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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02화 (50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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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같은 시각, 중경 총통 관저의 총통실에서는 한 사람이 쇼파에 앉아 맞은 편 군복을 입은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농지 개혁은 마무리가 된 셈입니까?”

그 말에 군복 입은 남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거의 2년 가까이 시간을 소모해서 겨우겨우 달성했다. 그 기간 동안 지주들이 얼마만큼이나 반발하고, 꼼수를 부렸는지 참...”

그 말에 쇼파에 앉은 양복을 입은 남성 병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쯧.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협조를 안 해주니 형님으로썬 골치일 수밖에 없겠군요.”

“그래. 하지만 적어도 사태 파악을 해서 협조해주는 이가 있으니 다행이었지. 특히 작년에 이종인이 무너져 내린 것에 대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겠지.”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무너져 내렸습니까?”

군복을 입은 남성 신유철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뭐 저번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내부가 말이 아니더라고, 중대한 시기에 다투는 인간들, 그에 따르는 부정부패, 떠나가는 민심, 그리고 횡횡하는 빨갱이 간첩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적은 부정부패가 가장 컸지. 민심이 돌린 것이 그만큼 무서운 일인 줄은 이종인 역시 잘 알겠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했지.”

“말로만 듣던 민심의 이반을 직접 몸으로 느꼈으니 말입니다. 현재 그는 미국에서 잘 지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저번 장개석 전 총통의 심복들과 같이 지낸다고 하더라고.”

“허어. 하늘에 계신 장개석 총통이 이 것을 알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겠군요.”

“그렇게 따진다면 나 역시 죽일 놈이 아닌가?”

“크크.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백숭희 장군과 두율명 장군, 특히 진성 장군을 영입한 것 때문에 어느 정도 정통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백숭희 장군과 두율명 장군이야 마지못해 협력하는 사이야. 여기까지 무너져 내버리면 자신들 역시 이종인을 따라 미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겠군요. 그럼 진성 장군은?”

“네가 있잖아. 네가. 사실 진성 장군을 영입한 것은 네 비서실장의 도움이 컸어. 그녀의 백부와 아버지를 포섭하여 우리 세력에 합류시켰잖아.”

“그랬지요. 그 세 사람은 알다시피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니 말입니다.”

“일단 부총통으로는 진성 장군을 임명할 생각이다.”

그 말에 병윤은 짐짓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신유철에게 말한다.

“그럼 백숭희나 두율명 쪽에서는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신유철은 별 거 아니라는 듯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반란을 일으켰다가 눈앞의 상대에게 다 같이 죽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그들의 머릿속에 그런 것도 없겠나?”

“하기야 그렇겠군요.”

병윤은 그 말에 동의를 했고, 코코아 한 잔을 마신 후에 한 마디 말한다.

“그나저나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세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네요.”

“그렇게 말하는 네 얼굴을 보니까 대충 짐작이 가는데. 이제 슬슬 역습의 때가 다가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면적은 작다고 하지만 형님이 차지한 곳은 경제적으로 융성한 곳이니 말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완전 난장판이 된 저기와 비교하기는 힘들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들만 고달파질 것입니다. 아마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은래 총리는 눈치를 채고도 남을 것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역습할 기회가 눈에 보이는군. 하지만.”

“예. 아직까지는 참으셔야 합니다.”

“쯧. 그 때가 언제 될지 궁금하군.”

“곧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제 2단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병윤의 눈빛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한편, 북경 관저의 총리실에서 낭패라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읽어보고는 조금씩 얼굴이 어두워진다.

“이거 큰일이군.”

그 말에 자료를 전달해주는 등소평이 의아한 얼굴로 그 사람에게 묻는다.

“무슨 말이십니까? 총리 각하.”

주은래는 그 말에 낯빛이 어두워지며 등소평에게 말한다.

“아직도 중화민국을 함락하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그 말에 등소평은 주은래가 보고 책상 위에 놓아둔 한 자료를 보고 읽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평소 보던 것들과 많이 차이는 없었는데 유독 한 구절만이 눈에 띄었다.

