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77화 (47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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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8월 14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궁 서기장실, 스탈린은 상당히 짜증나는 얼굴로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김일성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남한의 군사력이 위협적이니 북한에 최신식 소련 전차를 지원해달라는 것이오?”

스탈린의 귀찮아하는 눈빛과 또 짜증내는 감정에 김일성은 침을 꿀꺽 삼켰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그렇습니다. 스탈린 동무.”

“지난번에 지원해준 T-34/85에 대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소?”

“무... 물론 그 전차들은 상당히 유용하고 또 전력에 상당히 보탬이 됩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란 말이오?”

“으음... 그러니까 남한에서 신형 전차를 배치하는 바람에.”

“신형 전차?”

스탈린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린다. 그 말에 김일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한에서는 KT-48이라는 신형 전차를 개발한 뒤 이제 양산에 들어가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면서 김일성에게 묻는다.

“북한에 우리 소련의 자랑스러운 전차인 T-34/85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깟 신형전차를 개발하였다고 이렇게 벌벌 떨며 지금 나에게 구걸하러 오는 것이오?”

스탈린의 그 말에 김일성은 몸이 떨리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아마. 그 전차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신다면. 서기장 각하께서도 흥미로워하실 것입니다.”

“쯧. 이미 잘 알고 있소. 그럴 만한 물건들을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집단이 남한에 많이 있소?”

그 말에 김일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스탈린을 바라본다. 스탈린은 짜증나지만 김일성에게 한 마디 말한다.

“신생국이라는 명목으로 T34/85를 배치하였는데, 거기다 또 우리 소련의 신형 전차를 보낸다면 우리 소련을 맹주로 삼은 공산국가들이 화를 낼 것이 분명하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있다가 그 신형 전차를 앞세우는 남한의 군대에 우리 북한이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안 되오. 돌아가시오. 그 신형전차가 그만큼 위협적이면 T-34/85 100대를 더 보내겠소.”

“......”

결국 김일성은 그 말을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일성은 일에 실패했다는 감정 때문인지 암울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방 밖으로 나간다. 스탈린은 속으로 그 김일성의 그 모습에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아까 김일성 옆에 서 있던 베리야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 KT-48이라는 물건이 어떤 물건이기에 저 김일성이라는 작자가 이리도 호들갑을 떠는 건가?”

베리야는 그 말을 듣고 스탈린에게 간단히 설명해준다.

“정식 명칭은 48식 전차 또는 81식 전차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이름 참 희한하군. 48형과 81형이 혼재되어 있다니.”

“그 쪽 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단기라는 기년법을 쓰기 때문에 그런 이름까지 붙여진 것입니다.”

“흐음... 그래? 일단 이름은 되었고, 더 설명해봐.”

베리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설명한다.

“현재 북한군과 대치 중인 남한군이 주로 운영하는 전차는 44식 전차입니다.”

“오. 44식 전차. 그거 참 명품이라고 소문났다고 하던데?”

“예. 예전 나치 독일 군이 운영하던 콰니히스티거 전차까지도 잡아먹던 전차이니 말입니다.”

스탈린은 얼빠진 얼굴로 베리야에게 반문한다.

“뭐? 콰니히스티거까지? 그게 정말인가?”

“예. 지난번 유럽 서부전선에서 미군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44식 중전차를 사용한 결과들인데 한 번 읽어보시면 될 것입니다.”

베리야가 한 가지 서류를 제출하자 스탈린은 으음 하며 44식 중전차의 제원을 확인해 나간다.

“그런 괴물 같은 녀석들이 남한군에 배치되어 있다는 건가?”

베리야는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예. 하지만 48식 중전차의 경우는 44식 중전차의 완벽한 후계 전차입니다.”

“후계 전차?”

“현재는 신형으로 배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녀석인데. 정보야 꽤 기밀이 있어서 그러는데 기능들도 많습니다. 서치라이트, 스테빌라이저, 그리고 핵, 화학, 생화학에 대한 방호능력까지 갖췄고, 거기에 또 장갑 역시 특이하다고 합니다.”

“특이?”

“예. 여러 재질들을 맞물려 복합적으로 사용한 장갑이라 하더군요. 실질적인 성능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탈린은 그 말에 ‘끄응’ 소리를 내며 베리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래서 그 김일성이 안달복달하지 못했던 것이군. 현재 그 전차는 몇 대 배치된다는 소리를 하고 있나?”

“현재는 약 500대 가량 배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500대? 흠...”

