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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조선호텔 한 방 안,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편히 쉬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건만 이 방 안에서의 분위기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오직 긴장과 가늠할 수 없는 무게감들이 이 방 안의 사람들을 지배한다. 병윤은 의형 신유철의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8월 5일까지 만들어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신유철은 씁쓸하다는 얼굴로 병윤을 바라보며 묻는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
“아니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형님이라도 살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대비해야 옳습니다.”
“그래. 그렇지.”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을 바라보다 이내 한 마디 묻는다.
“만약 현실이 그렇게 돌아갔다고 치고, 일반적인 군수 물자 보급에 대해선 종전처럼 지속될 예정인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이 농후합니다.”
“흠. 알겠다. 이제 너도 이 방에서 쉬는 것이 좋겠지. 이 의형이 너를 붙잡아서 휴식도 못 취하게 만들었구나.”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신유철에게 대답한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또 형님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이 아우가 어찌 모른 척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자신의 의동생 병윤을 희미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구나. 난 이만 가보겠다.”
그 때, 병윤이 침대 옆에 있던 물건들을 신유철에게 건네준다. 신유철은 의아한 눈초리로 병윤이 건네는 물건들을 받으며 묻는다.
“이건 뭐지?”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런 심각한 대화를 했다는 것을 지우기 위한 발판입니다. 형님이 이 선물을 받으면 남들에게 그냥저냥 뇌물 받았다고 착각할 것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풋 하며 웃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철저하네. 이 선물도 친분의 표시가 아니라 나를 위한 계획인 거냐?”
“뭐 선물의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흐음... 고맙다. 무엇인지는 내 방에 가서 살펴봐야겠다.”
“후후후. 그럼 다시 형님을 뵙겠습니다.”
그렇게 병윤은 신유철과 그의 부관을 방 밖으로 떠나보내고, 다시 아까의 자리에 앉아 자리 앞,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을 든 후 창문 밖 밤의 서울 거리를 바라보며 코코아를 마신다.
“향긋하군.”
그 때, 진서연이 병윤 옆으로 다가와 묻는다.
“회장님. 정말 이 일을 진행하실 계획입니까?”
“이 일이라면 아까 제 의형께 권유한 일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진서연은 병윤의 물음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진서연 비서실장. 당신은 중국대륙에서 태어난 중국인이죠.”
“예.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이 일을 권유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겠군요. 이 일의 진행 과정에서 당신과 같은 중국인들이 더더욱 고초를 겪으니 말입니다.”
“중국인이라서 아니라. 그저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진서연은 작게나마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병윤에게 대답했고, 병윤은 서울 밤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사람이라서. 뭐 그렇기는 하겠군요. 비서실장이 보기에 전 나쁜 놈으로 보입니까?”
“......”
“물론 제 입으로 말한 계획은 분명 사람들의 희생을 유도할 것입니다. 그래도 전 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제 가족이 죽습니다.”
진서연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병윤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병윤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이런 짓을 하는 제가 혐오스럽다면 떠나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저 역시 늪에 발을 담굴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서연은 확고부동한 의지를 가진 병윤의 말에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가 없겠습니다. 회장님. 단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 날이 올까요?”
병윤은 그 말에 코코아를 한 잔 마신 뒤 진서연에게 진지하게 대답한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크크. 참으로 신기한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아니 그 것보다 생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배우는 동물입니다. 또 잘못된 과거를 잘 알고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일을 막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공포심이 되었든 도덕심이 되었든 또 절박함이 되었든 그리고 이기심이 되었든 말에요. 아주 옛날. 진서연 비서실장의 말처럼 그런 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설파했던 사람들, 현자들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했던 것들은 종교의 교리가 되기도 하였고, 역사서에 남기기까지 했고, 또 속담과 격언으로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영원히 순환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 그런 반복 속에서 단 한 가지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뭐에 충실하면 좋겠습니까?”
진서연의 질문에 병윤은 코코아를 마시면서 대답한다.
“현재에 충실하면 됩니다. 거창한 이상에 몸을 던지는 것은 분명 인간의 본능조차 뛰어넘을 용기와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초인이라고 부릅니다. 진서연 비서실장. 당신이 보기에 자신 스스로가 초인이라고 생각합니까?”
진서연은 그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럼 전 초인으로 보입니까?”
진서연은 그 물음에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병윤은 싱긋 웃으면서 진서연에게 대답한다.
“우리들은 초인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한계가 정해진 인간.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었다면 다음 목표를 정하고, 또 행동하면 됩니다.”
“......”
“휴우. 궤변이 상당히 길었군요. 천천히 고민해보십시오.”
