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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국방부 장관 이범석은 병윤에게 한 가지 물었다.
“이번에 양산될 KT-48 중전차의 수는 500여대 정도라고?”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범석에게 대답한다.
“아시다시피 이번에 군납할 수량이 그 정도로 맞추지 않았습니까?”
“흠. 그 정도면 꽤나 많은 수의 기갑 여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기갑여단은 두 개 만들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 보병 사단에 전차 대대 직할로 운영하기로 편제된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보병 사단에 전차대대를 배치하는 것은 보병 사단 내 연대의 전투 지원을 하기 위함이니 말이야.”
“흠. 기갑 여단이 보통 80여대 소모한다고 치면 기갑여단 2개 정도 편제하니 160대, 거기서 340대는 전부 보병사단의 전차대대로 돌린다면...”
“지금 광복군의 보병사단은 총 12개 정도 편제 되어 있다. 전차대대의 전차 수는 18~20개 정도 편제되니 얼추 들어맞는 군.”
“기계화 보병사단을 구성하지 않을 계획입니까?”
이범석은 고개를 흔들며 병윤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네 녀석 또 장갑차를 만들어 팔아 먹으려고 하는가?”
“뭐 싫으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군수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돈이 안되니 말입니다.”
병윤의 말에 이범석은 ‘끄응’ 침음을 흘린다. 하기야 병윤은 군수물자들을 거의 원가에 가까운 수준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돈이 부족했던 국방부로써는 그나마 강대국 수준의 군수물자들을 값싸게 납품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리나라 지형 상 기계화 보병 사단은 대략 2~3개 정도 편제할 계획이다. 지금도 가상 적군이기도 한 북한 인민해방군과 대치되고 있는 전선은 기계화 보병보다는 전문적인 산악사단을 구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
“산악사단이라...”
“지금은 산악사단보다는 헬기들을 이용한 강습산악사단으로 편제할 계획까지 있지. 이 조언을 준 것은 미군 고문관들이 그렇게 말을 하더라군.”
“강습산악사단. 하기야 현재 전선을 이루고 있는 상황 상 강습산악사단이 그나마 적합하겠군요.”
흔히 말하는 평안-함경 경계선에는 낭림산맥이라는 지형적 요소가 존재했다. 즉 그 경계선은 다시 말해서 평야보다는 험준한 산맥이라는 험지로 구성되어 공격적 이점보다는 방어적 이점이 더욱 컸다. 그런 지형에서 기계화 보병사단이나 기갑여단은 기동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가장 적합한 사단으로는 이범석이 말하는 헬기를 이용한 강습산악사단이었다.
기계화 보병사단과 기갑여단은 평야지대에서 활용성을 매우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지형 대부분이 평야지대라면 강습산악사단보다는 기계화 보병사단과 기갑사단까지 편제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 지형은 산과 언덕이 많은 지라 평야지대에서 활약할 만한 전장에 투입시킬 정도로 편제하면 되었다. 대신 그 강습산악사단에 전차대대를 배치하여 적의 전차에 대비하게끔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했다.
“그래. 그렇지. 또 기계화 보병사단은 돈이 들잖아? 이제야 개국할 분위기인 이 한반도에서 정부가 과연 그만한 돈들을 투자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병윤은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다. 예로부터 전력의 증강에는 예산이 있어야 했다. 이제야 개국하고, 정부를 새로 구성될 시점인데 그 예산들을 전부 군에 쏟아놓기에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난했다. 지금은 그 시궁창 같은 경제 상황부터 해결해나가고, 점진적으로 군에 투자하는 것이 옳았다.
“흠흠. 그러면 이 것으로 일단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또 필요하다면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다. 그리고 이번 시험건은 수고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이제야 퇴장하는 KT-48 중전차를 바라본다.
한편, KT-48 중전차의 시범이 끝날 때까지 관찰한 이 박사는 ‘흐음’ 소리를 내며 뭔가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자신의 비서실장인 윤치영에게 돌리고 한 마디 묻는다.
“자네가 보기에 저 전차는 어떤 것 같아?”
