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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월 9월 3일, 인천 대형 부둣가에 정박한 거대한 배들을 목표로 짐들이 인부나 그리고 부두에 설치된 거대 장치에 의해 옮겨지고, 그 것도 모자라서 헬기까지 동원한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신유철 사령관이 지휘하는 중국군 12군에 속한 병사들은 배에 탑승하여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부둣가 건물 안에서 신유철 사령관이 병윤과 같이 자리에 앉아 독대하고 있었다. 신유철은 병윤이 건네 준 대규모의 서류 자료들을 보고, 찬찬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게 그 계획이군.”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계획의 변경은 필수나 다름 없습니다.”
신유철은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군. 총통 각하께서도 12군은 사천과 중경에 주둔하면서 혹시나 모를 인민해방군 게릴라, 그리고 토착 군벌들을 견제 토벌하라고 하시더군.”
“흠. 정상적이라면 12군을 전선에 배치하는 것이 옳겠지만 역시 정치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쯧. 전화를 끝낼 생각보다 자기들 이익이나 추구하는 꼴을 보자니.”
병윤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묻는다.
“어제부터 시작된 철군은 언제까지 마무리될 예정입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한 뒤 대답한다.
“아무래도 1개월 정도는 넉넉히 걸리겠지. 12군은 상당하게 규모를 이루고 있어. 거의 12개 사단이 여기에 속해 있으니 당연하겠지.”
“흠. 이 한국에서의 전력이나 다름없군요. 덕분에 국군(8월 15일 정식 개국한 뒤 광복군에서 대한민국 국군으로 명칭이 바뀜.)의 할 일이 더더욱 많아지게 생겼습니다.”
“흥. 이 곳 사람들이 애도 아니고, 자신의 나라는 자신이 지켜야지.”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요즘도 조국의 군 전력 증강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불편한 시선을 주고 있습니다.”
“쯧. 이쪽 정부가 먼저 북한을 침공할까봐 그런 것이냐?”
“뭐 까딱하면 빨갱이들을 배척하는 것을 넘어 아예 토벌하겠다고 말을 하니 거대한 전쟁을 겪고 싶지 않은 미국으로썬 당연한 반응일 것입니다.”
“그래. 그렇군.”
“형님은 귀국하면서 뭐 또 필요한 것 없으세요?”
신유철은 그 물음에 손 사레를 치며 대답한다.
“이미 너에게 많이 받았고, 차후에 지원을 받을 생각인데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다가는 배가 터지고 말 걸?”
“으음. 준비는 확실히 하는 것이...”
“나에 대해서는 그만 신경을 쓰고, 네 기반이나 신경을 써. 요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로 활기를 띄는 것이 좋지만 기반을 갈고 닦는 것만큼 보험되는 것은 없다.”
“알고 있습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차츰차츰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윤의 대답에 신유철은 만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좋아. 여기서 며칠 있다가 헤어지겠군. 하지만 다시 만날 날은 그리 길지 않으니 다행인 것 같군.”
“이렇게 말을 들으니 이 아우 조금 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나 나나 바쁜 몸이야. 이제 각자 할 일에 주력해야지.”
신유철과 병윤은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이 곳에서의 헤어짐을 기다린다.
1948년 9월 9일, 신유철 사령관은 배에 탑승하여 자신을 배웅해주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자신의 조국으로 귀국할 때, 북한의 함흥에서는 꽤나 중대한 선포식이 있었다. 바로 북한 인민공화국의 독립이었다. 결국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인해 남과 북은 둘로 분단이 되었고, 두 국가 간의 적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북한이 건국된 그 이후부터 제 1공화국 정부는 국공내전 때문에 한반도에 주둔했던 중국군정의 중국군 12군 철수를 막을 수 없었지만 미군정의 미군들의 철수에 대해서는 주둔 내지는 천천히 철수를 목표로 각지의 인사들이 움직였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략상 이점을 별로 느끼지 못한 미국 국무부로썬 국군을 위한 미군 고문관들을 제외하고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군정의 미군들을 차례대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3년 전에 대전을 치렀고, 이제야 평화를 만끽하려던 미국의 입장에서 군축은 당연한 것이었고, 미국의 입장 상 유럽이 중요하지. 아시아는 서 일본, 그리고 중화민국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어느 정도 경시되는 분위기였다.
