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8 / 0633 ----------------------------------------------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시간은 계속 흐르고, 반란군과 진압군의 전선은 점차 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변화는 불시에 일어난다고 하던가? 저녁 6시가 될 때쯤 병주의 사단 내 병력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병장이라는 계급을 단 지현국도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고는 자신의 분대원들의 장비를 단단히 점검하며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다.”
약 1년 전에 부임한 소대장인 박한호 소위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가 듣기로는 이 사람은 해방 후에 장교로 들어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른바 교육을 받고 임관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러자 분대장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지현국 분대장 역시 목소리로 대답하며 행동은 이미 휘하 분대원들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 때, 자신의 친한 후임인 정환욱 상병이 지현국 병장에게 한 마디 묻는다.
“분대장님. 진짜로 이 헬기를 타고 공습에 나서는 것입니까?”
지현국 분대장은 그 말에 즉각 대답한다.
“이미 여러 번 훈련 해봤잖아. 지금과의 차이점은 훈련 상황이냐 아니면 실제인가의 차이점이지.”
“그래도... 우리들 같은 경우는 실제는 처음이지 않습니까?”
지현국 분대장은 그 말에 정환욱 상병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내 자신이 장비하고 있는 방탄 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걸 믿는 수밖에 없잖아.”
정환욱 상병은 그 말을 들었음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건 그의 밑에 있는 후임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장비 점검을 끝내놓았지만 그래도 긴장이 가시지 않는지 여러 번 살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통의 물을 아주 가늘게 마시면서 조금의 수분을 보충하는 병사도 있었고, 또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지금의 긴장을 멈추지 않는 병사도 있었다.
그런 후임 병사들뿐만 아니라 헬기에 탑승한 사람들 역시 각자 다른 모습들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물론 지현국 병장 역시 군 생활을 많이 하였고, 또 사단장의 지랄 같은 훈련들을 겪으며 그에 대한 욕도 매번 했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에 긴장이 있었다. 심장은 연신 두근두근 거리고, 실전에서 자신이 사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손은 점차 부들부들 떨린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지현국 분대장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이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자신과 같은 분대장이자 후임인 방호규 병장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방호규 병장이 그 물음에 엄지로 소대장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소대장님이 부르십니다.”
“으음...”
지현국 병장은 방호규 병장과 같이 소대장 박한호 소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는 이미 자신의 상관인 중대장에게 연락을 하면서 ‘네. 네.’ 대답을 할 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헬기에 설치한 통신장비를 다시 제자리로 내려놓은 뒤 그는 이미 모인 각 분대장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왔나?”
그 말에 분대장들 중 최고선임이기도 한 지현국 병장이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기는 이대로 있으면 곧바로 실전에 들어갈 텐데. 그 때를 위한 작전을 전달해주기 위함이지.”
지현국 분대장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린다. 작전 보안을 엄중하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 때문에 실질적인 작전 내용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현호 소위는 곧바로 지도를 펼쳐 작전을 설명해준다.
“현국이는 이 쪽을 중심으로 공격한다. 그리고 호규는...”
2분대는 어디서 뭘 해라. 3분대는 어디서 뭘 해라. 이렇게 지시를 내린 박현호 소위는 말을 끝내면서 각 분대장들에게 묻는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있는 사람 있나?”
그 말에 방호규 상병이 한 마디 묻는다.
“실질적인 행동은 훈련대로 하면 됩니까?”
박한호 소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게 좋겠지. 하지만 실전에서는 변수가 상당히 많아서 자네의 판단이 중요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한 마디로 훈련을 기초로 두되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말이었다. 그 때, 지현국 병장이 소대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단 최우선적으로 적 통신체계를 박살낸 뒤에는 어떻게 합니까?”
“최대한 적 병사들은 포박하라는 지시야. 물론 저항하는 인원들에게는 사살할 수밖에 없겠지만 반란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행동하는 사람들도 다수라는 말을 들었다.”
“으음...”
지현국 분대장은 그 말을 듣고, 작전은 상당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박한호 소위가 한 마디 말한다.
“적어도 이번 작전을 위해 화염방사수만이 착용할 수 있는 방탄장비를 갖췄으니 행동에 거릴 낌이 없을 거라 생각되는데.”
박한호 소위의 말처럼 지금 지현국 분대장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은 평소 훈련 때 쓰이던 장비들보다 뭔가 부속장비들이 많았다. 아예 헬멧처럼 있는 장비들도 있으니 말이다. 박한호 소위는 다시 한 번 더 말한다.
