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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안재홍과 현철환은 냉커피를 마시면서 시원한 표정을 짓는다. 장성환 역시 손채현이 타준 냉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있던 더위를 달랜다. 안재홍은 슬며시 커피 잔을 다시 제 자리로 내려놓더니 한 마디 말한다.
“역시 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금방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장성환은 그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제 어릴 적시기만 하여도 이렇게 얼음 구경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예. 그렇지요. 하기야 지금 시기에 이렇게 얼음을 접하는 것이 쉬운 일이 될 줄은 상상이야 가겠습니까?”
“하하. 그 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이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얼음을 접하는 것처럼 말이죠.”
안재홍은 냉커피를 마시며 들은 장성환의 말에서 뭔가 뼈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흘러간 시간 따라서 기술은 발전해나갈 것이 분명했다. 이제 해방된 지 3년 만의 일이지만 해방이 기준점으로 세상은 점차 바뀌어 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예전에 라디오 방송으로 들었던 것이 현재 자신의 집에 설치된 TV로 세상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재밌는 연속극이라든지 예능 방송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사람들을 가르쳐주는 교육 방송까지 실시하니 TV라는 물건은 과연 요물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안재홍은 속으로 웃음이 난다.
‘나도 나이가 들었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것들을 거부한다고 하니. 나 역시 이 새로움에 거부감이 들어가는 건가?’
지금 역시 우리 민족만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경성에 전기 줄 없는 노면전차들이 등장하고, 기존의 노면전차들은 그 것들로 교체해나간다. 그걸 몇 달 보고 지내니 오히려 기존의 노면전차들이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다. 집 곳곳 지붕에 전기를 얻을 수 있는 태양 전지들이 놓인 것이 익숙해 보인다. 마치 그게 집의 필수 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여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도 삶도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예전에는 손 병신 팔 병신이라는 단어가 절망을 주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치료할 수 있는 것들로 보인단 말이지. 참으로 사람의 인식이라는 것은 신기하군.’
안재홍은 고정관념이 차츰 바뀌어 나가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재생치료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 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는데 지금은 상식적인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장애라는 것이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불치병이 난치병으로 변하고, 난치병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변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안재홍은 속으로 씁쓸했다.
‘내가 젊을 적에 그런 변화를 보았다면 좋았을 것을 나도 다 노인이 되었군.’
안재홍 자신은 신묘년(서기 1891년)에 태어났으니 지금의 나이로 계산하면 만으로 56세이다. 이제 4년만 지나면 환갑이 될 나이였다. 물론 지금의 나이대도 정치 사회적인 활동을 하기에 정정하다고 자신은 주장하고 싶지만 보통 이시기에 슬슬 자리를 물러나야할 시점이기도 하다.
‘내 기력이 다 떨어져나갈 때까지 나 역시 활동을 계속해야겠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 곳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해나갈 것이다. 젊었을 적에 일본의 대학에 유학을 하여 서구 문명에 대해 경험해보았고, 국가의 독립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뛰어 들었다. 그 신념을 이루고 난 뒤의 일이지만 안재홍은 아직까지 활력이 있었다. 안재홍은 지금 바로 볼 수 있는 변화의 증거이기도 한 냉커피를 입에 가져다 마신다.
그렇게 세 사람이 냉커피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피로를 풀었을 때, 세 사람은 곧바로 빈 잔을 내려놓는다. 손채현은 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며 묻는다.
“냉커피가 마음에 드셨다면 더 내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안재홍은 손 사레를 치며 시선을 손채현에게 둔 채 대답한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 것보다도.”
안재홍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시선을 장성환에게 돌리며 말한다.
“지금의 대접 잘 받았습니다. 이 여름날에도 시원하게 보내니 꽤나 문명의 이기가 가속되는 것 같습니다.”
장성환은 그 말에 안재홍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 것들 전부 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기입니다. 다만 그 욕망은 다시 말해서 양날의 검입니다.”
“양날의 검이라. 하기야 3년 전만 하더라도 그 문명의 이기가 어떻게 사람들을 벌레처럼 쉽게 죽이는지 목도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안재홍의 얼굴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그 때, 현철환이 안재홍에게 한 마디 말한다.
“선생님. 그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제어하기는 어려워도 앞으로의 후손을 위해서도 잘 제어하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자네도 꽤 멋진 말을 하는군.”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안재홍에게 대답한다.
“제가 배운 것은 전부 선생님 덕분입니다.”
“잘 습득한 것 역시 학생의 몫이기도 하지. 하여튼 장성환씨 오늘 이야기와 또 이 냉커피의 대접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성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재홍에게 인사한다.
“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장성환은 현철환, 안재홍 두 사람을 떠나보냈고, 방 안에 남은 손채현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흠. 꽤 까다로운 손님들이 오고 갔군.”
