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91화 (49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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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8년 11월 2일, 마침내 한 생명이 태어났다. 출산으로 인해 모든 힘이 탁 풀린 메리를 마침 의사이자 남편인 병재가 보살펴주었고, 아이는 전문 산부인과 의사가 받아서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병재는 메리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한다.

“많이 힘들었지?”

그 때, 메리는 힘이 다 빠진 얼굴로 자신의 남편인 병재에게 말한다.

“우리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할 때였다. 산부인과 의사가 받은 아이가 크게 울은 것이다.

-으아아아앙! 으애애앵!-

그러자 산부인과 의사는 병재에게 인사를 하고는 말한다.

“건강한 남자아이입니다. 여기 받으세요.”

병재는 천으로 감싼 아이를 건네받고는 아이의 얼굴을 잠시 살펴본다. 아이의 얼굴을 쭈글쭈글 했다. 역시 갓 태어난 생명이라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병재에게서 그 아기의 힘찬 고동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그리고 편한 집에서 험난한 세상에서 나오느라 힘든 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재는 인자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더니 이내 아이를 다시 메리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이 아이가 바로 우리 두 사람의 아이야.”

그러자 메리는 힘이 다 빠졌지만 어디서 그런 의지가 샘솟았는지 팔을 뻗어 아이를 건네받아 안는다. 역시 모성애라는 본능을 가져서 그런지 아기를 바라보는 메리의 모습은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병재는 한숨을 내쉰다.

“휴우...”

어제 이어진 출산의 진통 때문에 병재는 꽤 바빴다. 평소의 일도 있지만 내 아이가 태어난다는 감정 때문인지 한 틈도 쉴 수가 없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것이었다. 그 때, 병재의 어머니인 김민숙이 병재의 어깨를 만지며 말한다.

“저 아이가 바로 네 아이니?”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에게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잠시 두 사람을 여기에 두고, 우리는 바깥에서 나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네요.”

김민숙은 아이를 가진 경험이 있는지라 어머니와 아이 둘 만의 시간을 중요시하게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 것이 좋겠다. 이 모습을 네 동생 병윤이도 봤으면 좋았을 것을.”

병재는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하고선 한 마디 말한다.

“어쩔 수가 없잖아요. 요즘 중국의 상황이 매우 바쁜지라 그럴 만한 틈도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적어도 자기 사정을 말하고 떠났으니 언제 집으로 나올 때, 아이라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병재의 가족들은 잠시 병실에서 떠나갔고, 메리는 아이를 안으며 평온하게 눕고 있었다. 잠시 병실 밖에 나간 병재는 말없이 병실 쪽 문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다시 돌리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시선을 둔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아할 때, 전부 다 기뻐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때, 한 사람이 어깨를 툭툭 잡으며 말한다.

“자네도 이제 한 사람의 가장이자 아버지가 되었군.”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고, 그 사람은 바로 이번에 사회부 소속 보건국의 국장인 정필중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타라와의 노역 시절에 함께 같이 떠났던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병재는 머쓱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다들 일이 바쁠 텐데 여기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자네 집안에 경사가 있다고 와서 참여했네. 사실 각하께서도 이 곳에 오려고 했었는데. 측근들이 겨우 뜯어 말렸네.”

병재는 그 말에 한 마디 중얼거린다.

“그 분께서도 말입니까?”

“뭐 어찌해서 우리들만이 왔어. 왜 실망인가?”

그 말에 병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정필중은 병재의 손을 잡으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으니 충고 한 마디 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때, 정필중은 병재의 아버지인 길남효의 얼굴을 보고선 이내 말을 흐리며 끝을 낸다. 그 대신 그는 병재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그래도 이번에 축하하네. 오늘만큼은 자네 아내인 메리와 같이 있게나. 그 것이 낫거든.”

“예. 감사합니다.”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필중에게서 다시 가족들에게 시선을 변경한다. 거기에는 입꼬리를 올려 기쁨을 주체 못하는 가족들이 서 있었다. 자신의 부모들이야 그렇다 치고, 자신의 여동생 둘도 서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군복을 입은 체 조금 불안한 눈초리를 가진 병주도 있었다. 병주의 심정이야 자신도 가까운 시일 내로 여자를 만나 결혼시켜야 한다는 눈치, 분위기가 있어서 그렇다. 길남효가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쯧. 외가에 소식을 알리기는 했나?”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일단 편지를 이용해서 소식을 주고받습니다. 또 가까운 시일 내로 한번 미국에 방문하여 외가 쪽에 아이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 것이 좋겠지. 그런데 해외여행이라니. 휴우. 우리 젊은 때는 그런 것 생각도 못했는데.”

