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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송자문의 말에 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장문환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예에? 그게 약속 되어 있다는 것입니까?”
송자문은 속으로 ‘뭔가 했네.’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장문환에게 상세한 사정을 설명해준다.
“원래 이종인 부총통께서도 12군을 사천, 그리고 중경 쪽에 배치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들이 적극적으로 군사 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 이종인 부총통이 꽤나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장문환의 말에 송자문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한다.
“흥.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
“하여튼 사천 중경 쪽에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총통께서도 인가하신 사항이야. 그러니 너무 왈가불가하지 말게나.”
장문환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다 이내 한 가지 말을 흘린다.
“저도 단순히 군벌 견제와 공산 게릴라 토벌에 치중하고 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을 것입니다.”
장문환의 말에 뭔가 있다는 낌새가 보이자 송자문의 눈빛은 단박에 바뀐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사천의 최고 행정 책임자와 긴밀히 대화를 하면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꾸민다라... 단순히 행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그랬다면 그런 보고들이 이종인 부총통님의 귀에 들리셨을 것입니다. 요즘 행동이 수상한지라 이렇게 무례를 무릎 쓰고, 찾아온 것입니다.”
송자문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검지로 책상 위를 툭툭 치며 생각을 하더니 장문환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정보가 부족해. 만약 그가 적극적으로 총통께 반역을 한다면 무슨 낌세가 보이겠지만 그런 낌세조차 없네.”
“반역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가? 다만 의심스럽다고 까보다가 역으로 당할 수 있어.”
장문환은 그 말에 말문이 턱 막힌다. 하기야 송자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의심스러운 정보도 정보지만 그에 따른 근거와 증거가 필요했다. 물론 가짜 근거와 증거를 동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행동하다간 자칫 잘못하면 저 쪽의 신경을 건드려 원래 별 것 아닌 일인데,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었다. 송자문은 한숨을 쉬고, 장문환에게 말한다.
“일단 그는 한반도 동협 그룹과 연관된 관계자이자 군 사령관이야.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우리들에게 적대적인 군벌을 탄생시킬지 모르지.”
“예. 알겠습니다. 대신 의심스러운 정보가 있으니 그에 대해 감시의 끈을 놓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종인 부총통의 말씀이 있습니다.”
송자문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 그런 자리에 오른 자를 감시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래. 이만 나가보게나.”
“예. 제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장문환은 고개를 숙여 송자문에게 사과를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간다. 송자문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이내 그가 문을 열고, 완전히 모습을 사라지자 피식 웃으며 생각에 잠긴다.
‘하기야 이종인은 그 신유철에 대해서 꽤 관계가 안 좋기 하지.’
신유철과 이종인의 관계 악화는 중화민국 내각의 주요 인물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 둘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대전이 끝나기 직전 있었던 그 중경공단 회장 해임 사건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었다. 신유철은 이 일의 원인에 이종인을 포함한 군벌들에게 있다고 장개석에게 주장했기에 이종인은 그 것을 알고, 신유철을 경원시했다. 물론 송자문 역시 신유철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인간은 신중하게 대해야지.’
신유철은 한반도에서 생산된 군수물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일종의 끈이었다. 만약 신유철을 정치적인 이유로 내팽개쳤다면 필히 한반도 안에 있던 동협 그룹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의 일로 자신들에게 원한이 있는 병윤과 그 일행들이 있는데, 신유철까지 피해를 준다면 아무리 총통의 명이라고는 해도 중국과의 관계를 끊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에휴. 머리가 복잡하군. 지금 총통 각하께서도 주무시고 계실 테니 지금 와서 말하는 건... 시간이 너무 늦었어. 내일 연설이 끝나고 한 마디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하루를 보낸다.
1948년 9월 17일, 아침 일찍부터 장개석이 연설할 단상이 설치되었고, 그 단상 위에 장개석을 따르는 주요 인물들이 앉을 의자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급 원목으로 만들어진 연단을 단상 앞에 설치해놔 연단에서 연설하는 장개석의 모습을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삼엄한 경계의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는 경비원들의 감시 속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걸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쌍안망원경으로 배율을 확대해서 무대의 위치를 확인한 조난호는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며 옆에 있던 주태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연설은 언제 시작되는 거지?”
