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74화 (47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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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고기 한 점을 집어먹은 최주평은 입 안에 넣은 구운 고기를 우적우적 씹어 먹고는 묻는다.

“환경과 사회를 바꾼다고? 그게 쉽게 될 일이냐?”

병주는 싱긋 웃으며 최주평에게 대답한다.

“쉽지 않다는 형님의 말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손 놔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정식 정부의 개국이다 뭐다해서 부산한 것은 잘 알고 있지?”

최주평의 물음에 병주는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집어먹고는 대답한다.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네가 말한 방법이 과연 실행될지는 모르겠구나.”

“사실 부패 문제에 관한 것은 꽤 복잡합니다. 지금의 서구 유럽들이 맨 처음부터 부패하지 않아서 이렇게 성장해왔습니까? 전부 다 시행착오를 겪고, 또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고치고 개혁하면서 도달했습니다. 이제 막 독립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런 단계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으음...”

“제도들을 보완하며 선순환이 되는 체계를 만들어나가면 우리나라 역시 언젠가 타국이 부러워 할 말한 그런 국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주평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막걸리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쩝. 사람 다스리는 일에서 부패 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 휴우. 이제 군 이야기는 그만 두는 것이 좋겠군.”

최주평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고기 한 점을 집더니 먹기 시작한다. 어느새 한 두 점 집더니 고기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러자 병주가 손을 들어 이 가게의 주인에게 외친다.

“아주머니. 여기 고기 일인분 더 주십시오.”

“예에~!”

병주의 외침에 기쁜 듯 소리치는 주인아주머니의 음성을 듣고, 최주평은 병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배를 채우는 것은 좋지만 돈은 있어?”

“제 동생 있습니다. 돈에 관한 것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런 미치도록 부러운 자식.”

최주평은 그렇게 말하면서 밑반찬들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가게주인 아주머니가 고기들을 불판에 올리며 두 사람에게 말한다.

“호호호 두 사람 모습을 보니까 군인들인 것 같은데.”

최주평은 아주머니의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군인 처음 보는 것이오?”

“호호. 특이해서 그래요. 특이해서. 여기는 군인들 모습 보는 것이 희귀해서 그렇습니다.”

최주평은 그 말에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뭐 아주머니의 미소가 확 피도록 배터지게 먹고 갈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가게주인 아주머니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곧바로 다른 손님에게 발걸음을 돌린다. 최주평은 그런 아주머니의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병주에게 말한다.

“저 아주머니도 먹고 살기 위해서 손님들에게 웃음을 팔며 사는데. 우리들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국가 안보를 지키니...”

“후후. 세상에 공짜는 없는 셈입니다.”

그 때, 최주평은 병주를 은근히 바라보다 묻는다.

“너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넌 졸졸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있지 않냐?”

병주는 그 말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주평에게 대답한다.

“쯧. 그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할 일 바쁜 저를 따라다니며 인생 망치는 것보다 그냥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냐? 그 중에서 반반한 얼굴을 가진 여자를 취해서...”

“저를 무슨 호색한 범죄자로 만들 생각이십니까?”

“거참. 정색하고는. 네 집안의 명성을 생각할 때, 매번 다른 가문들이 제발 사위가 되어달라고 찾아오지 않아?”

“됐습니다. 결혼 이야기는. 그렇게 따지자면 형님은 뭐 좋아서 결혼했습니까?”

최주평은 그 말에 얼굴이 굳어져가더니 이내 하하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기야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군. 쯧.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결혼한 것.”

“그래서 형님은 그 사람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흥. 제 짝을 찾으면 그 여자 역시 갈 길 가라고 말을 해야겠지. 물론 내 셋째 형님이 반대하시니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흠. 형님 집안은 어느 정도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최주호는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대답한다.