길남효는 내심 자신의 장남이 부러워서 인지 한 마디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그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소곤거린다.

“이제 갓 아버지가 된 내 아이에게 무슨 소리에요? 하하 신경 쓸 것 없단다. 병재야.”

병재는 그 말에 씩 웃으면서 부모들에게 말한다.

“젊을 때의 여행은 못해주겠지만 황혼 여행은 반드시 우리 형제들이 힘을 모아서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원 부담도...”

길남효는 그나마 만족한 얼굴을 짓는다. 그렇게 병재 자신의 아들은 세상에 나타났다. 앞으로도 메리와 병재 사이의 아이들은 후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같은 시각, 병윤은 신유철의 방에서 신유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휴우. 그나저나 총통 각하께서도 돌아가신 지 보름이 다 되어 가는 군요.”

신유철은 그 말에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병윤을 바라본다.

“정말이지. 이 시대의 크나큰 위인이었어.”

“이제 그 사람이 하늘로 계시니 큰 혼란이 시작될 것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자신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 한 잔 마시면서 대답한다.

“지금 그런 낌새도 보이고, 그러고 있잖아. 하아...”

신유철은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 한숨을 내셨다. 요즘 날이 갈수록 중국 내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장개석이 대만 독립주의자들의 암살에 죽은 이후부터 중국 본토는 난리가 났다.

만주에서 중국 공산당을 끝장내기 위해 만주로 출진했던 백 만의 병력들이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전선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 이후 임시 총통으로 총통 직을 승계 받은 이중인이 그 병사들을 다시 하북으로 불러내 재정비를 명했다.

문제는 그 때 발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구 하나를 이끌던 임표의 전략에 휘말려 그 병력들이 대거 박살이 났고, 그 대가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금세 부작의가 수비를 맡고 있는 북경을 포위한 것이다. 현재 그 전선의 패배에 이종인은 금세 논란의 중심에 섰고, 그 때문에 그의 권위는 나날이 떨어져 갔고, 국민당 내부에 있는 파벌들은 이 패배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신유철은 그런 상황을 생각하자 머리가 아파온다. 병윤이 가정한 상황은 이내 최악에 최악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종인과 어느 정도 협약을 맺어 공산당만큼은 공동대응 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신유철은 자신의 세력 홀로 중국 인민해방군을 막아야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병윤이 그런 신유철의 얼굴을 보고선 한 마디 말한다.

“현재 형님께서 제 말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지. 지금 산서성에 진출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여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잖아. 그리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공산당군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또 민심을 잡기위해 기득권층의 반발을 감수해서라도 농지개혁을 금세 추진하고 있고, 정말이지 몸이 열 개가 있더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얼굴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왜 그래?”

신유철이 의문을 품고, 병윤에게 묻자 병윤은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사실 오늘 제 큰 형님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라서 그렇습니다.”

“으음. 몸은 중국에 가 있고, 참으로 힘들겠군.”

“하하. 역사의 한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언제 집에 돌아갈 때,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신유철은 피식 미소를 흘리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그래. 네 녀석 정말로 천하태평이군.”

“예. 그렇게라도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뭐 비꼬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병윤아. 내 밑에는 몇 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들을 의지하고 있어.”

“저도 알고 있기에 이렇게 참고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 일은 잘 되고 있어?”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전에 같이 일을 했던 동료들을 모으는 것이야 금방 했습니다. 다들 중경공단에 일하고 있던 기억을 가지고, 속속 모이고 있지만 몇 몇 사람들은 인민해방군에 투신해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신유철은 그 말에 아쉽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하기야 자신들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에게 가는 것이 좋겠지. 일단 중경공단을 정상화하는 일의 진행은 꽤나 빠르니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

“일단 기반들은 그대로니 그렇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난다면 다시 전성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시간은 급박하다. 병윤아. 시일이 시시각각 다가올수록 중국 인민해방군의 세력은 점차적으로 커질 거야.”

