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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10월 28일, 군사 반란이 진압되었다는 소식은 남한 전역 각지로 방송되었다. 특히 사현방송국에서 이번 여수에서 벌인 작전을 촬영한 것들을 TV로 내보여주었으며 그 것들을 통해 반란은 진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이현상은 복잡한 심사로 TV를 보다가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꺼버린다. 그 때 이현상 옆에 있던 한 남성이 한 마디 묻는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현상은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생각을 하다 대답한다.
“군사반란이 빠른 시일 내로 실패로 돌아갔으니 어쩔 수가 없지.”
“저 쪽도 병신들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야 하겠지. 일단 장기적으로 빨치산 활동을 하도록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지. 북한과의 연계는 어떻게 되는가?”
옆의 남성 박종하는 열불 난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이미 아무런 지원을 주지 않습니다.”
“......”
이현상의 얼굴이 굳어진다. 하기야 함경도에서 지리산까지 지원해주는 합리적인 방법은 별로 없었다. 또 지원해준다고 하여도 물자가 얼마 도착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이현상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결국 우리들 손으로 모든 것을 할 수밖에 없겠군.”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저희들과 같이 협조할 청년들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을 지지해주는 좌익 청년들 말인가?”
“예. 인력을 모집하는 것은 그들을 중점적으로 모집하면 되지만...”
“그래. 인력이야 문제없어. 보급, 특히 무기가 중요하지.”
“그렇다면 전력이 약한 군부대나 경찰들을 습격해서 털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 것도 방법이 되겠지만 지금 바로 활동을 개시하는 것은 미친 짓이야. 자네도 이 TV를 통해 보지 않았던가?”
박종하는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아까 TV화면 속에 봤던 것들을 기억해내며 떠올린다.
“강습산악사단... 정말이지. 우리들에게 있어서 쥐약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래. 저들은 이미 한반도에 어떤 병종들이 주로 필요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참으로 빌어먹게도 말이지.”
“바로 활동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바로 그 것들 때문입니까?”
“그래. 그렇지. 헬기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될 거야.”
박종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현상에게 대답한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이현상은 TV화면을 통해 보이는 작전 중인 제 10 산악강습사단의 모습을 보고, 고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같은 시각 실질적으로 군사 반란의 진압한 공에는 역시 병주에게 돌아갔다. 제 13 보병사단의 조치 역시 적절하였지만 그 곳에서 군사반란이 일어났다는 점이 공을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라 차석 공이라 할 수 있는 병주의 사단이 대신 그 공을 받게 되었다.
병주는 자신 앞에 앉아 있는 김학규 소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대선배님.”
그 말에 김학규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이대로 책임을 끝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겠네. 자네 덕분에 차후 있을 징계들을 면했네.”
“......”
사실 국군 상층부에선 처음엔 사단장 김학규와 제 13보병사단의 간부들을 처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군사반란의 진압에 큰 공을 세운 병주가 그런 것들을 제지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이번 군사반란에는 지창수 상사를 포함한 빨갱이 간첩들이 있다는 것이고, 또한 즉각적으로 반란 연대를 격리시켜 반 포위시킨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적이 있어 정상참작 가능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아무튼 국군 내 병주의 발언권은 대단해서 그의 말은 금방 반영이 되었다. 그래서 숙군 예정이었던 것이 금세 정상참작 되었고, 46연대를 제외한 45연대, 47연대의 경우는 조사는 받되 이번 군사반란에 한해 불이익은 없을 예정이었다. 이 일을 생각한 김학규로써는 이렇게 조치를 취해준 병주가 고마웠다.
“그래서 자네는 이번에 제주도로 파견 갈 생각이라고 하던데...”
김학규의 말에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원래 반란을 일으킨 46연대가 제주도로 파견을 가 활동할 생각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 역할을 맡게 된 부대가 우리 사단이 된 것입니다.”
제주도의 사태는 지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제 정부가 수립한 후 치안을 확립해야 될 시기라서 정부에서는 제주도의 상황은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반란을 일으킨 46연대가 원래대로라면 그 쪽으로 파견되어 일을 담당하지만 그 부대는 이미 절단이 났으니 제주도의 게릴라 세력들을 토벌할 부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당첨된 것이 이번 군사반란의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제 10 강습산악사단이 선정된 것이다.
