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83화 (483/633)

0483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한편 같은 시각, 이번에 국무총리 직 자리에 앉게 된 김구는 병윤을 불러 독대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국무총리의 자리에 앉아 일을 하니 얼마나 피곤한지 몰라. 임시정부에서 일을 해와 일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식정부에서 일을 하니. 규모 단위가 틀려.”

“하하. 그렇기에 국무총리라는 귀한 자리에 앉지 않으셨습니까? 요즘은 농지개혁 때문에 상당히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각하.”

병윤의 ‘농지개혁’이라는 단어에 김구의 미간이 좁아진다.

“그래. 그 농림부에서 벌인 일 때문에 상상도 못할 일들이 들어오고 있어. 물론 농지개혁이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급한 면이 있어.”

“거기에 따르는 지주들의 반발까지 생각하면...”

김구는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냥 말도 말게나.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은 처음이야.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이건 거의 혁명이나 다름없을 정도야.”

“그 정도나 됩니까?”

“아무리 부수러지는 특권이라 하지만 끝날 때까지 움켜쥐겠다고 있는 인간들이 많지. 지주들의 세가 강한 전라도와 황해도 지방이 특히 그래.”

“흠. 하지만 그들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구는 병윤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 자네가 만들어준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있지. 지금 몇 번이나 그 적층 농업 그러니까... 으음. 아 식물공장에 대해서 얼마만큼이나 청탁을 받았나?”

“아직까지는 상용화가 되지 않아서 부탁을 물리고 있지만 그래도 지주들의 부탁이 너무 거세니 예정보다 일찍 상용화를 시작할 것입니다.”

“저번에 상용화 문제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예. 그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살기 위해 처절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빛과 행동에 제가 못 당하겠습니다.”

“하기야. 사람이 가장 무서울 때가 생존을 위해 투쟁할 때이겠지.”

병윤은 그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 앞에 있는 잔에 담긴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자 김구는 그런 그의 모습에 신기해하며 묻는다.

“그런데 자네는 그 코코아를 좋아하는군. 무슨 이유라도 있나?”

“하하. 그냥 개인적인 기호입니다.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코코아가 본능적으로 당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하기야 자네랑 처음 만났을 때부터 커피보다는 코코아를 즐겨 마셨지. 요즘은 따로 초콜릿 회사랑 계약해서 그 코코아를 구매하고 있더군.”

“예. 미국의 기라델리라는 명품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에서 따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 물건들이 자주 사라지고 있는데. 알고 보니 제 동생 녀석이 그걸 꺼내서 먹고 있더군요.”

“자네 동생 나이가 어느 정도 되지?”

“이제 한 6살 정도 된 여자아이입니다.”

“자네가 일찍 결혼했으면 딸 같은 아이겠군.”

“하하. 국무총리 각하께서도 제 결혼에 대해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김구는 그 말에 싱긋 웃음을 지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대답한다.

“자네 일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내 누군가 방 안의 김구에게 급히 뛰어간다. 김구는 갑작스러운 일에 얼굴이 찡그러지다 이내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의 비서실장인 선우진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 마디 묻는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급하게도 뛰어 당기는 것인가?”

김구의 물음에 선우진은 헉헉 대다 이내 이렇게 급히 뛰어온 이유를 말한다.

“크... 큰 일 났습니다.”

“뭐? 큰 일? 그게 무슨 소리야?”

김구는 조금 불길하다는 감을 안고, 선우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중화민국의 총통 장개석이 대만에서 암살당했다고 합니다.”

순간 김구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고는, 일어서서 선우진에게 외친다.

“뭐야?!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봐.”

선우진은 헉헉대다 이내 한숨을 돌린 후에 김구에게 설명을 해준다.

“지금으로부터 3일 전, 중화민국의 장개석 총통은 대만 대북의 어느 한 광장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연설의 군중으로 위장한 어느 괴한의 폭탄 테러에 폭살당했습니다.”

선우진의 정확한 설명에 김구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지더니 이내 힘이 빠지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이... 이럴수가...”

