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84화 (48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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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9월 25일, 하얼빈 중국 최고 지도자회의실 안에는 모택동이 굳은 표정으로 전령이 가져다 준 정보의 내용을 읽고 있었다. 모택동의 말을 들을 때마다 최고 지휘부의 참모들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간다. 내용을 모두 읽은 모택동은 종이를 자기 앞에 툭 내려놓으며 한 마디 말한다.

“쯧. 장개석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혼란에 빠진 꼴이 아니군. 그런데 총통에는 이종인이, 그리고...”

주은래가 모택동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천의 신유철이 세력을 가지고 독립했다고 합니다.”

“신유철이 말인가?”

모택동은 영 골치라는 표정을 짓는다. 여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신유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임표가 이런 분위기에서 한 마디 말한다.

“하지만 그는 사천에 웅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만주의 전선을 박살내는 것이 최우선 아니겠습니까?”

모택동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맞는 말이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만주의 전선부터 박살내는 것이지. 현재 작전은 어떻게 진행 중에 있는가?”

임표는 그 말에 자신 있게 모택동에게 대답한다.

“요양에서 적 병력들을 포위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시간을 버티면 아무리 우월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제풀에 지쳐 무너질 것입니다.”

“적어도 올 해 안까지는 하북의 북경을 함락시키고, 황하까지 남하해야 한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영 어렵다는 얼굴을 짓는다. 천우신조의 기회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하여도 모택동이 말한 대로 목표를 이루기는 어려울 듯싶었다. 모택동은 그런 분위기를 인식하자 한 마디 말한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고사되는 길 밖에 없다네. 모두들 생존의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게나.”

그 말에 일동 모두가 대답한다.

-예!-

사람들이 회의장 밖으로 떠날 때, 모택동은 주은래를 잡았다. 주은래는 의아한 표정으로 모택동을 바라보자 모택동은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여기에 남아주게나. 자네는 할 일이 있어.”

그 말에 주은래는 ‘뭔가 있구나.’ 싶어서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들이 다 할 일을 하러 방 밖에 나가고, 모택동, 주은래, 두 사람만이 방 안에 남게 되자 주은래가 분위기를 살피다 모택동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저어.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모택동은 ‘으음’ 소리를 내며 이내 주은래를 바라본 뒤 말한다.

“자네는 이 형국을 어떻게 보는가?”

“형국이라 하신다면.”

“앞으로의 중국 내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는가?”

“현재 국부군의 정신적 지주인 장개석이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벌어질 일들은 아무래도 연합의 붕괴일 것입니다.”

“연합의 붕괴라...”

“아시다시피 국부군은 장개석의 중앙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병력들은 전부 군벌 소속의 부대들입니다.”

“그래서?”

“아마 그 군벌들을 결속시킨 장개석이 사라진 이상.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자기 야심을 위해 뛰어오를 것입니다.”

“흐음...”

“그런 상황 속에서 시간만 지난다면 국부군은 단박에 와해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는 약해진 상대를 하나씩 흡수하여 목표를 이루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개석이 사라졌다고 하여도 황하 밑에는 이종인을 포함한 장개석의 심복들이 존재한다네.”

“그렇기는 하지만 그들이라고 별 다를 바는 없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겠군. 그럼 우리는 여기서 시간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하지만 무턱대고 시간만 기다리면 안 될 일입니다.”

“자네는 아까 시간만 지난다면 국부군이 와해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국부군은 와해될 것입니다. 각자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뿔뿔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그들이 야심을 위해 다툴지는...”

“으음. 한 마디로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연합을 추구한다는 그 말인가?”

“그리고 또 가장 조심해야할 상대가 있습니다.”

“신유철...”

모택동은 ‘신유철’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자 주은래 역시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오늘 가장 깜짝 놀란 일은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세력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냥 장개석에게 헥헥 거리며 지내는 충성스러운 개인 줄 알았지만 그도 어느 정도 야심을 품고 있었군요.”

“그래서 더더욱 붙기 싫은 적이지.”