“그런데 언제 출동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본 사단으로 돌아와 재정비를 한 뒤에 바로 출동할 생각입니다.”
“흠...”
“제 생각에는 이번 게릴라 토벌은 꽤나 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장기전이라면...”
“산만큼 사람들이 숨기에 적당하고, 수비하기 적당한 지형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약점도 있습니다.”
김학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에게 대답을 한다.
“바로 보급이겠군.”
“예. 통상적으로 게릴라 부대들은 산지 주민들의 지지가 없는 이상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경입니다. 자기들끼리 산지 농사를 지으며 먹을 것을 겨우겨우 해결한다고 쳐도 병기는 물론, 총알 한발까지 생산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렇기야 하겠지.”
“그래서 제 생각에는 우선적으로 그 산지주민들부터 전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빠른 해결을 원하는 정부 측에서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찌할 생각인가?”
김학규의 질문에 병주는 흠흠 거리며 대답한다.
“만약 이 일에 대해 제가 불이익을 받더라도 전 실행할 생각입니다. 사실 전 더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감히 묻지만 그 더한 것이 어느 정도인가?”
병주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김학규를 바라보며 말한다.
“적어도 정부 측의 자존심을 상할 수는 있겠지만 꼭 필요한 일입니다.”
김학규는 병주의 표정을 보며 뭔가 생각하더니 이내 병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난 자네를 믿겠네. 해방 전과 같이 싸운 점도 있지만 특히 군사반란에서 나뿐만 아니라 내 부하들을 옹호한 점을 잊지 않겠네.”
“그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김학규는 그 말에 외친다.
“그래. 당연한 일이야.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런 당연한 일조차 다른 조건들에 가려 비상식적인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다수야. 휴우... 알겠네. 우리가 따로 도와줄 점은 없는가?”
“그 것보다 한시라도 빨리 뒷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단이 그 것을 도와드린 후에...”
“쯧. 알겠네. 사양한다고 생각하겠네.”
그렇게 제 13 보병사단의 사단장 김학규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시간이 지나 어느 한 건물 내에 있게 된 병주는 곧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누구십니까?-
“아 형수님. 저 병주입니다. 혹시 거기에 형님이 계십니까?”
-제 남편이라면. 아 바로 옆에 있는데. 여보!-
그러자 병주의 귓가에 들리는 전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바뀐다.
-그래. 무슨 일이냐? 병주야.-
“잘 지냈습니까?”
-그래. 잘 지냈지. 네 활동에 대해 TV에서 떠돌고 있더라. 휴우...-
“하하. 전 한동안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들었다. 여수에서 위무를 한 뒤에 문경에서 잠시 재정비를 하고, 바로 제주도로 갈 계획이라고 하던데...-
“예. 그래서 형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만 해라. 무슨 일이든 내 도와주마.-
“제주도에 파견한 생구단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지휘를 저에게 넘겨주지 않겠습니까?”
-지휘라면... 흠. 내가 한 번 말해보겠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
“예. 이번 제주도에서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 알겠다. 그런데 언제 집에 돌아올 생각이냐?-
“아마 문경에서 재정비할 시점에 잠깐 집에 들를 생각입니다.”
-그렇군. 사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부인이 태기가 있지 않은가?-
“예. 이미 머릿속에 다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조카가 태어나지 않습니까?”
-휴우. 그래 원래라면 며칠 전에 출산될 아기가 조금씩 지연되고 있어서 조금 걱정이야. 내 사랑스러운 아내의 배가 그렇게 좋은지 나올 생각을 안 해.-
“하하. 이제 아버지가 되시니 그런 말도 다 하십니까?”
-너도 결혼해봐라. 내가 이런 소리가 나오나 안 나오나.-
“예.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출산할 때 무조건 헬기에 탑승하여 찾아가 뵙겠습니다. 아 그리고 병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 녀석. 요즘 따라 중국 내 상황과 연계되어 무지 바빠. 매번 헬기에 탑승하여 그룹 내 이사들을 데리고, 중국에 찾아와 중국의 신유철 사령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날려주고, 그룹 내에 생산된 물자들을 운송해주고 있나봐.-
“하기야. 중국내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하하. 그리고 출산할 때는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녀석을 집에 들여 놓을 생각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예. 예. 그럼...”