주태윤은 그 물음에 말로 대답하기 보다는 하나의 소책자를 건네준다. 조난호는 그 소책자를 펼치니 거기에는 연설에 대한 자세한 일정이 적혀 있었고, 그 내용을 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태윤을 칭찬한다.
“이런 것까지 준비해둘 줄이야. 정말 능력이 좋군.”
주태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조난호에게 대답한다.
“이번 일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만한 일이야. 그렇기 때문에 준비는 철저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이거.”
주태윤은 어제 조난호에게 보여주었던 반찬통과 물통을 건네주며 말한다.
“어제 보여줬던 폭탄 두 개야. 하나는 목표용. 그리고 하나는...”
“내 거인가? 알겠네.”
조난호는 그 두 개의 폭탄을 살펴보며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주태윤은 한숨을 내뱉으며 조난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자네와 나랑 이렇게 같이 갈 시간은 이 때가 마지막인 것 같군.”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나? 만약 일이 실패한다면 자네 뒤를 따를 생각이야.”
주태윤의 말에 조난호는 조금 멍한 얼굴을 지으며 묻는다.
“자네...”
“나도 작년의 사건을 겪었거든. 그래서 자네를 돕는 거고.”
주태윤은 조난호의 어깨를 두들기며 한 마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일이 성공하면 나도 금방 뒤를 따라 가겠네. 아직 원수는 총통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
“휴우. 그래.”
그렇게 주태윤과 조난호는 이 시간을 기점으로 헤어진다. 조난호는 목숨을 바쳐 일을 치르기 위해 주태윤은 그 이후의 일을 위해 발걸음을 걷는다.
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었다. 작년의 사건 때문에 장개석을 비롯한 국민당에 대해서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장개석의 명성 때문인지 단상 앞에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여 있었다. 그리고 조난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 사람들을 헤치고는 연단에 서서 연설하는 장개석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 자야. 저 자. 나의 가족들을 죽여 버린 원수.’
어느 정도 살기가 띄는 눈빛으로 장개석의 모습을 쳐다보는 조난호는 시기를 기다렸다. 곧바로 행동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장개석은 그런 조난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연설을 계속한다.
“우리 중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예전 과거에 있었던 역대 중화제국처럼 세계에 중화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또 중국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 것입니다. 과거에 무수한 치욕들이 있었지만 우리들은 그 치욕들을 멋지게 극복해 나갔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장개석은 자신을 향해 모인 대중들 앞에서 그렇게 연설을 하다 잠시 말문이 막혀 연단 위에 놓인 쪽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조난호의 눈에 포착되었다.
‘때는 지금이야.’
조난호는 자신이 들고 있던 반찬 통을 장개석에게 던진다. 그리고 장개석을 향해 크게 외친다.
“2.28을 기억하라!!!!”
장개석 주위에 있던 경비원들은 몸을 던져 장개석을 보호하고자 하였지만 장개석을 향해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반찬통 폭탄이 더 빠르게 향한다. 장개석은 놀란 눈빛으로 반찬 통과 그리고 그 것을 던진 조난호를 쳐다본다. 그렇게 장개석의 눈에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장개석의 앞에 반찬 통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것은 그대로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쿠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 소리가 들렸고, 조난호는 계획대로 물통 폭탄을 이용하여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하늘로 간다.
-쿠와아아아앙!-
폭음은 두 번 돌렸다. 그리고 조난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연설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혼란의 연속 속에 빠진 중국 대륙의 갈 길을 정하고, 그 길을 찾아 자신의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개석은 폭사하고 말았다.
1948년 9월 20일, 하얼빈 중국 인민해방군 최고 관계자들이 모인 방 안에서 모택동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서서 묻는다.
“그... 그게 정말인가?”
빵모자와 인민복을 입은 전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모택동에게 대답한다.