“보수적이지. 내 아버지가 효력부위(조선시대 때 정9품 무관의 품계, 통상적으로 말하면 하급 군관을 지칭함.)를 지냈거든. 그래서 어느 정도 나라 녹을 먹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또 양반 가문의 핏줄이라고 해서 그런 분위기가 있지. 죽어도 선비로 살겠다고 말이야.”

“으음.”

“그리고 네 녀석의 집안 역시 애초부터 양반가문 아니었어?”

“양반은 개뿔. 아버지가 양반가문의 첩출입니다.”

“첩출? 허. 하기야 시대상 그럴 수가 있겠군.”

“그래서 본가와는 사이가 안 좋습니다.”

“하기야 본가의 입장을 살펴보면 아주 죽도록 후회할 일이겠군.”

“그들이 결정한 일입니다. 미친놈들. 저번에 제 동생의 혼사를 멋대로 결정하다가 얼마나 곤욕을 치른 줄 아십니까?”

“흠흠.”

“제 아버지께서는 오래 전에 그 집안에 연이 끊었습니다. 아니 아버지의 의지가 아니라 그들이 연을 끊어버렸다고 하면 됩니다. 결국 애초부터 남남인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최주평은 그 말에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말한다.

“그래서. 그 집안과는 아예 연락도 안 하는 거냐?”

“흥. 형님 말씀을 들어보시니 그 집안과 화해라도 해야 되는 것입니까?”

“적어도 족보 없다고 무시당하기 싫으면...”

“그딴 족보 죽어도 안 가집니다. 차라리 족보 없다고 욕을 하십시오.”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는 병주의 표정에 최주평은 흠흠 거리며 그 집안 이야기를 그만 둔다.

“쯧. 화제를 잘못 잡았군. 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할 거야?”

병주는 구운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 속에 넣으며 대답한다.

“제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다면 결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뭐라 하지 않아?”

병주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최주평에게 대답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마음에 맞아서 결혼했습니다. 우리 형제들 보고 집안 따라 정략 결혼하라고 권고하실 사정이 아닙니다.”

최주평은 그 말에 은근히 부럽다는 표정으로 병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런가? 하여튼.”

최주평은 구운 고기 한 점을 집더니 이내 입 속에 넣어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자신들의 배를 채울 때까지 계속되었다.

같은 시각, 병윤은 조선호텔의 한 방에 자리를 잡으며 창문 밖 서울의 거리를 바라보면서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바로 이 늦은 밤 시간에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그 때, 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병윤은 창문 밖 풍경에서 문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한다.

“누구십니까?”

병윤이 문을 향해 묻자 문 밖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회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진지하게 끄덕이고는 이내 문을 향해 다가가 열었다. 그러자 문 밖에는 병윤의 비서인 진서연과 또 두 사람의 군인들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인 병윤의 의형인 신유철이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신유철의 부관인 것 같았다. 병윤은 신유철에게 의아한 눈초리로 부관인 사람을 흘겨보며 말한다.

“저 사람은...”

그 말에 신유철은 걱정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걱정 말아라. 내 심복이다.”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일전에 저 녀석의 가족들을 구해준 적이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해선 목숨을 바치고 따를 사람이야.”

병윤은 ‘흐음’ 소리를 내며 신유철의 부관을 살펴본다. 거의 자신과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부관의 얼굴과 눈빛에는 조금의 호기심과 의아함이 있어도 뭔가 수상한 것은 없었다.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철에게 말한다.

“형님. 이 일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 녀석을 데리고 온 것이니 걱정마라.”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 비서와 함께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끌어들이고, 자리에 앉힌다. 진서연은 커피와 병윤을 위한 코코아를 준비하러 자리에서 뜨자 신유철과 병윤은 서로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을 짓는다. 병윤은 신유철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형님은 어떻게 결정했습니까?”

“으음. 난 믿기 힘들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필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겠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형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어느 정도 보험을 들자는 것입니다.”

