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80화 (48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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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맥아더 원수는 자신을 힘 닿는 데로 돕겠다는 길남효의 말에 만족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하하. 언젠가 다시 한 번 만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맥아더 원수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남효는 자리에 앉으면서 맥아더 원수의 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병윤이 옆에서 한 마디 묻는다.

“왜 그런 말을 하셨습니까?”

“뭐가?”

“저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말.”

길남효는 그 말에 괜히 뜨끔해지며 자신의 삼남인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너에게 그 말에서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병윤은 그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길남효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저 맥아더 원수에 대한 평가가 조금 들어맞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들어 맞아?”

“정치계에 발을 딛고 싶다는 야망 말입니다.”

“그 야망에 왜 나를 이용하고 난리야?”

병윤은 그 말에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길남효에게 대답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병재 형님은 미국 정계에서 어느 정도 인맥을 가진 사람이에요. 물론 그 쪽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부탁까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알고 있다와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라는 것은 꽤나 큰 차이점을 남기기 때문이죠. 아마 맥아더 원수는 그걸 알고 있기에 우리들에게 접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그 쪽의 일 거리는 관심없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 쪽에 대한 것은 우리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길남효는 괜히 한 말 때문에 자신의 아들들이 힘들어 질까? 라는 죄책감이 얼굴에 조금 서려 있었다. 병윤은 그런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한편,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을 한 맥아더 원수는 옆에 있는 부관의 물음에 걸으면서 대답을 해준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내가 왜 저 원주민 집단이랑 만나는 것이냐? 그 것인가?”

부관은 마음에 드는 눈치가 아닌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예. 저 미개한 인간들을 왜 예의를 가지고, 귀히 대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여기서 정계에서 꽤나 대단한 지위를 가진 가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부관에게 대답해준다.

“흠. 자네의 안목은 여기까지인가 보군.”

부관은 그 말에 놀라서 맥아더 원수의 얼굴을 바라본다.

“예에?”

“자네의 안목이 그 정도라는 사실 말이야.”

“그 말씀은?”

“자넨 나이가 어떻게 되지?”

“이제야 25살 정도 됩니다.”

“그리고 계급도 중위이고, 말이야. 분명 사관학교에 졸업하여 나랑 같이 다니고 있지. 그러면 이론도 꽤나 빠삭할 거야. 하지만...”

부관은 맥아더 원수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부관의 평가를 계속한다.

“그러니 자네의 안목이 그 정도로 고정된 것은 당연한 일 일거야. 자넨 경험이 없으니 말이야. 적어도 상류층의 사교계에 발을 딛었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았겠지.”

“......”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야. 다만 남들을 편견대로 평가하다간 큰 코를 다치지. 이건 내가 해주는 충고지.”

“그... 그럼 저들이 원수님에게 있어서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입니까?”

“흠. 한 가지 자네에게 질문을 던지지. 자네도 미국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안다면 적어도 미스터 길에 대해선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아까 저 사람이야.”

“예에?!”

부관은 놀라서 맥아더 원수에게 소리친다. 미스터 길에 대한 소문은 부관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불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군인이니 더더욱 소식을 알아야 했기 때문에 그의 전설적인 업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놀라는 것이 눈에 선하군. 또 더불어서 현재 동양에서 우리 국가의 어느 대기업 못지않은 기업 집단이 있지. 그 기업 집단의 오너의 아버지 역시 내가 인사했던 사람이야. 이 정도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겠나?”

“......”

“그래. 한 마디 말하자면 저들은 동양의 로스차일드 가문, 그리고 록펠러 가문이란 말이야.”

맥아더 원수는 그렇게 대답한 뒤 얼빠진 얼굴의 부관을 데리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편 같은 시각, 자신의 사무실에서 설치된 TV를 통해 남한의 정식 정부 선포식을 본 김일성은 복잡한 감정을 품은 얼굴로 자신 옆에 있는 친동생이자 심복인 김성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우리 역시 준비를 박차야 하겠군.”

“이제 이 한반도도 완벽히 분단이 되겠군요.”

“흠. 저들이 저런 선택을 한 이상. 내 선택은 결국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단 말이지.”

“하지만 지난번 광복군에 배치된 신형 전차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T-34/85 중전차는 광복군에 현재 배치된 주력 전차인 44식 중전차에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영 골치라는 표정을 지으며 김성주에게 말한다.

“그래. 군사적 우위는 저들에게 있어. 그리고 문제는 아직까지 중국의 상황은 백중지세라는 점이란 거야. 이대로 가서 저 쪽에 전쟁을 걸다 단박에 깨지고 말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네가 조금 생각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바라지 않는 것이 좋겠지. 이럴 때는 어쩔 수없이 외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예? 외세라면. 하지만 우리를 지원해줄 외세가 있기는 합니까?”

“저 북쪽에 있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그들도 전쟁 중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상황을 보고, 그들의 지원 의사를 타진해야지.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압록강에 광복군이 배치되는 것을 위협적으로 생각하니 말이야.”

“전략적으로 말하자면 청의 홍타이지 황제가 배후를 우려하는 상황과 같다는 뜻입니까?”

“그래. 맞아. 중국 공산당에게 있어 지금의 본거지인 만주와 이 곳 한반도와의 거리는 거의 지척이나 다름없어. 그 점을 통해 설득하여 그들의 지원을 얻으면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남중국은 그 놈들과 동맹을 맺을 것입니다.”

“그래. 바보가 아닌 이상은 말이지. 그래서 지금 할 일은...”

김성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의 형님인 김일성을 바라본다.

“지금 할 일은 무엇입니까?”

