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86화 (48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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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여수 지역에서 반란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전국에 만방으로 흩어졌다. 국군에서도 이 소식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있었기에 여수 반란사건은 여수 주변 지역에서도 알고 있었다.

1948년 10월 22일, 현재 반란이 일어난 보병 제 13사단 46연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대인 45연대, 47연대는 지금 반란사건의 저지를 위해 출동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군사반란 때문인지 반란을 진압하기에는 애를 먹고 있었다.

같은 시각, 경무대의 대통령 관저 이승만은 길길이 분한 얼굴로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외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갑작스럽게 군사반란이라니.”

이번 일의 최대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범석 국방부 장관은 고개를 조아리며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조치를 취했으니...”

이승만은 그 말에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 탕 치며 이범석에게 말한다.

“조치는 둘째 치고, 이유가 뭔가? 무슨 이유이기에 저 쪽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그러는 거야?!”

이범석은 그 말에 잠시 뜸을 들였지만 할 수 없다는 듯 상세히 설명해준다.

“작년 군 장교 중 지금의 북한에 내통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본색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범석이 작년 김지회 중위 사건을 말하자 이승만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일단 들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그게 이번 사건과 연관이 되는 건가?”

이범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설명한다.

“예. 일단 군대에서 머리라고 부를 수 있는 ‘장교’이니 만큼 숙군 작업은 천천히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과도 다수 있어서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간첩인 장교들을 대다수 색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럼 여수 지역의 군사 반란 사건은 숙군 예정 중인 장교들이 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일으킨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 말에 이범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정한다.

“그건 아닙니다. 이번 군사반란은 부사관, 그리고 병사들이 독자적으로 일으킨 사건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며 이범석에게 말한다.

“병사들이 자체적으로? 허어. 그게 뭔 난잡한 이유인가!?”

이범석은 이승만의 야단에 죽을죄를 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한다.

“원래 우리가 현재 모집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집 기준은 엄격하지만.”

“엄격하지만?”

“그게 원래 이 반란의 주동자라고 볼 수 있는 지창수 상사가 일부러 좌익 범죄자들을 병사들로 모집시켰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숙군 전이라서 그런 병사들이 다수 편입되었고, 그들은 지창수 상사를 중심으로 군사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승만은 상당히 복잡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낸 뒤 한숨을 내쉬고, 이범석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자네가 취한 조치가 무엇인가?”

“현재 보병 13사단 중 반란을 일으킨 연대는 46연대입니다. 그 외 45연대와 47연대를 동원하여 군사반란에 동조하는 것을 막고, 현재 반란군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하나의 연대는 여수를 수비하고, 하나의 연대는 46연대를 포위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치를 내린 이유는?”

“아시다시피 반란군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반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와해가 되는 편입니다. 군대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돈이 드는 일이고, 또 보급이 필요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 반란군이 자동적으로 와해되도록 기반을 잡지 못하게 방해하는 한편, 자동적으로 전력을 소모하도록 포위하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그 말에 책상을 검지로 톡톡 튕기더니 한 마디 말한다.

“너무 온건적이지 않나?”

그 말에 이범석이 한 마디 대답한다.

“그렇다고 그 깟 반란군 놈들에게 다칠 병사들이 아까워서 그렇습니다.”

이승만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이범석에게 한 마디 말한다.

“거기에 병사들을 더 보내.”

“대다수의 전력들은 전부 전방 지역에 있습니다. 그 외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이...”

이승만은 이범석을 대뜸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전방에 있지 않고, 계속 훈련 중인 정예 사단이 있지 않나?”

“아...”

이범석은 이승만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결국 이범석은 이승만의 말에 동조하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문경에 주둔 중인 제 10 강습산악사단을 그 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이승만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상황이 들어오는 대로 나에게 전부 보고하도록.”

이범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전하.”

‘전하’라는 단어에 이승만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주 먼 방계이기는 하지만 조선 시대 왕족이라고 생각하는 이승만에게 있어서 그 단어가 정말로 좋았다. 그렇게 여수 반란 사건에 병주가 지휘하는 제 10 강습산악사단이 동원된다.

