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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04화 (50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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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6월 6일, 스탈린은 언짢은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한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그렇게 행동하지 말고 배치와 훈련만 해두란 말인가?”

“예. 본격적으로 북한이 일을 벌이기 전에 소련이 다시 한 번 그렇게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스탈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은래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 이유는?”

“알다시피 미국의 시선을 유럽에 끌기 위해서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며 ‘흠’ 소리를 낸다.

“과연. 그렇겠군. 미국으로썬 유럽이 더더욱 중요하니 말이야.”

“최소한 북한이 한반도 전역을 장악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기를 자네는 언제까지 잡는 건가?”

스탈린이 그렇게 묻자 주은래는 단호한 얼굴로 대답한다.

“최소 9월까지는 그렇게 해주십시오.”

“9월?”

“정확히는 9월 말까지 이겠군요.”

“내가 생각하기로는 북한이 행동을 개시하자마자 중국 쪽이 같이 공조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내 귀가 잘못 된 건가?”

스탈린이 그렇게 날카로운 질문을 내뱉자 곧바로 대답한다.

“명분 문제도 있고,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지만 그 준비기간이 따로 있습니다. 거기다 우리 중국은 국부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적어도 우리 중공에게 후환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으음... 외무장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주은래 옆에 있던 소련 외무장관인 안드레이 비신스키의 얼굴은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대답하기 시작한다.

“서기장 각하. 아무래도 우리 소련의 위신을 위해서라면 받아들이는 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위신?”

“어차피 진짜 일에는 신경 쓰지 못하도록 하는 위협이지 않습니까?”

스탈린은 안드레이 비신스키의 얼굴을 확 째려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자네도 전임 외무장관처럼 되고 싶나?”

그 말에 비신스키 외무장관은 ‘히익’ 단말마와 함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이런 모습을 주은래가 보자 속으로 생각이 난다.

‘여기도 또 우리 속에서도 별 건 없군.’

현재 모택동이 자신을 포함한 관료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은 그의 본 모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모택동은 스탈린과 비견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스탈린의 눈빛은 어느새 주은래에게 돌아가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예. 말씀해보십시오.”

“정말로 인민공화국군이 남한의 병력들을 밀어붙일 수 있나?”

“그 말씀은 아예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을 당해낼 수 없다고 들리는 군요.”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스탈린이 이렇게 되묻자 주은래는 ‘으음’ 소리를 내며 한 마디 말한다.

“남한의 군사력이 그만큼 뛰어납니까?”

“자네도 잘 알다시피 그 쪽에는 그들이 있을텐데?”

그들이라는 단어에 주은래는 흠칫하고 한 마디 말한다.

“그래봤자 우리 백만 대군에는 이겨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거야 남한의 군사력이 오합지졸이라면 당연한 말이겠지.”

“......”

“쯧. 북한의 김일성도 망둥이 뛰듯 하지 말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스탈린이 김일성을 까자 주은래 역시 속으로 동의한다.

‘김일성도 꽤 골치 아픈 작자라니까.’

북한의 지원에 대해 심적으로 반대하고 있던 주은래는 솔직히 김일성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을 압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는 침략의 준비를 한다. 자신들을 기대면서 말이다.

스탈린은 주은래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한 번 자네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겠네. 그 때까지는 여기서 편안하게 있게나.”

주은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하례 같은 서기장 각하의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은래는 그렇게 말하고 난 뒤에 서기장실 바깥으로 나가자 방 안에는 스탈린과 비신스키 외무장관 둘 밖에 남지 않았다. 스탈린은 비신스키 외무장관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 연기도 꽤나 제법이군.”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서 위신이라는 것은 중국 때문에 그런 것이라 치고, 만약 우리가 그 부탁을 받아 행동한다고 하면 미국 측은 어떻게 나올까?”

비신스키 외무장관은 그 말에 곧바로 대답한다.

“우리 소련이 미국과 대결을 원치 않는 것처럼 미국 역시 우리와 대결을 원치 않습니다. 적어도 주은래의 제안은 우리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그렇다면 좋겠지. 예전 베를린 봉쇄 때문에 자존심을 구겼는데 이 걸로 다시 한 번 자존심을 되찾아야겠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각하.”

그렇게 소련은 주은래의 요청을 받아들여 행동에 나서기로 한다.

1950년 6월 10일, 영국 수상관저의 수상실 안에서 클레멘트 애틀리 수상이 수상하다는 얼굴로 이 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묻는다.

“정말 이 소식이 맞습니까?”

“예. 현재 동독을 포함한 동유럽에 주둔 중인 소련군이 전선에 전진 배치하고, 맹훈련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애틀리 수상은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자료를 보다 한 마디 말한다.

“스탈린, 정녕 이 작자가 일을 벌일 생각인가?!”

애틀리 수상의 그 말에 소식을 가져온 국방부 장관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한다.

“아무리 스탈린이라도 공멸을 원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애틀리 수상은 그 말에 ‘호오’ 소리를 내며 다시 묻는다.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라도 있는가?”

“진짜 일을 벌였다면 이렇게 들리는 소식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한 두 부대가 훈련에 나선다는 말을 할 뿐.”

그 말에 정말 그렇다고 여겼는지 애틀리 수상은 턱을 만지며 묻는다.

“그 말은 즉. 우리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식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 말에 국방부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대놓고 정보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흠. 우리를 이렇게 위협해서 뭔가를 가린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군. 그 것이 뭔지 자네는 알고 있나?”

