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70화 (47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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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같은 시각, 한국민주당 당사무소 당대표자의 실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러간다. 당수 김성수는 지금 이 말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한 마디 묻는다.

“그러니까 낭산(김준연의 호), 밑에 있는 지주출신 당원들이 꽤 불안해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낭산 김준연은 김성수의 물음에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들은 그렇게 말을 해왔네. 쯧. 현실도 보지 못하는 인간 같으리라고.”

김성수는 그 말에 자신의 의자 팔걸이를 검지로 툭툭 치며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들은 뭐라고 하던가?”

“지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네가 한 목소리를 그 쪽으로 내걸기를 원하는 눈초리인 것 같아.”

순간 김성수의 얼굴은 어이가 없다는 듯 결국 한 마디 말한다.

“나보고 호랑이의 입에 들어가라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현실도 보지 못한 한심한 인간이라고 말이야.”

“으음...”

김성수는 침음을 흘리며 고민에 빠진다. 사실 한민당의 경우는 지주층의 세력이 컸다. 그래서 농지개혁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주들이 많은 전라도 지역 출신이 많았기에 어찌 보면 전라도 중심 당이기도 했다. 김준연은 한숨을 내쉬며 김성수에게 말한다.

“자네가 장성환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있네.”

“아니 자기 지역의 지주들의 땅을 구매한 뒤 그냥 분배한 것뿐인데. 그리 불편한가 말인가?!”

김성수는 결국 대놓고 한 소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김준연은 그런 김성수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가? 나도 이런 빌어먹을 일은 처음이라고.”

김성수는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며 김준연에게 말한다.

“쯧. 그들은 세상을 정말로 모르는군.”

그 말에 김준연은 동감하는지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말에는 공감하지.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뭐가?”

“일단 그 장성환에 대해 만나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그를 비난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가?”

“하지만 그 지주들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다가는...”

“쯧. 장성환은 문제가 없어. 다만 그 뒤가 무섭지.”

김준연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한 마디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 그 쪽은 세상 때문에 꽤나 호황이라고 들었네.”

“으음. 검은 매 때문인가?”

“한반도 전국에 생겨난 유통 회사들이 그 것을 중심으로 물자들을 운송하고 있지. 자네도 농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그걸 이용해 판매하지 않은가?”

김성수는 그 말에 ‘크흠’ 소리만을 낼 뿐이다. 김준연은 김성수를 바라보며 대놓고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어떻게 할 건가?”

“무엇을 말인가?”

“그 농지개혁에 대해서 말이야.”

김성수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하기 곤란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이 그 것에 신경을 썼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자네의 입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만 자네의 명석한 머리로 이대로 가다간 농지개혁은 실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잘 알지 않은가?”

김성수는 그 말에 불편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김준연에게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나쁘군.”

“자네까지 현실에 눈을 돌릴 생각을 하는가?”

“......”

“내 생각에 이번 그 쪽 의원들이 내걸은 제안들은 한민당 쪽에서 독이나 마찬가지일 거야. 그 길씨 일가에게 그대로 한 번 말해보게나. 과연 어떻게 될 지는...”

김성수는 그 말을 듣고, ‘끄응’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심정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나 다름 없었다.

“쯧. 일단 20일에 대통령 후보 선거가 있고, 24일에는 발표가 있으니 일정은 꽤나 바쁠 거야. 그 때동안 만날 시간이 없다고 자네가 그들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게나.”

김준연은 그 말에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네. 그럼 그 길씨 일가를 만날 시간은 어떻게 할 건가?”

김성수는 그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26일이 적당하겠군. 내가 그들에게 직접 갈 생각이야.”

김준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전달하겠네.”

김성수는 그 말을 듣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된 얼굴을 짓는다. 그 때, 김준연은 김성수에게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내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네.”

“뭔가?”

“만약 농지개혁이 되었다고 치고,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김성수는 그 말에 생각하기 싫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적어도 북한에서처럼 살 길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보다 살 길이라도 마련해주니까 상관없지 않겠는가?”

“흠. 하기야 만약 농지개혁을 실시하는 정부 측 입장에서는 지주들을 그냥 몰락시키는 것보다 자본가로 진출하게끔 하는 것이 용이하니 말이야.”

“놀리는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그 것보다 자네의 동생은 경성 방직을 하지 않은가? 그 것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 그건 아니지. 그건 동생 것일세. 그 것보다 내가 소유한 언론 사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어.”