“그래. 일단 내가 지휘하는 중국군 12군에 대해선 걱정할 것 없다.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나를 지지하는 장교들과 병사들이 많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9월 달에 사천 지방에서 웅거한다면 필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쪽 지방의 유지들과 전통군벌들일 것입니다.”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 그렇게 되겠지. 유지들이야 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전통군벌들 같은 경우는 흡수하거나 반항하면 쫓아내야겠지.”

“예. 적어도 사천 지방, 그리고 중경 쪽의 경제는 쇠퇴하기는 했어도 기반만큼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래. 그렇지. 그럼 만약 내가 그 쪽 지역을 장악하는데 성공하면 네가 직접 사천으로 올 생각이냐?”

“아닙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선전에 시달려서 형님만 고달파질 것입니다. 대신 그 기반을 다시 원상복귀 시킬 인재들을 형님에게 파견하겠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많이 준비했구나. 그래.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겠지?”

“일단 전 최악의 사태를 가장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만주에서 백중지세입니다. 그 때, 승부의 추가 한 번에 기울인다고 한다면 즉 중국 인민해방군이 만주에서 승리한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마디 말한다.

“말만 들어도 끔찍하군.”

“일단 만주에서 승리한 중국 인민해방군은 곧바로 하북지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런데 한반도 평안도 지역에 광복군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압록강에 경계부대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을 텐데?”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다만 중국 인민해방군은 그 쪽 경계에 난리가 났다는 것을 알리고, 어느 정도 그들의 생각이지만 광복군의 공격에 대해 어느 정도 버티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만큼의 병력만 배치할 것입니다.”

“흠. 그렇겠군.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겠어. 일단 만주에서 기가 꺾였다면 하북 지방의 장악은 쉬워지겠지.”

“이럴 때, 형님은 재빨리 호북과 호남, 그리고 광서성을 차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광서성일 것입니다. 광서성은 아무래도 항구도시 광주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적어도 그 쪽 지방을 차지하면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최소한 미국의 지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얼마만큼이나 공산주의 알레르기가 심한 지 아시지 않습니까?”

“맞아. 그 다음은?”

“아마 세 성의 장악에 성공했다지만 아마 최악의 가능성이니 그 때쯤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경을 함락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

“물론 최악의 가능성입니다. 그 쪽 지역에 있는 병사들과 장교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장군들은 최악은 아니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린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사태가 온다고 하여도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휴우. 그래. 좋아.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세 성의 장악에 성공했다면 그 경계에서 최대한 방어시설을 건설하여 장기전에 돌입하도록 하십시오.”

“장기전에? 결국 지구전을 말하는 것이냐?”

“예. 장기전에 돌입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 역시 전쟁의 피로가 생길 것입니다. 아마 1~2년 정도 지나면 형님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기회라.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찔러라 그런 것이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이 방법은 최소한 형님의 세력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 때 동안의 시간은 절박하고도 소중하기 이를 때가 없습니다.”

“......”

신유철은 턱을 집고 생각을 한다. 그의 얼굴에는 꽤 충격을 먹었는지 조금은 창백해진 피부들이 보인다. 신유철은 한창 고민을 하더니 이내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하아...”

신유철이 생각을 거듭하고 낸 소리는 한숨이었다. 아마 병윤의 말을 들으니 신유철의 머리는 엄청 암담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그 때, 신유철의 부관이 병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저어...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다른 방법이라...”

병윤은 부관의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최악의 가능성일 때는 이게 적합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게 돌아간다면 다른 방법들도 많습니다.”

“대만을 접수해서 그 곳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까?”

“그 것 또한 좋겠지만. 생존은 확실히 되더라도 대륙에는 발도 딛지 못할 것입니다.”

병윤의 대답에 부관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신유철은 결국 고민을 끝냈는지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이건 보험이야. 보험. 보험이라고. 병윤아. 결심했다. 그 계획에 대한 자세한 서류를 나에게 보내다오.”

============================ 작품 후기 ============================

아오 비염때문에 요즘 소설도 못 쓰겠습니다. 이 죽일 놈의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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