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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6월 12일, 효혜는 아기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바로 병재와 메리 사이에서 난 자식을 말이다. 이제 약 19개월이 된 아기라서 그런지 익숙한 얼굴의 효혜를 어리둥절하게 보고 있었다. 효혜는 그런 아기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힝. 귀여워.”
계속해서 효혜는 아기를 만지며 놀고 있을 때쯤, 효혜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계속해서 아기 만지기에 푹 빠진 거냐?”
어느새 초등학생 고학년이 된 장평균이 둘을 귀엽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 말에 효혜가 대뜸 소리친다.
“흥. 그냥 그래.”
“에구구. 그래?”
장평균이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자 효혜가 한 마디 말한다.
“아 하지마.”
하지만 그럴수록 효혜의 머리를 더더욱 쓰다듬자 효혜는 한숨을 쉬며 아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셋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한창동안 진행되다가 이내 아기의 어머니가 나타나 아기를 안는다.
“어.”
효혜가 아기를 안은 메리의 모습을 보자 메리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제 아기를 돌보고 계셨군요.”
“힝.”
효혜는 장난감을 빼앗긴 기분이 들어서 인지 조금 뾰로통한 얼굴로 메리를 바라보지만 메리는 아이를 푹 안은 채 말한다.
“어디 쿠키라도 만들었는데 부엌에 가서 하나 먹을까요?”
메리가 그렇게 말하자 효혜는 눈색을 반짝이며 말한다.
“정말?”
“예. 예. 만들었어요.”
그러자 장평균, 효혜 두 아이는 메리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한 사람이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메리는 그 사람을 보고 한 마디 타박을 놓는다.
“아무리 휴일이라도 애들이랑 놀아주시지.”
그 말에 그 사람은 찔린다는 표정으로 메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요즘 주간 동안 일이 바쁘잖아. 조금 쉴 시간은 주자고.”
“할 일 없으면 두 아이랑 노는 것이 어때요?”
그 말에 그는 효혜, 그리고 장평균을 바라본다.
“으음.”
하지만 효혜 역시 탐탁지 않았는지 한 마디 말한다.
“제일 큰 오빠는 재미없어.”
제일 큰 오빠인 병재는 그 말에 충격을 먹기보다는 속으로 ‘잘 했어. 효혜야.’라는 말이 마음속을 맴돌았다. 메리는 그 말에 병재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한 마디 말한다.
“당신 일 없어요?”
“이번이 일요일인 것 잘 알잖아. 일요일에는 대학도 다 쉰다고.”
“참 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렇게 말해서야 되겠어요?”
“뭐 어때?”
병재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 마디 말하자 메리는 졌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에휴. 어쩔 수가 없네요. 아이 둘을 데리고 장내에 가는 것은 어때요?”
그 말에 병재는 강한 눈초리로 장평균과 효혜를 바라본다. 그 눈초리 속에는 난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효혜는 그런 기대를 박살낸다.
“시내 가자. 제일 큰 오빠. 나 먹고 싶은 거 있단 말이야.”
“그렇게 먹으면 살 쪄요.”
병재가 필사적으로 항변해보지만 효혜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요즘 굶주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그냥 장내 가서 먹는 것도 안 돼?”
병재는 순간 습관적으로 ‘어. 안 돼.’ 라는 말이 나오려고 했지만 메리가 선을 먼저 쳐버린다.
“좋네요. 애들 데리고, 시내에 갔다 와요.”
병재는 그 말에 ‘끄응’ 소리를 내며 지쳤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할 수 없군.”
결국 병재는 조금 있다가 아이 둘을 데리고 문경 시내 쪽으로 가기로 한다.
간단한 외출복을 챙기고 나온 병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이 둘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더운 시기에 꼭 가고 싶어?”
효혜는 고개를 강렬히 끄덕거리며 대답한다.
“응! 가고 싶어. 무지무지.”
“너도 눈치를 좀 채라. 이 오라버니 30대에 도달한 인간이라고.”
“아까 눈치를 챘는데. 솔직히 오라버니는 매번 대학-집-초청 이런 식으로 일정만 보내잖아.”
“볼 만한 곳들은 다 봤으니 이러는 거 아니야.”