한편, 자체적으로 46연대를 지휘해 나가고 있는 지창수는 자신을 ‘연대장’이라고 부르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그 말에 작전 참모를 맡고 있는 한 사람이 버겁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게 저...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렵다?”

“일단 병사들이 주축이 되고, 장교들은 전부 죽이거나 쫓아낸 상태이기 때문에 병기들을 다루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지창수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하기야 이제 편성 중인 제 13 보병사단은 겨우 무기와 장구류를 지급받았다. 물론 야포와 장갑차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편성 중이었기 때문에 무장 헬기는 물론이고, 전차까지도 없었다.

지창수는 주위 사람들에게 절박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한시라도 빨리 지리산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네. 지금 이대로 상황이 있다가는 우리들 모두 끝장이란 말이야.”

지금 자신을 반 포위하고 있는 45연대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45연대는 기본적으로 46연대처럼 좌익 병사들이 유입된 곳이 아니라 전방이나 아니면 기타 외부로부터 유입된 병사들로 구성된 연대였다. 그 때문에 지창수가 반란을 일으킬 때도 동조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자신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란이 일어나자마자 45연대의 연대장인 선동호 대령은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재빨리 지형을 선점하여 46연대를 반 포위했다. 물론 반 포위한 까닭에는 46연대의 위치가 거의 바닷가에 주둔해서 그렇다.

그리고 쉽게 오를 수 없는 고지에 연대 내에 있는 포병전력들을 배치하여 야포와 박격포로 맹렬히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결국 이래나 저래나 시간이 흐를수록 46연대의 상황은 안 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창수의 말을 들은 한 사람이 한 마디 대답한다.

“일단 최대한 병사들을 동원하여 여수로 갈 수 있는 길목부터 뚫어야 합니다.”

“그건 알고 있네. 그래서 적절한 방법은 뭔가?”

지창수의 물음에 말을 던진 사람은 곧 회의장 책상 위에 있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가 위치한 이 곳은 구봉산 남서쪽에 있습니다. 그 곳에 배치된 이유는 잘 알다시피 제주도로 파견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구봉산 쪽은 45연대가 선점하여 반포위하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이 지도의 상황에서 뭔가 보이나?”

지창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현재 갈 수 있는 길은 통상적으로 두 갈래가 있습니다. 구봉산 남쪽 해안가를 돌아 월호동, 국동, 대교동, 여서동 쪽으로 해서 여수 시내로 진입할 수 있고, 아니면 구봉산 서쪽에 위치한 산을 돌아 동쪽으로 여수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 쪽들은 현재 45연대가 먼저 선점해서 방어시설들을 만들고 있을 텐데?”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통상적으로 그런 편입니다. 하지만 길들은 많습니다. 가령 이런 경우도 있지요.”

그는 구봉산과 또 그 서쪽 산 사이에 있는 계곡을 집으며 말한다.

“가령 이 쪽 계곡을 통해 여수로 갈 수 있습니다.”

지창수는 ‘으음’ 침음을 흘리며 생각하고 있었고, 이내 시선을 임시 작전참모인 자에게 두며 묻는다.

“어떤가? 이 방법에 대해선?”

반란군 작전참모는 한창 생각을 하다 지창수에게 말한다.

“제가 만약 45연대의 연대장이었다면 그 계곡을 필시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통로를 알고 있다면 그 쪽을 막고 있거나 아니면 그 쪽을 함정으로 파놓았을 것 같습니다. 그 쪽은 현재 여수에서 수비 중인 47연대의 포병 전력과 그리고 구봉산과 그 서쪽 산 정상에서 배치 중인 45연대의 포병 전력이 한꺼번에 화력을 투사할 수 있습니다.”

지창수는 그 말에 상당히 고심한다.

“이래나 저래나 완전 숨통을 막아 놓았군.”

지창수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안 좋아진다. 군사반란을 순조롭게 일으킬 때만 하여도 연대 내에 있는 장교들의 허술함에 비웃었지만 막상 일을 일으키니 적들만큼 철저한 구석이 없었다. 지창수는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노릴 수 있는 것은 성동격서 밖에 없군.”

“성동격서라면?”

“적들의 눈에 띄도록 과하게 병력들과 병기들을 배치하여 그 상황을 방심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진짜를 치는 것이지.”