진서연은 그 말에 고민을 품은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간다. 방 안에 홀로 남은 병윤은 침대에 앉더니 이내 누우면서 속으로 말한다.
‘나도 인간이야. 어느 정도 한계가 정해진.’
그 후로도 병윤의 생각은 계속되었고, 오늘의 밤은 지나간다.
1948년 8월 3일, 한민당 당사무소 건물의 한 회의실, 그 방 안에는 심각한 분위기들이 지배한다. 그 분위기가 온 것은 하나의 소식 때문에 그랬다. 특히 회의장 안 자리에 앉은 사람들 중에는 격분한 얼굴을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민당 당수인 인촌 김성수 역시 분노와 그리고 곤란함, 또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 암담함 등이 섞여 있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을 지으며 이 회의를 지속해나간다.
그 때, 한 사람이 책상을 탁 치며 당원들에게 말한다. 바로 고하 송진우였다.
“이건. 우남이 약속을 파기한 일입니다.”
고하 송진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분노한 얼굴을 짓고는 당원들에게 외친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남에게 분명 따져야 합니다. 우리가 온갖 모욕과 또 고생을 얻어가야 합니까?! 우남은 분명 약속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지지해주면 지지해준 만큼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입니다. 헌데 그 보상이 이런 것입니까?! 이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철저하게 무시만 당하고, 또 호구만 잡힌 셈이 아닙니까!?”
송진우의 외침에 아까 전 격분했던 일부 당원들이 일어서서 동조한다.
-맞소! 맞소! 고하의 말씀이 맞소!-
-우남에게 따져야 합니다. 우리가 무슨 고생을 해서 그 작자를 도왔는데. 이렇게 대한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배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성수는 그 외침에 ‘끄응’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런 분위기를 만든 소식은 바로 우남 이 박사가 약속했던 것들을 어겼기에 그랬다. 이 박사는 예전 한민당과 접촉하면서 자신을 지지해주면 후에 정부가 구성될 내각의 자리들을 넘겨준다고 약조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무총리는 한민당에 소속된 사람들 중 하나를 선정하여 앉힌다고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내각에 한민당의 사람들이 임명된 것은 불과 3명, 외무부의 장택상, 재무부의 김도연, 그리고 법무부의 이인이 전부였다. 그 외의 사람들은 전부 이승만을 따르던 사람들과 김구의 한독당 사람들이 채운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알지 못한 몇 명의 인원들이 있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중요한 자리인 농림부에 조봉암을 앉힌 것이다.
조봉암은 평상시에 농지 개혁을 강력히 주장했던 사람이었기에 지주들 출신이 많은 한민당에게 있어서 위협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국무총리의 자리에는 한독당의 당수인 김구가 앉은 것이었다. 인촌 김성수는 쓴 맛을 본 얼굴을 지으며 생각한다.
‘제길. 왜 백범이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에 나서지 않았는지 지금 이유를 알 수 있겠군. 완벽히 당했어.’
물론 한독당과의 사이와 그다지 나쁘지 않은 한민당에게 있어서 별반 걱정거리가 없겠지만 문제는 우남 이 박사가 같이 갈 파트너로 한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독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성수는 그 사실을 떠올리자 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그 때, 고하 송진우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낭산 김준연이었다.
“이보시오. 고하. 너무 흥분하지 마시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큰 일 나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경하게 행동한다면 저 우남이 우리 한민당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로 볼 것이오.”
고하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며 김준연에게 말한다.
“한민당을 정리? 흥. 그 우남이 그럴 수가 있겠소? 우남이 우리 한민당과 유착하면서 얻은 우리의 약점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우리 역시 우남의 약점들을 가지고 있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소. 위협이 되었든 아니면 설득이 되었든 간에 우리의 이익을 되찾아야 하오. 아니 그 것보다 우리의 정당한 몫을 되찾아야 한단 말이오.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닭 쫓는 개 신세가 될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나 할 것이오?!”
“쯧. 함정 속에 빠지는 멧돼지 꼴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소?!”
“뭐?! 멧돼지?! 이 작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결국 송진우와 김준연과의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 분위기에 따라서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 역시 두 파로 갈라져서 단체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김성수는 이런 모습들을 보자 한심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이내 책상을 내리친다.
-탕! 탕! 탕! 탕!-
갑작스러운 시끄러움에 사람들은 말다툼은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이 소리를 낸 김성수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김성수는 한숨을 쉬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지금 말다툼을 벌일 때입니까? 건설적으로 토론해서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할망정 이대로 말다툼으로 시간을 소모해야할 때입니까?”