1948년 9월 16일, 동북아시아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균형을 한꺼번에 깨드릴 시간이 다가왔다. 대만 대북(타이베이)시 어느 한 지하건물 안에서 빵모자를 뒤집어 쓴 젊은 남성이 굳은 표정을 하고는 자신의 상대방의 사람에게 한 마디 물었다.
“그 것이 정말인가?”
“그렇다네. 난호.”
빵모자를 쓴 젊은 남성 조난호는 긴장된 얼굴을 하며 자신 앞에 앉아 있는 덩치 큰 남성인 주태윤을 바라본 채 다시 묻는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야. 태윤.”
주태윤 역시 허투루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 조난호에게 말한다.
“이것이 거짓말이었으면 너에게 이런 말을 했는가?”
“으음...”
조난호는 상당히 신중한 얼굴로 주태윤을 바라본다. 지금 그가 말한 정보는 조난호에게 있어서 믿을 수 없는 사실과 같기 때문이다. 조난호는 긴장이 많이 되는지 침을 매번 삼키고, 긴장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조난호의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그 대신 그의 눈빛에는 증오와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래. 그렇지. 드디어 그 빌어먹을 총통 녀석이 이 쪽으로 오는가?”
조난호가 말한 총통이라는 단어에 주태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묻는다.
“정말로 일을 치를 생각인가?”
“그거야 당연하지. 내 가족들이 그 지옥 같은 사건에서 희생되었어. 1년 전까지만 하여도 생생했던 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의 얼굴들이 기억나.”
그렇게 말한 조난호는 이를 뿌드득 갈고는 말한다.
“이 원수. 갚지 않으면 안 되지. 난 이것을 위해 내 목숨까지 던져버릴 각오도 했고, 말이야.”
“으음...”
주태윤은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조난호를 바라본다.
“휴우. 내가 알기로는 내일 장개석 총통은 광장에서 한 바탕 연설을 할 예정이야. 기회는 그 때밖에 없어.”
“그래. 기회는 그 때밖에 없지. 그래서 물건은?”
주태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방구석에서 무언가를 찾아 두 개의 물건들을 주태윤의 앞에 내놓는다. 바로 반찬통과 물통이었다. 그는 그 것들을 조난호에게 소개해준다.
“이건 겉모습만 반찬통, 물통이 아니야.”
주태윤은 반찬통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조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태윤에게 말한다.
“한 마디로 검문 때문에 장치해놓은 것인가?”
“그렇지. 아무래도 그는 중국대륙에서 일인자나 다름없어. 경계도 삼엄할 거야. 도시락을 들고 온다고 해도 검사할 거야. 전례가 있기 때문이지.”
“전례라.”
“16년 전에 조선의 한 사람이 도시락과 물통 폭탄을 이용하여 일을 저질렀지. 총통도 그 걸 모를 리는 없을 거야.”
“으음. 제길.”
조난호는 짜증이 난 표정으로 두 개의 물건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내일 있을 거사에 물건들을 바꾼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가 없지. 적어도 그나마 방법이라고는 이 것밖에 없으니 말이야.”
“미리 단상 위에 폭탄을 설치해서 암살하는 방법은 안 되나?”
“그런 것이 된다면 이렇게 물건들을 준비해놨겠어? 차라리 그 방법대로 일을 밀고 나가지 안 그래?”
“으음...”
“내일의 기회도 사실 우리에게 있어 천우신조나 다름없어.”
“알고 있어.”
“그래.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조난호는 주태윤이 준비해둔 두 개의 폭탄을 살펴본다. 안까지 살펴보니 일반적인 반찬통과 물통이었기에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내부가 이렇게 되어있다면 장치들은 어떻게 된 셈이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좋겠군.”
주태윤은 반찬통의 어느 한 위치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고, 어느 방향으로 힘을 주었다. 그러자 반찬통 밑 부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반찬통의 밑 부분에 얇은 내부의 공간이 있었다. 대략 1cm 두께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건...?”
“이게 진짜 물건이지. 지금은 장치가 되지 않았지만 이 작은 1cm 두께의 공간 안에 뇌관과 그리고 화약을 집어넣어 폭탄을 만들 수 있지.”
“그게 가능한 거야?”
“내일 이 반찬통에 채울 화약은 꽤나 고성능 화약이야.”
“으음.”
조난호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밑 부분이 떨어진 반찬통을 바라본다. 주태윤은 그런 조난호의 어깨를 두들기며 한 마디 말한다.
“이 정도면 검문을 피함과 동시에 일을 치를 수 있을 거야. 어때? 마음에 들지 않나?”
조난호는 그 말에 굳은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 물통 역시 마찬가지야.”