“또 한반도에서의 지원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쯧. 한 마디로 첩첩산중이군.”

“예. 어려운 상대를 만나셨습니다. 또 무서운 사실이라는 점은 그들을 다시 중국 내로 부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으으으...”

모택동은 지금 사태가 이렇게 되었던 이유들을 생각했다. 중일전쟁을 통해 세력을 키웠지만 근본적으로 국부군의 세력이 강성해진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들이 있었다. 바로 억생재라고 불리는 인물들.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서 모든 공작을 다했지만 그들이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니 얼굴이 복잡해진다.

“총리.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적어도 아까 주석께서 말씀하신대로 올 해 안에 북경을 점령한 뒤 남하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세력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써야겠습니다.”

“고립?”

모택동은 호기심이 드는 표정으로 주은래를 쳐다보자 주은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재 국부군 안에는 많은 파벌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을 전부 이간질 시켜 싸움을 붙이는 것이 가장 상책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라는 존재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연합의 중점을 가지는 것입니다.”

“중점이라. 그게 뭐지?”

“만약 두 개의 적 세력이 존재했다고 한다면 주석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병력을 양분하여 두 세력을 전부 쳐야지.”

“그 방법은 적이 한 세력일 때, 유효한 방법입니다. 만약 연합이라면 입장이 달라집니다.”

“연합이라 달라진다라. 그게 무슨 소리지?”

“한 세력에는 병력 1할을 투입시켜 지연 및 견제하는 역할만 하고, 나머지 9할을 쳐부수는 데 이용합니다.”

순간 모택동은 주은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 그래서 자네가 고립시킨다는 말을 했군. 한 세력을 견제시키고, 한 세력을 잡아먹는데 중점을 둔다라. 그럼 가장 중요한 제 1순위는 역시 소규모 군벌 조직들이겠군.”

“예. 군벌들을 회유 혹은 토벌하여 병력을 흡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그 다음 2순위가 바로 이종인을 포함한 세력입니다.”

“가장 어려운 상대는 나중에 남기자는 말이군.”

“예. 그 쪽을 먼저 노렸다가는 다른 세력들이 우리를 토막 낼 것입니다.”

“하기야. 그 쪽의 군사적 능력은 정평이 나 있으니 말이야. 거기에 경제적 능력까지 결부시키면 상상이상으로 골치가 아프지.”

주은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편 같은 시각, 한 방 안에서 신유철은 상석에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그 중 한 사람이 손을 부들부들 떤 채로 신유철에게 묻는다.

“정말 이 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신유철은 굳은 눈빛으로 자신에게 묻는 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우리에게 떠나가는 민심을 다시 붙잡기 힘들어.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 중요한 것이 아니야.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중요하지.”

“하지만. 겨우 행정력을 다 잡고 있는 시간에 곧바로 농지개혁을 하다가는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래서?”

“예에?”

“그래서 라고 물었다. 혼란? 상관없어. 이대로 계속 있다가 모두 빨갱이 놈들에게 잡혀서 재산을 몰수당하고, 처형당하고 싶어?”

그 말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신유철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빠른 시간 내에 농지개혁을 하는 것은...”

“어차피 농지개혁은 지금 하늘에 계신 장개석 전 총통 각하께도 명시한 일이야. 이제껏 조금씩 진행한 일이지만 지금부터는 대대적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 또 그리고 내가 그냥 몰수하는 것 같나?”

신유철의 말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신유철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탕 치며 말한다.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기득권을 가진 것을 내 다 알고 있지. 그러나 내가 그 기득권 모두를 내려놓으라고 말을 하는가? 조금 형태를 바꾸자는 것이지. 그냥 이대로 나만 믿고, 시간만 보내다 망하고 난 뒤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신유철의 그 말에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수군수군 거린다. 사실 군권은 신유철이 가지고 있기에 조금 불만을 품어서 난리를 친다고 한들 모두 토벌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런 분위기를 느끼자 신유철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한다.