“나도 보고 싶은 거 많다 말이야!”
병재는 소리를 지르는 효혜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번에 미국으로 갔을 때, 힘들다고 칭얼거릴 때는 언제고?”
“그래서 가까운 데 가잖아. 제일 재밌는 막내 오빠는 계속 중국 내에 있고, 무지 심심하단 말이야.”
그 말에 병재는 슥 장평균의 얼굴을 쳐다보고 가리키며 말한다.
“쟤는?”
“같이 있으면 심심함이 두 배야.”
장평균은 그 말에 상처 받았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말한다.
“언제는 같이 다닌다고 제일 재밌다고 하면서.”
“너도 참 고생이다. 이 공주님 심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말이야.”
“예. 제일 큰 형님.”
그렇게 셋은 마을 중앙으로 조금씩 걸어 나간다. 이 사현리의 풍경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마을 지붕마다 설치된 태양 전지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사용하고 있고, 마을 사람들 역시 각자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병재는 어느 정도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데 도중에 누군가를 만난다.
“어라. 꽤 희귀하게 보는 친구이군.”
그 말에 병재를 본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래. 요즘 대학에서 새로운 발명 때문에 바쁘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꽤 관심이 있던 거라서 최선을 다 했어요. 그런데 애들 데리고 어디 가시는 겁니까?”
그 말에 병재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아내의 등쌀에 밀려 쫓겨나고 말았다. 명목상 애들 돌보기로 말이지. 대학에서 먹고 자며 연구에 매진했던 감연이 너는 집에 오랜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요즘 발표회다 뭐다 해서 엄청 바빠요. 지금도 간신히 발표회 하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쯧.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야.”
감연의 하소연에 병재 역시 공감한다는 듯 말한다.
“그래도 나나 너의 후배들이 쑥쑥 크니까 어느 정도 일을 맡길 수 있지 않겠어?”
“병재 형님이야 키우던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저는 겨우겨우 기반을 다져놓고 있으니 앞으로 형님처럼 휴일을 제대로 쉬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될 걸요?”
몇 년 동안 감연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한 병재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너도 참 고생한다. 조영이는 잘 크고 있나?”
“내 아내가 잘 키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형님 네 아들인 현진이나 잘 키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래. 그래. 말투 보니까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것 같네. 집에 가서 푹 쉬어라.”
감연이는 축 늘어진 모습으로 병재에게 인사를 하고 제 갈 길을 가자 병재는 아이 둘을 이끌고,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그렇게 걷는 와중에 효혜가 병재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제일 큰 오빠. 저 감연이 오빠는...”
“왜? 저 오빠에게 관심 있어?”
“매번 막내 오빠랑 같이 다니잖아. 홀로 다니니까 조금 외로워 보여.”
그 말에 병재는 피식 웃으며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한다.
“항상 같이 다니던 녀석들이 일 때문에 찢어지는 것은 흔하지.”
“그래? 하기야 막내 오빠도 일 때문에 중국에 가 있잖아.”
“그래. 그래. 그렇지.”
“그런데 왜 막내 오빠는 중국에 가서 일하는 거야?”
“아까 말했잖아. 거기에 일이 있다고.”
“그런데 중국에 누가 있기에?”
“설이나 추석 때 찾아온 사람들 있잖아. 특히 신유철 형님 말이야.”
병재의 말에 효혜는 눈치를 채고 말한다.
“아. 그 사람이 왜?”
“그 사람 원래 중국 사람이거든. 자기 나라로 돌아와서 일하는데 병윤이가 그 형님을 도와주고 있어. 그 곳 사태가 조금 그렇거든.”
효혜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구나. 그런데 막내 오빠는 언제 돌아온데?”
“모르겠다. 중국의 일 때문에 꽤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때, 장평균이 병재에게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큰 형님께서는 막내 형님처럼 외국에 나가 일 안하십니까?”
병재는 그 말에 ‘끄응’ 소리를 내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일을 한 적이 있지. 지겹도록 말이야. 왜 너도 미국에 가고 싶어?”
장평균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가고 싶어요.”
그 말에 병재는 한 마디 말한다.
“네 아버지에게 말해라. 네 아버지가 된다고 허락하면 가게 해주마.”