국방부 장관은 애틀리 수상의 묻는 말에 식은땀을 흘리다 대답한다.

“우리 영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저에게 소련의 본의를 묻는 것은...”

“쯧. 한 번 생각이라도 말해보게나.”

“다른 노림수가 있다면 아무래도 서아시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아시아? 팔레스타인 지역?”

“예. 중동 쪽이 핫 하지 않습니까? 소련으로썬 자신의 위성국을 늘릴 필요가 있으니 그 쪽에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애틀리 수상은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군. 알았네. 말해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수상 각하. 그런데 뭔가 생각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서아시아도 괜찮지만 동아시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방부 장관은 그 말에 진짜 모른다는 얼굴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 곳은 우리에게 별 이권이 없는 지역 아닙니까?”

“내가 물을 사람을 잘못 보았군. 알겠네. 자네는 이 일에 대해서 처리를 해보게나. 혹시 모를 일이니 말이야.”

애틀리 수상의 말에 국방부 장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애틀리 수상에게 인사를 하고, 수상실 밖으로 물러난다. 애틀리 수상은 생각을 조금 생각을 하다 이내 전화기를 들어 연락을 취한다.

“외무장관 안에 있는가?”

-예.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바로 이 곳에 들어오라고 전해주게나.”

-예.-

애틀리 수상은 다시 한 번 전화를 제자리로 놓고, 국방부 장관이 전해준 자료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스탈린. 그 작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같은 시각, 이 소식은 곧바로 미국에서도 도착을 했다. 소련의 소식이라면 재빨리 잡아채는 미국으로썬 유럽의 소련군이 행동을 개시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백악관에 회의가 바로 잡혔다. 트루먼 대통령은 애틀리 수상과 똑같은 말을 한다.

“스탈린. 이 작자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가!?”

그 말에 자리를 앉아있는 내각 및 국방부 주요 참모들의 얼굴은 심상치가 않았다. 하기야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도전장을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트루먼 대통령은 ‘끄응’ 생각을 하다 이내 미국 국무부 장관 딘 애치슨에게 한 마디 묻는다.

“지금 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그 말에 애치슨 장관이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소련의 위협을 직접 맞붙게 되는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야 한결 같습니다. 우리 미국만을 바라볼 뿐입니다.”

“젠장. 대전이 터진 때가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말 미치겠군.”

그 말에 미 합참의장인 오마 브래들리 원수가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정말로 소련이 우리와의 대결을 원하는지 궁금합니다.”

그 말에 군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마 브래들리 원수의 말에 동조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무언가 의아함이 느끼는지 한 마디 묻는다.

“그 말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나온 말인가?”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이렇게 배치와 훈련 같은 것이 너무 자세히 나오는 것입니다. 즉 의심스럽다 이 것입니다.”

“너무 자세하다?”

“생각해보십시오. 정말로 서 유럽을 침공할 의사가 있다면 이렇게 대놓고 정보를 보이겠습니까?”

“그 말은 즉슨 전쟁을 하지 않고, 위협을 한다?”

트루먼 대통령이 이렇게 반문하자 오마 브래들리 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우리 합동참모본부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련에서는 적극적으로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말입니다.”

“으음. 그럼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

오마 브래들리 원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아시아 쪽이 의심스럽습니다.”

“아시아?”

“유럽에서 그런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한다면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우리의 신경은 유럽에 두어야 한다네.”

오마 브래들리는 그 말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대답할 차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트루먼 대통령의 시선은 금세 애치슨 국무장관에게 둔다. 그리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자네는 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키게나. 우리 쪽에서는 유럽이 중요하니 말이야.”

애치슨 국무장관은 그 말에 염려스럽다는 눈빛으로 트루먼 대통령에게 묻는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걱정 말게나. 일단 시간이 지나면 소련의 속셈도 어느 정도 밝혀지겠지.”

그 말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정말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회의는 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키는 것과 동시에 소련이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내용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한창동안 토론을 하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만약 생각이 있다면 진짜 노리는 곳은 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세계 지도에서 어느 한 부분을 집었다. 그 부분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이내 그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미친. 거기는 별 신경 쓰지 않는 곳 아닌가?”

그가 가리킨 지역은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그 말에 그 곳을 지목한 그 사람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요즘 이 지역에서 꽤 많은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 쪽에서 대대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한다는 것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중공군의 군사력이 점차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해간다. 그 때, 애치슨 국무장관이 이렇게 한 마디 말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알다시피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말에 그는 한 마디 항변한다.

“물론 통상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쪽에서 적극적으로 중국을 활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애치슨 국무장관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그렇게 된다면 문제 되는 것이 중국 인민공화국 쪽에서 뻔히 양면전쟁을 벌이게 되는 셈인데. 안 그래도 내전을 벌이고 있는 그 쪽에서 손해 볼 일을 하겠습니까?”

애치슨 국무장관의 설득력 있는 말에 그는 ‘으음’ 하고 주장을 내린다. 트루먼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반도 지역은 아니야. 아까 국무장관이 설명한 대로 우리가 생각해도 한반도는 아니야. 그 두 국가가 뻔히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고 보는군.”

그렇게 트루먼 대통령은 호언장담을 해주며 애치슨 국무장관의 말을 동의해준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진짜 불길은 한반도로 향해서 타오르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 특히 이렇게 말하는 애치슨 국무장관에게 있어서 이 말들이 자신의 오점을 남긴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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