“방심하게 할 지역은 어디이고, 진짜는 어디입니까?”

지창수는 생각을 하다 그 것을 이내 작전참모에게 되묻는다.

“자네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

그렇게 지창수의 반란군 연대는 여수 그리고 순천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리산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1948년 10월 23일, 병주에게 하나의 명령이 떨어졌다.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여수 반란사건을 진압하라고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쯧. 출동날짜가 바로 내일이라니. 준비할 시간을 줘야지.”

그 말에 병주의 전속부관인 김장표 중위가 한 마디 묻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병주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위에서 까라고 하라면 까야겠지.”

병주는 곧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더니 이내 어딘가로 연락을 내린다.

“나 사단장인데. 명령이 떨어졌다.”

-예?! 명령이라면...-

“자네 휘하 연대 병력들을 전부 집합시켜서 여수로 갈 준비를 하게나.”

-출동 준비에 대해서는 사단장이 평소 하신대로 하면 됩니까?-

“그래. 이러려고 준비한 헬기들이 아닌가?”

-그렇기는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동날짜는 언제입니까?-

“내일.”

-너무 빠른 것 아닙니까?-

“반란은 불길이야. 진압하지 않고 있다가 불길은 더더욱 커지는 법이지.”

-예. 알겠습니다. 그럼 사단장님 말씀대로 즉시 출동준비를 내리겠습니다.-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럼.”

병주는 곧 송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통화를 반복하여 자신의 직할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수로 가기위한 출동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전속부관인 김장표 중위를 시켜 사단 참모장을 여기로 부르도록 한다.

시간이 지나 사단 참모장은 전력으로 뛰었는지 헉헉 대며 병주의 방 안으로 들어가 경례를 했고, 병주 역시 경례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용건을 꺼낸다.

“자네도 이번 여수 반란 사건에 대해서 소식을 들었지?”

사단 참모장 박현호 대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병주는 박현호를 바라본 채로 한 마디 말한다.

“현재 내가 휘하의 연대장들에게 연락을 주어 즉시 출동대기를 갖추도록 했네. 출동하기 전에 우선 기본적인 계획부터 갖추도록 해야겠군.”

“출동 날짜는 언제입니까?”

“내일 오전 10시까지 여수 시내로 집합하라고 하더군.”

“알겠습니다.”

결국 병주는 내일 있을 출동을 위해 사단 참모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각 참모들이 병주의 호출을 받고, 회의장 자리에 앉아 병주의 입을 기다린다. 병주는 참모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내일 있을 여수 반란 사건에 진압하기 위해서 어떤 의견이든 기탄없이 말을 해주게나.”

그 말에 사단 참모장 박현호 대령이 회의장 책상 위에 여수에 관한 상세한 지도를 깔고, 막대기로 구봉산 남쪽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현재 반란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은 바로 이 곳입니다. 그리고 그 반란군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연대가 바로 45연대입니다. 현재는 구봉산을 중심으로 각 산마다 포병전력을 설치하여 행여나 반란군들이 여수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그 말에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기는 하겠군. 한 마디로 자동적으로 와해되기를 바라는 것인가?”

“예. 현재 보병 제 13사단은 아직까지 헬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기에 그 곳 지역에서 벗어날 수단은 없습니다. 그리고 있다고 하여도 그 쪽 군부대에 보병들이 휴대하고 있는 대공무기가 있기에 그 지역을 빠져나가기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렇겠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지?”

“내일 여수까지 군부대를 배치하는 것을 완료하면 제 13 보병사단의 사단장과 만나서 같이 합동작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쪽 지역의 사단장이라...”

병주는 그 말에 제 13 보병사단의 사단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외에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주둔하고 있는 장소에 한 개의 연대 정도는 내려놓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병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아니. 대대 하나만 그 쪽에 두고, 나머지 병력들은 전부 내일 아침 10시까지 여수 시내로 진입한다.”

============================ 작품 후기 ============================

이야기속 여수 반란 사건에 대한 지리적 정보에 대해서는 네이버 지도에 '여수'를 치시고, 여수시청 남동쪽에 있는 구봉산 쪽을 보면 알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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