“3일 전, 대만의 대북 성에서 연설을 하던 장개석은 2.28 사건의 유족 한 사람에게 폭탄 테러를 당해 그대로 폭사되고 말았습니다.”
“으으음...”
모택동은 그 소식을 막상 듣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기쁨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뭔가 상당히 허무하고, 또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비록 적수였지만 대단한 사람이었고, 모택동은 그의 어느 한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존경을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다니. 모택동은 손이 자동적으로 떨렸다. 그 때, 모택동 옆에 있던 주은래가 기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이건 기회입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기회! 지금 이루고 있는 전선을 한꺼번에 붕괴시키고, 주석 동무의 야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입니다.”
모택동은 주은래의 기회라는 소리에 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한다.
“그래... 기회라... 기회란 말이지.”
그렇게 말한 모택동의 눈빛은 한순간에 바뀌고 만다.
“그래. 이 번이 마지막 기회야. 우리 인민해방군에게 찾아온 유일무이한 마지막 기회.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는다.”
모택동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남경의 부총통실에서는 씁쓸한 얼굴을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지난번 송자문과 만났던 장문환이 서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군.”
장문환은 그 물음에 한 마디 대답한다.
“장개석 총통이 세상을 떠났으니 그 자리는 부총통이 앉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현재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엄청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장개석 밑에 있던 세력가들이 동시에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뭐라...?”
“각자 야심을 접고, 그의 그림자 속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가 사라졌으니 이제 다시 야망을 품을만하지 않겠습니까?”
이종인은 그 말에 이를 뿌드득 갈고는 손바닥으로 팔걸이를 내리치며 말한다.
“이런! 은혜도 모르는 족속들! 감히... 감히...”
이종인은 씩씩 대며 장문환을 바라보았지만 장문환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그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만주에 형성되고 있는 전선입니다.”
그 말에 이종인은 퍼뜩 제정신을 차리며 장문환에게 급하게 묻는다.
“그래. 그 전선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
“현재는 그대로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붕괴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일단 내 명으로 자율적으로 전선을 유지하라고 해.”
장문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장문환은 급히 방 밖으로 나가 이종인의 명령을 수행하러 갔다. 이종인은 영 골치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중얼거린다.
“이런 제길. 끓고 있는 냄비뚜껑 위에 돌이 치워지다니. 이렇게 되면...”
이종인은 생각해보았지만 상상이상으로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각, 자신의 부관 옥취판을 바라보며 신유철은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현재 사천 지방의 유지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나?”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보호해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에 유력한 사람이 바로 사령관님입니다.”
신유철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옥취판에게 한 마디 말한다.
“결국. 내 아우의 예상대로 최악의 사태가 온 것 같군.”
“이제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 말에 신유철은 지난번 병윤에게 받은 자료들을 펼치고, 한 마디 말한다.
“이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겠지.”
“......”
“이제 이 순간 이후부터는 다시 혼돈의 시대가 온 거야. 제기랄.”
신유철은 그렇게 한 마디 욕설을 내뱉고는 주먹을 부르르 쥔다. 옥취판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사령관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독립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습니까?”
“군벌로 말인가?”
“군벌이 아닙니다. 전 사령관님이 중화민국의 후계자라고 생각합니다.”
“......”
“솔직히 사령관님께서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습니까? 그 빌어먹을 이종인 부총통과 비교해서도 유리한 점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와의 대립은 하면 안 되네. 저 만주 쪽에 있는 빨갱이 녀석들이 어부지리를 취할 것이니 말이야.”
“으음. 그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가까운 시일 내로 이종인 부총통과 만나서 담판을 짓는 것이 낫겠어.”
“담판이라면?”
“적어도 인민해방군이라는 빨갱이 족속들과는 함께 대항해야하지 않겠나?”
“그 말은 결국 그와는 다른 길로 가겠다는 말씀이군요.”
신유철은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병윤이 만들어준 계획서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온 거야. 최악의 상황이. 병윤이 나보고 살아 남으라고 말을 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견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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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국은 이대로 분단의 길로 돌아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6.25전쟁도 터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