“하지만 그 것 역시 초도물량이라. 만약 전시 상황에 들어간다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얼굴이 자동적으로 찡그려진다.

“그래? 그렇다면 현재 생산되고 있는 중전차 IS-4와 비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것이...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IS-4에 대한 교전 사례, 특히 그 KT-48을 상대한 교전 결과가 없으니 말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흠. 일단 그 KT-48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보고해봐. 그 자료 수집 토대대로 북한의 전차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지.”

베리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서기장 각하.”

그렇게 베리야는 일을 하러 방 밖으로 나간다. 스탈린은 자신의 카이저 콧수염을 만지며 생각한다.

‘KT-48이라. 또 거긴가? 하여튼 곤란한 곳이군.’

스탈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잡고, 일을 처리해나간다.

한편, 남한의 신형 전차를 구경하는 것에 대해서 각 군정의 사람들과 또 광복군의 사람들,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이 박사가 무기실험장에 있었다. 이 박사는 자신의 비서인 윤치영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이번에 배치되는 신형전차 KT-48이란 물건은 어떤 물건이기에 저렇게 사람들이 나서는가?”

그 물음에 윤치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대답한다.

“저 역시 자세히는 모르지만 44식 중전차가 대전기 동안 활약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그 후계 기종의 전차를 공개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온 것 같습니다.”

“흠... 현재 그 신형 중전차를 양산하고 있는 곳이 그 곳인가?”

“예. 대통령 각하께서 생각했듯 동협 기계 회사에서 나서서 양산하고 군에 납품하는 실정입니다.”

“흠. 어제 국방부 장관이 강력하게 신형 전차의 배치를 추진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국방부 장관 철기 이범석과 동협 그룹 회장 길병윤과는 현재 긴밀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쯧. 비리의 연장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제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입니다.”

“그래. 그렇군. 일단 그 동협 기계에서 만든 신형 전차부터 구경하는 것이 낫겠군.”

이 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돌린다. 한편, 병윤은 동협 기계 사장인 조범휴와 또 국방부 장관인 철기 이범석과 같이 앉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말한 그 중전차는 우리가 말한 요구를 충족했다는 건가?”

그 말에 병윤은 대답대신 시선을 조범휴에게 돌린다. 묻고 싶은 것은 그 쪽에 물어달라는 눈치인 것 같았다. 이범석은 그런 병윤의 행동에 옆구리살을 꼬집으며 말한다.

“내 너와 친밀해도 내가 이렇게 무시당할 지위는 아닐텐데?”

병윤은 그 말에 아파하며 이범석에게 말한다.

“아야야.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잘못했습니다.”

조범휴는 이범석과 병윤의 행동에 얼빠진 얼굴로 바라본다. 병윤은 흠흠 거리면서 이범석에게 설명해준다.

“현재 실험하고 있는 KT-48에 대해선 아저씨가 잘 알고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알고 있는 물건?”

“예전에 개발한 46식 전차 있지 않습니까?”

“아 저번에 개발을 했는데, 뭔가 부족하다 싶어서 내가 도중에 되돌린 그 중전차 말인가?”

“예. 이번에 동협 기계에서 그 전차를 토대로 어느 정도 개량을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늘 시험을 하고 있는 KT-48식 중전차입니다.”

“흠. 야간 전투에 가능하고, 또 우리나라 지형에 많은 논과 진흙 위에서 기동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는 건가?”

“예. 아저씨가 요구한 것은 전부 들어맞게끔 설계 했습니다.”

“야간전투 및 또 자세 회복, 그리고 산악 지형에서의 운용까지 된다는 건가?”

“뭐 자세한 것은 지금 앞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됩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그만 물어보고,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향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예의 그 주인공이 나타난다. 바로 KT-48 중전차였다. 먼저 가장 중요한 기능인 험지 주파 능력부터 시험했다.

KT-48 중전차는 등장하자마자 정차하고, 이동하며 포탑을 돌리며 빠르게 기동하는 것까지 보인다. 그리고 어느 한 곳을 향해 전진해간다. 물에 젖어 진흙탕이 된 곳으로 말이다. 전차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던 군 장교들은 이 모습에 대해 눈살을 찌푸린다. 아무래도 진흙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그대로 퍼지는 KT-48 중전차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식은 이미 애초부터 파괴되었다. 진흙 속으로 돌진한 KT-48 중전차는 어느 정도 진흙에 빠지기는 하였어도 진흙에서 곧바로 벗어나 바로 전진하였기 때문이다.

“허어...”