“의원님께서는 두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성환은 그 말에 손채현을 응시하다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저 두 사람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지. 과거라면 내 자신이 귀히 여기고, 고견을 들어야 하는 대상들임에 분명해.”
“그렇다면...”
“저들도 위로 올라갔지만 내가 더 빨리 올라갔기에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거지. 역시 사람 인생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야.”
손채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성환은 손채현의 예쁜 얼굴을 보다 이내 싱긋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를 보아하니 양갓집 규수같은 느낌이 드는군.”
“절 유혹하시는 것입니까?”
“하하. 이 나이를 먹고, 내 딸 뻘 되는 여인에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내가 할 것 같은가? 나는 단지 자네가 좋은 집안의 사람과 만나서 시집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손채현은 그 말에 침묵을 하더니 이내 장성환에게 인사를 하고 대답한다.
“제 혼사에 대해서는 역시 제가 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런가? 흠. 결정하기 어려우면 내가 한 번 알아보려고 했는데 말이지.”
손채현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장성환에게 말한다.
“제가 모시던 회장님도 그런 말씀을 하더군요.”
“병윤이가?”
“회장님은 통상 여자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요.”
장성환은 그 말에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하며 한 마디 대답한다.
“그래 나도 그 것이 답답하다네. 쯧. 이제 홀연히 여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어야할 젊은이가 그런 짓을 안 하다니. 하여튼 남효 그 녀석은 참으로 걱정거리가 많을 것 같아.”
장성환은 그렇게 말하는 말투 속에는 길남효에 대한 편안한 감정이 보인다. 손채현이 듣기로는 지금 자신이 모시고 있는 장성환 국회의원은 예전 회장님의 아버지인 길남효와 어릴 적 같이 지내던 친구 사이라고 했으니 그런 감정이 말 속에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쉴 생각이네.”
장성환의 말에 손채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용건이 생긴다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알겠네. 그만 나가보고, 일 보게나.”
그렇게 장성환은 손채현을 방밖으로 떠나보낸 후, 오늘 하루 있었던 일로 인해 생긴 피로를 풀기 시작한다.
한편, 같이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방금 전만 하여도 장성환과 이야기를 나눴던 안재홍과 현철환이었다. 현철환이 곧 바로 안재홍에게 물어본다.
“장성환 국회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재홍은 그 물음에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적나라하게 말해서 배경 좋은 인물.”
“그 정도입니까?”
“하지만 국회의원 자리가 배경 좋다고 하여 살아남을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지. 짧은 시간 내에 배운 지식들이 눈에 보이는군. 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지.”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재홍의 말에 동의한다.
“저 역시 문경의 시장에 재직하던 중에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역시 모릅니다.”
“그래. 불과 몇 년 사이에 순진한 농부가 노련한 정치가로 바뀌는 희귀한 일도 일어나고 말이지. 그 것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그의 뒤에 있는 배경 덕분이지만 말이야.”
“그런데 선생님. 그 대통령에 대한 자리에 대해 어느 정도 미련이 남아 있습니까?”
안재홍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한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아니 없어. 이미 진실을 알았으니 그에 대해 장단을 맞출 필요는 없겠지.”
“하기야 그렇습니다. 역시 대통령 자리는 그 이 박사가 차지하게 되겠군요.”
안재홍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그래. 그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겠지. 그의 권력욕, 모략, 정치적인 두뇌가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에게도 강력한 호적수가 있기 마련이지.”
“백범을 뜻하는 것입니까?”
안재홍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아마 그가 이미 대통령 자리가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한 것은 아무래도 뭔가 거대한 비밀이 있다는 것이겠지.”
“예.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뭔가 힌트를 던져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힌트라. 흐음...”
안재홍은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는지 조용히 시간을 보냈고, 현철환은 인내심 있게 안재홍의 반응을 기다린다. 시간이 얼마정도 지나니 이내 안재홍은 뭔가 깨달았는지 헉하고 놀란 표정을 갑자기 짓는다. 안재홍은 자신이 생각한 사실이 충격적이었는지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며 간신히 입을 연다.
“그... 그럴 수가...”
“선생님. 무슨 사실이라도 생각 났습니까?”
“생각은 났네. 아무래도 그 두 사람은 야합을 한 듯 싶네.”
“야합이라면?”
“저번에 백범과 우남이 자주 접촉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만날 때마다 야합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 같군.”
“그 두 사람이 힘을 합쳤다는 것입니까?”
안재홍은 그 말에 확신하는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아마 장성환은 그 사실에 대해 이미 대통령 자리는 결정되었다고 말을 했겠지.”
“으음. 그렇군요.”
안재홍은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현철환에게 말한다.