“그리고 또 만약 작전이 시작되고 난 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반 포위를 하고 있는 45연대가 전선을 향해 공격을 할 거니 그리 걱정은 하지마.”
“예. 알겠습니다.”
“그 때까지 각 분대원들에게 내가 말한 작전들을 말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각자 판단한 후에 약속된 시간에서 다시 모이거나 아니면 이 무전기를 통해 보고해. 알겠지?”
-예!-
그렇게 지현국 분대장을 포함한 각 분대장들은 곧 자신의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는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된 시간인 6시 20분이 되었다.
그러자 박한호 소위의 소대가 타고 있던 헬기들은 곧바로 하강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느 고도 지점에 멈춰선다. 그러자 박한호 소위가 헬기 조종사에게 외친다.
“출입구 열어.”
그러자 헬기 뒤에 있는 거대한 문이 아래로 열리기 시작하고, 그 뒤를 따라 박한호 소위가 외친다.
“3소대 작전 개시!”
그러자 문 가까이에 있던 병사가 헬기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로프들을 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 뒤에 그 병사들부터 먼저 로프를 타고 하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병주의 제 10 강습산악사단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한편, 같은 시각 지창수는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적의 포격과 포성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통신장비에 대고 매번 소리를 치며 말한다.
“무조건 전선을 지켜. 적들의 화력이 투사되었다는 것은 적들이 본격적으로 일을 치르는 것이니 말이야.”
그렇게 열변을 토한 지창수는 곧바로 다른 전선의 부대로 연락을 해 자신이 생각한 판단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적 포격에 대비하고자 지휘를 하던 도중이었다.
갑작스럽게 한 병사가 본부로 헐레벌떡 찾아오더니 지창수에게 보고한다.
“크... 큰 일입니다.”
“무슨 일이야?”
“지금 우리 부대 쪽에 헬기들이 다수 출연. 그 헬기들을 통해 병사들이 낙하하여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간 지창수의 얼굴은 얼어붙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부관이 지창수의 어깨를 흔들며 말한다.
“정신 차리십시오. 일단 지시부터...”
지창수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대답한다.
“우선 예비대를 동원해 우리 부대로 침투한 적 병력들을 막으라고 해. 전선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 말에 부관이 미쳤냐는 표정으로 지창수에게 말한다.
“아니. 그렇게 되면 내부로 붕괴되지 않습니까!?”
지창수는 그 말에 격하게 소리친다.
“닥쳐! 이건 명령이야! 적이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전선 밖 45연대도 곧바로 진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것을 알았다면 일단 내부에 침투한 적들부터 없애라고!”
부관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린다. 지창수는 곧바로 통신장비로 가까이 가더니 이내 그 것들을 조작하여 말한다.
“현재 사태에 즉각적으로 대비하되 전선부터 지켜. 해안가에 있는 병력들 역시 내부의 적들을 대비한다.”
지창수의 빠른 판단과 결정에 일단 지도부 안에서의 혼란은 잠시 잠재워지지만 이 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현국 병장은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쏟아지는 총탄에 정신이 없었다. 일단 가까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엄폐하여 각 분대원들에게 수신호로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용감한 병사 두 명이 먼저 앞으로 돌진하고, 지현국 병장과 엄폐한 분대원들은 현재 총탄을 퍼붓고 있는 병사들에게 자신이 장비한 K-46을 이용해 엄호한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그리고 돌진한 두 명의 병사가 가까이 가는 곳에 성공하자 곧 화력 투사가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
미군에서 받은 브라우닝 M1919A4의 총구에 불을 뿜었고, 그렇게 한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지다 이내 지현국 병장이 상대편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항복하지 않으면 그 쪽을 몰살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상대편에서 응사하는 병사들의 총격이 별로 없어지다 이내 지현국 병장이 결정타를 날린다.
“항복하면 지창수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것으로 인정하여 정상 참작 될 수 있다.”
그 말에 상대편 반란군 무리들부터 말이 온다.
“그 말 정말입니까?”
“우리 지휘부는 그렇게 보고 있으니 내 말이 맞을 거다.”
“......”
그러자 아까까지만 하여도 총격을 주고받았던 반란군 병사들이 즉시 양 손을 들고, 항복하겠다는 수신호를 보인다. 하지만 거짓일 수도 있어서 한 손의 소총은 결코 떼어놓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자 지현국 병장이 소리친다.
