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76화 (47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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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라보며 김성수는 흠흠 거리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혹시 여기에 앉은 사람들 중에서 적층 농업이라고 들어본 사람이 있소?”

그 말에 순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김성수가 말한 단어에 대해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김성수는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고는 곧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적층 농업이라는 것은 실내 농업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고하 송진우는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본다.

“실내 농업? 단어를 풀이하면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농업이라고 하는데. 흐음. 그런 기술들이 지금 존재하고 있소?”

김성수는 그 말에 마땅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 실내 농업이라는 기술이 지금 이 한반도의 어느 한 기업 집단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간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더욱 커져간다. 김성수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 때, 낭산 김준연이 한 마디 더 설명을 해준다.

“정확히는 동협 그룹이라고 불리는 기업 집단. 거기서 지금 상용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지만 이미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입니다.”

고하 송진우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자신 나름대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하여튼 그런 분위기 속에서 김성수는 말을 한다.

“사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지개혁이라는 후폭풍을 맞게 됩니다. 그러니. 그 후폭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동협 그룹의 그 실내 농업이라는 것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 때, 송진우가 김성수에게 한 마디 의문을 제기한다.

“허나. 그 동협 그룹이 우리 한민당에게 베풀 것 같소? 저번에 장성환 의원 때문에 그 쪽과는 관계가 조금 소원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말에 순간 사람들의 긴장감이 증폭된다. 장성환 의원이라는 말에 일부 인원들의 얼굴은 더더욱 사색이 되어 간다. 사실 처음 그를 접했을 때는 특이하게도 소작농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가 당선될 때 약조한 것 때문에 그를 경원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뒤에는 동협 그룹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를 못 본 척 할뿐, 무슨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동협 그룹을 적대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 김성수는 흠흠 소리를 내며 목을 가다듬고는 송진우에게 대답한다.

“물론 그런 적이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과의 관계는 적대시할 수 없는 노릇. 이번 기회에 소원한 관계도 풀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송진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김성수에게 한 마디 말한다.

“물론 그 말은 정론이오. 그러나 그들이 받아줄 지는 모르겠소. 일단 실내 농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부탁하오.”

김성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한다.

“아까 고하의 말대로 실내 농업이란 말 그대로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농업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실내에서 농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습도,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기후 때문에 매년 한 번밖에 짓지 못하는 벼농사를 다기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은 ‘흠칫’ 하며 놀란다. 그리고 몇 몇 인원은 입을 떡 벌리며 김성수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김성수는 그 인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말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들과 또 자본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건들을 갖추고, 농업을 할 수 있는 건물들을 지어서 계속해서 쌀들을 내놓는다면 농토의 면적과 상관없이 그 생산량은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송진우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린다. 김성수의 말은 무척이나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좋은 기술이 동협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김성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실내 농업은 분명 곧 바로 몰아칠 파도인 농지개혁에 대비하는 방파제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김성수의 말은 계속되었다.

“분명 우남은 필시 농지개혁을 실시할 것입니다. 지주들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그 농지 개혁도 필연적으로 약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면적의 제한, 그리고 경자유전.”

순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 때, 한 사람이 일어서서 김성수에게 묻는다. 당원들 중 한 사람인 조자현이라는 사람이었다. 나주평야에서 지주인 사람이었다.

“면적의 제한이라고 한다면. 지주 일가든 농가든 한 가구에 불하되는 농지의 면적이 제한되어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또 경자유전은 농민들밖에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무슨 약점이 되는 것입니까? 전부 우리 지주에게 있어서 족쇄이지 않습니까?”

김성수는 그 의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물론 그 말대로 평상시대로라면 지주에게 있어서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허나 그 실내 농업이라는 방법을 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농지의 면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경자유전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경자유전에 대해서 잘 알아보면 내 말뜻을 이해할 것입니다. 경자유전은 농민들이 농토를 소유하여 일할 수 있고, 또 기업이 농토를 보유하여 생산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지주 역할을 그저 기업농으로 이름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김성수의 말에 조자현은 이내 납득했는지 슬그머니 자리에 앉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와 같은 입장인 사람들 역시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김성수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말한다.