“그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군. 거기에 잘하면 TV방송국도 설립하는 것도 낫지 않겠는가?”

“그 사현방송국처럼?”

“그렇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TV의 가치에 대해서 말이야.”

김성수는 그 말에 자신이 앉은 의자의 팔걸이 위를 검지로 툭툭 치며 생각하더니 이내 김준연에게 시선을 두고 한 마디 말한다.

“TV의 가치라. 쯧. 문경 쪽에서 꽤 많은 일들이 있을 것 같군. 예전에는 그 쪽이 그저 산골짜기만 더럽게 많은 시골 지역이었는데 말이야. 정말이지 해방 후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

그 말에 김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게 다 길씨 일가 덕분이지 않은가?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들에게는 한낱 소작농 한 사람을 국회의원에 당선되게 할 힘이 있네.”

“그래. 그 무서운 힘. 부디 그 힘의 끝이 우리를 노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김성수는 그 불길한 말을 하면서 김준연과의 이야기를 끝낸다.

1948년 7월 20일, 대통령 후보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알려진 결과로는 상당히 놀라웠다. 대통령 후보에는 한독당 당수이기도 한 백범 김구가 나서지 않았고, 안재홍, 서재필이 나섰지만 그들은 세 표, 그리고 한 표로 득표를 받은 지라 나머지 표수는 대통령 후보에 나선 이 박사에게 집중되었다.

국회의사당 안 의자에 앉은 안재홍은 이 결과에 대해 미리 예상했다는 눈초리로 선선히 이 박사가 당선되는 것을 바라본다.

‘역시 결과는 그의 말대로 정해져 있군.’

이승만을 후보로 표를 던진 의원들은 자신 역시 당선된 것처럼 좋아라 하고 있었다. 안재홍 옆에 앉은 현철환이 그에게 한 마디 말을 던진다.

“예상은 했지만 꽤 참담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흠. 이미 백범과 우남이 야합했던 것은 예상했지.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차후의 일이겠지.”

“예.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다음은 역시 ‘경공업 육성 계획’이겠지.”

“내각을 구성할 때부터 이 박사 쪽에서는 한민당 쪽을 배제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백범과 야합을 했다면 소수 인원인 그들을 토사구팽을 할 여지가 충분히 높습니다.”

“하기야. 그들은 농지개혁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의 입장을 표하니 말이야. 한반도 대다수 사람들은 농민이야.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도 농지개혁은 실시할 수밖에 없겠지. 우남은 상당히 무서운 사나이야.”

“선생님께서는 우남에게 접근할 계획입니까?”

“대세는 그에게 있겠지. 접근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 역시 따르겠습니다.”

현철환의 말에 안재홍은 든든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렇게 또 다시 부통령 후보 선거가 시작되었고, 거기에는 이 박사의 세력에 속한 이시영이 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역시 부통령 선거에서도 한독당에 속한 인물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선거가 모두 끝이 나자 이 박사는 당선된 기쁨의 표정을 지으며 연단 위에서 국회의사당 자리에 앉은 의원들에게 연설을 한다.

“국회의원 여러분!

내가 오늘 대통령의 이름으로 등장하게 된 광영을 가진데 대하여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이 사람은 본래 이 자리를 희망한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분이 결정해 주시니 달게 받아 앞으로 중임을 다해 나갈 결심입니다.

이제 정부는 수립되었으니 정부에 참여할 인사는 개인이나 당파의 영광과 복리를 떠나 국가를 위해 투쟁할 인물이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나도 여러분의 기대에 어김이 없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주권회복과 국가복리를 위하여 싸우려 합니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나에게 맡겨주시오 그리고 우리는 더욱더 한 덩어리로 뭉쳐 남북통일과 국권회복에 매진합시다. 이제 내가 중임을 맡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감사히 여기는 동시에 정중히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일해 나가려 합니다.”

그 뒤로 이 박사를 향해 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이 박사와 이시영은 각 자 대통령, 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 모습들은 국회의사당 안에 서 있던 TV방송국 촬영기사들에게 촬영되었고, 그 화면은 곧바로 한반도 전국을 향해 생방송으로 틀어졌다.