“저도 알고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회는 다시 찾아옵니다. 그 때까지 세력을 강성하게 키우는 일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의 말에 동의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하나의 불안감이 눈에 보였다. 아마 그의 머리에는 앞으로 일어날 혼돈을 상상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1948년 11월 5일, 병주가 이끄는 보병 제 10사단은 한 연대를 주둔지에 배치하게 해두고, 나머지 병력들 전부 제주도로 파견가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병주를 반기는 몇 몇 사람들이 방문하여 그의 파견을 빌었다.

“그래서 가시는 것입니까? 사단장님?”

병주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고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 채 얼굴을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런데 너 일이 많다고 하지 않아? 이렇게 나를 보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일텐데 말이지?”

병주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병주 사단장님의 심복인 제가 이렇게 반겨드리지 않으면 무얼 하겠습니까?”

병주의 심복이라고 말하는 고호윤의 말을 듣자 병주는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내 심복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었나?”

“하하. 자랑스럽지. 안 자랑스럽습니까? 전 4년 전에 같이 떠나자는 사단장님의 말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이렇게 같이 다닐 수 있지 않습니까?”

“난 너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까지 끌고...”

“알고 있습니다. 그 녀석들도 하나같이 사단장님의 심복이라고 말씀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니 다들 일에 바빠서 그럴 것입니다. 요즘 여수에 있었던 반란사건 때문에 일이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야. 이번에 그 놈들 때문에 그 놈들이 해야 할 일들을 우리가 해결하러 가는 것이잖아.”

“그 말을 들으니 어지간히 주둔지에 있고 싶었나 봅니다.”

병주는 그 말에 고호윤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그래. 집 가까운 직장이 얼마나 편한지 알고 있어? 요즘 내 형님의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가족에게 경사가 겹칠 때, 이런 일이 터지니...”

“아. 그러고 보니...”

“뭐 됐다. 요즘 네가 하는 학교에서의 일은 잘 하고 있어?”

고호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사관학교 최고 지휘관은 그 사람이지만 실질적인 일은 제가 다 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어수선한 시기로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이 있다 보니 다 가릴 것은 가려야 하고, 또 여수 반란사건이 터진 뒤로는 더더욱 일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작년에 있었던 장교단 간첩사건들도 한 몫을 했지.”

그 말에 고호윤은 영 골치 아프다는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신입 장교 후보생으로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시 사단장님 밑에서 지휘 받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봅니다.”

“이거야 원. 어차피 네가 하는 역할을 대체할 사람들이 없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냐. 정말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거야?”

고호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저뿐만 아니라 그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곧 제주도로 가신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병주는 그 말에 얼굴을 굳히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내부의 인원들을 솎아낸 다음에 행동해야지.”

“인원들을 솎아낸다는 소리는 아...”

“요즘 제주도의 동북청년단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하더군. 그 중 몇몇 인원들은 ‘생구단’의 단체원들까지 공격하나봐.”

고호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한 마디로 미친 작자들이군요. 하여튼 사단장님이 그 쪽에 가신다면 곡 소리 절로 날 것입니다. 뭐 미친 인간들의 반응이야 뻔할 뻔자이지만요.”

“적어도 제주도의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부터 해결해야지. 그 일로 인해 정부와 마찰이 생기더라도 감수해야할 일이지.”

그 말에 고호윤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병주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사단장님께서는 일을 저지르실 생각이군요. 하지만 마찰이 있더라도 별 걱정은 안 생깁니다.”

“너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여튼 그 녀석들의 대표로 온 제가 사단장님께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말해봐라.”

“부디 그 제주도에 있을 일로 사단장님이 다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병윤은 피식 웃으며 고호윤에게 이렇게 확언한다.

“알겠다. 어차피 그럴 생각은 없겠지만 깊이 새겨듣도록 하지.”

그렇게 고호윤과의 대화는 끝이 나고, 병주는 다시 몇 몇 인원들과 파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출정 병력들을 헬기에 태운 뒤 그 헬기들은 전부 제주도로 떠난다.

============================ 작품 후기 ============================

비염약 부작용 때문에 잠을 잤습니다. 극심했던 폭염에서 이번에 비염의 습격이라니 아주냥 욕이 나오네요.

아참 이제 슬슬 2부를 500화를 기준으로 끝마치려고 합니다. 1949년은 점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부의 제목은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3부 내용은 6.25 전쟁 관련해서 일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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