그 말에 송진우와 김준연은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김성수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 생각해주십시오. 지금 이 소식을 듣고, 분개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중해야 합니다. 또 냉정해야 합니다. 물론 우남에게 따지는 것은 이치가 맞는 일이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방법을 찾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지금은 그 시간을 투자해서 이 사태에 해결하고자 가장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처럼 말다툼으로 시간을 보내야할 때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김성수의 일갈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김성수는 자신 앞에 있는 유리잔에 담긴 물을 마신 후 이내 화를 푸는 듯 한숨을 내시며 말한다.
“일단 쉽시다. 휴식합시다. 감정부터 다스립시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생각합시다. 급박한 것은 잘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가다가는 안 됩니다. 다 같이 생각해봅시다. 여기에 앉아있는 것은 그럴려고 모인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김성수의 말처럼 물을 마시며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리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됨을 느낀 김성수는 송진우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고하.”
“말씀하시오. 당수”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소식을 흘린 것은 필시 우남일 것이오. 그리고 우남이 이 소식을 우리에게 전한 이유로는 아무래도 우리를 팽하기 위함이오. 이런 상황에서 고하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겠소?”
송진우는 그 말에 고민을 하더니 이내 대답한다.
“아무래도 여기에 앉은 사람들 대다수가 어느 정도 경제적 재력과 또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오. 특히 소작농들을 부리는 지주들이 많소. 그렇다면 우남이 우리를 팽하기 위해 필시 행할 것은 분명 하나이오.”
송진우는 그렇게 말한 뒤 이내 진지한 얼굴로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또박또박하게 외친다.
“농지개혁.”
그 말에 순간 자리에 앉은 사람들 대다수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지주의 입장인 당원들이 많아서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 때, 송진우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한 번 내리치며 말한다.
“우남은 분명 우리 한민당을 부수기 위해 농지개혁을 실시할 것이오. 절차야 저 무도한 북쪽의 빨갱이들과는 달리 유상매수 유상분배의 형태를 띄우지만 그렇다고 지주의 땅을 소작농들에게 분배해주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일을 대처해나가야 할까?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 잘 들으시오. 민심은 지금 지주제를 옹호하지 않소.”
그 말에 당원들의 웅성거림은 심해진다. 하지만 눈치와 머리가 있는 그들이라면 송진우의 말에 당연히 이해가 갔다. 시간이 갈수록 지주제는 쇠퇴하는 지름길이었다. 작년에는 예전 일본인 지주들의 땅을 농민들에게 분배해주지 않았는가? 각 군정들에게 있어서 소수의 지주들에게 인심을 쓰는 것보다 다수의 농민들에게 인심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송진우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우남의 의도대로 간다고 하여도 예전 지주였던 지위의 회복을 하기에는 쉽지 않소. 지주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공장 운영에 익숙하겠소? 분명 경영 일의 본질이야 같겠지만 줄기가 다르고, 경험이 다를 텐데 섣불리 기업 일을 한다고 하여도 망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올 것이오. 그리고 그건 우남이 바라는 일이 될 것이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 전부 다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송진우는 한숨을 내뱉으며 김성수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당수. 그렇다고 지주제를 옹호하기에는 시대의 흐름은 많이 비껴갔소. 분명 우남의 의도대로 자본가로 진출하는 것이 맞는 일이겠지만. 그 도중 희생될 사람들이 있을까 두렵소.”
김성수는 그 말에 검지로 책상을 톡톡 건드리며 한 마디 말한다.
“내. 당원들에게 한 마디 말할 것이 있습니다.”
그 말에 순간 한 사람을 제외한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김성수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김성수는 모두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한 마디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 농지개혁이라는 파도에 맞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오.”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그러나 김성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또 이대로 시대의 흐름에 버티다가 휩쓸려가는 것은 우리들이 될 것이오. 그러나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이 있소. 난 그 구멍에 대해 지금 여기 있는 여러분들에게 말할 생각이오.”
그러자 웅성거림은 잦아들고, 김준연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김성수의 얼굴과 입에 집중하며 바라본다. 김성수는 그런 시선들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법한데 진지하게 입을 연다.
“내 일전에 동협 그룹 회장을 만난 적이 있소. 그리고 그와의 만남에서 농지개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대해 대비책을 만든 것을 보았소.”
대비책이라는 단어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화들짝 놀란다. 송진우 역시 놀란 얼굴로 김성수를 쳐다본다. 그리고 김준연을 제외한 사람들은 김성수의 다음 말에 집중한다. 여기에 자신들이 살 방도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원역사에 비해 지주들은 살아날까? 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지주제의 붕괴에는 6.25전쟁이 한몫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지주들이 그 파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