“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각 군정의 사람들 얼굴을 보아하니 꽤나 심각해 보입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 성능이 너무 별로라는 것과 또 성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흠. 그런데 다들 심각하다는 표정을 지으니 성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일 수 있겠군. 성능이 너무 별로라고 한다면 몇 몇 인원들이 비웃는 표정을 지을테니 말이야.”
이 박사의 말에 윤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실질적인 평가는 들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북괴 쪽에 배치되어 있는 전차들을 대항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원래 그 44식 중전차라는 물건이 배치되어 있지 않나?”
“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형 전차이니 44식 중전차보다 더 좋지 않겠습니까?”
윤치영의 말에 이 박사는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기야 하겠군.”
그 때, 미군정 사령관 웨드마이어 중장이 이 박사 일행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다.
“내일 있을 정식국가의 개국식에 한 번 더 미리 축하를 드리겠습니다.”
이 박사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짓고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하하. 우리 민족만의 새로운 국가의 창설에 축하해주는 미국의 의지를 알고 있으니 정말로 제 미소가 절로 띱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박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들어는 보겠습니다.”
웨드마이어 중장은 그 말에 흠흠 거리며 표정부터 바꾸고 이 박사에게 말한다.
“사실. 이번에 미국 정부의 입장이 나왔는데, 정부 입장에서 남한의 지나친 군비 확장을 염려한다고 합니다.”
이 박사의 얼굴은 그 말에 절로 찡그려지며 웨드마이어 중장에게 묻는다.
“우리 남한이 북한을 먼저 침략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무성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 상황에 맞지 않게 군비를 확장시키는 것에 대해 소련을 포함한 공산국가를 자극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웨드마이어 중장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웨드마이어 중장에게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치지 말라고 말을 하는 것입니까?”
“제가 내린 결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무성의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각하께서 그런 분위기를 쇄신시켰으면 합니다.”
이 박사의 얼굴은 과하게 찡그려지다 이내 얼굴을 펴면서 하하 웃고는 웨드마이어 중장에게 말한다.
“제가 확답을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를 하겠지만 결코 북한을 먼저 치는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웨드마이어 중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말을 우리나라의 국무성에 전달해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여기고, 남한을 원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띠우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국가적인 차원에서 침략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안심이 된 웨드마이어 중장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시험장 밖으로 떠난다. 이 박사는 웨드마이어 중장의 뒤를 쳐다 보다 이내 이맛살을 찌푸린 채로 윤치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우리가 전쟁을 일으킬까? 괜한 염려를 하는군.”
윤치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이번에 보인 신형 전차는 저들이 생각하기에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겠군. 안 그러면 이런 말을 나에게 해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그 때, 윤치영이 이 박사를 쳐다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진심으로 북괴를 평정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이 박사는 그 말에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원조를 받아야 되겠지. 괜히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우리만 피곤해지지 않겠는가?”
윤치영은 그 말에 그럴 수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현재 농지개혁에 주력한 뒤에 공업화를 실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으음. 자력갱생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앞으로 우리가 다른 나라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이런 꼴을 안 당하지 않겠는가?”
이 박사는 아까 웨드마이어 사령관의 태도에 분개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신형 전차 시험은 끝이 났다.
1948년 8월 15일, 3주년 광복 날이 다가왔다. 일제에게서 해방된 날인만큼 아주 뜻 깊은 날이었기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날에 이 날을 선정했다. 각 신문기자들이 구름떼처럼 오고, 또 두 TV방송국의 촬영기사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생방송, 그리고 녹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외에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곳을 향해 구름떼처럼 모이면서 아직 식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식이 시작되는 분위기를 보인다. 한편, 개국식을 준비하기 위해 각 정부에 소속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이 박사는 따로 누군가를 대동한 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 정부 내각에 자네의 사람들이 포함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
그 말에 이 박사와 대면하고 있는 한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불과 5년 전에 만났지만 이렇게 저를 귀히 대우하시니 감격할 따름입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그 청년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순수한 나에 대한 충성심의 말인가? 아니면 그냥 나에게 아부하고자 하는 말인가? 뭐 상관이야 없겠군. 그래도 자네와 또 자네의 사람들이 그만큼 필요하기에 내각 안에 집어넣은 것이니 말이야.”
