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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03화 (50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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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6월 2일, 백악관 대통실에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오늘도 또 대한민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북침을 주장하고 나섭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짜증이 나는 군. 우리 미군은 그 곳에서 완전히 철수를 하였지?”

“예. 일부는 전역하거나 주일미군으로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주일미군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이승만 대통령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미친...”

트루먼 대통령은 대뜸 욕설을 내뱉었다. 사실 맥아더 원수가 정치적인 욕심을 가진 것에 대해서 트루먼 대통령은 고심했다. 그는 애치슨 국무장관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남한을 제어할 수 없는 거야?”

딘 애치슨 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마디 말한다.

“그 쪽을 압박하느라 하나씩 카드를 내다보니 쓸 수 있는 카드들이 없습니다. 실제로 미군이 철수하게 되었으니 저 쪽에서는 거리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CIA 극동 지부장이 보고한 내용으로는 조금 다른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뭔가?”

“아무래도 이승만 대통령이 그런 말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에는 자신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렇다고 말이죠.”

“흠...”

“주한 미국대사인 존 무초 역시 같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애초에 북침을 개시했다면 이미 하고도 남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자리에 앉고 말한다.

“그게 무슨 이유라도 되는가?”

“예. 이미 남한의 군사적 역량은 북한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KT-48 신형 전차 역시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무서운 것은 헬기들로 기동력을 극한으로 만든 산악강습사단들이 있습니다. 우리 측에서 파견한 고문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행동으로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애치슨 국무장관의 설명에 트루먼 대통령은 그럴싸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이승만 대통령이 내놓는 말인 것 같군. 그런데 어떤 정치적인 상황이기에 우리를 이토록 자극시키는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중국의 상황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중국? 그 곳은 왜? 잘 버티고 있잖아?”

“현재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한정당 측에서 중공이 뒤를 안전하게 만든 다는 이유로 북한을 도와 한국을 침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풋 하고 웃어댄다.

“어떤 마약을 먹었기에 그런 망상 절인 말들을 하는 지 참...”

애치슨 국무장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공이 그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유럽의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는 말이지. 현재 유럽 정세는 어떤가?”

“영국이야 조용히 나라 재건에 힘을 쏟아 붇고 있지만 프랑스 쪽에서는 베트남 건으로 인해 난리가 아닙니다.”

“작년에 네덜란드에서도 인도네시아 식민지를 유지하려고 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지. 쯧. 욕심을 못 버리니 그런 험한 꼴을 당하지. 프랑스도 결국 마찬가지가 될 거야.”

“그런데 실질적으로 베트남 독립 전쟁을 주도하는 측이 베트남의 공산주의 세력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독립이 성공한다면 동남아시아에서는 공산주의 국가가 하나 탄생하는 것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고 프랑스 측을 대놓고 도와주지는 말게나. 그냥 물자를 보내는 것으로 끝내게. 요즘 의회에서는 대전 기간 동안 늘어난 군비를 축소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주프랑스 미국 대사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휴우. 다행이군. 그 것보다 한국을 압박할 수단은 전혀 없는 건가?”

그 말에 딘 애치슨 장관은 생각을 하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저는 아시아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사실 이제 갓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의 추장의 말에 그리 신경을 쓰는 것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애치슨 장관의 말에 트루먼 대통령은 한 마디 말한다.

“그 국가가 박살나든 말든 상관이 없는데, 그 곳이 또 끔찍한 대전을 만들게 하는 도화선이라는 것이 문제지.”

“흠. 그렇습니까?”

“일단 존 무초 대사에게 한 번 한국을 압박할 수단으로 뭐 있나 한 번 살펴보라고 말을 하게나. 쯧. 미스터 길의 나라라서 어느 정도 편의를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면 어쩔 수 없지.”

트루먼 대통령은 여차하면 한국을 포기하겠다는 눈빛을 내보인다. 그런 트루먼 대통령의 모습에 딘 애치슨은 공감을 표하며 말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존 무초 대사에게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서 끝이 났다.

1948년 6월 5일, 존 무초 대사는 주미 대사관의 한 방 안에서 누군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맞은편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를 바라본다. 존 무초 대사는 맞은 편에 앉은 상대가 국회나 아니면 정부기관에서 활약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한국의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맥아더 원수의 말에 따르면 저 이는 한국에서 우리 미국의 록펠러 혹은 로스차일드 일가의 수장이라고 비유했지.’

존 무초 대사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는 흠흠 헛기침을 하고 유창한 영어를 내뱉는다.

“무슨 일이시기에 소일거리나 하는 저를 이렇게 초청하였습니까?”

그 물음에 존 무초 대사는 헛하며 하하 웃더니 이내 대답한다.

“한국에 가장 영향력 있는 어른을 모시고 한 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말입니다. 당신이 미국에서 영향력이 자자하던 미스터 길의 아버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미스터 길의 아버지 길남효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존 무초 대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저를 이렇게 초청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제가 무슨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저를 초청하는 것입니까?”

길남효가 그렇게 말을 던지자 존 무초 대사는 ‘으음’ 소리를 내다 이내 하하 웃으며 말한다.

“사실 작년부터 저랑 같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 않습니까? 아까 질문하신 것들 중 두 가지가 저에게 해당이 됩니다.”

“흠. 그래요?”

“예. 사실 도움을 받을 만한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존 무초 대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전 그렇게 정치계에 영향력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렇게 말을 하지만 주위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아니라고 들어서 말입니다. 요즘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이 수위를 넘고 있습니다.”