“일단 소총부터 바닥으로 내려놓고, 엎드려.”
그 말에 항복하러온 병사들이 이내 자기들끼리 눈치를 보다 한 사람씩 천천히 무기를 내려놓고는 엎드린다. 그러자 지현국 병장은 병사들에게 눈짓을 하며 항복한 병사들을 포박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상대편 병사들을 포박하자 지현국 병장이 그 병사들 중 한 사람에게 묻는다.
“자네는 누군가?”
그 말에 묵묵부답이라는 반응을 보이자 지현국이 다시 묻는다.
“왜 지창수를 따라 반란에 참가했지?”
그러자 그 말에는 반응이 왔다.
“지창수는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자신들을 배반한 것으로 보고, 사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으음...”
지현국 병장은 그만 물어보기로 하고, 병사 두 명으로 일단 포로들을 소대 본부로 보낸다. 그리고 그 두 명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분대원들을 잠시 쉬게 한 후 지현국 병장은 따로 보고한다.
“여기는 참새 영삼. 참새 영삼.”
-그래. 무슨 일이냐?-
“현재 우리 새끼 참새 두 마리로 뻐꾸기 4명을 이 쪽으로 보내겠다는 보고.”
-알았다.-
자신의 소대장과 교신을 끊자 지현국 병장은 한숨을 내쉬며 수통에 담긴 물로 전투로 생긴 갈증을 해소한다. 지현국 병장은 아까까지만 하여도 같은 전우이자 동포인 상대에게 총격을 주고받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생각을 했지만 이미 저 쪽에서 반란을 하고, 자신이 군인인 이상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포로들을 소대 본부로 데려오고, 다시 돌아온 병사 두 명이 도착하자 지현국 병장은 다시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다시 시작하지.”
그러자 분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렇게 지현국 병장의 분대는 계속해서 임무를 향해 나아간다.
시간은 오후 6시 25분. 작전이 시작된 지 이제 5분 정도 지났다. 병주는 각 휘하 부대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일을 진행하고,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면서 조금 초조해진다. 그 때, 45연대의 연대장인 선동호 중령이 병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약속대로 우리 연대들이 곧바로 공격에 나서겠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게 좋겠지. 내부에서 활개를 쳤으니 이제 외부에서 타격을 주면 반란군은 일망타진하게 되겠지.”
선동호 중령은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여전하시군요. 그 전략은.”
“전투에서의 진리는 적 병력보다 우리 병력이 압도적인 우세를 지닐 것이야. 그 때문에 기동성이 중요하지. 그래야 각 전투가 일어나더라도 병력들을 즉각 전투에 투입시켜 병력의 우세를 장악할 수 있거든.”
선동호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동호 중령의 행동을 지켜본다. 선동호 중령은 통신장비를 키며 자신 휘하의 부대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지금 이 시각으로부터 각 전선으로 돌입하라.”
그 외에 기타 필요한 명령들을 내린 선동호 중령은 상황을 보며 명령을 내리고는 긴장된 얼굴로 기다린다.
그렇게 한 5분가량 지났을까? 병주의 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재 여기는 34연대. 34연대. 지금 바로 반란군 지휘본부의 위치를 파악한 후 그 곳에서의 적 지휘부들을 포박하였습니다.-
결정적인 보고가 들어오자 병주는 벌떡 일어서서 대답한다.
“적들에게 항복 권유를 하며 일을 수습해.”
-예. 알겠습니다. 사단장님. 그리고...-
“알다시피 우리는 적 주동자들을 포박하여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주 임무야. 함부로 포로들을 구타하거나 죽이지 않도록.”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선동호 중령은 휴 한숨을 내쉬며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며칠을 끌었던 반란이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가 되었네요.”
병주는 그 말에 선동호 중령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가 없었다면 이 반란 역시 계속 질질 끌다 사태가 악화되어 난리가 났었을 것이 분명하다네. 자네의 그 빠른 포위가 없었다면 엄청 큰 일이 났겠지.”
“하지만 그래도 반란이 일어난 사단이라서 저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내가 구제해주지.”
선동호 중령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결국 군사반란은 이렇게 종결되었습니다. 원역사에서 지창수를 포함한 일부 병사들은 여순을 장악하는데 성공하였고, 그 후에 진압군의 공세를 피해 지리산으로 도망쳐 유격전을 계속하다 결국에는 잡혔습니다만 여기서는 조기 종결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