“일단 공작원을 투입시켜 남한의 정세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지. 적어도 군사 반란 정도는 일어나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남한의 공산당 총책인 박헌영에게 연락하여 공작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흠. 그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야심이 있는 그에게 말이 통할까?”

김성주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일성을 설득한다.

“통할 것입니다. 이대로 시간만 가다가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박헌영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시시각각 그의 세력과 기반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니 말입니다.”

“그렇기도 하겠군. 그를 불러주게나.”

“예. 형님.”

김성주는 부리나케 박헌영을 데리러 방 밖으로 나갔고, 김일성은 아까의 TV를 계속 보다 이내 구석에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자 이를 부득 갈았다. 바로 병윤을 포함한 길씨 가족들의 얼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언제까지 희희낙락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김일성은 지난 번 그들의 폭탄 공작으로 인해 어른 쪽 관자놀이에 생긴 흉터를 만지며 그들에 대한 원한을 잊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김성주는 박헌영을 데리고 왔다. 김일성은 미리 TV를 끄고,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한 채 박헌영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박헌영 동무.”

박헌영은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김일성을 바라보며 묻는다.

“저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습니까? 김일성 동무.”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앉아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김일성이 박헌영에게 자리를 권하자 박헌영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김일성과 대면한다. 김일성은 지금까지 미소를 지은 채로 박헌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내가 박헌영 동무를 부른 것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박헌영은 김일성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 물어본다.

“여러 가지 이유라면?”

“물론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는 한 가지 이유가 박헌영 동무에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 와닿는 다라. 그 것만이라도 들려주실 수 없습니까?”

김일성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박헌영에게 설명해준다.

“현재 박헌영 동무의 지지기반인 남한에서 꽤나 곤욕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헌영의 얼굴은 삽시간에 굳어진다. 그리고 김일성을 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나에게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김일성 동무.”

“전 그런 상황을 도저히 눈에 볼 수 없어서 말입니다. 적어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남한의 탄압 분위기를 방해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박헌영은 고민이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을 하다 이내 김일성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 가지 의문에 빠진다.

‘저 자가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분명 호의적인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 테고. 분명 노림수가 있겠지.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군.’

“그래서 남쪽에 심어놓아 활동하고 있는 내 동지들을 가지고 뭔가 공작을 펼치겠다는 그런 의미입니까?”

“하하. 공작이라니. 제가 그런 무리한 요구를 박헌영 동무에게 지겠습니까? 다만 박헌영 동무가 하는 일에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지원을... 으음... 하지만 그 것에는 대가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김일성은 그 말에 침음을 흘리며 속으로 한 마디 말한다.

‘눈치가 꽤 있군.’

“흠. 그렇다면 한 가지 공작을 조금 해주었으면 합니다.”

“공작이라. 무슨 말인지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남한과 북한 간의 전력 차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혁명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끝끝내 이룩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동무가 생각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저 쪽의 전력을 깎게 만들고, 우리 전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요지는 잘 알겠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그들의 후방이 되는 것에 군사 반란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군사 반란?!”

박헌영은 놀라며 김일성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김일성은 막상 폭탄을 던졌는데도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박헌영을 바라본다.

“뭔가 어려운 일입니까?”

“그 것은 가능할 지언데. 지금 이용해야 되는가? 라는 의문이 들어서 말입니다. 지금 군사 반란을 일으키도록 한다면 남한은 큰 곤란과 혼란에 빠지고, 김일성 동무가 말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들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쓰이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적어도 군사 반란은 전쟁 중일 때, 도모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전쟁 전에 이 것을 터뜨린다면 적들은 필시 이를 경계하고, 다시는 공작하기 어렵도록 방법을 바꿀 것이 뻔합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검지로 책상을 툭툭 치며 박헌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박헌영 동무. 동무 역시도 이대로 가다가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계속 시간만 소모하다가 동무의 지지기반이 차례차례 붕괴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급한 것이 아닙니다. 박헌영 동무가 더더욱 급하지 않습니까?”

박헌영은 그 말에 얼굴을 구기며 김일성을 바라본 채 한 마디 대답한다.

“으으으...”

“내 말이 틀렸습니까? 어떻게 기차를 타야할지 고민할 시간에 기차는 떠나고 없는 그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면 박헌영 동무께서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끄응’ 소리를 낸 채 생각에 잠기다 이내 한 숨을 푹 쉬며 김일성이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알겠습니다. 정 김일성 동무가 원한다면 그 쪽 후방 지역에 공작을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약속 하나 안 지킬 만큼 무도한 사람처럼 보입니까? 이런 근본적인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같은 동무들끼리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은 자명합니다.”

“으음...”

박헌영 동무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김일성 동무를 믿겠다는 눈빛을 보낸 채 방 밖으로 나간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성주가 김일성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형님. 아까 박헌영 동무와 맺었던 약속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 말에 김일성은 잔혹한 표정을 짓더니 김성주에게 대답한다.

“발톱 빠지고, 이빨 빠진 맹수를 사람은 어떻게 요리해야 좋겠는가?”

김성주는 그 말에 생각을 하다 대답한다.

“그거야 당연히 맹수를 죽여서 가죽을 벗기고, 고기는 먹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흐흐. 바로 그거야. 공작을 하면 할수록 내가 바라던 효과를 얻는 대신 저 맹수 같은 박헌영의 세력을 꿀꺽 삼킬 수 있지 않은가?”

김일성의 대답에 김성주는 혀를 내두른다. 정말이지 자신의 형이지만 상당히 냉혹하고 또 정치적이었다.

============================ 작품 후기 ============================

뭐 아실만한 사람은 아시겠지만 김일성, 이 박사, 그리고 차후에 나올 그 분들 같은 권력자들은 대체로 이런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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