“우남은 백범에게 큰 거래를 한 것 같아. 자신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라고 말을 한 대신에 그에 걸맞은 것들을 백범에게 넘긴 것 같네.”
“대통령 자리에 걸맞은 자리라...”
“물론 백범을 따르는 세력도 있으니 백범에게 툭하고 자리를 넘긴 것은 아닐 거야. 아무래도 차후 구성될 내각의 자리까지 이미 일치감치 정한 것으로 보이지. 지난번 우남과 백범이 자주 자리를 가진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야.”
현철환은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안재홍에게 말한다.
“결국 자리는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된다는 말과 동일하군요.”
안재홍은 허탈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우린 너무 늦은 것인지도 모르지. 허탈하군. 이 것이 현실인가?”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재홍에게 말한다.
“이렇게 된 이상...”
“아니 그들 역시 이 일에 대해 사람들이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방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과 동일하지.”
“그러면 차후의 일을 생각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철환의 말에 안재홍은 허탈한 표정을 지우고, 결연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것이 합당한 방법일 것 같군. 최선책이 안 되면 결국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
안재홍은 그렇게 말을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심각성이 묻어나 있었다. 현철환 역시 그런 안재홍의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 나간다.
1948년 7월 17일, 며칠을 끌었던 헌법에 대한 초안이 겨우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선언에 대해 현재 국회의장이기도 한 우남 이 박사가 연단 위에 설치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 헌법 발표를 선언한다.
“3천만 국민을 대표한 대한민국 국회에서 헌법을 제정하여 3독 토의로 정식 통과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나 이승만은 국회의장의 자격으로 이 간단한 예식으로 서명하고 이 헌법이 우리 국민의 완전한 국법임을 세계에 선포합니다.
지금부터는 우리 전 민족이 고대 전제나 압제정체를 다 타파하고 평등 자유의 공화 적 복리를 누릴 것을 이 헌법이 담보하는 것이니 일반 국민은 이 법률로써 자기 개인 신분 상 자유와 생명 재산의 보호와 또는 국권 국토를 수호하는 것이 헌법을 중히 하며 복종하는데서 생길 것을 각오하는 것이 필요하니 일반 남녀가 각각 이 헌법에 대한 자기직책을 다함으로 자기도 법을 위반하지 말려니와 남들도 법을 위반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할진대 우리 전 민족뿐 아니라 우리 후세 자손이 같은 자유 복리를 누릴 것이니 이날 이때에 우리가 여기서 행하는 일이 영원한 기념일이 될 것을 증명하며 모든 인민이 각각 마음으로 선서하여 잊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이 때에 우리가 한 번 더 함경도의 동포들에게 논물로써 고하고자 하는 바는 아무리 앞으로 쓰라린 중이라도 좀 더 인내해서 하루바삐 기회를 얻어서 남북이 동일한 공작으로 이 헌법의 보호를 동일이 받으며 이 헌법에 대한 직책을 우리 다 같이 분담해서 자유 활동에 부강전진을 같이 누리도록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게 발표한 이 박사의 귀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린다. 또 동시에 이번 발표를 촬영하고자 두 개의 방송국에서 보낸 촬영기사들이 연신 이 박사의 발표 내용을 촬영기 안에 담아낸다. 지금 이 내용들은 TV 생방송을 통해 발표하고 있었고, 나중에 보도 방송을 통해 보도자들이 이 발표의 녹화 방송을 앵무새처럼 틀어줄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지나 이 박사의 발표가 끝이 나자 중앙청 국회의사당에 초청된 음악 연주단이 경쾌한 음악을 틀며 이번 헌법 발표를 축하했고, 그 음악이 끝나자 곧 국회의사당에서는 만세 삼창이 나온다. 이 모든 화면을 TV를 통해 바라보는 길씨 가족들은 몹시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남효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번에 우리 민족만의 국가가 만들어 졌네. 감상이 어떤가?”
그 물음에 병재, 병주, 병윤, 그리고 효순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라를 잃어서 네 사람 모두 떠돌이 생활을 하였고, 또 지금의 상황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길남효는 그 네 사람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내 어릴 적만 하여도 대한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지. 내 어릴 적 어른들은 그 나라를 보고, 그냥 옛 조선이라고 불렀지. 내 젊은 시절과 지금까지의 삶은 그런 나라 잃은 사람의 삶이었다. 그런 삶 속에서 너희들을 길렀지. 또 이번에 너희들은 이제야 비로써 자신들만의 나라 안의 사람들이 된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남의 나라 사람이었던 너희들이 이 독립된 국가의 사람들이 된 거다.”
길남효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눈동자에 눈물이 났다. 자신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해주는 말은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말과 같았다. 그는 말하면서 지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휴우 오늘 두 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