장개석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김구에게 있어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한반도에서 한국독립당이라는 당을 만들게 하고, 또 그 영향력을 유지해온 사람이 장개석이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는 여태까지 유지되어오던 한독당의 기반이 무너져간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한편, 병윤은 김구와 달리 그리 충격에 빠진 얼굴이 아니었다. 다만 속으로는 자신을 중용해준 장개석 총통에 대해 애도의 말만 남기고, 지금 중요한 것을 생각한다.

‘불길한 미래를 예상했지만 이 것만큼이나 최악의 상황은 없군.’

병윤이 알고 있기로 중화민국의 정치체계는 한 사람에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였다. 정치 틀이 근대화로 짜여 있지만 본질적으로 중국 전근대 시절의 정치구조나 다를 바 없었다. 만약 그 정치구조의 최고 지도자가 사고로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별다른 후계 구도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 정치체계는 금세 붕괴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개석도 그 것을 알았기에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부총통이라는 자리에 앉혔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장개석 만큼의 국정 장악력을 보일 수 있을까? 현재 중화민국의 부총통은 이종인이었다. 이종인이 중화민국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을 만큼 능력과 인망이 있다고 하지만 장개석을 대신해서 국정을 장악할 수는 없었다.

결론은 한 마디로 중화민국은 뿔뿔이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병윤은 빠르게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히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유철이 형님에게 계획서를 넘긴 것이 천만다행이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런 사태를 맞이하면 아무리 나라도 방법을 찾기 힘들었겠지.’

아마 이 소식이 신유철의 귓가에 들린다면 자신이 건네준 계획서대로 빠르게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장개석 총통이 있을 때는 원래 그대로 살아가면 되었지만 그 사람이 하늘로 간 이상 신유철에게 있어서 주위의 상황은 위협이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믿을 만한 사람들은 자신이 거느린 12군뿐. 기반도 그리고 전과 같이 일하던 중화민국의 장관들도 신유철에게 있어서 적 내지는 중립이었다.

김구는 충격에 빠진 채 헤롱헤롱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 제 정신을 차린 후, 병윤을 바라본 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묻는다.

“이 소식. 자네도 들었겠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김구는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어차피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질 것이야. 상당히 곤란해. 나를 포함한 한독당의 사람들에게 있어 최대로 후원해주는 사람이 사라졌어.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병윤은 생각을 하는 척 하다 이내 김구에게 묻는다.

“장개석 총통이 하늘로 가신 이상 스스로 기반을 다지거나 아니면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야 될 것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창 생각에 잠겼고, 병윤은 코코아를 마시면서 김구의 생각을 기다린다. 그러다 이내 김구는 얼굴을 찡그리며 병윤에게 한 가지 묻는다.

“자네는 이런 상황인데도 상당히 침착해보이는군.”

병윤은 그 말에 잔을 테이블 위로 천천히 내려놓으며 대답한다.

“저도 이런 상황이 올지는 몰랐습니다. 단순히 중화민국의 세가 불리한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런 대형 사건이 터질 줄이야.”

“그 말은...?”

“앞으로 중국은 전쟁으로 혼란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현재 만주에서 전선을 이루는 상황이 가까운 시간 내로 깨진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깨진다면... 결국 중국 인민해방군이 만주를 접수하여 남하해온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럴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단단한 기반이 있습니다. 여기서 천우신조의 기회를 얻었으니 바로 만주의 국부군을 부수고, 흡수한 뒤 하북으로 진출할 것입니다.”

“으음...”

김구는 한창 고민에 빠지다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물어본다.

“그렇게 된다면 자네가 가장 큰 일이 아닌가? 중국으로 수출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데, 그런 시장이 사라진다면...”

병윤은 그 말에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정말이지.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튀어 나올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습니다.”

“희망?”

“예. 이 일은 예견하지 못했지만 제가 신유철 사령관을 위해 계획을 짜둔 것이 있습니다. 현재 이 소식을 그가 들었다면 지금 행동을 개시할 것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생각을 하다 눈이 번쩍 떠지며 병윤에게 말한다.

“아니 그 것이 정말인가!?”

“예. 이런 일이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 형님은 독립하게 될 것입니다. 전 그 형님을 위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자네의 그 도박. 나도 걸면 안 되겠는가?”

“예에? 이건...”