“징집할 장정이 별로 없음 이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큰 일 아닙니까?”

주은래는 그 말에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말한다.

“그래 큰일이지.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상황만 더더욱 나빠질 것 같아. 저 쪽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가서 버틸 여유가 있지만 우리 쪽에는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쯧. 길병윤은 이걸 노린 건가?”

등소평은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몽둥이로 바위를 두들기다 몽둥이가 부러진 상황을 본 것입니까?”

“그런 셈이지. 으음. 이대로 가다가는 큰 일 나겠어. 적어도 소강상태로 돌입하겠다고 주석께 말씀드려야 할 지도 모르겠군.”

등소평은 그 말에 동감을 하며 말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나고, 주은래 총리는 등소평을 데리고, 모택동 주석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조금 걸음을 걷다보니 모택동이 있는 곳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방 안에서 한창 차를 마시던 모택동은 두 사람의 방문에 의아한 눈초리를 보이고는 말한다.

“두 사람이 여기엔 무슨 일인가?”

모택동의 말투에서 조금 이질감을 느낀 주은래 총리는 모택동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모택동은 의아한 눈초리로 주은래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드릴 말씀이 있다고? 앉아서 이야기를 해보게나.”

그 말에 주은래는 조심스럽게 모택동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채로 자신의 할 말을 시작한다.

“주석 합하. 아무래도 소강상태로 들어가야될 것 같습니다.”

“소강상태?”

“예. 중화민국과의 대결은 차후에 미뤄두심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눈빛을 번뜩이며 주은래에게 묻는다.

“그건 왜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력이 없습니다.”

“여력이 없다고? 허.”

“저들은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 방어에 치중하느라 힘이 덜 빠지는 반면에 우리 쪽에는 힘이 더 빠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역습에 당할 수 있습니다.”

모택동은 한창 고민하다가 ‘으음’ 소리를 낸다.

“그럴 수도 있겠군. 자네가 한 번 그 쪽에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떤가?”

“찾아가 보다니? 무슨 말입니까?”

“그 쪽에 항복을 권유하러 말이야.”

모택동의 말에 주은래는 순간 당황한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리한 고지를 잡은 그들이 쉽사리 항복하리라 보십니까?”

“그래서 하자는 거야. 사실 사정이 조금 있어.”

사정이 있다는 모택동의 말에 주은래는 심각한 얼굴로 묻는다.

“사정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모택동은 한숨을 내쉬며 주은래에게 말한다.

“사실 이번 달 말에 북한과 어느 정도 약속한 것이 있다네.”

“약속? 설마...”

“북한 쪽에서 먼저 일을 치를 생각 인가봐. 그에 대한 지원을 우리 쪽으로 부탁했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소련이 있지 않습니까!?”

“소련은 무기 지원들만 해주고, 책임을 우리에게 넘겼어.”

“으으으. 이건 큰일이군요. 만약 그렇게 되다가는 우린 양면전쟁을 치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모택동은 별 걱정 없는 눈빛으로 한 마디 말한다.

“저번에 이종인을 무너뜨릴 때처럼 하면 되지 않겠나? 이참에 뒤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자네 말대로 잠시 소강상태를 한 후에 중국을 통일하는 거지.”

주은래는 그 말에 심각한 얼굴로 모택동에게 말한다.

“남한의 뒤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전력을 다해서 미국이 도착하기 전까지 올 때 동안은 걱정할 것이 없지 않나?”

“그리고 만약 우리 주력이 한반도 쪽에 투사된 것을 안다면 중화민국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기회라고 여기고 역습에 나설 지도 모릅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이번 수비 사령관으로 그를 뽑았으니 말이야.”

“그라면 어떤 사람입니까?”

“임표.”

“임표라... 그의 군사적 실력으로는 충분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문제는 한시적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한반도의 전쟁을 치를 동안에는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겠나?”

“그 기간이 짧아지면 그럴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 보낼 군사들의 총사령관은 누구로 내정할 생각입니까?”

“팽덕회.”

“으음...”