이범석은 놀란 표정으로 KT-48 중전차의 모습을 살펴본다. 진흙 속에서 기동력이 보장되었으니 논에서도 기동력이 보장된 셈이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전차를 이용한 작전의 폭을 높일 수 있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리고 그 KT-48 중전차의 모습에 대해 놀란 것은 광복군 간부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미군정 사령관인 웨드마이어 중장과 딘 군정장관의 얼굴 역시 놀란 표정으로 KT-48 중전차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KT-48 중전차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저 쪽에서 괴물을 탄생시켰군요.”

“우리 미국에서도 차세대 전차를 개발한다고 하는데. 이 모습을 보니 조금 힘이 빠집니다.”

“으음. 이미 44식 중전차를 다수 보유하여 운영 중인 광복군이지만 이번 신형 전차까지 보유한다면 지금 한반도 동북쪽에 있는 북한을 그냥 밟을 수 있겠군요.”

“본국에서는 남한이 이를 계기로 북진통일을 할까?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로썬 간섭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원조를 미끼로 남한의 이승만 정부를 제어할 수밖에...”

“아. 그렇군요. 그게 있었군요.”

“그리고 또 차세대 전차 개발에 대해 저 쪽과 같이 합작하는 제안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딘 군정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은 나눠 가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현재 KT-48 중전차는 얼마만큼 양산했다고 합니까?”

“제가 알기로는 총 500대의 생산을 완료하고, 배치 중에 있다고 합니다.”

“500대라...”

“적어도 한반도의 지형과 면적 상 500대면 충분한 대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미국은 과도한 남한의 군비 확장을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본국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렇게 되겠군요.”

한편, 시범에 나선 KT-48 중전차는 이리저리 움직이고는 드디어 자리를 잡고, 무언가를 단상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인다. 가만히 있던 KT-48 중전차의 포구는 계속 밑으로 내려가다가 한계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체가 앞으로 기울면서 포구가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자 이범석은 놀라 병윤에게 묻는다.

“이건?”

“KT-48 중전차의 현가장치를 이용한 포구 낮추기입니다. 아저씨가 말씀하던 산악전에서의 유용한 운영을 위해 개발한 기능입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마음에 들었다는 표정으로 KT-48 중전차의 모습을 바라본다. 한반도의 지형 상 산악과 언덕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산악전에서 전차가 운영되어야 한다면 필히 포구를 낮추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산 밑에 있는 적 병력에게 포를 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정말이지 대단하군. 보통 타국의 중전차는 이런 것이 가능한가?”

“가능한 것이 있겠지만 크게 고려는 안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세계대전에서 전차전은 거의 유럽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곳은 산악보다 평지가 많은 곳입니다.”

“하기야. 그럴 수 있겠군. 현재 북한군, 그리고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T-34/85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겠어.”

이범석은 그런 소리를 하자 병윤은 피식 웃으며 전방을 바라본다. 전방에서의 KT-48 중전차는 곧바로 차체를 움직이고, 포구를 돌리더니 이내 목표를 향해 조준하고는.

-퍼엉!-

보기 좋게 포탄을 날렸다. 그리고 그 포탄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 떨어지고, 그 충격으로 인해 흙먼지가 확 피어올랐다. 하지만 전차의 포구는 이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지 계속해서 포구에 포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포신이 한계가 될 때까지 포탄을 쏘아진 후에야 그만두었다. 대신 목적지의 목표물은 눈으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지형이 바뀌었다.

KT-48 중전차는 그 다음에도 여러 기능을 선보이더니 이내 시범을 마치게 된다. 이범석은 엄청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병윤의 등을 툭툭 치더니 한 가지 묻는다.

“마지막으로 이 KT-48 중전차의 항속거리는 얼마 정도 되는가? 그리고 속력은?”

그 물음에는 병윤 대신 동협 기계 사장인 조범휴가 대답한다.

“동협 기계가 양산하고 있는 KT-48 중전차의 항속거리는 총 2500km입니다. 또 평지에서의 속력은 약 50km/h, 험지에서의 속력은 30~40km/h입니다.”

“흠. 엔진을 아예 규소 연료를 사용하게끔 바뀌었나 보군?”

조범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이번에 보인 KT-48 중전차의 시범에 만족하셨습니까?”

그 말에 이범석 국방부 장관은 만족했다는 표정을 활짝 짓는다.

============================ 작품 후기 ============================

원 역사에서의 6.25전쟁 당시 국군은 전차 하나가 없어서 T-34/85에 빌빌 거렸는데. 여기서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들의 창의적인 댓글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아참 KT-48 전차는 2세대 전차라고 알고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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