주태윤은 물통을 반찬통처럼 만지작거리더니 물통의 겉 부분과 속 부분을 떼어낸다. 원래 물통의 크기는 일반 군인들의 그 물통의 크기였지만 물통을 분리시키니 속 부분의 물통의 크기는 대략 작은 감자만한 크기였다. 겉 부분과 속 부분의 크기 차이가 꽤 있었다. 조난호는 주태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 두 부분 안에서 장치를 해놓는 건가?”
“그래. 아까의 반찬통처럼 이 물통 역시 마찬가지이지.”
“으음...”
“비싼 돈을 주고, 구해왔어.”
“물건을 보니 확실히 비싼 것 같군. 출처는...”
“내일 일 치르러 가니까 한 마디 대답해주지. 출처는 일본인 기술자의 손에서 만들어졌어. 원래 패망하기 전 나라에서 일을 도맡아 했는데, 지금은 일거리가 다 떨어져서 이런 일까지 했지.”
“그런가? 으음...”
조난호는 출처를 들으니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일 있을 거사로 인해 상당히 긴장감이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일 중요한 것은 주태윤이 구한 이 폭탄 두 개가 잘 작동하는지 그리고 목표물이 정말 오는지.
조난호와 주태윤은 내일 있을 거사를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해둔다.
같은 시각, 대북성의 한 호텔의 객실에서 장개석은 영 불만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심복 송자문을 바라본다.
“그래서 자네는 내일 있을 연설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송자문은 그 말 속에 자신에 대한 불편함과 짜증남이 서린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심을 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한다.
“영 불안합니다. 겉으로 봐서는 총통 각하를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작년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질시, 원망하는 눈초리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자네 너무 예민해진 것 아니야?”
“저도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송자문의 뭔가 있는 표정에 장개석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내일 일은 치러야 할 문제야. 분위기가 불온하든 아니든 어차피 해야할 일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내일 경비와 호위들을 보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쯧. 알겠네. 알겠어. 내일 자네 말을 따르지.”
송자문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 빨갱이 놈들을 격멸시키지 못하다니.”
장개석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만주에서의 전선을 생각하자 열이 뻗친다는 표정을 지었고, 송자문은 이에 맞장구를 친다.
“예. 정말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모든 지원과 병력을 다 투자해주었는데도 저 한 줌 거리도 안 되는 빨갱이들 하나 못 밀다니.”
“쯧. 중일 전쟁에서 활약했다고, 너무 기고만장해진 것 같군. 사람을 바꿔봐야 되나? 에휴...”
장개석은 국공내전을 생각하자 영 복잡하다는 얼굴을 짓고는 이내 송자문에게 손 사례를 치며 말한다.
“자네는 이만 나가보게나. 난 여기서 쉬어야겠네.”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편안한 밤 되길 바랍니다.”
송자문은 장개석에게 고개를 조아려 인사하고는 방 밖으로 나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아무도 없어야 할 그 방 안에 사람이 있었다. 송자문은 긴장된 얼굴로 방 안에 있는 사람에게 말한다.
“당신은 누구이기에 이 방 안에 들어왔습니까?”
송자문의 물음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싱긋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 송자문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전 장문환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장문환이라고 소개를 한 젊은이의 말에 송자문은 얼굴을 찡그리며 그에게 말한다.
“지금 자네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아. 왜 내 방 안으로 들어 온 거지?”
장문환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송자문에게 대답한다.
“이종인 부총통께서 보낸 사람입니다.”
“부총통? 으음. 그 사람이 왜?”
“하하. 제가 여기에 온 것은 그 이유를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장문환의 말에 송자문은 영 의심스럽다는 눈빛이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아 독대한다.
“그래. 그 부총통이 나에게 해줄 말은 무엇인가?”
장문환은 그 말에 흠흠 목을 가다듬고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지난 번 한반도에서 귀국했던 12군의 사령관 신유철에 대해서 아십니까?”
송자문은 ‘신유철’이라는 말에 흠칫하더니 이내 묻는다.
“그의 행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
“그가 사천 쪽과 중경 쪽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군사 활동?”
“예. 원래 그 쪽 지방에 주둔해야할 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아십니까?”
송자문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장문환에게 대답한다.
“난 또 뭐라고. 그 일이라면 걱정 말게나. 애초에 그의 그런 군사적 활동은 그렇게 약속되어 있으니 말이야. 쯧. 난 무슨 대단한 소리를 내놓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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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가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