“자네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네. 이번에는 날 믿어주게나. 내 생각대로라면 한반도의 전쟁은 그리 길지 않을 거야. 미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 놓는다면 미국으로썬 서 일본에 집중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전력을 중화민국에 투사시킬 수 있을 거야.”

주은래는 모택동의 말이 꽤나 합리적으로 들렸지만 사실상 강한 불길함을 느꼈다. 한반도에 군사를 보내지 말라는 촉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은래 총리에게는 모택동의 결정을 막을 만한 논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감을 믿어달라고 말을 하는 것은 저 쪽에서도 어이가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주은래는 조금 한반도의 정보를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북한에서 일을 진행한다면 바로 우리가 군사를 투입하는 셈입니까?”

“약속대로라면 그렇게 되겠지?”

모택동의 말에 주은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소련의 노림수에 당한 격이 됩니다. 그렇게 되다가는 말이죠.”

“소련의 노림수에 당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만약 초창기에 북한과 같이 군사적 행동을 한다면 세계에서 우리 중국에게 비난이 쏟아질 것입니다. 간신히 찾은 평화를 침략으로 망가뜨릴 수 있냐고 말입니다. 아마 독일 히틀러의 위상은 합하께서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으음...”

“하지만 사정이 있다고 했으니 그들의 청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적어도 명분 정도는 세우고 그 쪽에 들어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명분이라면 그 무슨 소리인가?”

“적어도 북한 정부가 거의 멸망할 시점에 우리가 투입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일을 꾸미면 더더욱 좋겠지요.”

“일을 꾸민다면?”

“남한 쪽에서 비밀리에 중화민국과 공수조약을 맺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걸 명분으로 남한 쪽에 투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명분은 곧장 써먹을 수 있지 않나?”

“북한과 동시에 행동한다면 그 명분은 허울이 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렇게 명분을 던지고, 북한과 발을 같이 맞춘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냥 자신들을 속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겠습니까? 아 침략하려고 생 쇼를 다 하는 거라고 말입니다.”

“......”

“적어도 위험에 처한 북한을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때까지는 북한을 놓아두라고 말을 하란 것인가?”

“예.”

“그럼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은래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련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소련이 그 말을 들어줄까?”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위협을 해달라고 부탁한다면 그 쪽에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동 일본, 그리고 동독에서 소련군이 부산하게 움직인다고 한다면 미국 쪽에서는 소련에 신경을 쓰지 작은 한반도는 신경쓰지 않을 것입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흐음’ 소리를 내며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군. 묘안이야.”

“그리고...”

그 때, 모택동 옆에 있는 전화기가 울려 퍼진다. 그러자 모택동은 손을 휘휘 저으며 두 사람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하자 주은래와 등소평은 모택동에게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복도에서 다시 총리실로 돌아가고 있을 때, 등소평이 주은래에게 한 마디 묻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습니까?”

“뭐가 말인가?”

“말을 들어보니, 총리께서는 한반도에 군사를 투입시키는 데에 지체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였나?”

“예. 몹시나 말입니다. 뭔가 이유라도 있습니까?”

주은래는 그 말에 심각한 얼굴로 등소평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있지. 가장 강력한 이유가.”

“그게 무엇입니까?”

“한반도에 군사를 투입한다고 했을 때, 내 머릿속에 강한 불길함을 느꼈네. 뭔가 내가 잊어버린 가장 강력한 것이 있을 지도 몰라.”

“그렇게 말한 이유가 한반도 출전에 반대할 근거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입니까?”

“그래. 난 한반도가 덫이라고 생각해. 사냥꾼들이 맹수를 잡기 위해 설치해 둔 덫들 말이야. 난 그 맹수의 감을 느낀 것이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주은래의 얼굴에는 필사적인 감정이 서려 있었다.

============================ 작품 후기 ============================

에휴 이 걸 쓰다보니 계속 느낍니다.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 이야기를 짜맞추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이 흥미를 잃고, 떠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전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유혹에 빠졌습니다. 한동안 이 소설을 봉인해두고, 신작에 힘을 쏟아보낼까? 라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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