병주는 한숨을 쉬며 송수화기를 다시 제 자리로 내려놓는다. 지난번에 이뤄진 진압 작전에 부상자들의 현황과 현재 치료하는 상황들을 정리한 서류 내용을 보며 하나 둘씩 결제한다. 병주는 그렇게 일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손이 간간히 떨린다.
“으음. 쯧. 오랜만의 실전이라서 손이 긴장했나?”
해방 전에 실질적으로 실전을 겪은 지 만 3년이 지났기에 병주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서류를 보다 전사한 인원들을 보자 병주는 가슴이 먹먹했다. 물론 서류에서 파악한 사단 내 전사자들의 수는 극도로 적었지만 그 사람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자주 겪는 일이잖아.”
병주는 문경에 돌아가게 된다면 전사자들을 모아 합동 장례식을 치를 생각이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전사자들의 유족들의 원망들이 병주를 향해 쏟아지겠지만 이미 병주는 그 것까지 감내하고 있었다.
아무튼 자신의 지휘를 따라 전사한 사람들이 아닌가? 병주는 이 것이 마땅한 예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병주는 생각하며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을 때였다.
-똑! 똑! 똑!-
그러자 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병주는 문 밖을 향해 소리친다.
“밖에 누군가?”
“저 전속부관 김장표 중위입니다. 지금 사단장님을 뵈러 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나를 뵈러? 으음. 들이게나.”
그러자 문이 활짝 열리면서 김장표 중위와 함께 한 군인이 안으로 들어오고, 병주는 그 군인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란 얼굴을 지어 벌떡 일어선다.
“아니. 형님.”
병주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번 45연대의 포병대대를 맡고 있던 최주평 소령이었다. 병주는 이내 김장표 중위에게 눈치를 주더니 바깥으로 나가게 만들었고, 최주평 소령은 자리에 앉아 병주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한숨을 쉬게 된다.
“하아...”
병주는 최주평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최주평은 병주를 보더니 이내 대답한다.
“지난 번 군사반란 진압은 좋았는데. 이번 사건에 내가 조금 걸린 것이 있어서 그래.”
“걸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최주평은 곧바로 무언가를 꺼내 병주에게 보내준다. 거기에는 뭔가의 목록들이 적혀 있었는데. 병주는 이 내용을 보자 깜짝 놀란다.
“이... 이건...”
“그래. 이번 반란 사건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록 표야.”
병주는 그 말에 최주평을 바라보다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왜 여기에 형님의 이름이 있는 것입니까?”
최주평은 그 말에 머리를 쥐어 감싸며 병주에게 사정을 말한다.
“그게 사실 복잡해. 원래 난 남로당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사람이야.”
“관련이 있다면. 설마 내통입니까?”
최주평은 그 말에 손사레를 치며 대답한다.
“내통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만약 내통을 했다면 내가 지휘하는 포구들이 당시 진압에 나선 아군 부대들에게 쏟아졌겠지.”
“그럼 이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주평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며 자초지종 사정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사실은 말이지...”
최주평은 자신에게 포섭하러 온 남로당의 사람들이 찾아온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로썬 이대로 지내다 영영 한직만 떠돌다 군사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지 고심했다고 한다. 물론 잘 생각하면 그 것이 허튼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그 이유에 대해선 가장 친한 인맥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이 일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최주평은 그 곳에 발을 담갔다. 그 이유는 사실 그 쪽의 내부 정보를 탐색한 뒤 폭로하여 자기 공을 취득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목록들을 입수했다고 최주평이 말하자 병주는 최주평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적어도 형님은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군요.”
최주평은 그 말에 놀라며 병주에게 말한다.
“너...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이냐? 넌 나를 믿었는데...”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형님은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요.”
“으음. 그래. 미안하구나.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가?”
병주는 이내 일어서서 책상에 다가가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그 곳을 다시 책상 위로 두 대 올려놓는다. 최주평은 병주가 책상에 둔 장치를 보고 묻는다.
“이건?”
“녹음기입니다. 형님. 이제 속 시원히 털어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형님을 믿으니 이걸 꺼냈습니다.”
============================ 작품 후기 ============================
사실 이 시기 원역사에서의 그 분은 원래 남로당에 포섭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일정부분 개인적인 감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개인적인 감정에는 자신의 셋째 형이 원역사 대구폭동에 사망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묘사가 없으니 자신의 개인적인 공을 위해 행동했다고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