게나. 일단 헬기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와 나 사이에는 그냥 소총 이야기만 오고 간 것으로 알고 있겠네.”
“서기장 동무를 거듭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스탈린은 그 말을 무시하고는 그저 자신의 콧수염을 만질 뿐이다. 베리야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방 밖으로 빠져 나간다.
============================ 작품 후기 ============================
앞으로 날씨가 선선하니 내일부터는 일일 2연재로 다시 할 예정입니다. 휴우. 빨리 스토리를 진행해서 6.25로 넘어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