“앞으로도 제가 할 일은...”
“많아. 아주 많지. 현재도 존재하는 희귀병, 불치병, 골치 아픈 전염병들이 존재해. 그런 어렵고, 험난한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 자네의 힘이 꼭 필요해.”
청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앞으로의 삶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을 들으니 다행이군. 그런데... 제주도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청년은 그 말에 흠칫 놀라다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군경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으음...”
“진성 빨갱이 녀석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서 군경들이 하면 되겠습니까? 진심으로 그들을 방해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박사는 ‘끄응’ 침음을 흘리며 청년에게 대답한다.
“알겠네. 그 것이 자네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겠군. 그나저나 앞으로도 그 동현 대학교에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인가?”
“여기에서 할 일이 있다면 냉큼 달려오겠습니다.”
그 말에 이 박사는 손사레를 치며 청년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니야. 됐어. 그러지 않아도 돼. 이미 자리는 결정되었으니 굳이 자네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군. 그건 그렇고, 각 군정들이 해놓은 일들을 대충 살펴보니 기반들을 갈고 닦는 일에 충실한 것 같군. 교통기반이나 사회기반, 그리고 공공시설 같은 분야들 말이야.”
“예. 제 동생 녀석이 그들의 요청을 받아서 일을 조금 했습니다.”
“흐음. 앞으로 있을 국책 사항에 대해서 자네 동생의 도움이 필요해.”
청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 녀석이 이 조국으로 돌아간 것은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 말 다행이군. 자네가 말한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
청년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여 제품들을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또 국공내전에 상당히 주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공내전이라...”
이 박사는 검지로 책상 위를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고, 청년은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을 하게끔 놔둔다. 이 박사가 어느 정도 생각을 끝내자 청년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이 곳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상공부와 재무부의 소관이니 믿고 맡기면 될 것이고. 그 것보다 자네 부부 생활은 어떤가?”
청년은 그 말에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대답한다.
“이미 아내는 만삭이 된 몸이라서 집에서 편히 휴식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그 말에 호들갑을 떨며 청년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런. 자네가 옆에서 돌봐 주어야 하는데, 내가 자네를 붙잡은 것 같네.”
“하하. 아닙니다. 아내가 중요하듯 선생님의 말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흠. 말만이라도 고맙네. 알겠네. 식이 끝난 후에 한 번 아내를 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말에 청년은 일어서서 이 박사에게 인사를 한다.
“알겠습니다. 박사님의 뒤에서 지켜보고, 아내에게 가겠습니다.”
“하하. 알겠네.”
청년은 이 박사의 방에서 빠져나가고, 이 박사는 곧바로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자신이 말할 연설들을 외우고 있었다.
한편, 식이 거행되는 장소에서 귀빈으로 초청된 길남효와 그 가족들은 주변을 돌아보고 분위기를 살핀다. 그 때, 길남효는 자신의 삼남인 병윤에게 한 마디 질문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자리에 와야 되겠나?”
길남효의 한 마디에 병윤은 흠흠 거리면서 대답한다.
“이번에 맞이할 정식 정부의 개국인데 편안하게 살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저 사람들 밑에서 보고 싶지. 이런 자리에 앉아 보는 것은 상당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그럼 아버지 자리를 비우고, 가족들끼리 사람들 속에 파묻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때, 병재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길남효는 그런 병재의 얼굴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넌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것이냐?”
“이번에 이 식의 주인공이 되시는 분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흠...”
그 때, 한 군복을 입은 백인남성들이 이 곳에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 선글라스를 끼고, 옥수수대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한 장년 남성의 모습에 길남효와 그 가족들은 일어서서 그 사람들을 맞이한다. 바로 이번 정부수립에 초대되어 오게 된 주일본연합군총사령관 맥아더 원수와 그 부하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왜 길남효의 가족들에게 다가오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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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편에 돌입했습니다. 앞으로 6.25 전쟁까지는 한 수 백 편이 소모되어야 할 것 같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