순간 장평균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병재에게 말한다.
“요즘 아빠는 국회의원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국회의원 일이니 외국에 갈 기회는 있을 거야. 그 때 같이 가면 되겠지.”
그 말에 장평균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한다.
“정말 그렇게 되나요?”
“그래. 국회의원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나? 요즘 효순이도 미국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하던데.”
효순의 존재가 언급되자 장평균은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효순이가 장평균의 엄마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누나 일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 했는데.”
장평균의 얼굴이 조금 빨개지자 병재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미국에 가고 싶다는 이유 한 가지 중에 효순이도 있겠군.”
그 말에 장평균은 부끄럽다는 얼굴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에 세워진 노면전차 정거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병재는 정거장의 노선 시간표를 살펴보고,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뒤 한 마디 말한다.
“이제 25분 정도 남았네.”
아무래도 문경 외곽에 위치한 정거장이다 보니 배차 간격은 대략 1시간 정도였다. 그래서 병재는 정거장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아이 둘을 앉히고 자신도 자리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또 뭐가 궁금한데?”
효혜는 그 말에 곧바로 병재에게 질문을 가한다.
“그런데 제일 큰 오빠. 작은 오빠는 집에 언제 와?”
“으음. 요즘 큰일이다 뭐다해서 일이 바쁘다고 하던데.”
“두 오빠는 매번 일에 치여 사네.”
그렇게 말하는 효혜의 뺨이 빵빵해진다. 자신과 놀만한 오빠들이 일에 치여 살자 효혜는 조금 심심한 것이 어느 정도 있었다. 병재는 그런 효혜를 보고선 한 마디 말한다.
“요즘 더울 때이니 한 번 마을 냇가에서 아이들이랑 노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나도 어릴 때 그렇게 놀았으니 말이야.”
“그건 내일 하기로 했어.”
“쯧. 나도 물가에서 푹 쉬고 싶은데. 일은 겁나게 많고.”
병재의 하소연 속에는 뭔가 갈망이 가득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장평균은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제일 큰 형도 그런 곳에서 놀았어요?”
“네 아빠, 내 아빠도 그런 곳에서 놀았어. 네 할아버지도 어릴 때는 그런 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을 걸?”
“흠.”
“왜 너만 모르고 있던 사실이야?”
장평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냥 신기해서요.”
“아 그래? 나도 처음 그 사실을 알고 조금 신기했었는데 말이야.”
“형님네들은 그런 곳에 별장을 지었다고 들었어요.”
“마을 공용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왜 불만이냐?”
“아니요. 거기에 뭔가 신기한 것을 설치한다는 말을 들어서요.”
“신기한 것?”
“그 미니 컴퓨터인가 뭔가 한 것 말이에요.”
“아. 감연이 녀석이 이번에 마을 사람들을 위해 내놓겠다는 그 건가?”
약 3년 전에 개발된 미니컴퓨터는 한동안 연구용으로 사용되다가 작년에 병윤에게서 겨우 양산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시제품 중 일부를 감연이가 직접 별장에 둔다는 말을 듣고, 병재는 긴가민가했다. 컴퓨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것이 설치된다는 말을 듣고, 병재는 조금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한창동안이나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노면전차가 정거장에 도착했고, 셋은 노면전차 안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지만 자리에 앉아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댄다.
============================ 작품 후기 ============================
사실 제가 구상하는 6.25 전쟁 같은 경우는 최악의 경우, 보통 상황, 싱겁게 끝나는 상황을 구상해두었는데 최악의 경우는 병주가 예상했던 그런 상황이고, 보통 상황은 저번 독자 여러분들이 말하는 대동강 아니면 한강 방어선에 저지되는 상황입니다. 뭐 싱겁게 끝나는 상황이야 북한은 간단히 망하고, 압록강-두만강에서 접전이 벌어지는 형국입니다.
세 가지 상황을 놓고, 생각해봤을 때 주인공들의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선 최악의 상황이야 병주의 활약이 많아지겠고, 보통의 상황이라면 병주보다는 병윤의 역할이 더욱 커집니다. 싱겁게 끝나는 상황은 한 20편 내용을 만들면 제 3부 이야기는 끝일 것입니다.