“아마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들 전부 농지개혁은 닥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파도에 방파제를 만들던가? 아니면 그대로 몸으로 막는가? 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선택해야 합니다.”

김성수의 말에 농지 개혁에 대한 웅성거림이 방 안을 지배한다.

같은 시각, 이번에 농림부 장관으로 취임된 조봉암은 자신 휘하의 관료들에게 농지 개혁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명하고는 곧바로 헬기에 탑승하여 어딘가로 향한다. 조봉암을 태운 헬기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마을의 저택이었는데, 그 곳에서 조봉암을 기다리고 있던 이가 있었다. 한복을 입은 한 장년 남성인 길남효였다. 조봉암은 길남효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잘 지냈습니까? 얼굴을 보아하니 하하. 몸 건강히 지내고 있는 것 같군요.”

길남효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조봉암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나 아들 녀석이 의사야. 그 녀석은 매번 집에 올 때마다 내 건강부터 확인하고, 쉬더군. 하여튼 녀석도 참.”

그 말에 조봉암은 부럽다는 듯 길남효에게 말한다.

“하아. 형님의 장남이 주치의가 되는 셈입니까?”

“왜 부러운가? 자네도 내각의 장관이 되었으니 주치의 한 사람을 들일만큼은 되지 않은가?”

조봉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제 주위에 적이 많습니다. 괜히 지위를 이용하여 치부를 하다가는 공격을 받아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곤란에 처할 수는 없습니다.”

“으음. 상당히 강직하군. 그래도 잘 아는 의사를 만나서 매번 건강 확인하는 것이 좋아. 나 같은 나이 대에서는 잘못 하다 하늘 위로 올라가는 일이 빈번하니 말이야.”

“왜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고 그러십니까? 그 말을 들으니 제 팔에 닭살이 돋지 않습니까?”

길남효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조봉암에게 말한다.

“충고이자 농담이야. 그래. 이번에 나에게 온 것은 그 무슨 농지 개혁 때문에 찾아온 것인가?”

“적어도 한국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형님이십니다. 그래서 형님의 생각을 아는 것이 제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쯧. 겨우 아들놈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입에 풀칠하는 노인네의 말을 듣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가?”

“하하. 그렇게 여기지 마십시오. 형님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길남효는 피식 웃으면서 조봉암에게 길을 안내해주며 말한다.

“저 쪽으로 가서 풍류를 즐기며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말에 조봉암은 길남효를 졸레졸레 따라가 자리를 옮긴다.

두 사람이 도착하여 자리에 앉은 곳은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다. 맑은 물들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 그리고 그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하나의 음악을 형성했다. 또 보는 시야의 즐거움은 어찌하는가? 아마 돈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별장을 세워서 경치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조봉암은 조금 감격한 눈빛으로 경치를 즐길 때, 길남효가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떤가? 내가 아는 비밀의 장소야. 내 어릴 적에 그 녀석과 같이 이 곳에 다니면서 놀아 다닌 기억이 아직 남아있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의 그 녀석이라면...”

“왜.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장성환 그 친구 말이야.”

“아... 그 사람이 형님의 친구였습니까?”

“어릴 적 친구이자 내 가족 같은 사람이지. 그가 한 번 정치에 발을 담그고 싶어 해서 아들놈들에게 부탁해서 지원을 해주었지.”

조봉암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하아. 그래서 그가 당선되고도 남았군요. 그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로 나갈 때, 자기 지역 내에서만 농지개혁을 실시하겠다고 약조해서 제가 주목했던 사람입니다.”

“으음. 그렇군.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친우는 일이 바빠서 그런지 요즘은 때때로 만나 자네에게 소개를 시켜주지 못하겠군.”

조봉암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그와의 만남은 제가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그러게나. 그럼. 슬슬 이 경치를 즐기며 음식이나 드세.”

그 말에 조봉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차려진 음식상의 자리에 앉았다. 이에 따라 길남효 역시 자리에 앉으며 젓가락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산나물 하나 집으며 우적우적 씹어 먹더니 이내 조봉암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가 물어볼 것은 무엇인가?”

“제가 듣기로는 형님의 삼남이 꽤 특이한 기술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특이한 기술? 흐음... 현재 공개된 기술로는 꽤 많지만 자네가 주목해야할 기술에는... 아... 그게 있었군.”