“아 저번에 말한 그 북진 발언 때문에 그렇습니까?”

존 무초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사실 우리 미국 정부는 이 한반도에서 두 국가 간의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흠. 저 역시 이 말에는 동의는 합니다.”

“그래서 남한 측에서 북한 측의 무력 도발 같은 행위를 중지하고자 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길남효는 손사레를 치며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런 일은 국방부에서 한 번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대사님의 부탁을 받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인 판에.”

“무력도발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도 상관 없습니까?”

길남효는 그 말에 한숨을 푹 쉬며 대답한다.

“사실 대사님도 이 한국에 부임하면서 많은 정보를 듣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남한이 북한을 전혀 공격할 생각이 없다고 말입니다.”

“......”

“그렇게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초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미국 정계에서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존 무초 대사는 밝은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까?”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 전 이승만 대통령이 뭔가 노리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위해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 말에 길남효는 툭하고 한 마디 터놓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

“......”

“대사님도 이미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으음...”

“이승만 대통령은 현재 정치계의 한 일파인 친미파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무초 대사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친미파라고 하면서 어찌 이렇게 우리를 곤란하게 만듭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자신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뒤를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 곳에서 발을 떼겠다고 하니까 안 불안하겠습니까? 아무래도 이승만 대통령은 여기서 뭔가 업적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 작업을 해두는 것입니다.”

“으음. 그 말은?”

“정확히 말하자면 아까 제가 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게 만들기 위한 배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그런 조약을 맺게 해준다면 이런 발언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

길남효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존 무초 대사를 바라보고는 말한다.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

존 무초 대사는 그 말에 땀을 흘리면서 하하 한 마디 말한다.

“여기는 6월인데도 벌써부터 더워지고 있습니다. 원래 다른 곳에서는 이런 날씨가 아닐텐데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세력을 달랠만한 그 무언가를 미국에서 주지 않으면 이런 행위를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시위하는 것입니다.”

길남효가 그렇게 강하게 발언을 밀어붙이자 존 무초 대사는 휴우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당신은 나보고 미국 조야를 설득하라는 것입니까?”

“그 선택은 제가 아니라 대사님이 하는 것입니다. 전 단지 이야기를 해줄 뿐입니다. 하지만 대사님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런 행동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존 무초 대사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길남효의 말에 조금씩 지친 얼굴을 짓는다. 하기야 자신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래서 존 무초 대사는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대사님도 이미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까?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는 어느 한 쪽을 믿고 밀어붙이는 것보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 말에 존 무초 대사는 정곡을 찔렀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뱉는다.

“확실히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 타협점을 어떻게든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유력한 가능성이라는 것은 바로 미국의 원조입니다.”

“원조라... 이 한국에 꽤 많은 돈을 원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 역시 미국의 득을 많이 봤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거래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어떻겠습니까?”

“거래?”

“예를 들어 이런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시다. 한 쪽에서는 배가 너무 고파서 생존을 위해 칼을 들고, 남들에게 난리를 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한 쪽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칼을 들고 난리를 치냐? 말입니다. 그러자 그 쪽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서 나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그 이야기는 비유를 하는 것입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칼을 들고 난리치는 사람을 아이들의 아버지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이해가 더 빠르지 않습니까?”

“결론은 아이들은 자신이 이끄는 지지기반이고, 아버지는 이 대통령이다 이 말을 하는 것입니까?”

“적어도 이 대통령 측에서 미국의 원조를 받았다는 것을 침소봉대할 것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흠. 우리 측에서 득 보는 것은 무엇이 됩니까?”

“이럴 때 원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무력도발을 억제해 달라. 함부로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조와 그리고 이번에 하는 발언까지 막아달라고 말입니다.”

“으음...”

“이런 것이라면 꽤 타협점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존 무초 대사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역시 길남효의 말이 설득력 있어 보였다. 자신도 타협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적절히 방법이 나오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한 번 미 국무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전해보겠습니다.”

“그럼 전 대사님을 위해 장남을 이용해 한 번 이승만 대통령에게 연락을 넣어보겠습니다. 그러면 되지 않습니까?”

존 무초 대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거 참 좋은 생각입니다. 다행이군요. 저의 고민을 이렇게 확 풀어주시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말을 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참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길남효는 이내 한 상자를 대사에게 쓱 건넨다. 존 무초 대사는 의아한 얼굴로 길남효에게 묻는다.

“이건?”

“작년에 알다시피 새로운 물건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혹시 하나 장만하였습니까?”

그 말에 존 무초 대사는 선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그 유명한 모바일 폰입니까? 이 쪽에서는 핸드폰이라고 불리는 것들 맞습니까?”

“예. 불편함이 없도록 한영 변환이 가능한 핸드폰입니다. 아들 녀석에게 부탁해서 만든 물건입니다.”

그 말에 존 무초 대사는 감사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선물 감사합니다. 이렇게 챙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존 무초 대사가 이렇게 말하자 길남효는 싱긋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신작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3부가 끝나야 윤곽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3부를 마무리한다면 이 작품을 연중시키고 신작을 드러낼 것인지 아니면 이 작품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결정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기로 1000편으로 이 작품이 마무리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전 6.25전쟁을 초반부로 생각했거든요. 원래는 2010년까지 소설 내용까지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흐르는 만큼 얼마의 편이 만들어지겠는지 참으로... 뭐 제 소설 속 시간의 속도 페이스로 보자면 적어도 5000편은 쓸 것 같습니다. 그냥 미치도록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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