“여기서의 기반 다지기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세계와 밀접해질 것이 분명하지. 나 혼자 살겠다고 외부와 폐쇄된 채 있다가는 고립되고, 도태되고 말 것이야. 난 자네가 지원하겠다는 신유철에 대해서 끝까지 지지하고,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걸세.”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제 형님을 도와드리겠다니. 각하께 정말이지 은혜를 입었습니다.”

“흠. 은혜라? 아니야. 해방 전에 자네가 나에게 해준 것이 얼마만큼 있는가? 그 것을 조금 갚았다고 생각하게나. 그리고 어차피 같은 입장이 된 이상 자네가 그 신유철 사령관에게 건네준 계획이 뭔가? 한 번 듣고,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병윤은 김구에게 곧바로 그 계획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병윤의 말을 들을수록 김구의 얼굴은 진지하게 변해가더니 설명을 다 들었을 때, 입이 자동적으로 벌어졌다. 김구는 간신히 입을 닫고,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러니까 그 신유철 사령관의 세력의 최종 목표는 황하 이남까지가 목표란 말인가?”

“예. 그 정도의 세력을 가져야 우리에게 있어서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 그 형님을 도우면서 예전 중경공단을 다시 재건할 계획입니다.”

“그렇군.”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병윤의 거대한 계획을 들었으니 이제 김구는 그 계획에 맞춰 행동을 하면 될 것이다. 김구는 병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한 마디 말한다.

“그리고 이건 아무도 말하지 말게나.”

“이 계획이 널리 퍼지는 것은 저 역시 곤란하니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군. 하기야 그렇겠지.”

김구는 납득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김구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겠군. 결국 새로운 후원자는 그로 정할 수밖에.’

그렇게 김구와 병윤의 독대는 끝이 나고 말았다.

1948년 9월 22일, 이종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찡그린 채로 있는다.

“그러니까 일단 북쪽에 대한 빨갱이 녀석들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하잔 이 말인가?”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적어도 우리의 큰 적은 저 북쪽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저와 당신의 사이가 나쁘다고 하지만 남들에게 어부지리를 노리게 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이종인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신유철을 바라본다.

“결국 상황은 이렇게 돌아가는군.”

“......”

“자네의 눈빛을 보니,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의사가 없는 모양이군. 이대로 자네만의 세력을 구성할 생각인가?”

“제가 따르는 사람이 없는 이상, 이대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종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신유철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적어도 남경 그 주위는 내 세력이야. 알겠나?”

“전 그리 욕심은 없습니다. 대신 제 세력을 유지할 만큼만 필요합니다.”

“그래서 바로 호북성과 호남성을 접수했군. 미리 그렇게 약속을 해놓았는가?”

“이대로 고삐 풀린 채로 있다가는 큰일이 나지 않습니까?”

“으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광동성에 있는 광주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광주는 왜지?”

“아시지 않습니까? 상해 역시 훌륭한 항구도시이기는 하지만 광주 역시 항구도시입니다. 그 곳을 기점으로 무역을 추진해야지요.”

“내륙에서 말라 죽을 생각은 없나보군.”

“가장 중요한 일은 총통 각하가 하늘로 떠나신 이상 지금이라도 빨리 혼란을 수습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종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철에게 대답한다.

“그거야 그렇지.”

“혼란을 수습하는 절차라면 당신의 말을 어느 정도 들어줄 용의가 있습니다.”

“으음...”

이종인은 생각을 하다 이내 신유철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기는 해도 자네의 행동은 너무 빠른 것 같군. 이런 일을 미리 계획이라도 했나?”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제가 총통 각하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 예견하신 것 같습니까?”

이종인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하기야 전 총통 각하에 대한 충성심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말은 여기서 끝인가?”

“일단 명목상이라도 중화민국 총통 자리 직에 앉으십시오.”

“흥. 그 것으로 야심을 터뜨릴 녀석들을 제어할 수 있겠나?”

“적어도 뿔뿔이 흩어지다 빨갱이 녀석들에게 일망타진되는 것보다는...”

그렇게 말하는 신유철의 눈빛은 상상이상의 열기를 보여준다.

============================ 작품 후기 ============================

중국 내 상황은 또다시 혼돈으로 갈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뭔가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부디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