“나를 믿고, 농지 개혁은 전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야. 그렇게 알게나. 빨갱이 놈들의 근원지를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저 방 밖에 나가게.”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신유철은 한숨을 내뱉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여기에 앉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중경에 있는 중경공단의 상태를 보니 엉망이라고 하더군. 그 중경공단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인사 구조 및 개혁을 단행할 생각이다. 이에 이의 있는 사람 있나?”

그 말에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신유철이 그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무슨 이의가 있지? 말해보게나.”

신유철의 말에 손을 든 사람은 일어서서 신유철에게 자신의 용건을 말한다.

“저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들도 오는 것입니까?”

“그 사람들이라면?”

“전에 중경공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사람들 말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회사 일에 바쁘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들 회사에서 사람들이 파견하여 중경공단 정상화를 실시하겠다고 하더군.”

“으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신유철은 눈을 지그시 감고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그 다음 안건으로는...”

신유철은 준비해둔 것들을 차례차례 처리해 나간다. 중국군정 사령관을 위임하면서 쌓아놓은 정치적 경험과 행정적 경험을 여기서 발휘하고 있었다.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신유철의 빠른 일처리에 꽤 감탄했다. 다만 너무 빠른 개혁에 불만이 조금 쌓였다.

회의가 끝나고, 어느 한 사람이 급한 어조로 상대편의 사람에게 말한다.

“황 위원. 이대로 가다가는 향촌측 사람들이 반발하고 말 것입니다.”

황 의원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급한 표정의 표 의원에게 대답한다.

“신유철 사령관이 말씀하신 것에 일리는 있어. 어차피 반발이야 소규모로 일어나겠지. 진정 중요한 것은 생존이니 말이야.”

“하지만 길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고. 그들은 이 일을 가지고, 배신이라고 생각할 거야.”

황 의원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그 것 참 좋은 일이군. 적어도 본 보기를 보인다면 불만가진 사람은 없지 않겠나?”

“자네...”

표 의원은 놀란 눈빛으로 황 의원을 바라본다. 황 의원은 굳은 표정과 눈빛으로 표 의원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 모두 망하는 길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가 불만을 품어 반항해봤자 대항할 힘은 있는가? 또 반란에 성공한다고 하여도 외부에 들이칠 파도에 맞설 수 있겠나?”

표 의원은 순간 조용해진다. 황 의원은 그런 표 의원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가 사천지방의 지주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살려면 욕심을 버리게나.”

“하지만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차피 몰수를 하지 않고, 돈으로 다 갚아준다고 하니. 별 걱정은 없겠지. 또 적어도 그들이 온다고 하니 사업을 하여도 별 문제 거리는 안 돼.”

“흠.”

“아무튼 일단 신유철 사령관을 전격으로 믿어보는 수밖에 없지. 불만이 조금 있다고 하여도 그대로 불만을 품고, 다투다가 밖에서 오는 빨갱이 놈들에게 붙잡혀 일가족들이 참수당하고, 재산들을 전부 빼앗기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표 의원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휴우. 지금은 우리의 생존이 중요한 때라고.”

표 의원의 얼굴을 보니 납득한 것 같았다. 황 의원은 그런 표 의원의 어깨를 두들기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게나.”

표 의원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네도.”

두 사람은 헤어지며 각자 길을 떠난다. 한데 황 의원이 가는 길이 자신의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 어느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황 의원이 간 곳은 어느 한 방 안이었다. 황 의원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 모두 황 의원과 입장이 같아 보였다. 황 의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 방의 주인을 바라본다. 그 때, 이 방의 주인이 창문을 바라보다 고개를 뒤로 돌린다.

“흠.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 말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보고하기 시작했고, 황 의원 역시 보고하기 시작한다.

“현재 사령관님이 말씀하신 농지개혁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격적으로 반발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이 방의 주인인 신유철 사령관이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하기야 자기들 경제적 기반이 망치겠다는 말로 들리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할 일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황 의원을 바라보고, 앞으로도 수고해주라는 말을 한다.

============================ 작품 후기 ============================

일단 행정력부터 잡고, 떠나는 민심을 잡기위해 개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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