“형님도 잘 아시는 부분입니까?”

“그렇지. 예전에 난 지주 밑에서 일하던 소작농이 아닌가? 그러니 농사에 관련된 것은 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 그런데. 자네가 주목하는 것은 그 기술들인가?”

조봉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남효에게 대답한다.

“예. 아무래도 제가 농림부 장관이니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무엇이든 물어보게나.”

조봉암은 젓가락으로 산나물 하나 집어 향미를 느끼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을 지으며 길남효에게 묻는다.

“실내 농업, 다른 말로는 적층 농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 그건가? 쯧. 지금에 들어서 완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이군. 저번에도 그 인촌 김성수와 낭산 김준연이 그 때문에 내 삼남을 만났는데 말이야.”

“으음.”

길남효의 말에 조봉암은 침음을 흘렀다. 역시 농지개혁이 다가오니 그들의 행동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삼남은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고 답변했지.”

“하기야... 당연하겠군요. 실내 농업이라. 꽤 많은 돈들을 투자하고, 관련 기술들이 많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래서 자네는 그 실내 농업의 현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듣고 싶은 것인가?”

그 말에 조봉암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렇습니다. 말해줄 수 있습니까? 형님.”

길남효는 그 말에 녹차 한 잔을 마시며 조봉암에게 설명을 해준다.

“내 삼남 병윤에게 듣기로는 이미 실질적으로 건물 내에서 진행되는 벼농사까지 성공한 모양이야.”

그 말에 순간 조봉암의 눈이 커지며 길남효에게 묻는다.

“그게 정말입니까?!”

“쯧.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일단 들어보게나.”

“아 죄송합니다. 형님.”

“현재 실내에서 벼농사까지 재배하는 것이 가능해졌네. 말로는 수경재배의 형태로 벼를 키운다고 하더군.”

“호오. 그렇다면...”

“또 현재는 연구 결과인데. 최종적으로 1년에 4기작도 가능하다는 말이야.”

“으음. 말씀을 들으니 완전히 꿈만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건물을 세우고, 또 설비들을 들일 많은 돈들이 필요하다네. 실질적으로 그 실내 농업이 상용화된다면 농민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그걸 세울 수밖에 없지.”

“......”

“일단 상용화되는 시간은 몇 년 더 필요하다고 한다는군.”

“으음... 제가 농지개혁을 주도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형님도 잘 알지 않습니까?”

“그래. 잘 알지. 그런데 그 것이 문제라도 있는가?”

조봉암은 그 말에 한숨을 내뱉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지주들이 그걸 이용할지도 모릅니다.”

“지주들이 실내 농업을?”

“예. 그런 시설들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이 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 밖에 없지 않습니까? 정 현금이 없으면 그들에게는 땅이라는 담보가 있습니다. 그 담보를 이용해서라도 그 실내 농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흐음. 삼남이 연구하던 것이 자네에게 독이 되었다 그 말인가?”

조봉암은 그 말에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지주들은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그들로써는 땅들을 농민들에게 팔아넘기고, 그 돈들을 이용해 실내 농업이라는 것을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

“결국 제가 원하는 아니 정부가 원하는 농지 개혁은 그렇게 타협이 되겠죠. 땅들을 농민들에게 분배하는 대신에 실내농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손대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거 잘못 하다가...”

“예. 걱정 되는 것은 농민들의 욕이 형님의 삼남에게 쏟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농민들의 빈부격차가 심한데, 그걸 더 심화시킨 책임이 그 동협 그룹 회장에게 있다고 말이죠.”

길남효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그래서 상용화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런 것을 막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조봉암은 길남효를 바라보다 한 마디 대답한다.

“어쩔 수 없겠군요. 제가 욕을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욕이라면?”

“삼남이 쏟아질 욕을 제가 가지겠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실내 농업은 미래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농민들의 반발에 무산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으음. 미안하이.”

“아닙니다. 이런 역할 역시 농림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자세입니다. 그리고 형님. 자세히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언젠가 형님을 서울로 가실 때, 제가 아는 맛 집에 데려다 모시겠습니다.”

============================ 작품 후기 ============================

다음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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