이 화면을 지켜보는 병재는 흠 하는 얼굴로 바라보았고, 그 옆에 있던 시렌 대학 사무소장은 그런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네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주던 사람이 이 신생국의 대통령이 되었군.”

병재는 그 말에 대해 묘한 얼굴을 지으며 대답한다.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또 저 분에게 듣기로는 정 형은 보건국 국장 자리로, 또 미스터 시렌에게도 사회부 외국인 고문으로 임명되지 않았습니까?”

시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이번 건을 받아들인 것은 이 나라를 위해서도 이지만 한 편으로는 자네 때문이기도 하네.”

병재는 그 말에 한숨을 쉬며 시렌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눈물 나게 고맙군요.”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꽤 처음이군. 하여튼 자네는 자네 일만 집중하면 만사형통이야. 뒤는 나와 또 닥터 정이 잘 봐줄 터이니 말이야.”

병재는 그 말을 듣고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TV 화면을 지켜보는 두 사람의 등 뒤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분 다 뭘 그렇게 보시는 것입니까?”

그 말에 두 사람은 등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대학병원 안내소 사무원인 루시 시리언이 서 있었다. 병재는 루시의 얼굴을 보고 아차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시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런 급한 일이 바로 생각났군요.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쩝 아쉽군. 일을 하러 갈 친구를 붙들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그렇게 병재는 자신의 일을 처리하러 부리나케 달려 나간다.

같은 시각, 병윤은 자신의 비서 진서연을 이끌고, 어느 한 방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자신의 상대편 사람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흠. 국부군 12군은 9월 2일에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라는 것입니까?”

그 말에 국부군 12군 사령관이자 중국군정의 사령관이기도 한 신유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여기에 남아서 너의 힘이 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어. 요즘 날이 갈수록 우리 조국 내 상황이 악화지로인 것 같더군.”

신유철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형님이 다시 중국 쪽에 귀환한다고 하여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이 이끄는 군대의 보급은 제가 책임져 드리겠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그래. 그 말만이라도 고맙다. 현재 중국 내 상황은 백중지세야.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형국이지. 중국 공산당군에서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군.”

“현재 흑룡강성 경계를 부근으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선의 길이가 넓어지니 우리 쪽 군대의 힘을 한 번에 뚫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중국 공산당 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방어하고 있어.”

“형님의 군대는 중국 어디로 재배치될 것 같습니까?”

“전선에 투입하지는 않아.”

그 말에 병윤은 놀라며 소리친다.

“예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 12군은 중경에 주둔하여 사천 쪽 지방을 수비하기로 결정 되었어.”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더니 누군가를 향해 한심하다는 얼굴로 대답을 해준다.

“쯧. 네가 예상했듯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난 이유는 역시 국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알력싸움이야. 각 파벌의 난잡한 정치적 토론 끝에 결정된 일이겠지. 뭐 속을 보면 내가 그 쪽 전선에 파견되어 공을 세우도록 하기 싫다는 것이겠지.”

“그 쪽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요.”

“그래. 이 말을 듣는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여기는지 알겠어? 하여튼 간에 내가 이 조선에 있는 3년 동안 우리 조국 내 내전이 왜 백중지세로 형국을 유지하는지 잘 알겠다니까. 이종인 파가 나를 그리 견제하는 것 같더라고.”

“으음...”

“쯧. 백중지세는 그대로 유지되다가 어느 한 계기로 한 쪽 세력이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하지. 그건 장담할 수 있거든.”

그 말에 병윤은 위험한 눈빛을 빛내며 신유철에게 말한다.

“형님. 만약 사천 쪽에 배치된다면 사천 쪽에 세력을 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대해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바라보며 말한다.

“나보고 군벌이 되라는 소리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만약 내전에서 국부군이 승리한다면 그대로 가시는 것이 좋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국부군의 패색이 짙다면...”

신유철의 얼굴은 그 말을 듣고 상당히 굳어진다.

============================ 작품 후기 ============================

원 역사와 지금 이야기 속에서 표현되는 국공내전에 대해 차이점이 있다면 원 역사는 그냥 한 번의 결전으로 국부군이 내리 패망했다는 것이고, 이야기 속에서의 국공내전은 팽팽하게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중국 국민당 세력도 중국 공산당에 의해 패배할 것으로 보입니다. 팽팽한 전선을 깨부실 방법은 꽤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국민당 최고 권력자인 장개석의 암살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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